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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만남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6. 21:29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상준 형은 무사할까..
형이 보고 싶다.
형, 그간 고마웠어. 나 먼저 갈게..먼저 죽었으면 부디 날 찾아줘.
형이 마중 나와준다면 안심하고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상준 형!
너무 무서워...'
아빠, 일이 틀어져 죄송해요.월맹군의 기습으로 소닉 홀이 와해되었어요.
하지만 염려는 마세요. 드림홀 태동의 기미가 하나 더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소영아, 빨리 무슨 수를 써야겠다.이 자도 곧 총에 맞아 죽는 운명인가 봐!
무엇에 홀린 듯, 모든 것을 체념하고 질끈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을 때, 나는 내 머리맡을 점거하고 내려다보는 베트콩 소녀의 무표정한 시선과 뜨겁게 충돌하여야 했다.순간 그녀의 무표정은 급속하게 독기로 일그러졌고, 거웃이 드문드문 돋아나 있는 음부에서 뜨끈한 오줌이 쏟아져 나와 내 얼굴을 사정없이 유린하였다.
짭조름한 액체가 콧구멍과 입을 후려치는 통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흔들었고, 소녀는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간담이 서늘한 저음으로 킬킬거리기 시작했다.
소..영아, 언제 얘한테로 옮겨갔니..?나.. 아니 이 녀석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지??
적어도 지금은 아니에요.아빠가 드림홀에 안착하려면 이 자의 살아 있는 몸이 필요하니까요..
탄창을 갈아 끼우고 장전하는 소녀의 손놀림이 직업군인처럼 날렵하였다.
내 이마를 향해 가늠쇠를 조준하는 그녀의 절도 있는 동작은 진작에,살아 숨 쉬는 킬링 머신의 경지로 등극한 것 같았다.
총구에서 불이 뿜기 직전 난 다시 눈을 감았고, 벼락 치는 (귀에 익숙한) 연발음은 귓전을 무자비하게 갉아 고막을 파열시켰다.
불덩이처럼 달궈진 탄피들이 우박같이 떨어져 내렸고, 그것들 중 몇 개가 땅을 박차고 튕겨져 올라 내 놀란 살갗을 지졌다.
막리엔! 탄알 아껴야지.대충 정리된 것 같으니 적당히 해두고 이쯤에서 뚜잉탕링으로 빠지자!
동지들과 합류할 시간이야.
리더 격인 사내가 - 땅에 코를 처박고 죽은 듯이 엎드려 있는 - 송하사를 대검 꽂은 총으로 몇 번 쑤석거리다 말고,(널브러진 송장들을 밟으며 어슬렁거리는) 알몸의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날카로운 총검이 생살을 후비적 대는 끔찍스런 고통을 이를 악물고 견뎌내고야 마는 송하사의 삶에 대한 집념과 독종 근성에 하늘마저 감복했는지, 여러 전투에서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잔뼈가 굵어버린 그에게 요번에도 억세게 좋은 운을 선사하려는가 보다.
내 머리를 완전 분해해 버렸다고 정말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지, 소녀는 총질을 멈추고 나의 눈두덩에 침을 뱉었다.
어린년이 더러운 짓은 골고루 하고 있군.
얘가 이토록 오지게 착각을 하고 있는 것도다, 소영이 네가 조치를 취한 덕택이겠지.
고마워, 살려줘서...
김하사와 전일병은 후퇴의 대부분을 낮은 포복에 의존하다시피 하며 소대장이 위치한 제5 벙커에 간신히 도달할 수 있었다.
자네들은 어디서 뭐하고 이제야 나타나는 건가!?
지금 즉시 제2 지하 벙커로 가서 위문단을 사수하도록!
저어.. 소대장님,위문단 피해 상황은...?
김하사!내가 이렇듯 위급한 시점에서 일개 일병 놈한테 친절하게 보고까지 올려야 하나?
죄송합니다.
전일병! 그걸 왜 소대장님한테 묻고 난리여?!
아 시끄러!
그들도 삼분지 일 가량이 목숨을 잃었어.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포함해서 나머지 또한 엄청난 쇼크에 시달리고 있고..
현재로선 헬기 수송도 불가능하겠지라??
그러니, 너희들이 대강 둘러대서라도 그들의 동요(動搖)를 최소화하란 말이야!
