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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통이라 하기엔 1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8. 24. 11:29
나는 누나보다 상대적으로 메마른 사람일까.. 가끔 생각해 볼 때가 있었어.같은(?) "감정 과잉"인데 누나와 나, 표출하는 방식이 예전엔 사뭇 달랐었지..
나는 건조했고 누나는 비교적 촉촉했어 감성이..이것이, 우리가 부정하고 싶은 "남녀 간의 본질적 차이"인 걸까.
각자 아닌 척은 했어도, 오래 알고 지내다 보니, 개인사가 축적되기 마련인 내면은
스스로의 아주 자연스러운 (진짜인 듯 익숙한) 모습을 더는 감추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토해 낸 모양이야.
조금씩 혹은 한꺼번에 노골적으로..
결국은 이렇게 드러나 버린 (우라질 놈의) "대비되는 양상"으로도 우리가 쉽사리 갈라서지 못했던 건
그 "다름"의 심층부에서 꿈틀대는 "같음"이, 그 희한한 "동질감의 코어"가,
각기 반대 방향으로 찢어지려 한 "각각의 경박한 개성"을 결박하여 주저앉혔기 때문인 것 같아.
우리 둘 공통의 불가해한 심연 속에다가..본능으로 위장된 "본능 이상의 무언가" - 라고 믿고 싶었던 우리의 거기 그 지점 - 에다가...
잘은 모르지만 나의 현실에 그다지 유익할 것 같지 않은
그럼에도 오히려 나를 지탱하고 살게 하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감사를 표하고 싶진 않은..)
"내 속의 미스터리한 무엇"을, 순수와 비순수를 번갈아 농락하는 그것을
나는 누나에게서도 일찍이 발견할 수밖에 없었나 봐.
누나가 몹시 그리워 누나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한편으론 떨어지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모순된 이중성이어느 틈엔가 나를 지배하게 되었다. 다른 그럴듯한 핑계를 급조하기에 앞서
우선, 발각 후의 사회적 법률적 지탄 그 무시무시한 후폭풍을 도저히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아서였지. (솔직히 인정할게.)
그래서 나약한 이기심의 도피 심리는 "비겁한 사랑의 무모한 객기"를 항상 감시해야 했어.
감상(感傷)의 늪에 빠진 (무지하고 속 좁은) 영혼에게 그것이 혹여 자해를 유도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야.
먼저 이렇게 나의 감추고픈 "마음속 치부(恥部)"부터 자백하고 나서 한 가지 낯간지러운 사족을 조심스레 덧붙이자면,
나와는 비슷하지만 다르고 동시에 다르면서 비슷한 "누나의 미스터리함"이 무서워서였어.
위에서 얘기한 "내 안의 미스터리"가 (삼십 년간 아니 어쩌면 무한의 시간 동안 퇴적된 그것이)
내겐 아직도 적응이 안 되고 너무 거북하기만 해서 - 할 수만 있다면 - 인생이 다하는 날까지 외면하고 싶을 정도라
지금껏 나의 내면은 그것과 화해하지 못하고 쭉 불편하게 지내오던 터였는데, 마침 이러한 시기에누나와 내가 가슴 벅찬 상봉을 다시금 맞이하였던 것이지. 그리하여,
"나하고 비슷한 수준의 불편함과 불안"을 누나도 절감하기에 이 순간까지 어색한 순한 맛으로 간신히 위장되어 있을"누나의 감정 과잉"을 내가 또 주책없이 눈치 없이 들쑤실까 봐
난 지레 겁먹고 몸을 사리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피한다고 피해질 수 있는 걸까. 상대는
애절하게 각색되는 추억만으로도 어느새 트라우마가 되어 내 영혼의 절반을 잠식하고 슬며시 자리 잡은
"나오미의 생령", 과거와 미래를 때려잡는 영원히 찬란한 현재인 것을..
그러나 감정과잉에 대한 내 앞서간 알러지 반응이 한낱 기우였음을, 누나와의 가을 산책 때 확인할 수 있었어.
