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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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탈출 환상곡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29. 01:55
UH-1 한 대가 연병장 한복판에 희뿌연 돌풍을 일으키며, 화약 내음 가득 찬 공중으로 막 솟아오르고 있다. 방향 감각 상실한 유탄들이 광녀의 치맛자락처럼 펄럭이며, 전일병의 첨이자 마지막 사랑 고백을 끝끝내 질식사시킨다. 바람을 베어내는 그것들의 예리한 몸부림이 두 남녀를 비극의 절정으로 닦아세운다. 그는 등에서 가슴으로 한결을 옮겨 안았다. 꽉 잡아요! 다 왔습니다!! 슈베르트 가곡 "마왕"의 한 장면이 재현되는 듯하다. 질풍처럼 쫓아오는 악마로부터 어린 아들을 지키려 애쓰는 (말 탄) 아버지인 양, 전일병은 허리를 최대한 굽히고 재게 놀리는 지친 다리에 더욱 채찍을 가한다. 그녀의 뜨거운 입김이 그의 목 언저리에 끊임없이 와 닿는다.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가 바람에 날리며 그의 얼굴을 처량하게 간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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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탈출의 서곡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26. 20:55
사전 정보 교환이 있었음에도 오폭까지 제어할 순 없었네. 두 개가 그리로 떨어졌어... 흥! 오폭인지 아닌지 알게 뭐람.. 그래서 다 죽었답니까? 송하사, 박병장 포함해서 다섯 명만 겨우... 이 중 송하사는 아무래도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저기.. 나지수는요! 송하사 곁에 붙어 있었을 텐데.. 나일병, 전일병하고 동기지? 걱정하지 말게. 상체에 골절 징후가 있고 이곳저곳 가벼운 파편상을 입긴 했으나, 치명적인 중상은 아니야. 나지수 그 고문관도 억세게 운 좋은 놈이여. 그나저나 애인이 그 지경이 되어 어쩐다..? 김하사! 이 판국에 그런 농담이 나오나?! 동료 분대장의 불행에 슬퍼하진 못할망정... 으깨진 어둠을 헤치고 무전병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소대장님, 십여 분쯤 뒤면 UH-1 두 기씩 20분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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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꿈계의 월남전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23. 23:34
음.. 망각이 삼켜버릴지라도, 하여간 여긴 네 아버지가 어떤 형태로든 등장하고 있으니까, 네 아버지의 꿈속이기도 하다? 고로, 상대성 논리에 입각하여, 네 아버지 꿈 속 인물들 중 하나인 이 녀석도 네 아버지의 상념 투영물이 되는 것이니, 내가 이놈한테로 스며들었다 한들 하등 이상할 건덕지는 없다?? 너.. 알고는 있냐? 이런 걸 두고 궤변이라 하는 거다! 으휴! 기껏 설명하면 딴지나 거는 네놈을, 뭐가 이쁘다고 근원우주께선 이토록 챙기시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 나지수란 맹랑한 녀석 말이야.. 발현 여부를 떠나, 동성애 기질이 의식 저변에 잠재되어 있는 것만은 확실하지 않겠어? 그러니 요렇듯 야리꾸리함이 철철 넘쳐나는 꿈을 즐기는 걸 테지. 황당하긴 해도 그 정돈 이해가 간다 이거야. 그러나 월남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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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투 개시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10. 02:25
어깨 길이에서 끝이 살짝 말려 귀엽게 단정하던 퍼머넌트 머리가 지금은 되는 대로 헝클어져 봉두난발과 다름없게 되었으나, 그것이 한결의 청아한 미모를 (털끝이라도) 건드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여러분, 많이 아프시겠지만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머잖아 무사히 안전하게 후송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이곳은 적과의 대치가 첨예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이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일이 왕왕 발생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 용맹한 해병대원들이 확실하게 격퇴한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불상사로 인해 끝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중도에서 끊어져 유감입니다만, 오늘 공연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고 우리로선 영원히 잊지 못할 밤이었습니다. 