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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위문 공연
    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0. 27. 18:13

     

     

     

     

     

     

     

     

     

     

    연병장을 가로지르며 베니어합판을 운반하던 전일병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후 다섯 시가 넘어서는데도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는 식을 생각을 않는다.

      
    뜨거운 햇빛의 줄기들이 그의 벗은 어깨와 허리를 게걸스럽게 공략하여, 탄탄한 상체를 과하게 그을려 놓았다.

     


    가설(假設) 무대 아래 장병들이 퍼질러 앉을 위치에다가, 예하 부대명(名)이 적힌 팻말들을 박아넣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며 해머를 휘두르던 김하사가

    숨도 돌릴 겸 그를 보고 누런 이를 드러내어 한 마디 던진다.

     

     

     

     


    전일병, 힘들지? 그것만 나르고 내무반 들어가 잠깐 쉬도록 해.   
    공연 끝날 때까지 말뚝 근무 서려면 장난 아니게 피곤할 거야.

     

     


    일병 전상준.

    아닙니다, 힘들지 않습니다. 

     

     


    씨발, 왜 하필 땅개 사령부들 다 놔두고 우리 중대 본부 연병장이냐고라!

     

     


    지정학적으로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네요. 여기가..

     

     


    안전?? 그런 게 어딨냐. 시방 월남 땅에서 위험하지 않은 곳이 어딨다고.. 

      
    글고, 지정학 어쩌고 따지는 것도 웃기는 소리지.

    이 땅에서 나고 자란 놈들이 누군데!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을 일 있간디..

    특히나 여긴, 일 당 백의 막강 해병 중에서도 최고 정예가 주둔한 본거진께, 적의 첩보망이 개후로꾸가 아닌 이상

    놈들의 최우선 타겟으로서 언젠가는 대대적인 기습이 예상되는 곳인디, 어째서 공연이 허락되어쓰까?

    고것이 의문이여..

     

     


    설마, 그럴리가요.   
    신참인 제가 알기로도 K포대를 비롯해서 타부대의 협조 체계로 이중 삼중 방어망이 비교적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고,

    연락만 하면 미군 전투기의 지원 폭격도 항시 가능하여, 말 그대로 철옹성이나 다름 없다던데 말입니다.

       
    고생하는 장병들을 위해 상부가 이것 저것 다 따져보고 알아서 한 배려겠죠 말입니다.
    김하사님,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하십시오. 

     

     


    순진하긴.. 그건 희망 사항이고.


    말로 하는 전쟁이면 우린 벌써 귀국선(船)에 올라타고도 남았지.
    막말로, 쥐약 어설프게 처먹은 쥐새끼 모양 잔뜩 독 오른 놈들이 베트콩 월맹군 할 것 없이 총동원하여 이판사판 기발한 전술로 뒤통수 치겠다 작정하고 덤빈다면, 알량한 방어망 뚫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요 아군의 지원 화력을 분산시키고 폭격을 지연시키는 건 일도 아니지.    
    이론과 실재가 너무도 다른 게 이 망할 놈의 전투란 것이여.

     

    앞으로 지겹게 작전 투입되다보면 너도 저절로 터득할 것인께, 그때 가서 뼈저리게 느껴보드라고.   

     

    또, 미군 아그들 넘 좋아하지 말어. 그러다 배신감에 찔찔 짜는 실연 당한 가이나 꼴 난께로.   
    우리 알찬 무적 해병이 빛 좋은 개살구 코쟁이들보다 못 할 게 뭐다냐?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린 스스로 모든 걸 헤쳐 나가면 돼!   
    미군은 우리 조또 신경 안 써. 괜히 혼자 짝사랑하다 큰코 다치기 싫음 걔네들한테 기대지 말어.

      
    그러니께 결론은, 미군넘덜 믿을 거라곤 C-레이션 박스 밖에 없다 이 말씀이여!