억지로 메마르려 하다가 메마른 것에 익숙해짐을 넘어 메마름 자체가 되어가는 나를,
이제 와서 굳이 닮을 필요까진 없는데..
서투른 메마름 속에 꼭꼭 숨겨 둔 "감정과잉의 그림자"조차 사그라지는
("시간을 초월하여 - 넘쳐나는 우물처럼 - 역동적으로 출렁이던" 코어까지도 서서히 활동을 멈추는)
가슴 아픈 "나오미의 부작용"을, 진중하지 못한 내가 (비겁한 사랑의 아니 비겁한 욕정의 무모한 객기가)결국 초래하고 만 것일까.
그리고..
(과감한 로맨스가 사라진) 의무감 하나로도 "플라토닉한(?) 관계의 신성함"은 유지될 수 있음을,
오로지 "메마름"만 남은 누나는 이리도 처연하게 입증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극히 누나다운 (나오미를 상징하는) 코어의 운동성은 여전한데
경솔했던 나로 인해 어느 순간 생겨 버린 환멸과 허탈이, "여성성의 코어" 그 여러 개 방들 중에서
내게 배정된 방만을 선택적으로 폐쇄한 것일까..
"누나의 감정과잉이 한때 선호하던" 과격한 애욕 앞에서 괜히 좋으면서 싫은 척,자존감 바닥이던 남자의 못난 내숭은 틈만 나면 손사래를 쳐대었지.
그런 내가 한없이 답답하게 느껴졌을 만도 해.
처음 맛보는 신선한 과즙인 양,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생동감인 양
뒤탈은 생각지도 않고 "여왕벌이 하사하는 쾌감 그 치명적 순수"를 일단 음미하고 보는 남자들.(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나 또한 그리하였던가..)
허무와 고독의 탈을 쓴 극소수 "젠틀한 자기기만자"들. 가련할 정도로 단순한 "솔직담백함의 대명사"들..
누나의 대범한 촉은, 망종이나 개차반은 귀신같이 걸러 내고 상기(上記) 귀여운(?) 감상주의자들,
여자한텐 적당히 젠체하여 자신은 순진하다 어필하고 실제 그렇게 믿기도 하는 약간은 허술한 낭만가들만
쏙쏙 잘도 고르는 것 같았어. 그런 다음 배비장전에 나오는 기생처럼
"본인들이 하찮게 여기는 동물적 본능"에 그들 스스로 굴복하도록 유혹하며, 그 모습을 보고 통쾌해하는 것 같더라.
다만 기생 애랑과의 차이점이라면, 점잖아 보이는 남자들의 위선적 행태를 응징하는 적대적 관계라기보단
그들의 약한 모습에서 상대적 우월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들을 보듬고 "여성성의 원형"으로 함께 회귀하려 한다랄까.
냉철한 속세의 한복판에서 아담과 이브의 순수한 천국을 체험하려는 (가당찮은 용기를 지닌) 이상주의자랄까.
물론 지금은 아니라고 하지만..
냉혹한 현실에 눈을 떴다고는 하지만..
"가망 없는 전상준"만 누나의 비전에서 배제된 거라 속단하고 괘씸하단 망상에 빠져 객기와 만용을 밀어붙이는
어리석음이 폭주할까 봐 난 경계하고 또 경계하면서도,
이렇듯 일관되게 답답한 나한테 여전히 서운한 감정을 가지는 건 아닌지
그러기에 누나의 1순위인 나를 대신하여 아쉬운 대로 대타들을 물색하는 건 아닌지
당돌한 착각을 하게 되네. 못났지?
현재의 누난 완전히 다시 태어나 떡 줄 생각이 없어진 지 오랜데, 못난 나는
쓰잘머리 없는 (철 지난) 욕정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여태 김칫국이나 퍼마시고 있으니 원..
