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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늪
    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0. 24. 14:10

     

     

     

     

     

     

     

     

     

    자아 자, 모두들 긴장 늦추지 말고 대열 정비해서 사주 경계 철저히 하도록!

        
    김하사!   전방에 별일 없지?

     

     


    네,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살점 같은 게 몇 군데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볼 적에, 작은 짐승의 소행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무전병! C사단 사령부에 연락해서  A-10 지역 이상 없다고 보고해!

      
    자아, 다들 출발하자!

    09시 정각에 헬기 도착이니까 서둘러야 한다.

     

     

     

     

     

     

     

     

     


    소대장을 포함한 고참 대여섯 명이 선두를 형성하여 본격적인 늪지대로 접어들었다.


    늘어진 덩굴을 정글도로 베어 내며 앞장서는 그들의 오버(?)에, 나머지 열두 명의 대원들은 감히 피곤한 내색도 못 하고  녹초가 된 몸을 삶과 죽음의 경계(境界)로 하염없이 몰아갔다.

     


    중간에 위치한 나는, 후미의 전일병에게 다가가기 위해

    늪 속에서 적당히 미적거리며 은근슬쩍 페이스를 늦추었다.

     

     

     

     


    준이 형, 이놈의 작전 정말이지 지긋지긋하지 않아? 언제 죽을지도 모르겠고..

    이러다가  훽가닥 돌아버리지나 않을까 몰라...

     

     


    그러게 말이다. 쥐새끼 같은 놈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을 죽다 살아야 하니..

     

     


    내가 왜 여기서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지? 미친놈들..

    생각 같아선 모두 다 드르륵 갈기고 싶어!
    별 단 군바리들, 정치꾼들, 양키 놈들...

     

     


    쉬잇!  말조심해. 너 영창 가고 싶냐?

    어느 소대나 끄나풀 한 둘 정도는 기본이라구. 우리 소대도 예외는 아니고..

    자식.. 누가 대학 물 안 먹었달까봐, 삐딱하기는...


    참, 이따 오후에 우리 부대 본부 연병장에서 위문단 공연 있다는데, 넌 알고 있냐?

     

     


    위문단이 와?? 누가 그래?

     

     


    어젯밤에 소대장이 참호 안에서 본부와 몰래 교신하는 것 엿들었다.   
    숨기고 있다가, 작전 무사히 마치면 "깜짝 선물" 주듯 밝힐 속셈인감..

    내가 살살 유도신문을 해봤는데, 저 양반  도무지 입 열 생각을 않더라고. 무전병 귀띔으로 이미 우리 사이엔 기정사실이 돼버렸는데도 말이지.

     

     


    설령 공연을 한다 해도, 형이나 나 같은 쫄따구한테까지 자리가 날까?

    자기네들은 신나게 놀자판 벌이면서, 본부 애들 델꾸 경계나 서라 할 테지.

     

     


    그랬단 봐! 나야말로 영창을 가는 한이 있어도 고렇게는 못 하지.   
    똑같이 죽을 고생 하면서, 누군 위문받을 귀하신 몸이고 누군 씨팔..

    어후 열받아.

     

     


    형 화나라고 한 말은 아닌데..

    사실이 그렇다는 거지. 제발 진정해, 형.

     

     


    혹시 알아? 내 사랑 한결이라도 올지..

    그래서  더더욱 기를 쓰고라도 참관을 해야겠단 거야!

     

     


    틈만 나면 한결 한결! 지겨워 죽겠네..

    형이 철부지 어린애야? 연예인이나 짝사랑하고. 

     

     


    너 이 자식, 참 이상하다. 한결 얘기만 나오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넌 좆 달린 사내 아니냐? 그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운 한결을 싫어하는 군바리가 어딨다구..

    물론 나야 좀 더 유별나긴 하지만서도...

     

     


    왜 없어! 여깄잖아.

     

     


    너야말로 별종이다. 한결을 마다하다니..

    하기사 우리 부대에서 이곳 창녀들이랑 안 자본 병사는 너뿐이라며?

     

    너.. 아예 여자 자체가 싫은 거냐?

     

     


      ..............

     

     


    군대 동기를 떠나 형으로서 큰맘 먹고 한 마디 하마.

     
    너 인마 처신 똑바로 해!

    넌 누가 뭐래도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 해병대 아무나 들어오는 데 아니잖아!

     

    만의 하나, 진짜로 여자가 싫더라도 절대 표는 내지 마라. 송하사 이 새끼 신참 따먹는 변태 남색(男色)가란 소문이 자자해.     


    그 새끼  요즘 들어 너한테 노골적으로 껄떡대지? 이것저것 잘 챙겨주면서 말이야.

