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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쿠메이린 2
    판타지 속의 판타지 1 : 카파마리올 (판타지) 2024. 12. 31. 11:17

     

     

     

     

     

     

     

     

     

     

     

     

     

     

     

     

     

     

    투누탄은 지구인의 유전자가 섞인 후손들이라 그렇다 치고, 케로히얄은 그럼 어째서

    쿠메이린 태생도 아닌데 투누탄 못지않게 울트라캡숑 거인인 것이냐?

     

     

     

    기계인간족은 쿠메이린이 속한 슈룻소 성단의 다른 항성에서 유래했어. 어둠의 시공이 중첩하여 활성화한 별이지.


    그레이트 시프팅을 모방하여 고차원 에프엠 섭리가 형성한 항성이라, 쿠메이린과는 상극이면서

    동시에 여러 유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도 해. 이를테면 대칭형의 악성 닮은 꼴이랄까..
    아마 그래서, 그곳을 본거지로 하는 놈들과 "쿠메이린의 우리"는 사이즈가 비슷한지도..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하이브리드족은 물론 그들을 창조한 인간족까지

    "차원 상승한 지구인들"과는 아무 관계가 아니야.

     

     


    시프팅 당시 행성의 환골탈태를 직접 체험한 인디고 아이들 및 해탈한 지구인들이

    쿠메이린인의 조상이 아니라고?

     

     

     

     


    응. 그리 된 것도 다, 어둠의 자식들이 감히 포톤벨트에 접속하여

    우리의 성스러운 행성 변형 작업을 격하해 놓았기 때문이지.


    우릴 속이고 스파이 노릇을 한 안티 인디고 아이들은 한 마디로,

    "우주 버블을 풍성히 하고 그것의 내실을 기하고자 주기적으로 작동되는" 대우주 조화 섭리의 자동 프로그램에 침투한

    시공 교란 바이러스들이다.
    그 녀석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린 5차원 상승에 실패하였어.
    고차원 우주의 근원 의식들로부터 상위 신성(神聖)계들과의 중첩 및 소통을 허락받은 "열반 우주"가

    곧 펼쳐질 참이었는데..

    열반 우주의 5차원 항성계를 관할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다. 아쉽게도..


    만약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면, 수마이론과는 비교도 안 될 한 수 위의 행성 진화 양상을 틀림없이 띠었을 거란 얘기야.

     

     

    이지러진 시프팅의 부작용으로 쿠메이린 전역에 듬성듬성 돋아난 소수의 카파마레올들만이

    대(大) 우주령(靈)의 무한한 은총을 받을 뻔한 증거로서 영구 보존되어 있다.

    불운한 항성의 상처뿐인 영광이 성소로 가꾸어져 남아 있는 것이지.


    불완전한 변형의 여파는 쿠메이린을 준(準)상위 4차원 항성으로 정체(停滯)시켰고 이에 따라,

    우리의 태양 수마이론과도 질적으로 다른 기이한 경로를 쿠메이린은 밟아야만 했지. 이는

    쿠메이린이 항성계 관할 임무를 올곧게 수행하지 못하였단 의미인데, 상대적으로 낙후한 영성(靈性) 은하의

    (몇 개 안 되는 딸린 행성들도 황폐하여 보잘것없고, 영양가 없는 군소 블랙홀들만 즐비한) 비활성 항성계에 배속되어

    덩그러니 자리만 차지하고 앉은 애물단지 붙박이 별이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에프엠에 감염된 "2차 정화"로 말미암아 지구인들 역시도 5차원 완전 의식체로의 진화에 당연히 실패하였고,

    4차원급 의식 확장이라는 부분적 성공(?)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들도 항성 안착 초기에는 "항성 문명의 시발점인 (항성인들의 필수 과제요 책무인) 태양광/열 시스템"을 건립하려고

    꽤 분주하게 움직이는 듯하였으나, 이마저도 은하계 신명들의 노여움이 무서워 마지못해 취하는

    (항성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열의가 결여된) 제스처일 따름이었다.

     


    이토록 안타까운 "시공의 비극"은 쿠메이린의 원형질(原形質)에 고스란히 원죄로 주입되어,

    에프엠적 역사 전개를 되풀이하는 악순환의 동력으로서 두고두고 작용하게 된다.