한결같이 개방적이고 모두에게 공평한 사랑, 누나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 동력 장치가
자기를 백안시하듯 혹은 갈구하듯 애매한 태도로 갈팡질팡하는 (대책 없이 촌스러운) 사내를
영구 퇴출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아닌가, 공연히 피해의식에 젖어서 말이지..지금으로선 - 정염의 동력이 고갈되어 - 본의 아니게 초탈해져 있을 누나라는 걸
귀차니즘을 표방한 "누나 나름의 몸 사리기"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다는 걸
아둔한 나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아니
대략 짐작은 가지만 아니겠지 애써 외면하면서 ("부디 나만큼 메말라 있는 누난 아니기"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꺼지기 직전의 내 추잡한 욕망은 - 번지수를 잘못 짚고 - 애먼 데다 마지막 불꽃을 피우려는 것일까.
우리 둘 중 누구의 탓을 하기 전에, 멀어짐이 주는 관성을 양쪽 다 극복 못한 건 사실.물론 나의 도피로 인한 물리적 떨어짐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였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설령 누나 곁을 떠나지 않았던들 "서로에 대한 애절했던 갈망이 일찌감치 미라가 되는 것"을 막지는 못하였으리.
떳떳하지 못한 사랑에서 출발한 원죄의식이 내 양심을 후벼 파며 실시간으로 피를 말렸을 것이기에..
(나보다 덜 소심한 누나라도 그러한 원초적 불안에서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았으리..)
어쨌든 결과가 이리 된 것이, 두려움에 굴복하고 남자이기를 포기한 사내가
현실 직시라는 (서푼어치도 안 되는) 고루한 현명함을 "한창 사랑으로 기름졌던 누나"에게 강요한 탓이라면,
나는 이 쓸쓸한 자업자득을 군말 없이 감내해야겠지.
이런 말 할 자격 없지만 난 그저 바랄 뿐이야.누난 그냥, 나오미의 트레이드마크인 "감정과잉 질퍽한 코어"를 기반으로 카멜레온 전술도 적당히 구사해가면서
과거와 다르게 건강과 지혜의 조화로운 균형을 중시하는 가운데
누나를 온전히 충족시켜 줄 상대를 시행착오 없이 골랐으면 좋겠어 누나에게 여러모로 실망을 안겨준 나를 반면교사 삼아..(이때, 누나의 현실을 책임지고 있는 법적인 동반자 또한 후보군에 포함시켜야겠지. 어떠한 핸디캡도 프리미엄도
부가하지 말고.
애증의 관계에서 갈수록 죄스러움과 연민의 대상으로 옮겨가고 있는 그이이긴 하나
이상적인 소울메이트가 되기엔 다소 미흡하다고, 누나 스스로 인정하였으니까.)
그렇게라도 누나의 무섭도록 아름다운 감정과잉이 슬기롭게 순화되어 변함없이 표출되기를..
상대가 더는 나 아니어도, 누나의 "해맑은 감정과잉"이 야멸치게 사라지는 것보단
차라리 그편이 나을 것 같아..
이상하다.. 뭔 말인지 또 못 알아듣겠네..상준이 넌 인마, 잘 가다가도 이게 문제야.
맘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소심하게 배배 꼬지 말고 직설적으로 질러 버려!
산전수전 다 겪은 너와 나 사이 이제 와 새삼 못 할 말이 무에 있어서..
아니다. 너란 사람은 상대가 상처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만큼
살짝 비틀고 꽈서라도 - 결국은 조곤조곤 - 하고픈 얘기는 다 털어 내는 스타일이었지.
이번 메일도 분명 그런 것 같긴 한데, 가끔씩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내게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저의가 잘 파악되지 않을 때가 있어.
지금이 딱 그래.
근래 들어 내가 뭘 섭섭하게 했었나?
우리의 관계가 예전만 못해도, 널 뜨겁게 원하던 그 시절의 열기는 비록 미지근해졌어도
내 변화된 심경하에서 - 다른 의미로 내겐 아직 소중한 - 네 존재 자체에 경의를 표하며
나름 최선을 다하여 널 대하였던 요즈음이었는데..
노골적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넌 자꾸 내게서 뭔가를 기대하는 걸까? 행간에서 느껴져..