    아마, 그 능구렁이가 네 아리송한 성향을 진작에 간파하고 장기 파트너로 점찍었을게다. 끼리끼리는 귀신 같이 알아본다잖냐. 군생활 초장부터 꼬이기 싫음 송하사를 멀리해!  


    아니지, 너 또한 같은 취향이라면 굳이 꼬일 것까진 없겠군.
    좀 유들유들하긴 해도 전투 능력 "왔다"에다, 현실 감각 뛰어나서 자기 정량 이상(以上)을 챙기는 덴 거의 도사급이니, 애첩(愛妾) 노릇 대충 해주고 그를 방패막이로 삼는다면, 이 험한 전쟁터에서 명줄 보존할 가능성 높아지겠다, 군생활 풀리겠다, 오히려 일석이조겠네..

    그렇지?

     

     


    형, 미쳤어?? 날 어떻게 보고  그딴...

     

     


    아니면 다행이지 뭘 발끈하냐. 곱상하게 생겨서 샌님처럼 구니 걱정돼 하는 소리야.

    아끼는 동생이니까 이런 얘기 충고랍시고 하는 거지, 어느 누가 해주겠냐 제 목숨 돌보기도 벅찬 마당에..


    고깝게 생각 말고, 노파심에서 비꼰 뒤엣말은 잊어라.

    송하사 멀리하란 말만 새겨들어. 널 지켜주고 싶어도 나 역시 쫄따구라 어쩔 수 없구나.

     

    아직  시간은 있다. 귀찮게 들러붙을 빌미만 주지 않음 돼.

    지금부터라도 괜한 꼬투리 안 잡힐 만큼만 부대 생활 칼 같이 하면서 사적(私的)으로 거리를 두고 대한다면,

    녀석이 널 곤경에 빠뜨리는 일은 없을 거야.  


    젠장, 말이 쉽지. 어쩌다 저런 녀석을 고참이라고..

    네 신세도 참...

     

     


    충고 고마워. 형이 날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것 같아 기쁘다.

     
    염려 마. 월남까지 와서, 이 나지수 쉽게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송하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형도  여기서 힘든 시간 보내는 건 마찬가지잖아.

       
    그냥, 우리 지금처럼 짬짬이 얘기나 나누자.

    우리,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계속..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해병으로 맺어진 우리 우정  어디 가겠어?   의리 빼면 시체 아니냐.

     

     

     

     

     


    나일병! 니 거기서 뭐하노!?

     

    햐아, 신삥이 쏙쏙 빠져갖고 대오 이탈을 밥 먹듯 하고 앉았네?
    시방 니가, 하늘 같은 고참님들 길 트느라 조뺑이 치는데

    꼬랑지에서 어슬렁 개기는 것도 모자라 동기랑 한가하게 뒷다마나 깔 짬밥이냐??

        
    전일병, 니  신나게 내 욕하고 있었제!? 아까부터  뒤통수가 근질거린다 했더니..

     

     


    아닙니다!    오해십니다!!

     

     


    오해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전상주이, 사람 은근히 깔보는 니 눈깔  존나 맘에 안 들어!

    씨팔, 이동 중이라 한 딱까리 얼큰하게 할 수도 없고..

    늪 속에 대가리 박고 시체 썩은 물 맛 좀 봐야 하는 건데, 니미...


    전상주이, 똑바로 해! 베트콩한테 뒈지는 날까지 군생활 꼬이기 싫음.

    알았나?!!

     

     


    예!  알겠숨다!!

     

     


    나일병! 닌 똥 마려운 개새끼 멩쿠로 계속 그카고 있을 끼가?? 퍼뜩 니 자리로 안 가나!!?


    지수 닌 이제부터, 나를 중심으로 반경 일 미터를 벗어나믄 안 된데이.

    작전 뛸 때나 병영에 있을 때나 얄짤없이 그래야 한데이, 알았제?

     

     


    .............

     

     

     

    어쭈, 요놈 보소. 니이, 주둥이에 총 맞았나?

     

     


    네!   알겠습니다!!

     

     

     

     


    '어휴, 저걸 그냥.. 맞짱 뜨면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이...

      
    좆같은 변태 새끼. 지수가 네 애완견이냐?'

     

     

     

     

     

     

     

     

     

     


    부업으로 화전(火田) 일구는 산도적 같이 생긴 송하사가, 허름한 목재 샤워장의 대나무 발을 호기(豪氣)롭게 걷어차면서 알몸으로 들어온다.   
    크고 작은 상처의 흔적들이 문신처럼 자리 잡은 근육질 거구에 걸맞게, 무성한 수풀을 뚫고 솟아난 거무죽죽한 "왕버섯" 역시 보는 이를 제압할 만큼 험상궂었다.