     

     


    헤헤.. 김하사님이 그렇게 겁 주시니, 오던 위문단 도로 짐 싸서 가버리겠습니다.   
    용사들 사기(士氣) 문제도 있고, 화끈한 무용수들 쭉쭉빵빵 몸매는 일단 감상하고 나서 돌려보내도 보내야, 후환이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전일병, 공연이고 뭐고 우린 솔직히 휴식이 필요하잖여, 안 그랴?   
    하룻밤 꼬박 새우는 좆뺑이 작전 뛰고 오자마자 이게 뭔 난리랴, 것도 남의 집 안방에서 말이여!

     

     


    그래도 저희 쫄따구들 생각해주시는 분은 1분대장님 밖에 없으십니다. 헤헤..

      
    이곳에서의 하루 하루가  워낙 긴장의 연속이어서 그런지, 사실 피곤한 줄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리고, 이런 오지(奧地)에까지 우리나라의 연예인들이 위문 와주리라곤  상상도 못 했었는데..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어쩌면 첨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회 아니겠습니까?

    저로선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이번 구경거릴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얼씨구, 일병 티 좀 작작 내더라고.

    하기사, 죽음이 친구 하자고 지겹게 들러붙는 여기서, 나름대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빡센 군기지.

    적어도 일병 때까진..

     

    그리고  우리 같은 고참들은 뭘로 버티는지 아나?

    고향에서 혹은 애인에게서 가끔씩 날아오는 편지? 가뭄에 콩 나듯 주어지는 이곳 창녀와의 빠구리 기회??   
    그럴 수도 있을 것이여.

    하지만, 나한텐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만 한 것이 없당께!?

     

     

     

     


    무릎과 엉덩이 부분이 닳아 반질반질한 흙투성이 작업 전용 군복 바지 주머니에서, 김하사는 마리화나
    한 대를 꺼내어 입에 물고 지포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너도 한 번 빨아볼텨?

    짬밥 서열 상병 이상부터 요놈 꼬실를 특권이 주어지는디 말이시, 내 특별히 한 대 줄텡께 맛 좀 보더라고.

    피곤도 풀리고 뭣보다 세상이 확 달라져보일 것이구먼.  
    요놈에 적당하니 취하면 근심 걱정 사라지지 총질 할 맛 나지, 여러모로 쓸만 하다니께?

     

     


    일병 전상준, 감사히 피우겠습니다.

     

     


    그려그려.

    후우.. 이제 좀 살 것 같군.


    염병할! 위문단이고 뭐고 다 좋다 이거야, 우리 소대는 사역 인원 할당에서 당연히 열외되었어야 하잖아!?

    열외는커녕 씨부랄...

    조또 이래서 손님맞이는 고달프당께..

     

           


    저어.. 혹시 나일병 못 보셨습니까? 아까 김하사님께서 사역병 차출 할 때부터 안 보였던 것 같은데..

    찾아오라고 별도 지시도 안 내리시고 해서...

     

     


    그래도 동기라고 챙기기는..

    걱정 되나?

        
    뻔하잖여. 보나마나 송하사 이놈, 어디 후미진 곳으로 데려가 신나게 후장 따먹고 있을 게야.

     

      


    지수가 불쌍합니다. 아끼는 동생인데..

    김하사님, 이대로 보고만 계실 겁니까?!

     

     


    얀마! 이게 몇 모금 빨더니 간뎅이가 배 밖으로 나왔나. 내 앞에서 목소리 키우고 앉았네?   
    피 같은 약초(?) 나눠줬더만 배은망덕하게시리..

     

     


    죄송합니다!

    요즘 들어  송하사님이 너무 하시는 것 같아서...

     

     


    알아 안다구, 내가 모를 리 있나.    
    그땜에 대판 싸우고 열흘 전부터는 그 호모 새끼랑 말도 안 섞고 냉전 중인 거, 너도 알잖냐.   

     

    소대장님한테 넌지시 얘기해봐도, 작전 완수 이후로 논의를 미루자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작전이 끝나면 끝나는 대로 차일피일 어영부영, 대책에 대한 확실한 언질을 주지 않는 걸 낸들 어쩌겠냐.

      
    아무래도  소대장님은 이 일이 확대되는 걸 원치 않으시나봐.

    실전(實戰)이 잦아진 요즘 작전 성공률을 높이려면 대원들 간의 단합이 필수적이라, 만의 하나 겨우 다져진 팀웍이 깨지기라도 할까, 전전긍긍하는 꼴이라니..

