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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 불길한 예감
    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6. 23. 13:56

     

     

     

     

     

     

     

     

     

     

     

     

     

     

     



    보아하니 집 안은 비어 있는 것 같다.

    오늘이 평일의 오후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재래식 마루의 미닫이 유리문은 활짝 열린 채였고,

    상준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마루 위에 걸터앉았다.

     



    순간, 맞은편 작은 방의 닫힌 문 틈으로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여자가 내는 소리임엔 분명한데, 어머니나 누이동생의 소리는 아닌 듯했다.

     


    문득 짐작 가는 데가 있어서, 그는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방으로 다가갔다.


    방문은 완전히 닫혀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소음이 나지 않게 조심조심 틈새를 벌릴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은 상준의 몸을 떨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흰 담요 위에 반듯이 누워서 치마를 발목까지 걷어 내린 다음,

    역시 반바지가 홀랑 벗겨진 네 살배기 사내아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이른바 어른들의 은밀한 행위를 흉내 내고 있었다.


    단순한 놀이를 하는 양 속고 있는 어린아이는, 그녀의 팔 힘에 전적으로 지탱된 자신의 몸이 오르락내리락거릴 때마다

    벙긋벙긋 웃기만 했고, 못 생긴 주근깨 소녀는

    사내아이의 제법 빳빳해진 꼬추가 본인의 음부에 부딪힐 때마다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저 맹랑한 소녀의 정체는, 옆집 사는 정민이의 큰 언니였고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꼬마가 누군지는 굳이 밝힐 필요도 없으리라.

     


    볼일 보러 가끔 집을 비우실 때마다

    (평일에는 그녀가 방과 후 일찍 왔을 때 한해서) 어머니는 정민이 큰 언니를 불러 약간의 용돈을 쥐어 주고는,

    상준과 한 살 아래 누이동생 그리고 막내 동생을 돌보게 하셨던 것이다.

     

    어찌 보면 애 보는 일이 어린 여학생에게 무척 성가실 수 있을 텐데 군소리 안 하고 이에 응했던 건

    그녀가 어른 말씀에 고분고분했다기 보단, 몇 푼 용돈의 짭짤함과 더불어
    한창 호기심이 동하는 사춘기 혈기왕성한 소녀의 성적 노리개가 이처럼

    이 집에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리라.

     

     



    '친구가 언급한 "내 오염의 근원" 중 하나가 바로 여기인가.'

     




    죽을 때까지 감추고 싶은 그만의 비밀이, 그의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었다.

     



    정민이 언니가 또래의 소녀들보다 성적 감수성이 풍부한 탓에 흔히 저지를 수 있었던 행동이라고,

    가벼이 여길 수도 있겠다. 문제는, 가치관이 형성되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에

    저토록 조숙하고 끼 있는 여자애가 왜 어린 상준 앞에 나타났어야 했는가이다.



    성에 눈 뜨는 시기를 끔찍이도 앞당겨 버린 일련의 사건들이 무려 일 년 이상 지속되는 과정에서,

    네 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요구하고 있었다.


    호르몬의 활성이 아직 꿈도 꾸지 않던 시절, 덜 자란 여인의 풋욕정이 유년기의 상준을 오염시켜

    그로 하여금, 설탕 가루를 발라 빨게 한 납작한 젖가슴과

    거웃이 새순처럼 듬성듬성 돋아난 음부에 탐닉하도록 하였다.



    미로 뒤에 숨어 있는 "프로이트의 성역" 안으로 아무 저항 없이 당당히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준

    저 못생긴 아프로디테에게, 지금의 그가 있게 해주어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태아가 자궁을 빠져나올 때부터 생래적으로 성충동의 뿌리 한 자락씩은 움켜쥐고 나온다던데,

    카르마의 섭리를 십분 활용하는 에프엠의 전술이 인간의 생애 초반부터 먹혀 들어가는 장면 앞에서,

    상준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저 소녀도 필시 그와 전생의 업으로 연결되어 있을 테지..

