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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 의심
    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7. 10. 20:37

     

     

     

     

     

     

     

     

     

     

     

     

     

     



    우주선 안은 하나의 도시였다.

     



    첨단 기계화(?) 도시의 복잡한 구조를 눈에 익혀두는 과정이 필요했으나

    상준을 제압한 모종의 파워는 이를 허락지 않았다.


    각 층마다 기능별로 전문화되어 있는 구역들을 다시 수직으로 수 킬로미터 통과하여,

    모선의 상층부에 위치한 메인 제어 구역으로까지 솟아올랐다.




    중/고층 아파트 높이는 족히 될 만한 반경 십여 미터의 전자 모듈이 (단순히 대형 컴퓨터라 부르기엔 너무 정교하고 세련되었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구역들과 연계된 초 거대 자동제어 기기의 일부라 여겨졌기에 이렇게 칭함.)

    삼십여 미터 높이의 천장과 완전히 맞닿은 채 중앙에 버티고 있었다.


    위로 올라갈 수록 반경이 좁아지는 원뿔 모양의 장치로서

    모선 전체를 통제하는 중앙 제어 시스템의 일종인 것 같았다.



    오백여 평은 됨직한 원형의 홀이 상기 장치를 제외하곤 텅 비어 있는데,

    별다른 조명이 없는데도 윤곽을 대충은 드러낼 정도로

    희뿌연 빛이 내부를 메우며 교교히 일렁이고 있다.

     


    출입구는커녕 창문조차 보이지 않는 완전 밀폐 공간 속을

    그의 유체는 쉼 없이 떠다닌다.

     

     

     



    친구여, 드디어 당신을 대면하게 되는군요.

    어서 모습을 보이세요. 그리고 어찌 된 영문인지 설명을 좀 해주세요.

     

     

     



    이때, 상준이 떠 있는 부근의 천장과 바닥에서 연청색 광선 같은 것이 각각 내려오고 올라와

    폭 이 미터 가량의 반투명 기둥 세 개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홀로그램 같은 것들이 서서히 생성되기 시작하더니, 불과 이삼 초 뒤

    또렷한 인간(?)의 모양새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섬세한 빛을 발하며 흔들리는 세 명의 존재들이 세부적으로 형상화되자, 언뜻 봤을 때와는 달리

    우리네 인간과 생김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어렸을 적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보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어쩐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스타 트랙"의 부선장 스포크의 그것보다도 두 배는 더 큰 듯한 뾰족한 귀.

    로스웰에서 추락한 U.F.O.의 주인공보다 가로 방향으로 더 길고 상방으로도 더 찢어진 (흰자위 없는) 큰 눈.

     

    해골처럼 검은 구멍만 두 개 정면으로 드러난, 코라고 칭해야 할 그것.


    보통 인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입술이 없는) 입.

    길이가 사람의 두 배나 되는 손가락. (손톱이 없는 건지, 장갑을 끼었는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위아래 하나로 통합된 타이트한 복장. (탄성이 뛰어난 소재로 지어진 검은색 우주복이라 할 수 있겠는데

    발 아래까지 감싸고 있어 신발은 따로 신지 않은 듯 보였다.)

    우주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회백색 피부.

    정수리에서 턱까지의 길이가 상준의 얼굴 길이보다 - 그의 손을 기준으로 - 한 뼘은 더 되는 것 같고

    그만큼의 넓은 이마를 소유한 뒤짱구형 대머리.

    머리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뾰족한 턱.

     



    이 정도면 이들의 외양을 충분히 소개했다고 볼 수 있을까.


    제타 레티큘리의 그레이 외계인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좀 더 개성적이고 진화된 것 같은 모습에다

    3미터에 육박하는 근육질의 탄탄한 몸집은, 처음 대하는 그를 압도하기에 충분하였다.


    전반적인 신체 크기에서 다소의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

    지구인의 시각에서 이들의 생김새는 거의 구별이 가지 않았다.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영화에서나 봄 직한 전형적인 외계인의 형상이라, 이것이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한다 해야 할까.

    언제나 상준의 편에서 그를 보호하고 도와주던 자상한 이미지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에,

    당황스러워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가장 근거리에서 그를 주시하고 있는 (이들 중 덩치가 제일 큰) 존재로부터

    텔레파시가 전해져 왔다.

     

     



    '저 자가 여태까지 나와 텔레파시를 주고받던 친구란 말인가.

    그렇다면 내 미래자아란 얘긴데 어째서 인간의 생김새가 아니지? 혼란스럽군..

