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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소통이라 하기엔 2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10. 9. 21:21
그런 거 아니야. 날 잘 안다면서 왜 그렇게 느껴..?내가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란 것이 대충 이런 스타일임을, 잘 알면서.. 누나의 "감정 과잉"이 실은 참 아름다운 것이었음을,한때 누나를 공박하는 구실로 삼았던 그것이 실로 누나만의 고귀한 (희소가치 충분한) 자산이었음을뒤늦게 깨닫고, 떠오른 영감을 구체화하는 다소 치기 어린 문장에다가 "섣불렀던 판단에 대한 반성"을 새겨 넣은 것뿐인데.. 자숙하는 자세로 보내는 참회의 글마저 착한 누나는 불편해할까 봐,직설법을 피하고 나름 우회하여 구불구불 써 내려간 것인데.. 어쨌든, 의미 전달이 원활하지 못하였음을 인정할게.누나의 고개가 갸우뚱했다면 내 의도야 어떻든 미숙한 글임에 틀림이 없겠지. 설령 누나의 탁월한 독해력이 내 모자란 글에서 일말의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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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투누탄의 변(辯) 2판타지 속의 판타지 1 : 카파마리올 (판타지) 2024. 10. 6. 15:28
그냥 들어! 꼬박꼬박 토 다는 데 재미 붙였냐?이거야 원, 판소리 고수(鼓手)도 아니고.. 웬 반갑잖은 추임새 남발? 이런 구제 불능의 모략꾼들이 쿠메이린을 점령하면서 우리 하이브리드족의 고질적 불행도 시작되었어.정신적으로 그리고 유전적으로 폭력성이 자연스럽게 거세되도록 진화해 온 우리 후손들은, 이들의 무차별 대량착륙에제대로 된 항거 한 번 못해 보고 백기를 들어야 했지.영적 성장과 그로 인한 평화에 집착하면 할수록 우리의 집합의식은 저변에 "난폭성에 대한 맹목적 두려움"을키워 놓고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것은 점차 "스스로를 방어하는 행동"을 위한 기폭제로서의 순기능을 잃어갔어.즉 정신적 안전장치로서의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못하는 "나약함의 원천"으로 퇴화하여 영적 성장의 발목을 잡는계륵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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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변의(便意)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4. 9. 29. 21:18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32) 상준이 형이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며, 그새 많이 어두워져 걷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공간을 익숙하게 휘젓고 다녔습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봐란듯이, 낡아 빠진 침낭 하나를 찾아서 나오더군요.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것은 둘째 치고, 푹 쉰 듯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러 저절로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데다군데군데 찢기고 뜯어져 거의 넝마 상태가 된 "하자"투성이었는데, 문제는이 거적때기만도 못한 불량 침낭도 달랑 한 개밖에 없다는 사실. 하기야 조금이나마 소용에 닿을만한 물건들은 이미 오래전에 저들 수중으로 들어갔겠지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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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공자(五公子)지수 이야기/스토커? 스토커! 2024. 9. 27. 13:28
공부하는 척이 아니라 진심 공붓벌레였다. 어렵다 하는 원서나 전공 서적들도 독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고이해가 되든 안 되든 내용을 달달 외우는 것엔 이전부터 자신이 있던 지수였다. 그렇게 본인 특기를 살려타인들과 자기 자신마저 속여가며 그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자기만의 세상을 자각몽을 꾸듯 가꿔나갈 수 있었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만 쭉 나아갔으면 바랄 것이 없겠다 싶었는데그가 거부하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그가 대부호의 손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그들끼리의 세상"에서 통용되는 (그리하여 가진 자들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강요되는) 문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를 거부할 시 - 그가 지키고자 하는 - "그의 영역" 또한 붕괴될 위험에 봉착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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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경과지수 이야기/스토커? 스토커! 2024. 9. 22. 17:12