    시조(始祖) 인류의 번영과 멸망을 필두로 - 지구에서부터 이어져 온 - 갈등과 투쟁의 역사는 지겨운 반복의 길을 걸어

    카파 659438227001년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야.

     

     

     

     


    이곳 평행우주의 항성은 무려 6천6백억 년여 동안 존속한단 말인가?

    우리 지구의 시간 개념을 적용한 건 아니겠지? 그런 거라면, 상상 불가의 영겁이나 다름없는 까마득한 세월이로군.

     

     

     

    이곳에서의 시간 개념이 좀 다르긴 하지.

     

     

     

    그렇지? 6천억 년이란 게 말이 안 되잖아. 우리 우주도 수명이 이백억 년이라는데..

     

     

     

    "네가 생각하는 시간"으로 환산하자면 진짜 영겁이 될 텐데?

    그리고, 인간의 과학이 내놓은 "팽창우주 수명 이백억 년 설(說)"을 넌 아직도 맹신하는 것이냐?

     

     

     

    어후, 어지럽다. 그냥 하던 얘기나 마저 하셔.

     

     

     

    간간이 영적 성숙기들이 도래하여 "투쟁으로 달아오른 쿠메이린"을 식혀 주고

    목 졸린 항성의 숨통이 트이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였으나, 그 정도로는

    이 저주받은 별의 원죄를 씻어 내고 항구적 평화를 보장받기란 사실상 역부족이었지.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명색이 - 진화가 수준급 궤도에 올랐다는 - 4차원 별이지 않나?

    한데 그러한 곳의 역사가 이리 구질구질해서야 원..

     

     


    쿠메이린의 섬뜩할 만큼 아득한 과거사를 통틀어 볼 때 수없이 다양한 외계 종족들이 이주해서 자리 잡아 왔으나

    그들 또한, 흔적 없이 소멸해 버린 선배 정착민들의 어리석은 전철을 밟아

    동일하거나 유사한 비극을 예외 없이 연출하고 말았다.

     

     


    이래서 저주라는 표현을 한 것이구만.

     

     

     


    멀쩡하게 번성하던 문명들이 이처럼 하나같이 큰 전쟁에 휘말려 멸망하는 데다, 절멸 후엔 어김없이 천재지변이 덮쳐

    확실하게 문명의 증거를 인멸해 버리니, 역사의 연결 고리가 완벽하게 끊어지는 건 명약관화한 일.


    전승(傳承)은커녕 잃어버린 문명을 입증할 단서를 찾거나 파편을 발굴하기도 버거운 지경에 이르고 말았어.

    이제 감이 잡히니? 내가 말한 역사가 왜 나만 아는 절대 비사(秘史)인지..


    고로, 다른 은하에서 이주해 온 인간족의 후예 제92기 인류와 그들의 지도층 "과학 엘리트 그룹"이

    쿠메이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아니 백 프로 불가능하다.
    하물며 그들의 창조물인 파충류 하이브리드족과 투누타이 그룹이 어찌 알 수 있었으랴.
    쿠메이린에 오래 정착한 적 없는 뜨내기 침략자 기계인간족과 케로히얄 그룹은 여기서 거론할 필요도 없겠지?

     

     

     


    그러니까 네 이야긴, "양쪽에서 나를 놓고 줄다리기하는" 소모전을 단숨에 불식하고 내 의심을 잠재울

    쾌도난마의 비책으로, 소영이 너 정도는 되어야 알만한 "쿠메이린의 비밀"을 꺼낸 것이다?

    그러므로 잔말 더 얹지 말고 너를 따르라?? 의기양양 으스대는 꼴이 가관이로구나.


    그런데 말이다.
    네가 가짜든 저 녀석이 가짜든 널 흉내 내는 가짜는 분명, 에프엠의 음모와 전략을 마스터로부터 속속들이 학습한

    계략의 귀재요 악질 골수분자일 텐데, 아무려면 에프엠 섭리가 그에게 영감(靈感) 한 톨 주지 않았겠는가..


    케로히얄과 투누탄은 모를지라도, 에프엠 마스터는 쿠메이린의 탄생이나 숨은 역사에 관한 비화(秘話)쯤

    넘치게 알고도 남을 거란 말씀!


