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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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념 발작 1 : 아쉬움을 숨기고..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5. 2. 24. 11:11
2003. 꿈속에서 너를 보았어. 사당 같은 곳이었지. 왕릉 옆에 지어진.. 어둠침침한 골방, 희미한 호롱불 아래 널브러진 파지 더미 속에서너는 소반 높이로 원고지를 쌓아 놓고 그 위에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이더군. 여긴 어떻게..꼭꼭 숨었건만... 느낌이 이끄는 대로 와 봤어.. 너는 내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놀라거나 당황하는 기색 없이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처연한 분위기에 냉정함을 묻혀 끊임없이 원고지를 채워나가고 있었지.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읽어 보고 찢기를 반복하였어. 너만의 세계에 갇혀 계속 생각하고 끼적이고 또 생각하고 끼적이고, 그렇게 하염없이.. 너의 치열한 고독에 더는 말을 붙이지 못하고야속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하다가 돌아 나오고 말았어. 꿈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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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간절히 원했을 땐 숨었으면서.. 2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12. 20. 14:28
'03. 7. 햇볕이 많이 뜨겁지? 지금쯤 넌 공사장 인부들 틈에 어색한 모습으로 끼어 앉아 피울 줄 모르는 담배를 얻어 피우며,(이글거리는 태양에 주눅 들어 소심하게 부는) 귀한 바람을 겨우 붙잡고 잘생긴 이마의 구슬땀을 식히는 중일까.. 삶의 부조리한 면과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인생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단외면하고 도피함으로써 차라리, 더 고단한 단순함을 선택한 것이니?그렇다면 너의 괴팍한 결벽과 - 남자의 자존심과 결탁한 - 청렴을 존경하면서도 원망한다. 아름다운 글이란 항상 고통 속에서 잉태되는 거라며,고통이 남다른 시각을 키우는 거라며 넌 내게 이야기하곤 했어. 그래서 나와 함께 해온 아픔의 기억들을 지우고, 함께 했던 쓰라린 아름다움을 지우고,우리의 피가 밴 체취를 (눈물 나도록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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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간절히 원할 땐 숨었으면서.. 1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11. 8. 16:36
'03. 6. 누가 나를 신비로운 사람이라고 하대? 신비함 따위 가지고 싶지 않은데..남이 보기에 그렇다 해서, 그게 정말 나인 걸까? "무릇 인간이란 내면에서부터 끊임없이 그윽한 향기가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해.강하기만 하면 사람을 금방 질리게 하지만 그윽함은 그러지가 않잖아. 변화무쌍한 신비로움보다는, 일관된 형태로 "질리지 않는 향기"를 유지하는 사람이고 싶어. 요즘 꿈에서 유독 그가 자주 보이더라. 날 알려고 노력했던 사람.. 그 사람에 대해서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을 더 많이 이야기했었나? 그래도 착한 남자였어 그는.. 돌아올 때까지, 나.. 기다려 보려고..그가 꼭 돌아올 거 같아서.. 내가 다른 남자들과 비교질 하며 표독하게 굴 때 무척 자존심 상해하면서도 금방 자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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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소통이라 하기엔 2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10. 9. 21:21
그런 거 아니야. 날 잘 안다면서 왜 그렇게 느껴..?내가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란 것이 대충 이런 스타일임을, 잘 알면서.. 누나의 "감정 과잉"이 실은 참 아름다운 것이었음을,한때 누나를 공박하는 구실로 삼았던 그것이 실로 누나만의 고귀한 (희소가치 충분한) 자산이었음을뒤늦게 깨닫고, 떠오른 영감을 구체화하는 다소 치기 어린 문장에다가 "섣불렀던 판단에 대한 반성"을 새겨 넣은 것뿐인데.. 자숙하는 자세로 보내는 참회의 글마저 착한 누나는 불편해할까 봐,직설법을 피하고 나름 우회하여 구불구불 써 내려간 것인데.. 어쨌든, 의미 전달이 원활하지 못하였음을 인정할게.누나의 고개가 갸우뚱했다면 내 의도야 어떻든 미숙한 글임에 틀림이 없겠지. 설령 누나의 탁월한 독해력이 내 모자란 글에서 일말의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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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통이라 하기엔 1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8. 24. 11:29