     

    내게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인 걸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데 친구를 자처하는 그들이 굳이 이런 조잡한 트릭을..?

     

     

    아니면, 생각도 하기 싫지만 만일 내 앞에 나타난 저들이

    지금껏 나와 함께 한 친구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악한 존재라면..?

    혹여 조작과 기만의 달인인 저들이 인간의 집단 무의식으로부터 공통된 두려움의 대상을 골라

    정교한 홀로그래픽으로 구현하였거나 그것을 본떠

    자신들의 임무를 대신할 생체형 로봇을 제작한 것이라면..?

     

     

    차라리 이 또한 내 지독한 편견이기를..

    저들의 겉모습이 유발한 근거 없는 오해가, 인간 특유의 내재된 공포심을 자극하였기를..'

     

     

     




    먼저 사과부터 함세.


    웜홀 내의 시공 만곡 포인트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중력파 교란이 발생하였네.

    우주 간 "순간 이동" 시(時) 종종 일어나곤 하는 부작용이지.

    이로 인해 자네와의 원격 텔레파시가 끊어졌던 것이고..

     



    아하, 그래서 육신 변환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던 거로군요.

     



    그.. 그렇지.

    자네를 더는 위험 속에 방치해 둘 수 없어서 이렇게 불러들인 거야.
    4차원체인 나와 접선하기 위해선 이 방법 밖엔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강제적인 유체 이탈을 유도하였네.

     



    흐음, 그렇담 두통과 현기증은 강제 유체 이탈의 후유증 정도로 봐야겠네요.

     



    맞아. 영육 이격을 촉매하는 극초단파 해리 단계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통증이었네.

     

     



    웬만하면 여러 번 불러 올리진 마쇼.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기분 나쁜 고통 모를 거요! 그런데..


    당신께 실롄 줄은 알지만 뭐 하나 물어봅시다.

    당신의 우주선 하며 당신의 생김새까지 완전히 제 예상 밖이네요. 뭐랄까..

    당신이 언급한 당신 수준에 비해, 격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그리고 우주선 내부를 감도는 거칠고도 차가운 이 느낌..

    물론 이곳의 어마어마한 규모와 장대한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는 아니라오.


    저의 기대가 너무 컸던 까닭일까요?

     

     



    자넨 3차원 의식으로만 사고할 수 있는 지구 인간이란 사실, 그새 잊었나?


    여기 데려오기 위한 조치로 우리가 자네의 영/육을 분리시켜 놓긴 했지만,

    자네 의식은 여전히 지구적 시공에 속박되어 벗어날 수 없는 것이야.

    자네 무의식에 각인된 3차원 현실과 환상이 자네의 전(全) 생애에 걸쳐 시신경과 시각 중추를 길들여온 거지.

     

    자네가 해탈의 경지로 "의식 진화"를 하지 않는 이상 자넨 우리의 실체를 절대 파악할 수 없어.

    자네의 시야에 펼쳐진 모든 것들은, 오로지 자네 의식 수준에 걸맞은 영상으로만 재단되어

    망막에 맺히고 있을 따름이라네.


    전생(前生)의 어느 땐가 목격한 바 있는 외계인을 잠재의식 한편에 저장해 두었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존재 위에 자연스럽게 투영하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비즈니스 차원의 경제 논리가 미래의 문화 코드로 개발한" 지구적 판타지 비전에 세뇌당하기라도 한 건가?

    이도 저도 아니면, 집단 무의식이 창조해 낸 "미지에 대한 공포의 체화된 상징"으로서

    우리가 자네 의식의 표피에 상상의 불씨를 댕겼는지도 모르지.

     

     



    의식이 깨이질 않아서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거 참, 그럴듯하면서도 여전히 아리송하네요.
    당신이 아무리 본래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어도, 현 상황으론 이렇게밖에 볼 수 없단 얘기죠?


    어떤 의도에서든 실존을 고의적으로 감추는 것이라 설명하신다면, 차라리 이해가 더 빠를 텐데..


    그게 아니고, 단지 나의 부족함 때문에 인자하신 당신이 졸지에 불순한 검은 도당으로 탈바꿈한 셈이라면, 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할 따름이구요..

     

     



    죄송할 것까지야..

    순전한 3차원적 한계에서 야기된 것임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늘..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자네 스스로 만들어낸) 우리의 외형이 자네한테 주는 불쾌감을

    우리 또한 느낀다는 거지. 자네의 혐오감이 일으킨 염파의 발산 강도가 워낙 거세어서

    내 미간까지도 절로 찡그려지게 하는군.


