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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투누탄의 변(辯) 2
    판타지 속의 판타지 1 : 카파마리올 (판타지) 2024. 10. 6. 15:28



     

     

     

     

     

     

     

     

     

     

     

     

     

     

     

    그냥 들어! 꼬박꼬박 토 다는 데 재미 붙였냐?

    이거야 원, 판소리 고수(鼓手)도 아니고.. 웬 반갑잖은 추임새 남발?

     


    이런 구제 불능의 모략꾼들이 쿠메이린을 점령하면서 우리 하이브리드족의 고질적 불행도 시작되었어.
    정신적으로 그리고 유전적으로 폭력성이 자연스럽게 거세되도록 진화해 온 우리 후손들은, 이들의 무차별 대량착륙에

    제대로 된 항거 한 번 못해 보고 백기를 들어야 했지.


    영적 성장과 그로 인한 평화에 집착하면 할수록 우리의 집합의식은 저변에 "난폭성에 대한 맹목적 두려움"을

    키워 놓고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것은 점차 "스스로를 방어하는 행동"을 위한 기폭제로서의 순기능을 잃어갔어.

    즉 정신적 안전장치로서의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못하는 "나약함의 원천"으로 퇴화하여 영적 성장의 발목을 잡는

    계륵과 같은 심리 기제로 남게 된 것이야.


    전쟁을 잊은 지도 까마득한지라, (막연한 개념이 아닌 실체로서) 우리에게 갑자기 다가온 적(敵)은

    우릴 극도의 혼란과 무력감에 빠뜨리고 말았어. 놈들의 무자비하고 사나운 폭거 앞에서,

    기나긴 세월 잠복해 있던 추상적 두려움 또한 걷잡을 수 없이 구체화되어 뚜렷하게 발현되기 시작했다.

    공포가 주는 강박관념은 집단 노이로제를 야기할 만큼 비대해져 갔어.


    놈들이 가하는 실질적 공포와, 우리의 혼란스러운 상념이 부풀리는 공포가 합동으로 옥죄면서

    우릴 한없이 비굴하게 만들더군.

    겁먹은 강아지처럼 돼 버린 우리는 기계인간들에게 굴종하였을 뿐 아니라 자진해서 그들의 식민 정책에 앞장서기까지

    하였다. 우리가 저들에 의해 소멸되지 않고 역사를 이어 가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한 결과였지.


    이리하여, 파충류 하이브리드와 기계인간족의 지긋지긋한 동거 시대 "쿠메이린의 암흑기"가 막을 올리게 된 것이다.
    놈들에게 쿠메이린의 온갖 자원을 다 빼앗기는 걸로도 모자라 우리의 영혼까지 강탈당해야 하는,

    참담하고 암울한 신세가 되고 만 것이야.

     

     

     

     


    개척기의 용맹함을 상실하고 평화에 취한 바보들로만 오랜 세월 살아왔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자승자박인 게야.


    영성 공화국도 별 볼 일 없네그려. 이곳의 영적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영혼을

    "케로히얄들이 고차원 악마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원료"로서 기꺼이 제공했다면..

     

     

     

     


    쿠메이린은 준4차원 항성이라

    하위 4차원 계열이나 그 이하 3차원 별들보단 상대적으로 지도자들의 영성이 더 맑은 편이었지.

    (케로히얄들의 군침을 돌게 하는) "영혼 이식 타깃"으로 찍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나 할까.

     

    그래, 운명 핑계를 대기 전에 - 네가 말한 대로 - "우리에게 내재된 근원적 두려움"이 결국

    에프엠적 역사 전개를 스스로 끌어들이고 용인한 결정적 원동력이자 가장 큰 요인이었음을, 부인하진 않겠다.

     

     

     

     


    아무튼 네 얘기를 들어보니 나름대로 신빙성도 있고 귀가 솔깃해지긴 하네.

    논리의 비약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또.. 또!

    내 말 아직 다 안 끝났다.


    내가 진짜 소영이임을 입증할 만한 쿠메이린의 비하인드 스토리,

    쿠메이린 저항군 지도부의 위대한 투누타이 그룹도 모르는 (나 전소영만 아는) 쿠메이린 항성의 절대 비밀을

    이제부터 밝힐 테니, 나대지 말고 국으로 가만히 처듣기나 해!


    슈룻소 성단의 쿠메이린은 원래 지구였다.

     

     

     

     

     

    "뭣이라?! 너와 나의 육신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지구가 여기라고??" 이러며 화들짝 놀랄 줄 알았지?

     

    똑똑한 줄 알았더니 이거 영 허술하구먼. 아까 네가 그리 말했으면서 그새 잊었냐?

    절대 비밀인 건 인정하겠으나 나한텐 재방송 돌린 거라 김이 팍 새는데? 이걸 어떻게 반응해 줘야 한담? 크큭..

     

     

     

     

    이런 바보를 봤나.. 내가 말한 거냐 그게? 네가 알아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 추측한 거잖아.

