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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손절 1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4. 1. 22. 12:09
누나! 나, 왔어.
유리문을 밀고, 지수는 자기 집 안방처럼 익숙해진 (화숙이 누나를 품고 있는) 사창가 속 그곳으로 들어섰다.
어, 화숙이 애인 오셨어?
쥐구멍에 생쥐 드나들 듯 참 뻔질나게도 온다. 따로 살림을 차려 주던가 해야지 원..
늙수그레한 왕언니들 중 한 명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실없는 농을 던진다.
누난 어디 갔어요? 안 보이네?
얘는..
걔가 어디, 죽치고 앉아 꼬맹이나 기다릴 만큼 한가한 애니? 오늘 화숙이 년, 사타구니에 불 좀 날걸?
비쩍 말라 볼품없는 것이 좆대들은 또 어떻게나 잘 삶아놓는지 말이야.
글쎄 일단 그년 X맛을 본 껄떡이들은 죽으나 사나 고년만 찾는다니깐!
화숙이 단골들이 오늘 좀 몰렸걸랑? 한참 기다려야 할 텐데..?
괜찮아요. 기다리죠, 뭐..
근데, 지수 너두 화숙이 X맛을 그리 못 잊겠던?
그 애 엉덩이에 찰싹 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하니..
..................?
하여간 걔는 재주도 좋아. 벌써 호구 잡힌 물주가 몇 놈이야?!
야, 미자야! 고년 좋다고 탈탈 털어 갖다 바치는 X지들 꽤 되지? 몇 마리더라..?
저 꼬맹이까지 쳐서 서넛은 될걸?!
근데 그게 뭔 소용? 그렇게 기껏 모아 봤자 그년 둥기들 아가리로 절반은 들어가는데..
그야 기둥서방 한 마리 더 달고 사는 고년 잘못이지 누굴 탓해? 아무리 남자에 환장을 해도 그렇지지년한테 도움도 안 되는 인간을 저리 품고 있으니, "딴엔 공식 둥기"인 달수가 눈 뒤집어질 만하지.
두 놈이 한바탕 씨게 붙은 게 언제더라..
얼마 안 됐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잖여?좌우당간 그 가방끈 긴 아자씨도 대단해. 목숨이 두 개 붙은 것도 아니고
그 난리를 당하고도 이 깡패 소굴을 당당하게 드나드니 말이야.
먹물 꼰대치고는 몸이 날래고 다부지긴 하데?싸움깨나 한다고 거들먹거리는 모양인데 저러다 조만간 밤길에 칼빵 맞기 십상이지.
달수 걔도 아직은 꼬붕 중에 꼬붕이라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참는 게 눈에 보이더라. 그 괄괄한 성질에도 말이지.그때 이후로 둘이는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 하는 눈치긴 하다만
언제 또 사달이 날까 싶어 옆에서 보는 우리가 다 쫄린다니까!?
누굴 원망하겠어? 따질 것도 없이 이게 전부 화숙이 고년 때문이지 뭐.그러게 이짓거리 하면서 쓰잘데기 없이 정은 왜 주고 애인은 왜 만든다니?
그년이 워낙에 아래 위도 없는 독한 년이라 주변이 휑하고 아무도 없어서 그런가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긴 하더라고.
하이고, 똥 싸는 소리..막말로다 여기 발목 잡혀서 X 파는 년들 중에 안 외로운 년 있나?
고달픈 인생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그냥 그러려니 내색 않고 지내는 게 장땡이지.
어린 게 뭘 알겠어? 우리 나이는 돼 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겠지.
나이는 어려도 산전수전 다 겪은 년이다. 그러니 저렇게 나대지. 포주 엄마도 이뻐라 하고.좌우간 헛똑똑이라니까.
당하면서 살아도 싸지 싸.
믿고 까부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저러다 선 쎄게 넘으면 엄마도 가만있지만은 않을걸?