이런 말씀드릴 자격은 안 되지만, 참전 용사들을 대표하여 여러분의 용감한 방문과 (기쁨을 주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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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만남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6. 21:29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상준 형은 무사할까.. 형이 보고 싶다. 형, 그간 고마웠어. 나 먼저 갈게.. 먼저 죽었으면 부디 날 찾아줘. 형이 마중 나와준다면 안심하고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상준 형! 너무 무서워...' 아빠, 일이 틀어져 죄송해요. 월맹군의 기습으로 소닉 홀이 와해되었어요. 하지만 염려는 마세요. 드림홀 태동의 기미가 하나 더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소영아, 빨리 무슨 수를 써야겠다. 이 자도 곧 총에 맞아 죽는 운명인가 봐! 무엇에 홀린 듯, 모든 것을 체념하고 질끈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을 때, 나는 내 머리맡을 점거하고 내려다보는 베트콩 소녀의 무표정한 시선과 뜨겁게 충돌하여야 했다. 순간 그녀의 무표정은 급속하게 독기로 일그러졌고, 거웃이 드문드문 돋아나 있는 음부에서 뜨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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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체 침투조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3. 15:10
'이런! 한결 생각을 미처 못 했군. 내가 구하러 갈께요. 아무쪼록 살아만 있어주오...!' 야! 포기하지 말고 지키자던 놈이 어딜 가는 거야?!! 전일병!! 전일병!!! 땅거미가 확연하게 깔린 저 앞 어느 지점에서, 월맹군 혹은 베트콩이 건드렸을 크레모아가 대기(大氣)를 갈가리 난도질하며 비산(飛散)하였고, 더불어 저지선 부근까지 할퀸 후폭풍의 성가신 위력은, 정병장의 절규에 가까운 고함을 매몰차게 묻어버렸다. 엄폐호를 뛰쳐나온 전일병이 가파른 오르막을 거슬러 십여 미터 가량이나 줄달음쳤을까. 적의 바추카포가 벙커를 날렸고, 흙덩이들과 함께 덮친 둔탁한 무엇인가가 등에 정통으로 부딪쳐, 그는 고꾸라지면서 비탈을 두어 바퀴 굴러야 했다. 뒤 이어 데굴데굴 구르다가 - 자빠진 그의 옆구리에 닿아 - 멈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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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결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0. 31. 11:37
전장(戰場)에 찌든 장병들이 작심하고 - 스트레스를 싸서 - 게워낸 웃음소리가, 맛 간 스피커의 잡음과 섞여, 인기 코미디언의 (포복절도하기엔 다소 지겨운) "우려먹기 개그"에 참신한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었다. 키득키득.. 권상병 님, 무작정 올라가면 빤쮸헌테 미안하대요. 존나리 웃기지 않습니까? 낄낄.. 조또! 자꾸 불 난 집에 부채질할래? 니미, 배삼영의 개다리춤도 못 보고.. 에이, 엿같네 진짜.. 퉤!! 하이고, 1절만 하세요. 전들 속상하지 않겠습니까? 하추나 왕팬이면 뭐하냐고요. 코빼기도 볼 수 없으니.. 똥꼬 치마 입고 왔다 갔다 하던 무용수들은 또 어떻구요. 아직도 삼삼하니 눈앞에 아른거려 아랫도리가 뻑지근하다니깐요? 짜증내고 불평해봤자 제 속만 쓰릴 뿐, 엎질러진 물 다시 주워 담을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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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위문 공연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0. 27. 18:13
연병장을 가로지르며 베니어합판을 운반하던 전일병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후 다섯 시가 넘어서는데도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는 식을 생각을 않는다. 뜨거운 햇빛의 줄기들이 그의 벗은 어깨와 허리를 게걸스럽게 공략하여, 탄탄한 상체를 과하게 그을려 놓았다. 가설(假設) 무대 아래 장병들이 퍼질러 앉을 위치에다가, 예하 부대명(名)이 적힌 팻말들을 박아넣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며 해머를 휘두르던 김하사가 숨도 돌릴 겸 그를 보고 누런 이를 드러내어 한 마디 던진다. 전일병, 힘들지? 그것만 나르고 내무반 들어가 잠깐 쉬도록 해. 공연 끝날 때까지 말뚝 근무 서려면 장난 아니게 피곤할 거야. 일병 전상준. 아닙니다, 힘들지 않습니다. 씨발, 왜 하필 땅개 사령부들 다 놔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