    그런 양반한테 우리가 무얼 기대하겠어.

     

    더군다나 송하사 그 시키 싸움 하나는 무식하게 잘 하잖여. 베트콩 때려잡는 데도 도가 텄고 말여.   
    소대장이 이뻐라 하고 싸고도는 데야 워쩔 것인가.

    나 같이 별 볼 일 없는 분대장은 괜한 분란 일으키지 않고 그저 죽어지내는 수 밖에...    

     

    골치 아픈 얘긴 관두고, 그나저나 오늘 누구누구 나오는지 아냐?

    행정반 벽보를 언뜻 보긴 했는데 다 까먹었으야.

     

     


    쟁쟁합니다.

    사회를 위스키 리가 보구요, 서용춘, 배삼영, 최휘준, 정운희, 하추나, 서진, 김춘자, 배허, 등등..

    참말  기라성 같지 않습니까? 거기다  최고의 여가수 한결까지 합류한다네요!

     

     


    짜식, 신이 나서 줄줄이 꿰는구나. 언제 그걸 다 외웠다냐?

        
    김춘자라면, 거 뭣이여 "월남에서 돌아온 쌔까만 김하사.." 어쩌구 하는 노래, 그거 부른 가수 맞지?  
    내 주제곡 같아서 자주 흥얼거렸었는디..

    오늘 드디어 쌩으로 들을 수 있게 돼부렀네, 크크크..

     

     


    "쌔까만 김상사" 입니다.

     

     


    아따, 고참이 김하사라면 김하사인겨. 따지냐?

     

     


    아.. 아님다..

     

     


    근데 말이여..

    전일병 니가 죽고 못 사는 한결이가 온다 한들, 무슨 소용이다냐. 말뚝 서느라 머리카락 한 올도 못 보게 생겼으니..

    어째쓰까나, 내 맴이 다 짠허네그랴.

     

     

     

     ................

     

     


    허어, 눈물까정 글썽이고..

    이거 보통 일 아니구마이.

       
    좋다! 까이꺼 이 맘씨 좋은 김하사님이 인심 한 번 쓰지 뭐.

    한결 나올 때 쯤 돼서 내 잠깐 교대해줄테니, 넌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가 먼 발치서나마 애인과 회포를 풀도록 하여라.

    킬킬..

     

     


    저..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김하사님, 감사합니다!

     

     

     

     

     


    '아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그녀가 여길 다 오다니..

    이 죽음의 땅에서 그녀 모습을 직접 보게 되다니...

       


    밀림 한복판에 짐짝처럼 팽개쳐져,

    벌겋게 달구어진 총열을 식힐 겨를도 없이 하루에 수 백 수 천 발씩을 갈겨대면서,

    독충과 말라리아와 지뢰와, 저 괴물 같은 태양과 짜증나는 찜통 더위로 인해, 시시각각 숨통을 죄는 지긋지긋한 신경쇠약에 시달릴 대로 시달리면서,

    지금껏 근근이 견뎌온 것이.. 

           
    베트콩의 칼에 난자 당한 전우의 주검을 보고 구토를 해야하는 참담함을 곱씹으며,

    시간이 멈춰버린 지옥에 발을 딛고 매일밤 찾아오는 죽음의 사자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며,

    달력의 날짜를 기계적으로 지워나가는 (맹목적이 되어가기에 불안한) 근면도...

         
    어쩌면 오늘 그녀를 만나야 하는 운명 때문이었을까.

    살아서 오늘을 맞이하기 위함이었을까.

     


    두렵다.

    갑자기 정교(精巧)한 공포가 밀려온다.

         
    벅찬 감격이 막을 내리고 공연이 끝나면, 내일로 대체(代替)될 오늘의 끝 자락에서,

    내가 이 전쟁터를 누비며 계속 살아 있을 행운도 그녀와 함께 떠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아아,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이곳까지 들어와서 그녀는 웃으며 노래한단 말이지?   
    당장 이보다 더 기쁘고 황홀한 사건이 어디 있나!

    이것은 마리화나보다 수 십 수 백 배 강력한 효과로 "사실적인 공포"를 몰아내는구나.

