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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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야만적 이동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9. 8. 09:41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눈이 뜨였다. 뒤숭숭한 꿈자리로 머리가 욱신거린다. 쪽창을 흠뻑 적시고 흘러넘치는 햇빛의 터널 속에서 먼지 입자들이 경쟁하며 어지러운 춤사위를 뽐내고 있다. 지하실 내부는 후끈한 열기로 데워져 있고 어느새 맺힌 땀방울들이 상준의 등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벌써 한낮인가. 에휴, 한증막이 따로 없군. 너무 더워 못 견디겠어. 일단 나가고 보자.' 지하실 문을 소리가 안 나게 조심조심 아주 조금 열고 부엌 안의 인기척을 확인해 보았다. 텅 비어 있었다. 대담하게 마당으로 나온 후 마루의 열린 미닫이 문을 통해 집 안을 두루 살펴보았지만, 사람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어머니가 외출이 잦으신 편이네..' 이때,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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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신시아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8. 1. 10:06
그 무기 주위를 떠다니며 일렁이는 홀로그램 설명문들이 당연히 한국어는 아니었고 지구상에는 없는 이상한 문자 같았는데 상준은 그것들을 충분히 읽어 낼 수 있었다. 이것이 유체의 효과인 걸까. 소개된 무기에 덧붙여진 설명 사항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헬멧과 본체는 한 세트가 맞고 이 둘을 함께 통칭하여 "신시아"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총기의 개념을 반영하는 실용적 이름도 아니고 생뚱맞게 신시아라고 되어 있어 친구로 추정되는 그들과의 대화 도중에도 이 뜬금없는 제품명에 관해 질문을 던진 바 있었다. "이것은 공식 명칭인가 아니면 특별한 사연을 바탕으로 붙여진 비공식 애칭 같은 건가"라고.. 만일 후자라면 왜 비공식 이름을 공식 설명서에 박아 놓았는지도 궁금하였으나 그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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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의심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7. 10. 20:37
우주선 안은 하나의 도시였다. 첨단 기계화(?) 도시의 복잡한 구조를 눈에 익혀두는 과정이 필요했으나 상준을 제압한 모종의 파워는 이를 허락지 않았다. 각 층마다 기능별로 전문화되어 있는 구역들을 다시 수직으로 수 킬로미터 통과하여, 모선의 상층부에 위치한 메인 제어 구역으로까지 솟아올랐다. 중/고층 아파트 높이는 족히 될 만한 반경 십여 미터의 전자 모듈이 (단순히 대형 컴퓨터라 부르기엔 너무 정교하고 세련되었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구역들과 연계된 초 거대 자동제어 기기의 일부라 여겨졌기에 이렇게 칭함.) 삼십여 미터 높이의 천장과 완전히 맞닿은 채 중앙에 버티고 있었다. 위로 올라갈 수록 반경이 좁아지는 원뿔 모양의 장치로서 모선 전체를 통제하는 중앙 제어 시스템의 일종인 것 같았다. 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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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불길한 예감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6. 23. 13:56
보아하니 집 안은 비어 있는 것 같다. 오늘이 평일의 오후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재래식 마루의 미닫이 유리문은 활짝 열린 채였고, 상준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마루 위에 걸터앉았다. 순간, 맞은편 작은 방의 닫힌 문 틈으로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여자가 내는 소리임엔 분명한데, 어머니나 누이동생의 소리는 아닌 듯했다. 문득 짐작 가는 데가 있어서, 그는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방으로 다가갔다. 방문은 완전히 닫혀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소음이 나지 않게 조심조심 틈새를 벌릴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은 상준의 몸을 떨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흰 담요 위에 반듯이 누워서 치마를 발목까지 걷어 내린 다음, 역시 반바지가 홀랑 벗겨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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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위기 속으로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6. 7. 20:16