예전의 "다 주던 내 사랑"에 미련이 남아 - 지금 이 상황에서도 - 내가 무언가 해주기를 넌 은근히 바라는 걸까?그런 것에 중독된 사람처럼.. (괜히 부담되게시리..)
난 현재 이 상태로 편할 뿐인데..그냥 이대로가 좋을 뿐인데..
너 이거 알아? 구질구질해질 것 같아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이참에 해 줘야겠네.내가 입때껏 너한테 (널 위해) 해온 것의 절반만 "내가 만난 다른 남자들"에게 해줬어도
그들은 펑펑 눈물을 쏟으며 감동하였을 거야.내가 박애를 베풀 그런 사람들, 단순하게 고마워할 줄 아는 착한 사람들, 지금도 줄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런 이들이 남자라는 이유로 가지는 본성, 드러내야 할 타이밍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천진한 육욕,
나는 굳이 폄훼하고 싶지 않아. 메말라가는 내게서 여성적 매력을 느끼고 표현해 준다면 나야 감사할 따름이지.
나와 성향이 비슷한 정도를 넘어 나의 감성이 초라하게 여겨질 만큼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해 주던 너의 감수성,그래 여전히 좋아해.
추상적인 듯 감각적인 듯 - 가지런한 문장들 속에서 - 마음껏 춤추며 재량껏 변주되는
네 요란한 관념들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해 주는 여자가 나밖에 없어서 오히려 뿌듯했다.
사회적 무능력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틈만 나면 주눅 들게 하여도 더불어 뭇 여성들에겐 인기 없는 남자로 고착되어 가도
넌 초월한 듯, 초현실적인 고독 안으로 초연하게 들어가
(널 위협하고 괴롭히는) 거칠지만 자잘한 고독들을 꿋꿋하게 길들이며 놀더구나. 그렇게
(아무도 위로해 주기는커녕 거들떠보지도 않는) 게으른 몽상가로 남아 정신승리를 즐기는 "거지 왕자"라서
네가 좋았어. 그런 널 위로해 줄 사람은 세상에서 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퍼뜩 떠올랐을 때부터..
널 알아가는 신선한 체험이 지속되는 내내 섬광처럼 스치는 정서적 충격들은
너를 나의 트윈 소울로 인식하기에 충분한 영감을 주었지.
아, 쓰고 보니 대부분 과거형이로구나! 그닥 오래된 사이도 아니건만..
네 말대로 우리 둘 다 메말라 버려서 애처롭게 추억에만 의지하여 서로를 바라보나 보다.
씌었던 콩깍지가 벗겨지니 그간은 힘을 못 쓰던 편견들도 이제 툭툭 불거져 나를 마음대로 휘두르나 보다.
그래서인지,
불순한(?) 의도와 내용이 들어있든 말든 네 자유로운 관념의 형식 자체를 꽤나 멋있어하던
나의 관용은 볼품없이 쭈그러들고, 편협한 비판자처럼 너의 고통스러울 상념을 못마땅하게 여기고만 있네.
(이 점은 어쨌든 미안해.)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과거 속의 내가 아니므로 이제는 당당하게 너를 비판하련다. 조금은 객관성을 띠고..
간결하지 못한 지루한 문체가 "글 쓰는 주인의 초심"을 능멸하고
반듯했던 관념을 잠식하고서 주관적 상념의 범위마저 제멋대로 벗어나더니
결국엔 저따위 요설을 내갈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네? 네가 나한테 어찌..
아무리 빙빙 돌리고 복잡하게 비틀어도, 글 뒤에 교묘하게 숨은 (요상하게 변질된) 상념들은
그 특유의 구린내로 인해 내게 딱 걸리게 되어 있지. 메말라 예민함만 남은, 이 나오미에게 말이다.
욕심꾸러기의 징징대는 불평불만..
지금까지 준 걸로는 성에 차지 않으니 무조건 더 채워 달라는 철딱서니의 투정..아니니? 반박해 보렴.
이렇게 느끼는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니?
내가 메말랐다는 너의 섣부른 진단이 입증되는 순간이니??너란 인간..
어쩌면 좋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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