    이걸 어쩌나? 큰맘 먹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는데, 네가 가짜일 확률은 50%에서 전혀 줄어들 생각이 없으니..


    우리 잠정 딸내미, 아무래도 헛수고한 듯싶다. 안 그래? 소영아?
    아니지, 소영이가 아니라면 실례..

    안 그렇소? FM마스터 양반? 킬킬킬..

     

     


     

    무슨 반응이 그래?! 내가 우습게 보여?

    기껏 입 아프게 떠든 대가가 고작 개무시라니.. 분하다..!

     

     

     


    하하, 농담이야. 귀엽게 발끈하는 거 보면 영락없는 소영이 맞구먼. 그건 그렇고

    투누탄과 기쵸닐롄의 두 육신을 빌렸더라도 우린 지금 텔레파시를 나누는 중인데 무슨 입이 아파?

    공중에 떠서 멈춰 버린 (파충류인지 조류인지 헷갈리는) 저놈의 부리가 아프다는 거냐 시방?

     

    그리고 우리들의 갈등이 증폭돼야 스타게이트가 활성화된다며? 그렇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아닌감?
    대체 뭐가 불만이야? 천성(天性)이 삐딱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내가 그러면, 요 정도 충격요법에

    "그래 바로 너야!"하고 오케이 할 줄 알았냐? 절반만 딸로 인정해 줘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 이것아!

     

    하긴, 지구가 다른 은하로 날아와 뻥튀기처럼 부풀려졌다는 얘기 하며, 그게 실은

    수천억 광년을 날아온 것이 아니라 말랑해진 우주들을 적당히 겹쳐 놓고 제자리에서 폴짝 "시공 점프" 한 거란

    친절한 설명까지, 감명이 전혀 없진 않았어. 그럭저럭 들어줄 만은 하더라.

     

     

     


    그러니? 고마워 눈물이 다 난다 이눔아!

     

     


    "내가 딴 놈 몸에 붙었단 핑계로" 날 막 대하는 덴 아주 이골이 났구나. 빌라로 돌아가면 나한테 단단히 혼꾸멍날 줄 알아?!

     

     


    이 투누탄 성향이 원래 이런 걸 나더러 어쩌라고..

     

     


    그런 거였어? 파충류 하이브리드족은 비폭력과 평화의 사도인데 하필 네가 고른 그놈이

    말본새가 예의 없고 경박한 거였네? 큭큭..

    말하는 싸가지만 봐서는, 너나 케로히얄이나 둘 다 누가 더 - 대가리만 열심히 굴리는 - 악당인지 경쟁하는 것 같다 야.

     

    그게 아님, 네가 날 기만하는 걸 테지. 기쵸닐롄 속에 있으면서도 난 이렇게

    내 온전한 정신 상태로 (내 원래 성격대로) 널 잘만 대하고 있으니까..

    하여간 그랬단 봐, 평행 세계 아비의 자격으로 눈물이 쏙 빠지게 버릇을 고쳐 놓을 테다!

     

     

     

     


    영성 공화국의 후예라 해서 싸그리 천사표일 필요는 없어. 성격도 각기 다르고 개성들도 뚜렷해.

    얘 또한 저항군 우두머리로서 싸워 이기기 위해 -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 한성깔 갖춰야 할 입장인 거고..

     

    말했지만, 우린 아직 치유하고 보완해야 할 상처와 결점이 남아 있으며 따라서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하여 완벽을 향해 나아갈 뿐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너랑 같아?

    넌 어쨌든 너의 평행계 분신 속에 빙의하는 거잖니, 꿈계의 "상념 몸체"든 전후생의 평행분신이든..

    공통분모가 많은 친근한 오오라에 깃들였으니 사고 패턴의 연속성이 대체로 유지될밖에..

     

    반면에 난, "네가 급조해서 마련해 놓은 자리"를 찾아 들어오는 거니까

    이를테면 숙주의 성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것이지.

     


    가위성(性) 악몽으로 튕겨져 나간 네 생령의 일부가 "꿈계나 악몽계로 변질된" 상념계들에 갇힐 때마다,

    음탕귀인 "내 아버지의 혼령"이 차지한 "죽어가는 네 육신의 불안정 오오라"는, 우리의 저택에서

    줄기차게 구조 신호를 발산하고 있어.