순진한 지수의 심기를 불편케 하거나 몹시 불쾌하게 만들어 완전히 발을 끊게 하려는 속셈으로화숙이 - 이때다 싶은 그녀들이 신나게 자신을 씹어댈 걸 감수하고 - 그와 마주치게 될 언니들한테 미리 부탁한 것도 있지만, 그녀에 대한 평소 감정도 섞어가면서 원색적인 대사를 술술 뱉어내는 창녀들의 대화에는
능청스러운 연기 이상의 솔직함이 뒷담화의 날 선 즐거움과 함께 배어 있었다.
한편 이러한 그녀들의 노력(?)에도 지수는 전혀 기죽지 않고 의연한 태도를 견지하며,
이제는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 "그녀의 방"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얘!화숙이 영업 중이라니깐!?
누나 방 앞에서 기다리려구요..
정말 못 말리는 녀석이네.
뭐 우린 할 만큼 했으니까 지금부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화숙이 년이 알아서 할 테지..
방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는 그였다.
어쿠! 그래 거기..
그렇지 잘한다. 더 세게!! 아욱!
죽이는데..?
화숙의 다분히 계산적인 신음소리와 흥분한 사내의 굵직한 음성이 뒤섞여, 가느다란 문틈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화숙아, 장화 꼭 끼워야 되겄냐?
오늘만 그냥 하면 안 될까나?
별..
처녀귀신 보X 쑤시는 소리 하고 자빠졌다.자기, X 끝에 고름꽃 피우고 싶어 환장했어?!
괜찮아, 까짓 거!
사랑하는 자기랑 화끈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깟..
지랄..됐네요, 됐어. 내가 옮을까 봐 겁나서 죽어도 그리는 못 하겠거든!?
나 깨끗하다니까 그러네?
헛소리 집어치우고 어서 대기나 해!!
이런 고집하고는..
에라 모르겠다! 자아, 끼우든가 말든가..
그렇게 자꾸 구시렁댈 거면 자기가 직접 해! 입으로 끼워 주면 영광인 줄 알아야지..
야 야, 나 기분 꿀꿀해지기 일보직전이니깐 닥치고 벌리기나 하라고!
드러운 갈보 성질, 지가 먼저 건드려 놓고선..
세상에 가장 왕주접이 뭔지 알아?
흘레붙는 암컷과 수컷의 살집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지수의 귀를 때렸다.
후우 후우..
뭔데? 으으...
돈 내고 창녀랑 이 짓 하면서 입술 박치기 하자고 조르는 놈이, 2위.. 아흐흥..!
1위는?? 끄으윽..
아이, 살살 좀 해..
1위는, 누구처럼
장화 벗고 하자며 덤비는 껄떡이들.. 아아 하아..그러니 챙피한 줄 알고.. 앞으론 왕주접 그..만 싸..셔어...!! 하으....
뭐야?!
듣자 듣자 하니깐 못하는 말이 없어! 에잇!!
떡 치는 소리가 점점 드세질수록 이에 맞춰 그녀의 신음도 비명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고조되어 갔다.그러나 진정한 환희에 사무쳐 자연스럽게 절정으로 치닫는다기보단 어디까지나 손님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계산된 연기를 열심히 하는 (작위적인 게 티가 나는) 가짜 오르가슴이었다.
손님의 쾌감을 북돋아 빨리 끝나게 하려는 의도로 직업여성들이 흔히 구사하는 기교 중 하나인데,
이번 화숙이의 경우 또 하나의 의도가 덧붙여졌으니, 방 가까이 지수가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눈치챈 그녀가
그에게 환멸을 주입하기 위해 평상시보다 과장된 낯 뜨거운 시도를 불사하는 중이었다.
화숙의 노골적인 영업 행위에 익숙해져서 웬만한 남녀상열지사엔 무뎌질 대로 무뎌진 지수를 위한,
맞춤형 충격요법이라 할까.
아악!! 아야야, 아프단 말이야!
자기 삐졌구나. 대장부가 고깟 일로 삐치긴..