     

     

     

     

    아까 네가 성소 얘기하면서 은근히 내비치길래 나 역시, 그런 게 아닐까 잠깐 상상력을 발휘한 것뿐인데..?

    뭐 이 정도면 네가 말한 것이나 다를 바 없구만 발끈하기는..

    오호,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네 입으로 직접 발설하시겠다? 내가 거의 다 맞혀 놓은 김빠진 비밀을?

     

    그리고 너, 케로히얄이 아주 나쁜 의미로 조롱하듯 부른다는 그 호칭을 왜 스스로 사용하고 있지?

    어때, 내 디테일한 질문 예리하지 않나?

     

     

     

     

    이 판국에 참..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사용한다 왜? 우리 그룹은 더 이상 나약한 겁쟁이들이 아니야!

    이제는 놈들이 오히려 우릴 두려워하지. 바로 그 "놈들의 두려움"이 반영된 명칭이 "투누탄" 혹은 "투누타이"다.

    놈들에 대한 투쟁으로 우리의 적개심이 해소되는 그날까지 우린, 놈들이 우리를 능멸하면서도 무서워한다는 증거인

    이 이름을 사용할 것이다. 악마 같은 놈들에게는 우리도 악마가 되어 대적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럴듯하군. 너희가 진짜라면

    투누탄을 위해, 쿠메이린의 완전한 해방을 위해 내가 친히 기원해 주지. 하하, 뭐 그냥 그렇다고..

     

     

     


    아직도 못 믿고 있구나. 그게 너의 한계이긴 하지. 자, 이야기 계속 하마.

     

    보는 바와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대의 지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굳이 설명 안 해도 알 테고..

    우리의 시간으로부터 -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 엄청나게 먼 미래의 지구라 해야겠지. 물론

    3차원의 직선적 시간 계산법으로 세월을 환산하여 그렇단 얘기지만..

     

     

     


    우리 은하에 슈룻소 성단이란 것이 있었나? "우리 태양계가 속한 성단"이 무엇이었는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그런 괴상야릇한 이름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아까부터 귀에 몹시 거슬렸는데, 너희 같은 능력자가 항성과 행성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

    너도 케로히얄도 왜 자꾸 쿠메이린을 항성이라고 부르는 거지? 더군다나 여긴 지구가 변하여 된 곳이라며?

    그럼 더더욱 행성이 맞는 거 아니야? 좋아, 백 번 양보해서 항성이 맞다 치자. 항성이라면

    태양과 같은 붙박이별을 지칭하는 것 아니니? 태양의 극단적 환경을 고려할 때 이렇듯

    (생물체가 존재할 수 있는) 지구와 흡사한 모습이라는 게 납득이 되겠냐고!

     

    만일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면,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를 부정하는 폭탄선언과 다를 바 없게 돼. 책임질 수 있어?

     

     

     

     

    이래서 고정관념이 무서운 것이다.

     

     

     


    후훗, 어떤 쇼킹한 발언을 준비하셨길래 초장부터 어깨에 힘 빡 주고 이리 잘난 척을 하시는고?
    고정관념을 부숴버릴 대단한 비밀이라..

     

    그깟게 파격적이래 봤자지. 아무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만 할까.

    평행우주 다중우주를 뼈저릴 만치 알아 버리고 죽을 똥을 싸며 체험하는 난데, 이제 와 새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또 무엇 있겠어?


    절대 비밀이라.. 설마 너도 케로히얄처럼 천기누설 운운하며 설레발치는 건 아닐 테지? 들어 보면 별것도 아닌 걸 갖고..

     

     

     

     


    설레발은, 서론도 꺼내기 전에 폭탄선언 어쩌고 하면서 네가 지금 하는 짓이고..

     

     

    멍청한 유체 티는 이제 좀 작작 내! 우리 둘 간의 염파(念波) 동조가 시간선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벌써 잊은 게로구나. 상념 진동수 합일에 젖어들수록 세상의 파장과 유리되어 환상을 구축하는,

    저차원 정령의 한계로부터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냐?

    나와의 정신감응엔 90프로만 몰입하고 10프로의 영안은 주변의 4차원 파동체들을 향하여 항시 열어두란 말이다.

    그리해야 너의 정기(精氣)가 "상념 폭풍" 속에서 깎여 나가지 않아.


    우리의 대화는 - 시간의 구속을 받는 "빙의 육신"의 감각과 뇌파를 배제하고 - 유체끼리의 직접적인 상념교환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저항체 구실을 하는 육신의 보호 없이 상념 에너지 칼날들과 무방비로 부딪치게 된다.

    그것들은 언제라도 유체의 존립을 위한 파동 패턴을 교란하여 손상을 입힐 수 있어.