    사그라져가는 네 무의식이 제발 살려달라고 지금도 애타게 염원한단 말이다!


    그 강렬한 염파는 - 너의 유체가 현재 갇혀 있는 - 사건 시공에서

    "네가 빙의한 평행 분신" 가까이 있는 존재들 즉 상념 몸체들 가운데 하나를 무작위로 골라

    육신 회귀의 농축된 소망을 투사하지. 그 대상이

    생물 무생물을 떠나 당장 급한 대로 "내 분령이 임시 거처할 만한 오오라"를 지닌 존재면,

    네 생령 본체의 (시공을 초월한) "밀도 높은 에너지"는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그(녀) 혹은 그것의 오오라에 상념 속도로 도킹하여 에너지 태그(tag) 역할을 하게 돼. 그리고

    그 에너지 태그를 포착하는 즉시 나의 분령 또한 우리의 지구에서 곧장 날아와,

    (말하자면 널 가이드할 빙의체로 그렇게 지정된) "예비 상념 분신" 속에 우선 머물게 되는 것이다.
    마치 꿈속에 등장하는 불특정 다수 중 하나가 특정한 누군가로 갑자기 바뀌기도 하는

    꿈 현상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이 경우 너와 달리 난, 시간선을 초월한 "유체 간 직접 정신감응" 시(時)에도

    "내가 자리할 존재"의 언행 스타일이나 기억 패턴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그야말로 너와 연관된 평행분신"의 사고와 감각이므로 넌 불완전하나마 의식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 반해,

    그 독립의 정도가 다분히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결론은..

     

    얘가 좀 다혈질인 데다 막강한 케로히얄과 대적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에 나 역시 그 영향을 받는 것뿐이지

    적어도 내가 일부러 널 엿 먹이려고 불손하게 구는 건 아니란 말씀. 알겠냐 화상아?

     


    이렇게까지 설명해 주는데도 그럴듯한 핑계네 어쩌네 한다면, 넌 그냥 구제 불능인 줄만 알아라!

     

     

     

     


    액체 인간, 온라인 e메일, 버스 승객 아저씨와 할머니, 성인 극장의 아베크족 아가씨, 베트콩 소녀,....

    흠, 돌이켜 생각해 보니 네 얘기가 그닥 틀린 구석은 없는 것도 같고..

    좋아. 찜찜하긴 하나, 집에 가서 네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려 한 일은, 일단 보류하기로 하지. 그건 그렇다 치고..


    돌고래, taken, 네 아비, 박차희 등이 나랑 어떻게든 관련된 인물들이란 건 알겠는데, 영사기 빔 속의 그 희한한

    저차원 정령도 그럼 내 평행 분신의 전생 또는 후생? 아니면 전후생의 평행 분신??

     

     


    두 말 하면 잔소리!

    저급 에너지체도 분명 오오라를 지닌 영적 존재로서, 구도 정진하면 얼마든지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지.

    비록 영겁이 걸릴지라도..

    역으로 인간도 마찬가지야. 이생에서 영적 성장이 퇴보하고 수준 이하의 악성 업장에 휘둘리게 되면

    저급 에너지체로 환생하는 건 시간문제다.

     

     


    기쵸닐롄은 기계인간족의 복제 분신이라며?

    진정한 영혼도 없는 안드로이드 같은 것이 내 후생이라도 된단 거야 뭐야?

     

     

     

     


    배양 영혼을 이식받기 전(前)의 복제 분신들이 "첫 번째 잉태 세대 즉 기계인간 본체"와 다른 점은,

    "배양 영혼 세그먼트의 물질화 착상으로 자신들이 분화 발육되는 과정"에서 오직 인공 지능 시스템만 버그화되고

    이렇게 버그화한 (복제 태아의) 인공지능은 "기(旣)이식된 영혼 세그먼트의 오오라" 일부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물론, 분만된 후에는 속성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계몸 전부가 버그-생체화 단계로 진입하지만..