내가 잘해 줄게. 알았으니까 화 풀고
이젠 자기가 누워 봐..
지수하고 이야기 나눌 때와는 사뭇 다른 간드러진 톤으로 먹잇감을 구워삶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입에서 튀어나오는 내용이야 어떻든 그녀의 음성이라는 것에 우선 반가움이 앞서는 지수인지라 보통의 처방으로는 떼어내기가 만만치 않으리란 걸 화숙은 충분히 염두에 두고 일부러 목청을 높여 프로(?)의 저력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중이었다.
그러나 혐오와 환멸이 생기기는커녕 - 그렇다고 질투나 애증과 같은 복잡미묘한 감정에 시달리지도 않고 - 반은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누나의 사랑스럽(?)기만 한 목소리를 집중해서 "보고" 있던 그에게드디어 "본(本)게임의 장"이 열리면서, 이때부터 무지막지한 반칙의 마수가
두 사람이 곧 올라가 대치하게 될 링 위에 과격한 공격성을 풀어놓기 시작하였다.
화숙이 누나,
언제나 무채색의 세계 속에서 우중충하게 지내던 나에게, 누나와 "누나의 공간"은갓 잡아 올린 잉어처럼 팔딱거리는 (화려하고 선명한) 무지갯빛 생동감 자체였습니다.
때와 얼룩으로 뻣뻣해진 "삶의 천자락" 위에서 정열적인 춤을 추듯 유연하게 뛰어다니는 발랄함은,고단하나 단조로운 "누나의 일상" 그 권태와 타성마저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만들더군요.
누나의 인생은 한 편의 연극입니다.
선아리 베가스에서 나는, 누나의 진지한 퍼포먼스를 보았습니다. 영혼으로 연기하는 "누나의 생명"은연출자의 의도 이상을 항상 발산합니다.
그것은 끊이지 않는 잔잔한 유머와도 같아서 나로 하여금 편안한 휴식 같은 즐거움을 무한히 느끼게 합니다.
누나의 연기가 무르익을수록 나의 무채색 공간은 밝아진답니다.
누나의 벗은 몸을 만지려고 찾아오는 남자들에게서 향긋한 지폐 냄새가 난다, 하셨죠.
물론 나한테서도 누나가 좋아하는 그 냄새가 나기 때문에 나를 만나 주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그딴 거 상관 안 해요.
내가 누나의 젖을 빨면서 "잃어버린 희망"을 추억하듯이, 누나가 쓰다듬는 돈다발들도 누나에겐 희망일 테니까요.
누나의 가난은 때깔이 참 곱네요. 기름진 가난을 즐기는 누나가 정말이지 아름답게 보여요.(그게 아니라면 죄송해요. 가난을 체험하지 못 한 어린놈이 - 누나로선 지긋지긋할 - 가난을 허락 없이 미화해서..)
누나의 방은 초라하지만 아늑한 좁은 무대.
침범하는 남자 관객들로 매회 가득 차는 소극장.
음탕한 관객의 군침 삼키는 소리에 구색을 맞춰 주는 누나의 낄낄거림은,(욕망이 날리는) 검은 무대를 비추는 희미한 조명 같아요.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 소리까지 사랑합니다, 누나..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누나의 연극에 단역으로나마 출연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
누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1993. 11. 13
지수 드림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하느라 방심하고 있던 지수가 화들짝 놀라 소스라칠 수밖에 없는 일이 갑자기 발생하였다.방 문이 벌컥 열리고, 바로 조금 전까지 화숙과 그 짓을 열심히 했으리라 추정되는 (건장하나 땅딸막한) 젊은 사내가 잽싸게 튀어나와, 억센 손으로 - 엉덩방아를 찧은 - 그의 뒷덜미를 잡아챈 것이다.
급하게 나오느라 웃통은 깐 채 바지만 대충 걸친 상태였다.
지수는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이삼 미터나 질질 끌려가 마당에 팽개쳐져야 했다.
너 이 새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기어들어 와?!쥐새끼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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