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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 탈출의 서곡
    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26. 20:55

     

     

     

     

     

     

     

     

     

     

    사전 정보 교환이 있었음에도 오폭까지 제어할 순 없었네.

    두 개가 그리로 떨어졌어...

     

     


    흥! 오폭인지 아닌지 알게 뭐람..

    그래서 다 죽었답니까?

     

     


    송하사, 박병장 포함해서 다섯 명만 겨우...

    이 중 송하사는 아무래도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저기..

    나지수는요! 송하사 곁에 붙어 있었을 텐데..

     

     


    나일병, 전일병하고 동기지?
    걱정하지 말게.

    상체에 골절 징후가 있고 이곳저곳 가벼운 파편상을 입긴 했으나, 치명적인 중상은 아니야.

     

     


    나지수 그 고문관도 억세게 운 좋은 놈이여.

    그나저나 애인이 그 지경이 되어 어쩐다..?

     

     


    김하사! 이 판국에 그런 농담이 나오나?! 동료 분대장의 불행에 슬퍼하진 못할망정...

     

     

     

     

     

     


    으깨진 어둠을 헤치고 무전병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소대장님,

    십여 분쯤 뒤면 UH-1 두 기씩 20분 간격으로 연병장에 착륙한답니다.

     

     


    뭐야?

    시누크는 엇다 팔아먹고 고작 잠자리 네 대란 말인가!?

     

     


    미군 애들 전언에 따르면,

    다른 작전에 투입된 관계로 당장 시누크 헬기 지원은 불가하답니다.

     

     

      
    이런 제길!

    놈들이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한가롭게 왔다리갔다리 할 새가 어딨담..


    코브라 정도는 같이 와서 엄호해 주겠지..?

     

     


    그게 저..

    달랑 수송용으로만 네 대랍니다.

     

     


    시발, 갈수록 태산이군.


    연병장 정리는 다 되어가나? 부상자하고 시체들 수습은?

    어떤가, 마무리는 잘 되고 있지?

     

     


    네, F부대 병력도 방금 도착해서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입니다.

     

     


    뭐가 그리 굼떠! 빨리빨리 서두르라 그래!

     

     


    소대장님, 우리가 이멩쿠로 될 지경이면 적들은 안 봐도 뻔하잖습니까.
    다시 쳐들어온다니요?

    새끼들 개박살난 거 아니랍디여?

     

     


      .............

     

     


    아, 그렇지..

    소대장님, 중대장님께서도 찾으십니다.

     

     


    그래?


    난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다.

    수고스럽겠지만, 너희 둘 중 몸 상태 괜찮은 사람이 벙커로 들어가서

    헬기 곧 도착 예정이니 준비들 하시라고 전달하도록.

     

     


    어째  나가 묻는 말엔 답변도 않고 그냥 가쌌소!? 소대장님, 소대장님!!


    햐아, 저 양반..

    저 다리 해 갖고 사라지는 속도 좀 봐야. 군기의 표상이라니께.


    껄쩍지근한 것이 암만해도 또 뭔 일 나게 생겨부렀어..


    어라?

    전일병 넌 어디 가는겨?

    옴마, 비루먹은 나귀 새끼 모냥 비틀거리는 놈이 뭘 하겠다고..

     

     


    걱정 마십쇼. 잘할 수 있습니다.

    한결은 제가 직접 구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인마, 드가더라도 총은 찾아 갖고 드가랑께!? 총 잃어버림 쇠고랑이여!


    이거야 원..

    분대장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구먼. 잠잠해지면 언제 날 잡아 군기 좀 잡아야 쓰갔어.

     

     

     

     

     

     

     

     


    연예인들이 벙커 밖으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오는 그들은

    여전히 겁에 질려 반쯤 얼이 빠진 채 몸을 떨고 있었다.


    들것에 실려 연병장으로 옮겨지고 있는 동료 부상자들을 근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귀에 - 폐허를 마구 두드리는 - 경쾌한 프로펠러 음이 빠짐없이 들어찬다.