     

    이는 아마도 오리지널 기계몸 안의 분만 환경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도록 자체 셋업되는

    일종의 속성 진화 과정이 아닐까 여겨진다. 이리 되면, 성체가 된 복제 분신이 다시 배양영혼을 이식받을 때
    "산부 오오라 조각을 흡수한 인공지능"의 원활한 개입으로 "기계몸 복제를 위한 복강(腹腔) 변이 체제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지. 원본 기계체의 영혼 이식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말이다.

     

    원격 리셋팅 (수면) 상태에서 배태 및 분만 전용 함선으로 옮겨지기 전까진, 이들 복제 기계인간들은

    식민지 원주민 노예들을 지배하기 위해 "본국에서 이주한 다양한 계층의 인간 군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된다.

    (물론 분만 후에도 마찬가지고..)

     


    한편, 아까 기쵸닐롄을 쫓아와 공격하다가 저놈한테 당한 하이브리드는

    케로히얄 그룹에게 오오라 세그먼트를 빼앗긴 임산부들 중 한 명이었다.


    후안무치의 강제 채집 행위로 인해 오오라가 손상된  수많은 임산부들은 추후

    잉태 성공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후유증을 갖게 되었고, 설사 어렵사리 임신을 하더라도

    출산 가능성과 세 번째 임신 확률이 제로에 수렴하게 되어 사실상의 영구 불임자로 남게 되었지.


    뱃속 자식을 잃은 어미들이 자진해서 우리 저항군에 합류하였고, 그녀들의 - 기계인간에 대한 - 사무치는 분노가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여 저항 세력의 사기(士氣)와 파워는 한층 드높아졌다.

     

    영성 공화국의 후손답게 평소 기본적인 영적 수양에 소홀하지 않는 기질을 지니고 있던 터라, 그녀들은

    자신들의 "배양 영혼"을 이식받은 놈들과 - 그놈들이 낳은 - "놈들의 복제 분신들"에 대해서

    고도의 식별력을 발휘할 수 있어. 영안을 통해 자신들의 배양된 오오라 섹터를 구별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야.

     


    그녀들은 투누타이 저항 그룹의 핵심 기동 타격대로서 용감하게 활약하고 있다.

    쿠메이린의 용맹스러운 전사이며 동시에 케로히얄들에겐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들이지.


    그녀들의 주된 임무는 - 자신들의 잃어버린 오오라 조각을 배양하여 장착한 - "타깃 복제기계"들을 찾아내어 섬멸하는

    것이다. 카파마리올의 신령한 영기를 수시로 충전하여 초능력을 강화하는 우리들이기에

    저들의 복제분신들뿐 아니라 막강한 영능을 보유한 케로히얄 본인들조차 우리를

    도저히 무시 못할 위협적인 존재로 점차 인식하게 되었다.

     


    기쵸닐롄은 아직 포태용(用)으로 낙점받지 않은 이른바 "처녀 복제분신"이고, "본국으로부터의 이주" 시나리오 상에서

    중류 계층 인간들 중 젊은 여성 이주민의 삶을 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었다.

    한데, 너를 추적하는 에프엠 마스터와 채널링하여 "네가 그녀 속에 갑자기 뛰어들었단 정보"를 받은 케로히얄 지도부는

    마스터 그룹의 전략에 맞추어 기쵸닐롄의 인생을 부랴부랴 재설정하여야 했다.

    좀 전에 저 녀석이 얘기한 쿠메이린의 날조된 역사를 기반으로 그녀의 운명을 180도 바꿔 놓은 것이다. 따라서,

    그녀의 인공지능에 깃든 (자신의) 오오라파(波)를 감지한 타격대원이 오늘 그녀를 찾아내어 공격을 감행하였을 때

    기쵸닐롄은 참으로 자연스럽게도 - 포악한 외계 침략자 투누탄한테 쫓기는 - "쿠메이린의 가련한 휴머노이드"처럼

    행동하였던 것이지. 가증한 케로히얄이 그녀의 날조된 정체를 천기누설인 양 발설할 때 충격을 받아 덜덜 떠는

    만신창이 안드로이드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너도 보았잖아?

     


    문제는, 네 후생(後生)의 평행분신 혹은 "네 평행분신의 후생"이 바로 그 하이브리드 타격대원이란 거야.
    그런데 네가 왜 기쵸닐롄한테로 갔냐고? 그녀가, 네 상념계 분신의 영혼 일부를 분양받은 "복제 기계몸"이기 때문이지.