나는 누나보다 상대적으로 메마른 사람일까.. 가끔 생각해 볼 때가 있었어. 같은(?) "감정 과잉"인데 누나와 나, 표출하는 방식이 예전엔 사뭇 달랐었지..나는 건조했고 누나는 비교적 촉촉했어 감성이..이것이, 우리가 부정하고 싶은 "남녀 간의 본질적 차이"인 걸까. 각자 아닌 척은 했어도, 오래 알고 지내다 보니, 개인사가 축적되기 마련인 내면은스스로의 아주 자연스러운 (진짜인 듯 익숙한) 모습을 더는 감추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토해 낸 모양이야.조금씩 혹은 한꺼번에 노골적으로.. 결국은 이렇게 드러나 버린 (우라질 놈의) "대비되는 양상"으로도 우리가 쉽사리 갈라서지 못했던 건그 "다름"의 심층부에서 꿈틀대는 "같음"이, 그 희한한 "동질감의 코어"가,각기 반대 방향으로 찢어지려 한 "각각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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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투정인 듯 다정인 듯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7. 17. 18:16
누나는 살아오면서 참 많이 지쳤나 봐..? 그래, 너무 지쳐 버린 게야.누나를 그리도 지치게 하는 데 적잖이 일조한 나로서는 유구무언일 따름이지.. 지친 본인한테 이제는 제발 좀 맞춰 달란 얘기였구나.그게 싫으면 자신을 떠나가 달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구나. 누나한테 나는 참 부정적인 사람이었지? 견디기 힘들 만큼..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는 삶 속에서 녹초가 된 누나가 원기를 회복하려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제일로 좋은 것이요, 무조건적인 긍정이 최고의 보약일 수 있는 것을.. 가랑비 젖듯 누나에게로 스며든 "나에 대한 고정관념"을 일거에 불식하려면내 몫을 제대로 수행해야겠지. 누나가 제시한.. 현실의 뼈저린 고단함을 논할 수 있는 자격은 일과 후의 간절한 휴식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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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애절함을 감추며..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6. 8. 14:23
수다가 떨고 싶어졌어. 특정 주제 없이 분위기 흐르는 대로 대화해 보는 거.. 목적지 없는 여행처럼 즉흥적으로..사람들이 중구난방 지껄이는 카페 안에서 나 역시 무작정 떠들고 싶어졌어. 누구와? 당연히 상준이 너와..!그러다 보면, 우리의 나른한 수다에 세상도 함께 나른해질 것 같고..나른한 세상이면, 그 위의 풍파들도 잠시 쉬었다 오가지 않을까? "황진이"란 영화를 봤어.여인의 아름다운 한복이 자태를 뽐내는 고혹적인 화면 속에서, 유지태가 열연한 놈이와송혜교의 황진이는 "가늘고 긴" 로맨스를 나누더라..사랑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가슴 미어지는 슬픔 같은 무엇.. 오랜만에 느껴봤어. 나는 항상, 사랑을 하면 아팠어.조금씩 베이는 상처가 잦을수록 아픔이 더해져 간다는 건.. 당연한 현상이겠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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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놈의 환상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4. 16. 17:04
세월이 너무 빨리 흘러.. 요즘은 드라마만 봐도, 아니 "인간시대" 같은 인간미 넘치는 다큐만 봐도 자꾸 감정이 이입되고 눈물이 나. 나 이렇게 맘 약한 사람 아니었는데.. 이런 게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인가 봐.. 하루는,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 곁에서 임종을 지켜 주는 호스피스 이야기를 봤어. 살려 달라는 말기암 환자들의 절규가, 치료를 거절하는 젊은 환자들도, 왜 그리 날 울리던지..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대할 때보다,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살고자 하는 본능이 두려움 속에서 부르짖을 때 호스피스들은 그 약한 이들의 서러움에 더 잘 동화되고 측은지심도 상대적으로 더 느낀다 하더라. 물론 그렇겠지.. 죽음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나약함을 대다수는 공유하고 있으니까. 극소수의 초월적인 모습은 아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