    귀환의 임박을 알리는 감격의 소리가

    두려움의 심장박동들을 기쁨의 콩닥거림으로 바꾸어 증폭시킨다.

     

     


    전일병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그녀가 나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거의 안기다시피 선배 여가수의 부축에 의지하여,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여린 그녀가 드디어 나타난다.

    이때,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회오리가 그의 몸을 감고 돌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다가가는 F부대 위생병을 밀치고 전일병은 지체 없이 그녀를 업었다.

     

     

     


    이분은 제가 안전하게 모실 테니 상병님은 김춘자 씨를 좀..

    그분도 거의 탈진 상태일 겁니다.

     

     

     


    부상병 응급처치를 하다 이쪽으로 급히 소환되었는지 위생병은 마스크와 가운을 착용하고 있었다.


    흙투성이에 눈빛만 예사롭지 않은 전일병의 난데없는 "가로채기"와 주제넘는 지시는

    그를 꽤나 당혹게 하고 나아가 불쾌감마저 느끼게 하였으나,

    해병대원의 범접 못할 카리스마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인지라,

    그의 행동은 어느새 - 다친 자존심과는 별도로 - 전일병의 말을 순순히 따르고 있었다.

     

     

     

     

     

     


    폭격의 후유증에 시달리며 붉게 울부짖는 (진지 부근의) 산과 평야를 잠시 서서 둘러본다.
    그녀의 가느다란 두 팔이 - 땀과 먼지로 얼룩져 번들거리는 - 내 목에 단단히 감겨 있음을

    실감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잘하고 있어요, 한결 씨.
    아프더라도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돌아갈 시간 다 되어갑니다..

     

     

     

     


    넝마나 다름없는 국방색 러닝 셔츠가 - 물을 끼얹은 듯한 땀으로 - 들러붙은 어깨에,

    그녀의 뜨거운 볼이 느껴진다.

    그녀의 입에선 신음처럼 "무서워요, 무서워요.."가 새어 나오고 있다.


    M-16 총신을 움켜쥔 한 손에 더욱 힘을 주고

    그는 되도록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당신의 몸이 이렇게나 가벼운 줄은 몰랐습니다.

    마치 어린 여자아이를 업은 것 같군요.

     


    난  이 순간 더없이 행복합니다.


    참 이상하지요.

    우리의 몸을 뚫고 지나갈 총탄들이 - 불 앞에 모여드는 날벌레들처럼 -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절박한 긴장으로 규격화된) 공간을 거닐고 있는데도, 편안함이..
    그래요, 너무 편안해서 졸리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당신을 만나려고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건 아닐까요.
    당신과 나는, 이렇게 밖에 만날 수 없는 운명 아닐까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이렇게 밖에 만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는, 운명이여!

    정말 감사합니다.

     


    내 등에 업혀 내 어깨에 이마를 비비는 당신,

    지금의 아픈 당신에게, 난

    한낱 건장한 군인 아저씨에 불과하겠지요.


    지옥 같은 이곳에서 탈출하고픈 마음만 간절하겠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당신과의 황홀한 밀착,

    당신이 나를 껴안고 있는 이 벅찬 순간은,

    하느님이 - 전쟁터 한가운데 떨구어진 - 나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

     


    당신과 함께 하는 이 짧디 짧은 시간은,

    내 생애의 가장 빛나는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훗날 당신의 회상 속에 진저리 쳐지는 기억으로 자리할 오늘이

    그래서 나에겐 너무도 소중합니다.
    그래서,

    죽음의 공포가 당신을 빈사 직전으로 몰고 가는 (피 냄새 진동하는) 이 소동이야말로,

    내가 살아있음을 의미하는 유일한 사건입니다.

     


    내가 왜 이렇듯 천천히 걷는지, 이제야 알 것 같나요?


    예, 맞습니다.