     

     

     

     


    동작 보지!!   
    하여간, 꾸물거리는 덴 대한민국에서 우리 나일병 따라갈 놈 없다니깐. 여어가 무신 미아리 송월탕인 줄 아나..

       
    고참들 군화끈 매고 있는데, 닌 여태 여서 사타구니 때나 벳기고 앉았을끼가?!

     

     


    아닙니다!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 그러시는 송하사님은 왜 이제야...?

     

     


    뭐라꼬?? 니 지금 따지는 기가?

    잔소리 말고 퍼뜩 등이나 좀 밀어 보그라.

     

     


    저두 무대 설치하러..

     

     


    아쭈구리, 싸가지가 대갈빡 굴리는 것 좀 보게. 여서 여태껏 개기고 있다가 내가 들오니까 뭐 우째?


    내가 젤로 싫어하는 게 가방끈이 잔대가리 돌리는 기야. 그런데, 그런 내 앞에서 감히 개수작을 떨어?   
    새끼가 겁대가릴 상실했나..

     

     


    아닙니다! 그게 아니고..

    시.. 시정하겠습니다!!

     

     


    조금 있으면 공연 시작인데, 파견 기술자들이 어련히 알아서 준비했겠노.   
    우리한테 할당된 사역(使役)이란 거 뻔하잖냐. 허접한 마무리 작업 아니면  잡쓰레기 치우는 일이겄제.

     

    니도 작전 막 끝내고 와가 쉬지도 못하고, 땡볕에서 쓰레기나 줍고 잡초나 뽑으려니 구찮아 죽겠제?

    그러니, 시원한 목간통에서 이래 빨개벗고 내 등따리나 슬슬 문지르는 기이  싫지만은 않을 낀데?

    안긋나?

     

     


    그랬다간, 상병 선임들한테 맞아 죽습니다.

    먼저 나갈 테니 천천히 씻으십시오.

     

     

     

     


    수건으로 중요 부위를 어설프게 가리고 엉거주춤 뒷걸음치는 나를, 그가 두세 발짝 앞질러

    방망이(?) 든 낮도깨비인 양 출입구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섰다.

    그리고, 태권도 유단자 아니랄까 봐 자세까지 갖춰가며 내 엉덩이에 - 골반이 요동칠 정도로 - 냅다 발길질을 했다.

       
    갑작스런 일격에 중심을 잃고 엎어지려는 나의 팔을 움켜잡고서, 그는 낮지만 다분히 위협적인 언성으로 을러댄다.

     

     

     

     


    이게 확!!

    앙탈도 적당히 부려라!? 그러다  피 보는 수가 있다!!?

       
    내가 반경 일 미터 유지하라고 했어 안 했어. 자꾸 짜증 나게 할래, 나일병?!

     

     


    일병 나지수, 시정하겠습니다.

     

     

     

     


    그는 팔을 꺾어 나를 무력(無力)하게 만든 다음 샤워실 벽으로 밀어붙였다.  
    어깻죽지로 올라오는 통증을 핑계 삼아, 이미 익숙해진 동작으로 나는 허리를 굽힌다.   
    보름 전 야간 보초 근무지에서의 첫경험이 안겨준  "찢어지는 고통"도 많이 옅어졌고, 이젠 죄스러운 쾌감과 자괴 어린 희열만 남아 나를 헷갈리게 한다.

      

     

     

     


    어후우! 나..일병..

    갈구는 시키들 있음 나한테 말만 하거래이.

    니이 더는 괴롭히지 못하고로, 내 아작을 내주꾸마.

     

    어으흐.. 권상병 그 또라이 시키가  젤루 많이 갈구제? 안 봐..도 훤하다!

     

     


    아... 아니입..니..다아.. 하으윽! 

     

     


    후우아! 요 한딱까리 끝나면 우리 깨끗이 씻고 함께 공연 보는 기다?

     

     


    전.. 안 봐도 됩니다. 그냥  근무 서겠습니다.. 허억__!

     

     


    맴에도 없는 말 하지 마라. 와 안 보구 싶겠노.

    내  책임지고 열외시켜준다 아이가!

     

     

     

     

     


    '으으..  상준 형 미안해.

    마음은 오로지  형한테만 가 있는데, 이 빌어먹을 몸뚱이가 송하사를 뿌리치지 못하고 있어.


    그래, 그를 거역할 용기가 없다는 건 편리한 구실인지도 몰라.

    내가 요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라니.. 싫다!

    망할 이 느낌(!)이 너무 좋은 내가 정말 싫다!!

    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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