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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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공자(五公子)지수 이야기/스토커? 스토커! 2024. 9. 27. 13:28
공부하는 척이 아니라 진심 공붓벌레였다. 어렵다 하는 원서나 전공 서적들도 독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고이해가 되든 안 되든 내용을 달달 외우는 것엔 이전부터 자신이 있던 지수였다. 그렇게 본인 특기를 살려타인들과 자기 자신마저 속여가며 그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자기만의 세상을 자각몽을 꾸듯 가꿔나갈 수 있었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만 쭉 나아갔으면 바랄 것이 없겠다 싶었는데그가 거부하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그가 대부호의 손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그들끼리의 세상"에서 통용되는 (그리하여 가진 자들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강요되는) 문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를 거부할 시 - 그가 지키고자 하는 - "그의 영역" 또한 붕괴될 위험에 봉착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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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경과지수 이야기/스토커? 스토커! 2024. 9. 22. 17:12
화숙이와의 날벼락같은 결별 이후에 지수는, "자신만의 세계"라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그 컴컴한 심연 속으로)가라앉는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함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방어 기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상의 감정 기복을 무의식의 영역 속에 던져 버리고 무미건조한 단순함을 강박적으로유지하던 그였기에, 그녀가 안겨준 참신한(?) 절망이그를 저주받은 무의식에서 힘차게 건져 올리는 충격 요법으로 작용하진 않았다.그렇다고, 아무 일 없듯 평상시의 잔잔한 "단절과 체념의 상태"에 온전히 귀속된 것도 아니었다. (지수의 입장에서) 참으로 이상했던 그 누나로 인하여, 제법 견고하던 무의식의 입가엔 당황의 (꽤 깊은) 흔적이 파문처럼 서리게 되었고, 이 파문이 그간 잘 가동돼오던 "지수 표 무의식"에 오작동을 유발했는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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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손절 3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4. 7. 5. 12:27
억!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을 움켜쥐는 화숙을 보자 달수는 갑자기 분노의 화신이 되어 팔꿈치로 그의 등짝을 강력하게 가격하였다.쿵! 하는 둔탁한 음향이 도끼로 내려찍히는 고통을 홍보하는 동안, 지수는 호흡 정지의 아뜩한 진공 속을 날아다녔다.(고꾸라져 마룻바닥과 키스하는 충격도 "진공 속 유영"을 중단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엎어져 슬로 모션으로 바동대는 그를 -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 밟으려는 달수에게 앙칼진 목소리가 화살처럼 날아가 꽂혔다. 그러지 마!!화숙의 옹골찬 기세에 눌려 주춤하고 물러서며 달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사람 죽일 일 있어? 얘 지금, 숨도 못 쉬잖아!이 새끼가 널 걷어찬 거라고! 넌 화도 안 나냐?됐어. 이 자식 속마음 안 걸로 충분해.차인 부위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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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손절 2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4. 3. 20. 12:12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당한 일이라 말문이 막혀버린 그를 - 멱살을 잡아 일으켜 - 벽에 밀어붙이는 정체불명의 남자.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더벅머리 젊은이가 가늘게 찢어진 눈을 부라리며 지수의 머리를 자꾸만 쥐어박는다. 작달막한 키라지만 체구가 다부져서일까. 손끝이 어찌나 매운지, 발갛게 달아오른 지수의 볼을 타고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짜샤! 운다고 봐줄 줄 알아?! 여기 왜 들어왔는지 빨랑 불어!! 살아 나가고 싶으면.. 저어.. 화.. 화숙..이 누.. 나... 가뜩이나 공포에 질린 데다 멱살을 단단히 잡혀 숨쉬기조차 힘든 지경으로 몰린 그는, 얼른 대답하고 싶어도 쉽사리 말문이 터지지 않았다. 뭐? 화숙이?? 네깟 놈이 내 마누라한테 뭔 볼 일이 있어서?! 어린 노므 시끼가 벌써부터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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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손절 1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4. 1. 22. 12:09