화숙이와의 날벼락같은 결별 이후에 지수는, "자신만의 세계"라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그 컴컴한 심연 속으로)가라앉는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함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방어 기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상의 감정 기복을 무의식의 영역 속에 던져 버리고 무미건조한 단순함을 강박적으로유지하던 그였기에, 그녀가 안겨준 참신한(?) 절망이그를 저주받은 무의식에서 힘차게 건져 올리는 충격 요법으로 작용하진 않았다.그렇다고, 아무 일 없듯 평상시의 잔잔한 "단절과 체념의 상태"에 온전히 귀속된 것도 아니었다. (지수의 입장에서) 참으로 이상했던 그 누나로 인하여, 제법 견고하던 무의식의 입가엔 당황의 (꽤 깊은) 흔적이 파문처럼 서리게 되었고, 이 파문이 그간 잘 가동돼오던 "지수 표 무의식"에 오작동을 유발했는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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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음모의 폭주 1 : 유인(誘引)평행 지구 (판타지) 2024. 9. 7. 13:43
아무튼 현재로선, 레지스탕스와 토벌대의 정면 대결 양상이 걷잡을 수 없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말씀 아닙니까? 평화적으로 설득하려는 노력도 아예 없었던 건 아니라네. 그러나 어쩌겠는가.앞서 얘기했네만, 힘없는 여성들의 호소만으로 강성 군부의 강경 대응 조치를 변경하기에는 씨알이 먹히지 않으니.. 현재의 레지스탕스 조직이 형성됨에 있어서 초기에는 여러 가지 비극적인 우여곡절들도 많이 발생하였지. 예를 들자면무작위 판별 검사에 의해 "숙주로 추정되는 자들의 집합소"로 판정받은 사업장을 기습 폐쇄하고 - 사람들이 들어있는 채 -봉쇄 명령을 내린 계엄군부의 결정에 저항하기 위하여 육탄으로 토벌대의 회사 난입을 저지하던 남자 직원들과이에 동조한 일부 여사원 모임 회원들이 총격을 받아 많은 수가 사망에 이르는 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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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통이라 하기엔 1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8. 24. 11:29
나는 누나보다 상대적으로 메마른 사람일까.. 가끔 생각해 볼 때가 있었어. 같은(?) "감정 과잉"인데 누나와 나, 표출하는 방식이 예전엔 사뭇 달랐었지..나는 건조했고 누나는 비교적 촉촉했어 감성이..이것이, 우리가 부정하고 싶은 "남녀 간의 본질적 차이"인 걸까. 각자 아닌 척은 했어도, 오래 알고 지내다 보니, 개인사가 축적되기 마련인 내면은스스로의 아주 자연스러운 (진짜인 듯 익숙한) 모습을 더는 감추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토해 낸 모양이야.조금씩 혹은 한꺼번에 노골적으로.. 결국은 이렇게 드러나 버린 (우라질 놈의) "대비되는 양상"으로도 우리가 쉽사리 갈라서지 못했던 건그 "다름"의 심층부에서 꿈틀대는 "같음"이, 그 희한한 "동질감의 코어"가,각기 반대 방향으로 찢어지려 한 "각각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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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능욕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4. 8. 17. 00:02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31) 지수 군, 친구를 부축하느라 몹시 힘들어 보이는데 내가 도와줄게.상준 형이, 축 늘어진 영미를 빼앗듯 제게서 넘겨받아 번쩍 안아 들었습니다.이미 까무러친 사람은 이렇게 옮기는 것이 훨씬 편하고 안전하지.아, 네에..고맙습니다.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 형이 영미의 핏기 없는 얼굴을 잠시 들여다볼 때군침을 삼키듯 울대가 크게 한번 요동치는 것을. 그리고 그녀의 맨살 허벅지를 받치던 한쪽 손에도 지그시 힘이 들어가어느 순간 꽉 움켜쥐는 자세가 되어 있음을..저들 중 대부분이 음탕한 색귀 하나씩을 품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