민간인들이 자칫 성가신 행동을 했다간 작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음을 숙지하라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나?
옛서, 알겠슴다!!
여러분 안심하십시오.우리 해병 용사들이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입니다.
22시 정각엔 여러분을 안전하게 옮겨줄 헬기도 도착할 예정이니, 부디 진정하시고 군의 지시에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거듭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보게 젊은 일병 양반, 우리도 바보는 아니야.
적의 공세가 이처럼 막강하고 우리 쪽은 거의 전멸 지경인데, 무슨 수로 헬기를 띄운단 말인가!
어따, 존경해 마지않는 배삼영 슨상님고로코롬 말씀하시면 듣는 저희가 쬐까 섭하지요이.
베트콩 넘덜의 요깟 도발은 흔히 있는 일이지라.화력에 있어서도 넘덜은 우리한티 쨉이 안 되구요.
30분 정도만 여서 기다리시면 저희가 책임지고 쓸어버릴 텡게 헬기 걱정은 하덜 마시랑께요.
어이, 전일병 뭐다냐. 부상당한 분 살피지 않구서..
참나, 다 죽어가게 생긴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군의관 한 명 들여다보지 않고..생초짜 위생병 두엇 갖고서 뭘 어쩌겠단 건지 원..
우리가 대동한 의료진도 피해가 심해 제대로 진료할 사람이 턱 없이 부족하단 말이오!
국가가 반강제로 동원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당신들 위해 만사 제쳐 두고 이역만리 날아온 우리들한테,이거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학사 가수 최휘준이 혈기를 앞세워 끼어든다.
그게 그러니까..헤헤, 저희 쪽 파견 군의관도 그렇고 오늘 구경온 의무 장교 두 분조차 모조리 꼴까닥 하는 바람에..
이리로 향하는 수송 편대에는 빵빵한 의료 장비와 인원이 투입되어 있으니, 아쉬운 대로 쪼께만 참아주시쇼.
민간인 부상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전일병은 경사로를 따라 벙커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임시 응급실 구실을 하게 된 (지하 2층에 해당하는) 콘크리트 방은, 희끄무레한 백열전구 하나가 달랑 비추고 있는 대여섯 평 남짓의 밀폐 공간에 불과했다.
그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병장 계급장을 단) 위생병에게로 다가가, 번거로울 뿐인 몇 마디 질문을 의례적으로 던졌다.
위독하신 분들도 많이 있습니까?
사회자 위스키 리하고 악단 두 분, 스텝 세 분이 중상을 입었어.이 가운데 위스키 리 씨는 아무래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참, 한결 씨는 어떻습니까?실신하였다고 들었는데 파편상은 입지 않았는지요..
으음, 한결 씨의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질 않아.
네에?? 어딜 크게 다치기라도..그녀는 중상자가 아니잖습니까!?
아니, 약간 긁힌 상처 외에 심각한 신체적 외상은 없네. 다만, 정신적 충격이 워낙 컸던 모양이야.
좀 전에 의식은 회복했는데, 몸에 열도 상당하고 자꾸만 시름시름 앓는군.
전일병은 눈을 크게 뜨고, 참상이 난무하는 간이 응급실 안을 샅샅이 훑어 한결을 찾았다.
선배 여가수의 보살핌을 받으며 차가운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밀폐 룸의 구석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연보라 투피스 정장의 군데군데가 흙과 이물질의 흔적으로 더럽혀져 있었고, 미니스커트는 위로 딸려 올라가 허벅지가 거의 다 드러났는데도, 초점 잃은 눈동자의 그녀에겐 그런 사소한 것들에 개의할 여력이 더 이상 없어 보였다.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의 존재를 의식한 것도, 그녀가 아닌 선배 김춘자였다.
하필 얘가 올라갔을 때 폭탄이 터질 게 뭐람.나이도 어린것이 기겁을 했을 걸 생각하면..
그나마 요만한 게 천만다행이지, 죽지 않으면 반신불수 되기 십상이었는데 하나님이 도우신 게 분명해요..
기겁을 하긴 마찬가지였으리라 어림되는 김춘자의 사뭇 떨리는 음성이, 이내 울음을 터뜨릴 듯 위태롭기 짝이 없다.
'얼마나 놀랐을까..
어떻든 무사한 그대를 확인하게 되어 참으로 기뻐요.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요,
사랑하는 한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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