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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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마음의 반작용..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2. 1. 15:34
놀고 있네.. 누군데 초면에 무례한 댓글을..? 그렇게 스스로를 미화하고 나면 마음이 좀 편해지나요? 보잘것없는 글 솜씨로 예쁘게도 치장해 놓았네요. 쯧쯧.. 아픈 데를 후비고 있군. 당신 나 알아? 왜 정곡을 찔릴 것 같아 겁나나요?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댁이 연서 자격도 없는 편지들을 보낸 건 "그놈의 사랑" 때문이 아니야. 순전히 삶이 권태로워서 미칠 듯이 심심해서였겠지. 시간을 죽이려고 졸업 앨범을 들척이다 그녀에게 꽂힌 것까진 인정. 가슴이 마구 뛰고 설렌다고 누가 사랑이래? 댁의 주특기를 발휘하여 애달픔의 유희를 기획할 생각에 일종의 정서적 오르가즘이 느껴졌던 거겠지. 철저히 댁만의 방식으로 감상적 공상을 현실에 옮기려 한 거야. 그렇다고 현실로 옮긴다는 게 흔한 연애 감정의 구체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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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현실 인정, 쓸쓸한 포기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30. 03:39
그리운 경미.. 내겐 지금 그리움이란 감정이 절실한가 봐. 그리움의 대상이 누구든 무엇이든 그런 건 부차적 문제인지도 모르겠어. 신을 절실히 그리워하면 독실한 신자가 되겠지. 자연을 사랑하여 이상향을 꿈꾸면 투철한 환경 운동가가 되겠지. 난 무엇이 되고자 그리워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또, 그리움의 끝에 무엇이 되어 있는 것도 원하지는 않는 것 같아. 그냥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고 싶어. 아니, 그렇게 살도록 운명 지어진 것 같기도 해. 그리워서 보고파서 용기 내어 다가가는 것까진, 아마 누구나 그러하듯, 나 역시 마찬가지일 거야. 그러나 그리움의 대상을 획득(?)한 이후부터 그 "누구나"들과 나의 차이가 존재하면 어쩌지? 상대도 날 마음에 들어하도록, 날 연모하도록 좋은 모습 보여 주며 열심히 노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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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다시 만만한 추억으로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28. 00:37
경미야, 아직도 생생한 "너와 관련된 기억"이 있어. 잘 정리된 앨범과 같은 가지런한 추억이 있어. 그 속에서 하늘거리는, 잊을 수 없는 네가 있어.. 사실, 난 너와 얼마든 가깝게 지낼 수 있었어.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공통분모 하나로도 굉장한 인연인 셈이니 그만큼 여건은 충분하였지. 먼발치에서 혹은 가까운 곳에서 널 바라볼 수 있었으니까. 또 어떤 때는 정면으로 마주쳐 시선을 부딪치기도 하였으니까.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만한 첫인상이었어. 발랄한 귀여움이 묻어나는 제법 예쁘장한 외모가 다는 아니었어. 십 대의 평범한 여고생임에도 난 네게 상큼한 여인을 느꼈어. 착각이었을까.. 청초한 우아함이 문득 비추일 때엔 그 아리따운 의외성에 눈을 비벼야만 했어. 그리고 너와 얘기 나눌 기회만 엿보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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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다 안다고 외치는 무지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26. 03:22
경미, 그간 잘 지냈어? 만개한 벚꽃이 천지에 흩어져 있는, 4월의 오후가 따스하구나. 우리 학교는 이제 중간고사 기간으로 접어들었어. 그쪽도 그래? 다름이 아니고, 또 한 번 염치없는 실례를 무릅쓰고자 이렇게 펜을 들었다. 5월 6일 오후 7시 전후로 우리 학교 정문에서 봤으면 좋겠어. 별 다른 뜻은 없고 그저 얘기나 좀 나누고 싶어서.. 갑작스러운 편지 공세에 그동안 많이 당황스러웠지? 이제 와 곰곰 생각해 보니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하는 자책감이 들더라. 이 점 사과도 할 겸 얼굴 한 번 보고 싶구나. 첨이자 마지막으로 여길 테니 내 소원 들어주겠니? 그렇다고 절대 부담은 갖지 마. 바빠 시간이 없어서 혹은 다른 약속이 있어 못 나오거나, 그냥 나오기 싫어서 안 나와도 난 괜찮아. 괜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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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현실 부정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12. 00:40
