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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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인들 2지수 이야기/스토커? 스토커! 2025. 1. 25. 12:39
정연 씨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네? 급한 용무는 아닌 걸로 들었는데..? 전화 안 받은 건 지수 씨잖아?그리 멀지도 않고 지수 씨 얼굴도 볼 겸 와 봤어. 오늘따라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야심한 시각에 그렇게 차려입고 나오기 귀찮았을 텐데..하여간 예쁘긴 하다. 약간 더워 보이는 것 빼고는.. 고마워. 이분이 오빠 여자친구?오빠도 참.. 중간에서 뭐 해? 소개해 주지 않고.. 나 뻘쭘하잖아. 여기는 가수 지망생 민희.. 안녕하세요. 저는 정연이라고 합니다. 지수 씨하고는 잘 알고 지내는 친구 사이죠. 아, 그러시구나. 오빠랑 동갑이면 저한텐 언니시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언니, 호호.. 이왕 왔으니 정연 씨도 여기 앉아서 몇 곡 불러. 심심하다며..정연 씨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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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인들 1지수 이야기/스토커? 스토커! 2025. 1. 22. 17:33
민희와 지수가 "필라델피아"를 나왔을 땐 밤 아홉 시가 가까워진 시각이었다.초여름이건만, 장마 초입이라 그런지 밤공기가 - 어울리지 않게 - 제법 스산했다. 여고생 티를 완전히 벗겨 내지 못한 그녀의 얼굴이 짙은 화장 속에서도, 친근한 소녀미(美)를 발산하고 있었다. 지수는 휘청거리는 다리를 재주껏 가누며 민희의 아담한 어깨에 아무렇게나 팔을 둘러 체중을 실었다. 에효 이 오빠도 참.. 온더락스 한 잔에 이게 뭐야? 거기 있던 다른 오빠들하고 너무 비교된다.그 한 잔 덕분에 그래도 꽤 과감해지셨네? 이렇게 스킨십할 오빠가 아닌데..? 나야 나쁘진 않지만.. 호홋. 도련님, 괜찮으세요? 이만 차로 가시죠. 아니야, 이대로 잠시 걸을래. 그래야 깰 것 같아. 중간에 빠져나오기 잘했지 아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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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공자(五公子)지수 이야기/스토커? 스토커! 2024. 9. 27. 13:28
공부하는 척이 아니라 진심 공붓벌레였다. 어렵다 하는 원서나 전공 서적들도 독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고이해가 되든 안 되든 내용을 달달 외우는 것엔 이전부터 자신이 있던 지수였다. 그렇게 본인 특기를 살려타인들과 자기 자신마저 속여가며 그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자기만의 세상을 자각몽을 꾸듯 가꿔나갈 수 있었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만 쭉 나아갔으면 바랄 것이 없겠다 싶었는데그가 거부하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그가 대부호의 손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그들끼리의 세상"에서 통용되는 (그리하여 가진 자들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강요되는) 문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를 거부할 시 - 그가 지키고자 하는 - "그의 영역" 또한 붕괴될 위험에 봉착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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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경과지수 이야기/스토커? 스토커! 2024. 9. 22. 17:12
화숙이와의 날벼락같은 결별 이후에 지수는, "자신만의 세계"라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그 컴컴한 심연 속으로)가라앉는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함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방어 기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상의 감정 기복을 무의식의 영역 속에 던져 버리고 무미건조한 단순함을 강박적으로유지하던 그였기에, 그녀가 안겨준 참신한(?) 절망이그를 저주받은 무의식에서 힘차게 건져 올리는 충격 요법으로 작용하진 않았다.그렇다고, 아무 일 없듯 평상시의 잔잔한 "단절과 체념의 상태"에 온전히 귀속된 것도 아니었다. (지수의 입장에서) 참으로 이상했던 그 누나로 인하여, 제법 견고하던 무의식의 입가엔 당황의 (꽤 깊은) 흔적이 파문처럼 서리게 되었고, 이 파문이 그간 잘 가동돼오던 "지수 표 무의식"에 오작동을 유발했는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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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손절 3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4. 7. 5. 12:27