    당신과 함께 나누는 시간, 결코 두 번 오지 않을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고 싶어서에요.


    이러는 내가  정녕 잔인한 사람입니까....'

     

     

     

     


    살려 주.. 세요...

    무서워요.. 무서워.....

     

     


    한결 씨, 저도 무섭습니다.

    당신과 영원히 헤어질까 봐...

     

     

     

     

     

     

     

     

     


    들릴 적마다 신선한(?) 소름이 오싹 돋는 (지겨울 때도 되었건만..) 귀신의 휘파람 소리가,

    빠르게 달려와 갑자기 멀어지는 경주용 자동차 엔진음처럼,

    고열과 가위눌림에 시달리던 나를 할퀴고 지나간다.


    그 서슬 퍼런 비웃음이 "골을 쥐어짜는 폭음"을 메다꽂기도 전에,

    뒤척이던 몸뚱이는 제풀에 놀라 침상 아래로 떨어진다.

     

     

     


    끈질긴 놈들, 또 시작하는군..

     

     


    군의관님! 어서 지하로 피하십시오.
    적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면 의무 부대원들부터 가장 우선 대피하라는,

    사단장님 명령에 따르셔야죠.

     

     


    젠장..

    막사에 방치된 부상병들부터 무슨 조치가 있어야잖아.

    에라, 모르겠다.


    부상병 여러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병사 장교들은 우리와 함께 제1 지하벙커로 이동하기 바랍니다.

     

     

     

     


    군의 장교와 선임 위생병의 다급한 대화를 귓등으로 흘려야 할 만큼,

    잠깐 잊혔던 가슴의 통증은 나를 신이 나서 찔러대었다.

     

     

     

     

     

     

     

     

     

     

     


    나지수!

    꾸물대지 말고 전상준한테로 가!

     

     


    소영아, 아니 막리엔..

    너, 퇴각한 줄 알았는데..

     

    두 번째 급습에도 참가한 거야?


    캬아, 베트콩 진짜 대단하다.

    골리앗의 파상 공세에 전멸 지경이 되었어야 할 너희들이..


    말로만 듣던 인간 두더지들의 진가를 실감하겠어.

    여길 탈환하기 전엔 절대 물러날 수 없고 죽을 수도 없단 기세로군.

    최후의 1인이 쓰러질 때까지 싸우시겠다?
    단단히 독을 품은 게야.

    이러니 미국이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지금 연병장에 가 봐.

    수송 헬기들이 위문단 싣느라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우린 그들을 공격할 거야.

    우리가 네 꿈의 주연들을 없애버리기 전에,

    넌 가서 그 현장을 목격하여야 해!

     

     


    야, 너..

    네 엄마와 아빠를 죽이겠단 거야 뭐야?

     

     


    오버하지 마. 여긴 나지수의 꿈계일뿐이라고.


    내가 죽이는 게 아니라,

    네놈의 사악한 상념이 그 둘을 질투하여 꼬질한 파국으로 몰아가는 거잖아!

     

     


    으음..

    네가 말한 극단적 파국이 머지않은 모양이구나.

     

    네 엄마 아버지한텐 미안하지만, 내가 이 까칠한 세상을 탈출하려면 하는 수 없지.
    소영, 너만 믿는다.

    이번엔 부디 실패하는 일 없도록 해 줘!

     

     


    소닉 홀 해체 요인이 드림홀 활성 요소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우리의 공격이 또 다른 드림홀 오픈을 트리거링(triggering) 한단 말이다.

     

     

     

     

     

     

     

     

     

     


    '연병장으로 가야겠다.

    왠지  그리 가면 상준 형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어!'

     

     

     

     


    이 봐 일병!

    지하벙커로 가려면 행정반 통로를 이용해야지

    그쪽으로 나가면 위험해!!


    저 자식..

    무장도 안 하고 저 몸으로 어딜..?

    닝 기미, 뒈지든 말든 난 몰라. 분명 경고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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