누나! 나, 왔어. 유리문을 밀고, 지수는 자기 집 안방처럼 익숙해진 (화숙이 누나를 품고 있는) 사창가 속 그곳으로 들어섰다. 어, 화숙이 애인 오셨어? 쥐구멍에 생쥐 드나들 듯 참 뻔질나게도 온다. 따로 살림을 차려 주던가 해야지 원.. 늙수그레한 왕언니들 중 한 명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실없는 농을 던진다. 누난 어디 갔어요? 안 보이네? 얘는.. 걔가 어디, 죽치고 앉아 꼬맹이나 기다릴 만큼 한가한 애니? 오늘 화숙이 년, 사타구니에 불 좀 날걸? 비쩍 말라 볼품없는 것이 좆대들은 또 어떻게나 잘 삶아놓는지 말이야. 글쎄 일단 그년 X맛을 본 껄떡이들은 죽으나 사나 고년만 찾는다니깐! 화숙이 단골들이 오늘 좀 몰렸걸랑? 한참 기다려야 할 텐데..? 괜찮아요. 기다리죠, 뭐.. 근데, 지수 너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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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주은이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3. 11. 26. 12:30
지수야, 너 잠깐 나와 봐. 키가 170을 훌쩍 넘는 덕에 뒷자리에서 교사들의 레이더망을 재주껏 피해 가며 실낱 같은 자유(?)를 나름대로 만끽하던 영춘이었다. 그 녀석이 어느 날, 오후 수업이 끝나 가던 무렵 쉬는 시간에 지수가 앉은 앞자리 부근까지 몸소 와서는 그를 알은체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친하지 않아 말을 섞은 적도 거의 없는 애가 다가와 그리 얘길 하니 몹시 의아했지만 그 또한 반에서 힘깨나 쓰는 녀석이기에 지수는 일단 순순히 따르기로 하고 그와 함께 복도로 나왔다. 야 너, 주은이 알지? 같은 학습부장이라 자주 얼굴 볼 기회가 있었잖아? 응.. 그런데 주은이가 왜? 용건만 전달한다. 너 수업 마치면 곧장 학교 도서실 앞으로 가. 주은이가 너 좀 보재. 주은이가 나를? 왜?? 짜식, 좋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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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지막이 기다리는 곳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3. 10. 27. 14:36
애기야, 나 왔다. 어머, 교수 오빠 왔네? 요즘 왜 이리 뜸했어? 그래도 명색이 이년 비공식 기둥서방인데 너무한 거 아니야 오빠? 그렇게 됐어 인마. 근데 너도 말 진짜 안 듣는다. 내가 오빠 앞에 교수는 빼라 했어 안 했어? 널 안 지 한 일 년 다 돼가는데 그 소린 씨부랄 아직까지 적응이 안 되네.. 너 자꾸 그딴 식으로 부르면 나 발 끊을 거야!?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면 그게 교수지 뭐야? 이 화숙이 아무리 무식한 년이지만 그 정도도 모를까 봐? 간판만 대학이라 걸어 놓은 다 쓰러져 가는 학교에서 시간 강사 짓 하며 겨우 입에 풀칠하는데 교수는 얼어 죽을.. 하여간 이 유식한 오빠는 너무 겸손해 탈이야. 것도 적당해야지 나 같은 무식쟁이 기죽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뭐야?! 허허, 이년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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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엄마를 떠나 엄마 곁으로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3. 9. 23. 01:37
화숙이 누나를 만나러 선아리 베가스를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내 집 드나들 듯한지도 벌써 삼 주째. 자기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약골 아들이 웬일로 - 친구와 어울리겠다며 - 외출하는 빈도가 잦아지자, 처음에는 바깥바람을 자주 쐬고 몸을 많이 움직여 주는 것도 성장하는 아이에겐 바람직할 것 같아서, 또 너무 내성적이라 탈인 아이가 친구들과의 교류에 부쩍 신경을 쓰게 되니 이 역시 반가운 현상인 듯싶어서 아들의 잦은 나들이를 크게 개의치 않던 어머니였으나, 오후 여섯 시만 넘으면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괜한 조급증을 내고 차려 놓은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대문을 나서기 바쁜 지수의 행동이 평소의 자연스러움을 상당 부분 상실하였기에, 그리고 하루가 멀게 만나야 할 정도로 가까워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