레이저 빔을 연상케 하는 정체불명의 광선이, 해골 인간의 뒤통수를 때림과 동시에 그대로 관통하여 미영의 양미간을 적중시켰다. 십 분의 일 초간 시간은 정지하였고, 괴물 남근의 요도 입구에선 검은 기운이 오징어가 내뿜는 먹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미영의 이마 위 50센티 공중에 뜬 채 그녀의 정수리를 빠져나오는 (상대적으로 작은) 검은 연기 뭉치 같은 것과 합쳐졌다. 그렇게 형성된 거무스름한 미니 먹장구름은 새까만 공처럼 축소 응집되면서, 고압력의 고통에 시달리는 듯 이그러졌다 펴졌다 몸살을 앓는 것 같았다. 그것은 고무공의 질긴 거죽과 유사하게 피막화 하였고, 그 속에 갇혀 버린 무언가가 이리저리 날뛰며 발악하는 양상이었다. 이때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실치 않은 (사람인지 짐승인지도 분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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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멀티시공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5. 15. 16:35
친구여, 이것이 당신이 설명한 최소한의 개입입니까? 음탕귀의 세부 활동 양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시간여행의 목적이라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음탕귀 박멸까지는 얘기가 없었던 걸로 아는데... 그렇다네. 좀 전에 언급한 돌발 상황이 (엄밀히 따지면 초과학적 측정을 통해 예견한 "돌발"이지만) 막 발생하여 한 치 오차 없는 계산으로 정밀 대응을 하였으니, 안심하게나.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당신들의 호전적인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괜스레 신경 쓰이고 불안했더랬습니다. 아무튼 감사드리고요.. 방금 궁금한 게 한 가지 뇌리를 스치네요. 지금껏 저와 동행한 당신이 직접 조치를 취한 듯 말씀하시는데요.. 저 위의 검은 구름은 미래에서 날아온 당신이라고 설명해 주지 않으셨나요?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저 밤하늘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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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끝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5. 3. 18:48
'이럴 수가.. 비명의 연속이군. 맘에 드는 꿈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엽기적인 것이 탈이란 말이야. 이것 좀 보라고, 글쎄.. 이건 정말이지 상상력 하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내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야. 저 해골이 내 얼굴?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주름진 두피 하며..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푸석푸석한 가죽만 남아 팔순 노인보다 더 늙어 보이는, 저 기분 나쁜 놈이 정녕 나란 말인가! 움푹 꺼진 눈과 핏발 선 눈알. 눈 밑의 시커먼 그늘.. 송장이 따로 없네. 상태가 이러한데도 이 살 떨리는 오르가슴은 끝이 보이질 않는군. 아으흐.. 으음..' 팔을 살펴보니 더욱 가관이다. 적당한 근육이 붙어 강건해 보이던 팔은 간 데 없고, "앙상한 뼈"만 남아 있다. 지금 이 말은 결코, 말랐음을 강조하는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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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쾌락 주의보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4. 12. 18:24
친구여, 저것이 조금 전까지 고통을 호소하며 SOS를 요청하던 내 오오라 맞습니까?! 음탕귀의 영향권 내에 완전히 흡수된 상태라네. 당시 자네의 의식을 그것이 백 퍼센트 점령해 버린 꼴이지. 악귀가 퇴행된 오오라를 포섭하여 3차원 육신을 지배하게 되면, 숙주는 의식의 진동수가 현저하게 떨어져 사고가 거칠어지고 어린애처럼 단순해지기 마련이네. 약한 상대에겐 유치한 우월감을 폭력적으로 행사하고 싶어 하는.. 한마디로, 2차원적 상념 패턴에 얽혀 들어 야수가 되어간다고나 할까.. 짐승이 4차원 어쩌고 외계인 어쩌고 떠벌리는 게, 우습기만 하군요. 자신이 차지한 그릇"에 새겨진 상념 자료를 마귀가 무의식 중에 활용하고 있을 따름이야. 이 자료란 게, 감염된 오오라의 수준에서 웅성대는 "꿈속 환청"에 불과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