    저 광대한 우주의 수많은 은하 영역에는 자네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수히 많은 외계 존재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네.

    그중엔, 지구인의 관점에서 볼 때 너무 징그러워 제대로 쳐다볼 수조차 없는 존재들도 당연히 있지.

    그러한 존재들이 지구 수준의 의식으로 지구인을 관찰한다면, 그들도 아마 자네 못지않게 자네를 혐오스러워할 거야.

    상대적 관점에서 파생되는 시각차를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연습을 이제부터라도 하도록!

    이야말로 편견과 선입견의 장막을 걷어내어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들 중 하나임과 동시에

    "무례한 인간" 군상을 초월하는 지름길이기도 함을 명심하게나.

     

     



    네, 네.. 잘 알겠으니 고리타분한 훈계는 그쯤 하시고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현 상태가 비상 상황인 줄은 알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저를 고쳐 주려 친히 불러 올리셨으니 지금 이 시간부로 제 몸의 제대로 된 차원 변환은 보장되는 것이지요?


    실존 붕괴라는 거창한 경고 문구를 다시 들먹일 필요 없이,

    이런 불안한 상태로는 도저히 과거 속을 돌아다닐 수도 없고 더이상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습니다.


    아까 낮에 겪은 곤란한 일,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한 일, 당신도 잘 알지 않습니까.
    그냥 현재로 복귀하자고 하면 또 펄펄 뛰실 테고..

    빨리 대책을 마련해 주세요!

     

     



    알았다. 너를 위험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나 역시 생각해 둔 바 있으니 초조해하지 말라!


    웜홀 통과 시 시스템 일부가 오작동을 일으켜, 차원 변형 장치의 가동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조치는 취하고 있으나 완전 복구가 여의치 않은 만큼 아무래도 다른 대책을 강구하는 편이 좋을 듯싶다.


    먼저,

    평행 지구의 중력장에 고스란히 노출된 처지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본인 스스로 최대한 조심하여 주기 바란다.

    가급적 자네와 관련된 사람들을 (특히 자네의 분신을) 피하고, 만에 하나 부딪치게 되더라도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일이 절대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야.

     

     



    갈수록 태산이군요. 저를 이렇듯 위험한 방법으로 불러서 겨우 한다는 소리가 "알아서 조심해라"?

    전지전능에 가까운 친구답지 않게 그리 말씀하시는 모양이 왠지 초라해 보이십니다.

     

    내 몸 하나 건사 못하는 판국에, 혹시 나타나 위협할지 모를 적들은

    또 어떻게 상대하란 말인지..

     



    그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한 것이 있나니.

    그들의 도발과 공격에 상응하는 무기를 너에게 주겠노라.

     



    무기라고요??

    저를 결코 무장시키지 않을 거라 철석같이 약조하시더니

    그새 마음이 바뀌셨나?

     



    자네와의 원격 텔레파시가 불가능한 초비상 국면이라는 점 잊지 말라!


    우리의 함선이 대기권을 뚫고 하강하여 너를 직접 호위할 수 없음도 분명히 알아두라!


    이제부터 발생하는 모든 위기들은 전적으로 혼자 대처해야 하며,

    사악한 무리가 너를 죽이기 전에 네가 먼저 놈을 없애 버려야 한다.


    비록 다소 원시적이긴 하나 놈을 처단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무기를 소개하지.

     

     




    친구(?)의 우측에 있던 부관이 (소개해주질 않은 관계로 일단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 짐작컨대 친구가 함장이라면 그의 전속 부관 정도 위치가 아닐는지..) 오른팔을 들어 올리자, 조금 전과 같은 연청색 빔이 공간의 상하로부터 또 한 차례 솟아나 정가운데에서 연결된 후 증폭하여 광(光)기둥을 형성하였다.


    아까와 유사한 방식으로, 내부에서 아메바처럼 꿈틀거리던 무(無)정형의 홀로그래피가

    점차 윤곽을 갖추며 특정 사물의 형태를 얼추 갖추기 시작하였다.



    부관이 들었던 오른팔을 내려 이번에는 상준이 있는 쪽을 가리키자

    방금 만들어진 광기둥이 그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오는 게 아닌가.