    텔레파시 도중 약한 쪽 유체는 에너지가 더 강한 쪽의 상념 폭풍에 휩쓸려

    자신의 파동 경계면이 옅어지고 만다는 얘기야. 즉, 대화 상대방의 (무한히 생성되는) 신생(新生) 상념계 버블에 갇혀

    영원히 헤어나지 못하는 종속 상념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단 말이다.


    너를 인도하기 위해 카파마리올의 내가 명상 수면에서 깨어나 파견한 이 "생령(生靈) 분신"도,

    유체 에너지가 엄청나서 너의 영혼을 빨아들일 만큼 충분히 위력적이란다.


    그동안은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 통하여 "상념 방어막으로 캡슐화한 염파"를 발산할 수 있었지만,

    저 가짜 녀석과 "상념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하는 긴박한 상황하에선 염파 캡슐링으로 널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어.

    그러하니 - 대화 내용의 세세한 부분까지 "의심해서 갈등을 심화하는" 건 인정하겠으나 - 짜증과 비판에 백 프로 몰입은

    하지 말고 객관적인 판단력을 최대한 냉철하게 유지하거라! 결국, 진짜를 가려내는 일은 전적으로 너에게 달려 있으니까..

     

     

     

     


    그렇지, 이쯤에서 겁 한 번 오지게 주고 시작해야 소영이 너답지. 흐흐..

     

     

     

     

    자, 내 충고 유념해서 주변을 찬찬히 둘러봐.
    우리의 대화 그 난무하는 이야기들의 신기루가 걷히고 찬연하게 요동치는 4차원의 파동이 보이는가? 보여야만 돼!

     

     

     


    어라? 요동은 치는데 정작 "파동 사물"들은 꼼짝을 않는군. 정중동(靜中動)인가, 아님 동중정?


    피사체들이 대기(大氣)의 굽이치는 파장과 융합하여 거대한 하나로서 진동하지만

    그것들의 거시적 움직임은 완전히 제로야. 투누탄도 케로히얄도 그리고 기쵸닐롄도 모두

    역동적인 자세로 멈춰 있어. 마치 대기(?)가 아니 시공이 얼어붙은 것처럼..

     

    네가 또 저번같이 초능력을 발휘한 거니?

     

     

     


    그것은, 육신과의 결합이 전제되어야 발현 가능한 "내 본령의 영능력"이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분령의 유체만으로는 시공 결빙을 이뤄 낼 수가 없어.


    쿠메이린의 시간선에서 이탈한 상태로 있기 위해 꼭 시공 결빙이 필요한 것은 아니야.
    저들이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한분지 일 초의 타임 갭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따라서,
    (저들을 포함) 이곳 세상의 현실은 여전히 "4차원 속 3차원"의 시간 패턴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도

    우리가 느끼기에는 영원히 멈춰 버린 시공이나 매한가지일 뿐.

     

     

     


    그렇군. 네 얘긴즉, 저 두 녀석의 오감 혹은 육감이 작동하여 사사건건 우리의 텔레파시를 방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상념은 저들의 반응이나 대응이 시작되는 지점보다 항상 앞서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안심하고 부녀지간에 오붓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겠네.

    자, "아비가 잘 모르고 뱉은 말"에 그만 연연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실까?

     

     

     

     


    서론 아직 안 끝났거든?

     


    태양에 관한 지구인의 통념이 틀려 있다고 보면 돼.
    팽창 우주 개념의 3차원적 논리에 가두어 두려는 에프엠의 우민화 전략을

    지구의 주류 과학은 수 세기에 걸쳐 - 본의든 아니든 -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므로, 네가 떠올린 의문들이

    내 코멘트에 대한 지구인 대부분의 보통 반응임은 당연해.

     


    우리 태양계의 항성에도 실은 우리 같은 지적인 존재가 거주하고 있으며, 그들 문명의 진수(眞髓)인 태양 에너지 시스템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적 태양을 고도로 정밀하게 구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대우주 근원의 조화 섭리에 따라 문명을 전개하는 그들은

    태양계 수호를 존재 의의로 알고 살아가는 진화한 고등 의식체들이지.


    우린 선(SUN)이라 칭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항성을 (우리의 태양을) "수마이론"이라 불러.


    수마이론은 본디, 다른 은하의 여타 항성계들 중 하나에 속한 평범한 "하위 3차원 행성"에 불과하였다.
    상위 3차원 행성인 지구보다도 오히려 영성 등급이 낮은, 그 은하 변방의 보잘것없는 행성이었어.

    그리고, 지구의 우리들처럼 그들의 조상들은 피비린내 나는 투쟁과 갈등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었지.


    그러던 어느 시점에서, 그곳의 해탈한 성자들과 그들을 따르는 소수 세력의 (태곳적부터 대대손손 이어온) 부단한 노고와 희생이 결실을 맺어 행성 전체가 진화 임계점에 도달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흑백의 이중성을 집요하게 진화와 접목하려 한 에프엠 섭리"와의 넌덜머리 나는 "운명 고리"를 성공적으로 끊으면서

    수마이론은 4차원급 행성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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