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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고독을 거니는 고독 1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4. 3. 24. 21:16
거울을 봅니다. 눈이 울어요 코가 울어요 입이 울어요 거울 뒤에 당신이 있군요. 당신 뒤에 하늘이 있군요. 꽃병을 봅니다. 봉오리가 웃어요 잎사귀가 웃어요 줄기가 웃어요 꽃 속에 당신이 있군요. 당신 속에 하늘이 있군요. 미풍(微風)에 나뭇잎이 떨립니다. 나뭇잎의 긴장에 미풍이 떱니다. 무엇이 미풍과 나뭇잎을 당깁니다. 미풍과 나뭇잎이 무엇을 밉니다. 살랑이는 것은 미풍이 아닙니다. 움직이는 건 나뭇잎이 아닙니다. 영화감독의 지휘하에, 회전하는 송풍기가 "제작된 나뭇잎"을 흔듭니다. 미풍은 불고 나뭇잎은 떱니다. 미풍 때문에 떱니다. 누가 천사를 보았답니다. 누군가 유령을 만났답니다. 천사를 본 게 아닙니다. 유령을 만난 게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천사가 날아다닙니다. 유령이 스크린을 가로지릅니다.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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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손절 2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4. 3. 20. 12:12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당한 일이라 말문이 막혀버린 그를 - 멱살을 잡아 일으켜 - 벽에 밀어붙이는 정체불명의 남자.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더벅머리 젊은이가 가늘게 찢어진 눈을 부라리며 지수의 머리를 자꾸만 쥐어박는다. 작달막한 키라지만 체구가 다부져서일까. 손끝이 어찌나 매운지, 발갛게 달아오른 지수의 볼을 타고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짜샤! 운다고 봐줄 줄 알아?! 여기 왜 들어왔는지 빨랑 불어!! 살아 나가고 싶으면.. 저어.. 화.. 화숙..이 누.. 나... 가뜩이나 공포에 질린 데다 멱살을 단단히 잡혀 숨쉬기조차 힘든 지경으로 몰린 그는, 얼른 대답하고 싶어도 쉽사리 말문이 터지지 않았다. 뭐? 화숙이?? 네깟 놈이 내 마누라한테 뭔 볼 일이 있어서?! 어린 노므 시끼가 벌써부터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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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정과잉 증후군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3. 10. 16:06
여(女) : 권태기에 접어든 삼십 대 중반 기혼녀. 결혼 육 년차. 이름 나오미. 미혼 시절 업소녀 경력 있음. 업소 손님 중 착하고 단순한 순정남이자 성실한 기술직 일인이 그녀를 일방적으로 좋아하여 여러 번의 대시 끝에 결혼에 성공한 케이스. 딱히 그녀의 스타일은 아니나 그녀를 진심 사랑하는 것 같아 업소 생활에 진력이 나던 차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청혼을 수락함. 즉, 현시점에서 죽고 못 사는 관계는 아니라는 뜻. 동갑내기인 그와의 사이에 네 살배기 딸 하나 있음. 자기 아이에 대한 애착도 아주 강한 편은 아님. 전업주부이길 바라는 남편의 의견을 무시하고 서비스 직종에 알바로 근무 중. 육아는 당연히 남편이 맡다시피 함. 어려서부터 외지로 떠돌며 가족의 도움 없이 홀로 살아온 탓에 독립심과 사회적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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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런 삶 2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4. 2. 29. 14:05
순진한 그녀를 살살 달래고 다독여 그녀 삶의 기구한 배경과 환경이 벼락 치듯 가져온 (숨길 기운조차 없는) 지독한 역경과 비탄의 개인사를 기어이 캐낸 단란주점 업주는, 이것을 현실적인 약점으로 활용키로 하고 그녀의 덜미를 확실히 잡아 두기 위한 일 단계 전술(?)을 구사하였는데, 가불 형식의 목돈을 미끼로 후한 인심을 베푸는 척하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비좁은 "아가씨들 공동 숙소"를 전전하는 신세라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는 민아로선 그 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그럴 형편도 아니었다. 조그만 자취방 보증금을 제하고도 복학 시 등록금의 일부로 전용할 수 있을 만한 (눈이 휘둥그레지는) 액수여서 처음엔 좀 놀랐으나, 구린 구석이야 있든 말든 우선은 "감사합니다"하고 받아 요긴하게 써야 할 절박한 상황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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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케로히얄의 변(辯) 1판타지 속의 판타지 1 : 카파마리올 (판타지) 2024. 2. 6. 15:00