To SJ 딱딱한 사랑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사랑을 해보고픈 계절. 한 없이 계속될 것만 같던 추운 겨울도 서서히 물러나고 한낮엔 제법 봄내음이 피어올라요. 세상 모든 것을 까맣게 물들인 이 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옛 친구를 그리며 조심스러운 얘기를 꺼내는 자그마한 계집아이의 기분으로 펜을 들어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안녕? 정성껏 쓴 편지들은 잘 받아 보았어요. 항상 그쪽에게 받기만 하다 막상 보내는 입장이 되니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에 대해 무척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서 우선 간단히 제 얘기를 해볼게요. 저는 현재 XX전문대 JJ과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원래는 올 2월 졸업인데 학점 미달로 1년 과정 더 듣고 내년에 졸업하게 됐어요. JJ과. 과 이름답게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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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바보..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6. 20:00
난 그간 과거의 기억 속에 깊이 침잠해 있었던 것 같다. 추억의 향기가 전신에 흠뻑 배도록 말이야. 그 기억들은 지금 돌이켜봐도 아름다운 건 분명해. 고통들이 드문드문 양념처럼 묻어 있는 일상사도, 세월이 지나면 애타게 아름다운 그리움일 뿐. 그러니 당시의 한 부분을 장식한 너 또한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 될 수 없는 법. 그러나 이것은 너에 대한 모독. 실체가 아닌, 추억 속에 아른거리는 허상을 맹목적으로 그리워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래 난, 네가 아닌 "널 향한 그리움"을 쫓았는지 몰라. 따져보면, 기억 속의 그때에도 내가 널 직접 대면한 적은 없었고 오가며 어쩌다 스쳐 마주친 것이 전부였는데.. 수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작위적으로 널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공허한 일인 것도 같다. 연서라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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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해피 데이트? 자격 미달!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4. 16:01
"그쪽이 편지에 쓴 대로 집에 쳐들어올까 봐 내가 먼저 전화한 거야." 여기서 난 너에 대한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우선 첫째, 순진함. 아무려면 쳐들어가기까지야 하겠니. (그래 널 찾아 네가 사는 동네를 헤맨 건 인정. 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야.) 애초에 그럴 용기도 없어 난. 초인종 누를 용기가 안 생겨 돌아선 나잖아. 그런데 경미 넌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모양이지? 사뭇 떨리는 듯한 음성으로 "쳐들어올까봐"를 유독 강조하던 널 떠올리면 난 지금도 자꾸 웃음이 나와. 혹시 얼마 전 이런 악몽에 시달린 건 아니니? 복면을 쓰고 손엔 흉기를 든 내가 네 방 안까지 쳐들어와 "왜 약속 안 지켰어? 너 죽고 나 죽자 앙!"하며 달려드는.. 그리고 둘째, 나를 위한 배려. 널 만나려는 일념으로 하염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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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귀자는 건지..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2. 11:42
경미야, 네 자학(?)성 조크에 내가 너무 진지하게 맞장구친 건 아닌가 모르겠다.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덤벼든 꼴이니.. 지난번 편지 내용 중 "죽은 너"란 표현이 혹시 거슬렸다면 사과 하마. 내가 누차 강조했듯 그건 "지난날의 너", 이젠 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의 너를 의미함이었다. 물리적인 죽음이 아니라, 내 상념 속에서 너에 대한 부정성이 사라졌음을 일컫는 말이었어. 그러니 혹여 기분 나빴더라도 오해 풀려무나. 잔뜩 힘 들어간 어설픈 문학적 수사였음을 경미 네가 너그러이 양해해준다 하여도 어쨌든, 과거의 널 멋대로 추정한 것도 모자라 입에 올리기도 뭐한 "죽음"이란 단어까지 거론한 점은 좀 과했던 것 같아.. 미안해. 널 처음 본 고교 1학년 시절 그때의 네가 변함없이 그대로 소환되었다 해도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