       
    그녀를 만나게 해준, 이 썩을 전쟁.

    생생한 살육의 현장을 내려주신 "비극의 신"께도 감사를 드려야겠군. 제기랄..

     


    뜨겁다.

    태양이 내 몸을 낱낱이 해체하여 빨아들인다. 눈부셔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는 태양이..

     


    환호하는 군인들 틈에서, 휘파람 불고 박수치는 그들처럼, 내가 그녀를 대할 수 있을까.

       
    나에겐 태양과 다름 없는 그녀를, 눈이 부셔 똑바로 바라볼 수나 있을까.

     


    저것은..

    노을..??

    저 검붉은 피! 하늘이 온통  피투성이야!!'

     

     

     

     

     


    어이! 전일병!

    그건 그런 식으로 줄창 빨아대는 게 아니여.   
    천천히 쉬엄쉬엄 음미해가면서 피워야지....

     

     

     

     

     

     

     

     

     

     

     

     

              

    ............ 인천 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 없이는 못 마십니다.
                 산에산에산에 사는 산토끼야 깡충깡충 뛰면서 어델 가느냐.
                 학교종이 땡땡 친다 어서 가보자 선상님이 문앞에서 기다리신다.
                 징지기장장 징장장 지기지기장장 징자그장
                 여름바지는 핫바지 겨울바지는 솜바지
                 새나라에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

     

     

     

     


    권상병님, 위병소 부근이라 확성기랑 가장 가까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초소 애들보단 우리가 그나마 훨 낫지 않습니까? 이처럼 또렷하게 들리다니..

    무대 바로 밑에 앉아 있는 것 같네요. 히히.. 

       
    권상병님, 서용춘 진짜 웃기지 않습니까?

    인천 바다에 사이다가.. 크큭..

     

     


    놀구 있네. 요게 대책 없이 빠져갔구..

    행정반에서 탱자탱자 노니깐 좀이 쑤셔 죽겠지?  
    내 필히 중대장님께 말해서 우리 소대 들어오게 해주마!

     

     


    에이, 왜 그러십니까..?

    괜히 어디서 뺨 맞고 애먼 저한테..

     

     


    뭐?? 뺨이 어쩌구 어째?!

    좆만한 이병 새끼가  겁대가릴 짱박았나!?   
    박이병 너 내 직속 쫄따구였슴 벌써 아구창 날아가고도 남았어, 알간?!!

     

     


    히히, 그랬음 제가 감히 요러겠습니까? 알아서 기었겠죠..

         
    권상병님, 저한테 너무 이러지 마십시오. 저 섭해지려고 합니다.

    외출 외박증 제때 끊어서 나가기 싫으신 모양이죠?

     

     


    이런 뺀질뺀질한 시끼...   

     

     

     

     

     


    ..............가갈갈갈.. 위대하신 국군 장병 여러분,

    이 머나먼 이국 땅에서 자유와 민주를 수호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자아, 여러분의 살살이 제트기 타고 월남으로 날아온 것을 기념도 할 겸, 제가 지은 시조 한 수 여러분께 읊어드릴까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가락일지라도  그러려니 하시고 잘 감상하시길 바라겠습니당.

    제목  미니스까또 ........................

     

     

     

     

     


    '나지수, 요 고자 새끼!

    소대 막내 주제에 송하사를 등에 업고 날 엿먹여??

       
    송하사 이 싸가지도 그래, 지가 분대장이면 분대원을 더 챙겨야 하는 것 아냐?!

    그 고자 새끼 대타가  왜 나냐고! 씨팔, 한 달 전에 상병 달았다고 개무시하는 거야 뭐야.  


    나지수..

    지금 쯤 송하사 무릎에 앉아서 희희낙락 공연 구경하느라 살판 났겠군.   
    어리석은 놈.. 누구랑 군생활 더 오래 하는지  두고보자고. 이 치욕은  두고두고 갚아줄테니...    
    당장에 오늘밤 편히 잘 생각은 꿈도 꾸지마라, 씹새야!'

     

     

     

     

     

     

     

      
    .............. 미니가 높다 하되 배꼽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읎건마는
                   무우작쩡! 올라가면 빤쓰한테 미안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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