    떠 있는 상준의 유체로부터 두 뼘 거리나 될까. 그것은 그와 아주 근접한 곳에 정지하였고

    이동하는 중에도 홀로그램화(化)는 계속 진행되어, 이동을 멈춘 즈음에는 어느덧

    저들이 제공하겠다던 무기의 형태가 디테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길이 60센티가량 되는 방추형의 은회색 금속 물체와

    (복잡한 장식처럼 소형 계기들이 상단에 부착된) 은백색의 헬멧이

    마치 3D 프린터의 산물처럼 입체적으로 현현하며 홀로그램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것이 자네를 지켜줄 무기의 포로토타입이야.

    시제품 실물은 이미 자네 육체가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시켜 놓았네.

    자네를 위한 맞춤형 모델로 특별 제작한 것이니 안심하고 사용하도록!

     

    사용법 숙지에 시간 낭비할 것도 없어. 자네의 생체와 연동하여 감각적으로 작동할 테니

    가공할 위력에 겁먹지 말고 편안히 다루도록 하게.

    잠시 위기에 처한 자네의 든든한 호위 무사가 되어 줄 거야.

     

     

     

    그래요?

    이것만 있으면 에프엠의 책동과 음탕귀들의 준동으로부터 스스로 방어가 가능하단 말씀이지요?

    나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얘기죠?

     

    저도 안심하고는 싶으나, 좀 전에 시제품이라 하신 것도 그렇고 해서..

     

     

     

    완벽하진 않아도 완벽에 준하는 방어막은 된다고 봐야지.

    적어도 4차원 악령 퇴치에는 고도로 최적화된 무기라, 내려가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 걸세.

     

    그리고, 우리의 무기는 양산(量産) 체제하에 있음과 동시에

    병력 개개인의 영육(靈肉) 시그널과 철저히 연동하는 특수 제작 시스템하에 있기도 하므로

    엄밀히 따지면, 대량의 완제품들 각각은 그것을 수령하는 군인들 각자에겐 시제품이 되는 것이지.

    물론 성능과 안정화 및 안전성 검증은 기(旣)완료되었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하고 말이야.

     

     

     

    당신의 입에서 무기니 군인이니 병력이니 하는 말들이 술술 잘도 나오는군요.

    해탈의 정점으로 향하시는 신성한 빛의 존재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입니다만..?

    도그마와 헤게모니를 중시하는 군 체계에 오히려 적합해 보이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내가 아는 당신들은, 권위를 바탕으로 지휘를 중시하는 사령관 이데올로기에 고착될 리가 없는데..

     

     

     

    ......................

     

     

     

    대답할 가치도 없나요? 이 또한 저의 편협하고 편향된 사고가 뱉어낸 상념 쓰레기에 불과할까요?

    제가 믿고 의지할 유일한 당신이 드디어 제 눈앞에 나타나셨건만 저는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당신을 의심하는 게 신성 모독이라면 죄송합니다.

    당신은 일관되게 저를 도와주시고 계실 뿐인데, 위태롭기 짝이 없는 이 시점에

    한가로이 상념의 회오리나 불러일으키다니..

     

    제 집요한 의심에 화내실 법도 한데 당신은 변함없이 평정함을 유지하시네요.

     

     

     

    나는 괘념치 않는다.

     

    인간이 우리 앞에 서면 겪게 되는 심적 현상들 중 하나가 의식의 찌꺼기를 감출 수 없게 되는 것이니라.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존재 자체가 너의 정신적 혼란에 일정 부분 원인일 수 있도다. 고로

    너 역시 이 현상에 휘둘리지 말고 그냥 객관화하여 바라볼지어다.

     

    이보다, 우리에겐 우선 해결해야 할 당면한 문제가 있지 않은가.

    너의 과거에 저리 도사리고 있는 "네 영혼의 오염원"부터 소탕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하사한 이 무기로 네가 직접!

     

     

     

    그 말인즉 저 아래 우리 집에 악귀가 산다?

     

    대략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정녕 그것이

    저토록 어린 나를..?

     

     

     

     

     

    상준은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감정을 주체하기가 힘들어졌다.

     

    그의 앞에 버티고 선 존재들을 향해 날 서있던 부정적 상념들이

    방향을 틀어, 대신 투사할 대상을 확보하고 그쪽으로 전력 질주하려 한다.

     

    전의가 불타오르는 용맹한 군인이라도 된 양,

    첨단 무기라는 걸 처음 주시하는 상준의 눈빛이 이글거리고 있다.

    그를 지독히 스토킹 하던 불안과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미지가 주입하던 투박한 공포가

    그 눈빛 속에서 - 잠깐이지만 - 사라져 버린 것 같다.

    결국은 도로 따라붙게 될 그것들이 당장은 안중에도 없는,

    의기양양의 기이한 표출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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