     

     




    그때였다.

    대문 닫히는 소리가 둔중하게 귓전을 때려 왔고 관찰자 상준은

    마치 반(半) 수면 상태에서 갑자기 깨어난 아이처럼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정민이의 언니도 놀라긴 마찬가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팬티와 치마를 올리고, 입힐 겨를이 도저히 없었는지 아이의 팬티는 구겨서

    주머니에 쑤셔 넣은 다음, 반바지만 부리나케 입힌 아이의 손을 잡아끌고 방을 나왔다.


    방 문밖에서 이 광경을 고스란히 목격하고 있던 상준도 사태의 심각성을 본능적으로 포착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낯선 남자의 난입에 기절초풍할 이 집 식구들을 위한 배려라기보다는,

    어린 자기 자신과 대면할 때 혹시나 발동할 수 있는 동시성 트랩에 대한 공포가 그를 그렇게 몰아갔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무엇을 했냐고? 별 수 있는가. 일단 피하고 봐야지..

    옷가지와 신발 등을 둘둘 말아 안고, 두어 바퀴 툇마루를 굴러 재래식 부엌 안으로 잽싸게 몸을 숨겼다.

    아무리 어렸을 때라 해도 몇 년간을 생활하던 추억의 공간이라 그런지

    다 자라 근육들이 알아서 기억하고 자동으로 동작하더군. 신기하게도.)

     




    정애야 어딨냐? (아, 젊디 젊은 어머니의 낭랑한 목소리..)

     



    아줌마, 다녀오셨어요?

     



    그래, 애들하고 잘 지냈지?

     



    예. 상희하고 상철이는 큰 방에다 재워 놓았구요, 상준이한테는 책 읽어주고 있었어요.
    저 그럼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응 그래, 수고 많았다. 잘 가거라.

     




    '정애였구나 이름이..'

     

     

     

    정애가 태연하게 거짓말을 둘러대고 있는데도, 꼬마 상준이는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좀 전에 행한 놀이가 "엄마가 알아서는 절대 안 될 금기"임을 깨달아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녀와의 짜릿한 비밀 놀이가 다음번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겠지 하는

    앙큼한 기대와 함께, 자신을 통해 남자를 탐구하겠다는 정애의 지적(?) 욕구 충족에 충실히 협조함으로써

    서로 간의 만족이 최대치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반(半) 강제적이고 암묵적인 합의가

    이미 그녀와의 사이에서 단단하게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애가 올 때마다 매번 그 짓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이상하게만 여겼는데, 이제 돌이켜 생각하니

    생리 주기에 따른 감정 변화가, 상준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도 미묘한 변화를 야기했던 것 같다.


    하여간, 정애가 그와 동생들을 가끔씩 돌봐 준 대략 일여 년의 기간 동안

    어린 상준의 여물지 않은 꼬추는 그녀의 때늦은 장난감 목록 1호였고,

    정애가 즐겁게 가지고 놀 때에는 예외 없이 헛심이 들어가 (실속 없는) 빳빳한 차렷 자세를 유지해야 했으니,
    미완의 쾌감과 추행의 불쾌함이 두루뭉술하게 섞인 얄궂은 흥분과는 별개로

    물리적으로도 그의 그것이 얼마나 피곤에 시달렸겠는가 말이다..





     

     

     

     

     

     

    들킬까 마음이 조급하여, 시멘트 아궁이 옆에 있는 쪽문을 열고

    부랴부랴 계단을 지나 마루 밑 지하실로까지 들어가고 말았다.



    빼곡히 쌓여 있는 연탄 뒤의 반 평 남짓한 공간에서 일단 한숨은 돌렸으나, 앞으로의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침침한 지하실 구석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몰래 숨어든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이방인의 급습으로 야기된 불안이, 가늘게 떨리는 그 고음의 소리에 배어 있는 듯했다.