억!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을 움켜쥐는 화숙을 보자 달수는 갑자기 분노의 화신이 되어 팔꿈치로 그의 등짝을 강력하게 가격하였다.쿵! 하는 둔탁한 음향이 도끼로 내려찍히는 고통을 홍보하는 동안, 지수는 호흡 정지의 아뜩한 진공 속을 날아다녔다.(고꾸라져 마룻바닥과 키스하는 충격도 "진공 속 유영"을 중단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엎어져 슬로 모션으로 바동대는 그를 -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 밟으려는 달수에게 앙칼진 목소리가 화살처럼 날아가 꽂혔다. 그러지 마!!화숙의 옹골찬 기세에 눌려 주춤하고 물러서며 달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사람 죽일 일 있어? 얘 지금, 숨도 못 쉬잖아!이 새끼가 널 걷어찬 거라고! 넌 화도 안 나냐?됐어. 이 자식 속마음 안 걸로 충분해.차인 부위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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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손절 2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4. 3. 20. 12:12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당한 일이라 말문이 막혀버린 그를 - 멱살을 잡아 일으켜 - 벽에 밀어붙이는 정체불명의 남자.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더벅머리 젊은이가 가늘게 찢어진 눈을 부라리며 지수의 머리를 자꾸만 쥐어박는다. 작달막한 키라지만 체구가 다부져서일까. 손끝이 어찌나 매운지, 발갛게 달아오른 지수의 볼을 타고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짜샤! 운다고 봐줄 줄 알아?! 여기 왜 들어왔는지 빨랑 불어!! 살아 나가고 싶으면.. 저어.. 화.. 화숙..이 누.. 나... 가뜩이나 공포에 질린 데다 멱살을 단단히 잡혀 숨쉬기조차 힘든 지경으로 몰린 그는, 얼른 대답하고 싶어도 쉽사리 말문이 터지지 않았다. 뭐? 화숙이?? 네깟 놈이 내 마누라한테 뭔 볼 일이 있어서?! 어린 노므 시끼가 벌써부터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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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손절 1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4. 1. 22. 12:09
누나! 나, 왔어. 유리문을 밀고, 지수는 자기 집 안방처럼 익숙해진 (화숙이 누나를 품고 있는) 사창가 속 그곳으로 들어섰다. 어, 화숙이 애인 오셨어? 쥐구멍에 생쥐 드나들 듯 참 뻔질나게도 온다. 따로 살림을 차려 주던가 해야지 원.. 늙수그레한 왕언니들 중 한 명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실없는 농을 던진다. 누난 어디 갔어요? 안 보이네? 얘는.. 걔가 어디, 죽치고 앉아 꼬맹이나 기다릴 만큼 한가한 애니? 오늘 화숙이 년, 사타구니에 불 좀 날걸? 비쩍 말라 볼품없는 것이 좆대들은 또 어떻게나 잘 삶아놓는지 말이야. 글쎄 일단 그년 X맛을 본 껄떡이들은 죽으나 사나 고년만 찾는다니깐! 화숙이 단골들이 오늘 좀 몰렸걸랑? 한참 기다려야 할 텐데..? 괜찮아요. 기다리죠, 뭐.. 근데, 지수 너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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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주은이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3. 11. 26. 12:30
지수야, 너 잠깐 나와 봐. 키가 170을 훌쩍 넘는 덕에 뒷자리에서 교사들의 레이더망을 재주껏 피해 가며 실낱 같은 자유(?)를 나름대로 만끽하던 영춘이었다. 그 녀석이 어느 날, 오후 수업이 끝나 가던 무렵 쉬는 시간에 지수가 앉은 앞자리 부근까지 몸소 와서는 그를 알은체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친하지 않아 말을 섞은 적도 거의 없는 애가 다가와 그리 얘길 하니 몹시 의아했지만 그 또한 반에서 힘깨나 쓰는 녀석이기에 지수는 일단 순순히 따르기로 하고 그와 함께 복도로 나왔다. 야 너, 주은이 알지? 같은 학습부장이라 자주 얼굴 볼 기회가 있었잖아? 응.. 그런데 주은이가 왜? 용건만 전달한다. 너 수업 마치면 곧장 학교 도서실 앞으로 가. 주은이가 너 좀 보재. 주은이가 나를? 왜?? 짜식, 좋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