아주 먼 옛날 쿠메이린은 인간의 별이었다. 5차 대전(大戰)을 끝으로 나라들은 통합되었고, 자멸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전쟁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지. 신의 은총을 기반으로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는 "단일 영성(靈性) 공화국"이 탄생한 것이야.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고 대립과 갈등 반목이 여지없이 찾아왔어. 영성 공화국을 표방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물질문명의 끝없는 발전과 확장만이 이상적 복지 사회 건립의 기틀이라 맹신하는 측과, 영적 성장과의 균형을 도외시한 무분별한 과학 기술 지상주의를 경계하고 비판하는 측으로, 지도자 그룹이 분열하여 팽팽한 긴장의 평행선 위를 달리게 되었던 거지. 후자는 전자의 과격한 노선과 -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 맹렬한 행동 양상에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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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악몽 트랩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4. 2. 4. 15:37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7) 꿈에서 다른 드림바디 걱정하는 것이 가장 쓸데없는 짓이니라. 그들은 꿈주의 상념 피조물일 뿐이라 그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창조되거나, 다른 꿈계로부터 유입될 수 있단다. 이렇듯 여유롭게 생각하는 것도 자각하는 자만의 특권이며, 악몽을 실재라고 굳게 믿는 순간 온갖 공포와 비극은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쓰나미처럼 밀어닥치게 된다. 쓰나미까지는 모르겠고, 당장 저놈의 무기가 밀어닥칠 것 같습니다. 문을 부수려는 의지가 충만해 있군요. 잘 보았다. 놈이 문을 파괴하면, "널 빠뜨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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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천국을 거니는 고독 4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4. 1. 28. 17:11
(13) 밤이면 맞이하여 선비의 시름 다소곳이 듣는 조강지처는 그의 물오른 시름이 안쓰러워 속으로 흐느끼며 여위어갑니다. 훤한 분단장(粉丹粧)이 미처 가리지 못한 검버섯을 보일까 조바심 내며 그녀는 종종걸음, 상스러운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 선비의 뒤를 쫓습니다. 그가 서면 저도 서고 그가 가면 저도 가고.. 겉으론 웃기만 하는 조강지처. 그녀의 아쉬운 마음이 그리움의 살을 찌웁니다. 선비의 난처한 눈길에도 수줍어 고개 숙이는 안타까움이, 고개를 넘어가는 봇짐에 얹혀 숨소리 죽여가며 자꾸만 따라옵니다. 첩(妾)의 마을은 점점 밝아오는데.. - 달 1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면흐리지 않는 날엔 달이 내려와 한마디 건네더라고요 나까지 초대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네요 흠 달은 달이 사랑하는 사람들로 언제나 만원(滿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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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손절 1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4. 1. 22. 12:09
누나! 나, 왔어. 유리문을 밀고, 지수는 자기 집 안방처럼 익숙해진 (화숙이 누나를 품고 있는) 사창가 속 그곳으로 들어섰다. 어, 화숙이 애인 오셨어? 쥐구멍에 생쥐 드나들 듯 참 뻔질나게도 온다. 따로 살림을 차려 주던가 해야지 원.. 늙수그레한 왕언니들 중 한 명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실없는 농을 던진다. 누난 어디 갔어요? 안 보이네? 얘는.. 걔가 어디, 죽치고 앉아 꼬맹이나 기다릴 만큼 한가한 애니? 오늘 화숙이 년, 사타구니에 불 좀 날걸? 비쩍 말라 볼품없는 것이 좆대들은 또 어떻게나 잘 삶아놓는지 말이야. 글쎄 일단 그년 X맛을 본 껄떡이들은 죽으나 사나 고년만 찾는다니깐! 화숙이 단골들이 오늘 좀 몰렸걸랑? 한참 기다려야 할 텐데..? 괜찮아요. 기다리죠, 뭐.. 근데, 지수 너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