     



    '내 신세가 저 고양이와 다를 바 없구나.

     

    뭔가 착오가 일어났음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텔레파시가 안 될 리 없지.

    내 몸에 차원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그렇고..

    이러다 평행 우주에 영영 갇혀 버리는 건 아닐까...'

     




    문득,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상준을 괴롭혔던 현기증이 다시 엄습해 오고 있음을 직감하였다.
    이어 격심한 피로가 몰려왔고

    가물가물한 의식은 상념의 늪으로 점점 가라앉아 잠의 웅덩이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것은 꿈인가.



    그는, 칠흑 같은 지하실 한쪽에 걸레처럼 구겨져 누워 있는 자신의 육신을

    마치 강한 플래시로 비추는 선명한 영상을 보듯 내려다본 다음, 순식간에 지붕을 뚫고

    (마루와 천장, 지붕을 차례로 통과하였다는 표현이 더 옳겠다)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구름이 덮어 별을 볼 수 없는 밤하늘의 대기에 몸(?)을 실은 채

    큰 원을 그리며 익숙한 자세로 서너 바퀴 유영을 하였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기에 가능한 동작이었다. 친구가 새로운 방식으로 그를 조종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나에게 큰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이것은, (친구가 얘기한) 우주적 각성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야.

    자세한 이유는 몰라도, 평행 우주 간을 이동하던 시공의 어느 지점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건 아닐까.'

     




    영성 진화의 우주적 전환기에 즈음해서, 윤회의 오메가 포인트를 통과한 (포화 잠재의식의 임계치에 도달한) 마스터가

    창조의 주체가 되기 위한 영인(靈人)의 단계를 자연스럽게 밟아가는 현상, 소위

    "무위(無爲) 해탈의 자발(自發) 상승" 과정이란 생각은 분명 들지 않았다.

    그러나 머릿속이 꽉 차는 이 느낌.
    광대한 우주의 신비가 알고리즘화 하여 대뇌피질의 신경 회로 속으로 차곡차곡 집적되는,

    기분이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게 두 번씩이나 불쾌한 신호를 보내온 존재가 저 먹구름 뒤에 버티고 있으려나..

    친구여야 할 텐데..


    그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전지전능한 친구지만 그도 미처 잡아내지 못한 사소한 트러블일 거야.

    원격 조정에 애로점이 많아서 결국엔 나를 직접 우주선으로 불러들이는 모양이군.


    이게 말로만 듣던 유체 이탈이란 건가.

    하긴, 우주선 자체가 일종의 영체라 하니 육신 상태로는 들어갈 수 없는지도 모르지.

    텔레파시는 끊어졌지만 뭔가가 계속 나를 자극하여 인도하는 방식 같은데..


    두통 비슷한 이 불쾌감이나 우선 없애줄 것이지, 친구도 참..'


     

     

     

     

     

     

     

     

     

     

     



    상준의 유체는 사념 속도로 대기권을 벗어나 달의 중력권 안으로 접어들었다.

    (사로잡혀 끌려가는 "힘 빠진 슈퍼맨"의 떨떠름한 심정이 이러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순식간에 달의 뒷면을 넘어가 보니, 시가형의 거대 모선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S.F. 영화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우주 함선의 모습이었다.

     

     



    '뭐야, 아담스키가 방문했다던 구닥다리 비행체와 대동소이하구만.


    어마어마하고 위협적이긴 하지만, 내가 예상하던 친구의 우주선과는 사뭇 다르네..?

    영체형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투박하고 3차원적이잖아!'

     




    모선의 하단 어딘가로부터 내려온 노란색의 광(光) 기둥이,

    족히 수 백 킬로 이상의 거리를 두고 상념에 젖어 어정쩡히 떠 있던 그의 유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그러고 나서

    수 백 미터 상공의 - 모선 내부와 통하는 - 육각형 출입구를 향해

    이번엔 다소 느린 속도로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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