    네가 어째서 기쵸닐롄의 인공지능 (버그 마이크로 격자) 오오라에 도킹하였는지, 이제 알겠냐?

     

     

     

     


    그러니까 왜 하필 여기에..

     

    이리로 안 들어왔으면 놈들의 계략에 말려들 필요도 없었을 것 아니니?

     

     

     

    에휴, 또 도돌이표냐? 누구의 평행 분신 아니랄까 봐 너 역시 머리가 썩 좋지는 않구나.

     

    "과거에서 온 젊은 아빠"가 우연한 사고를 빙자하여 나하고 엮이게 된 것이니 영광으로 생각하랬잖아, 벌써 잊었어?

    (악령이 된) 우리 불쌍한 아빠의 혼을 구제하고 업투성이 너의 해탈도 도모하려고 겸사겸사

    다차원 상념 버블 안에서 뺑뺑이 도는 중이라는 건 내가 여러 번 강조했었지? 그리고 너의 상념계 시스템을

    한쪽은 수호하고 한쪽은 와해하기 위해서 - 너 외롭지 않게 - 나랑 에프엠 마스터가 개입하고 있는 거잖니

    네 혼이 어디로 빠져나가든, 가는 족족..

     

     

     

    그렇지. 깜빡했다. 여기뿐 아니라 다른 어딜 가든, 초우주적 "해탈 방해 세력"의 음험한 계략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그나마 놈들의 방해 수단이 무식하진 않아서 나를 직접 어쩌지는 못한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로다. 

     

     

     

    그랬다간 큰일 나지. 널 직접 처단하는 건 대(大) 근원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으니..
    자살 행위를 할 만큼 어리석은 존재가 아니란다 에프엠 마스터는..


    그냥 운명의 장난이라고 생각해라. 이것도, 널 위해 마련된 (깨달음과 초극을 위한) "운명 사이클"의 작은 부분 아니겠나.

    에프엠도 덤벼들고 빛의 존재도 덤벼들어 함께 끝장을 보고 결말을 지어야 할, 줄줄이 이어진 고비들 가운데 하나일 뿐..

     

     


    내 후생이 - 의도치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 나를 없애게 되는, 허무할 만치 터무니없는 그림이 펼쳐질 뻔하였군.

    하마터면 나까지 도매금으로 날아가 버릴 뻔했어. (너일 가능성 50%의) 저 에프엠 똘마니가 내 후생을 처치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아이러니하지만 감사할 노릇인가, 쩝..

     

     


    미안한 얘기지만, 그 후생이 기쵸닐롄을 파괴하여 그녀의 인공 지능을 날려 버렸어야 했어.
    고 정도 충격으로도 널 통과시킬 스타게이트가 활성화되도록, 난 이곳 항성 의식에 접속하여 유도하였을 테니까..

     

     


    여기 이 카파마리올이 네 말대로 보존된 맨션이라면, 2015년의 그것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우린 "고지가 바로 저긴데 돌아서야 한다!" 뭐 이런 절통하고 분한 심정이어야 하는 거 맞지?

    후우, 에프엠 잔대가리들한테 선수(先手)를 빼앗긴 셈이군..

     

     

     


    그렇긴 하지. 멀쩡한 상태의 기쵸닐롄이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건 놈들이 간절히 바라는 바니까..

     

    현재로선 그녀만이 널 저 안에 들여보낼 수 있지만, 이 상태로 성소에 들어가 봤자 기다리는 것은

    (우리에게 절체절명을 야기하는) 대(大) 폭발. 그러므로 그녀가 산 채로 들어가는 한

    저긴 도저히 - 우리가 빠져나갈 - 지름길이 될 수 없다 이거야.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에프엠의 농간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스타게이트를 포기할 순 없는 법.

     

     

    역시 넌 스스로를 도울 줄 알고 그런 너를 하늘이 돕는구나. 너의 갈등과 망설임, 절망감 등이 점점 증폭함에 따라

    임계 유동(流動) 포인트를 넘어선 "시공 입자"들이 성소 안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에프엠의 작전에 부응하지 않으면서, 카파마리올 안에 형성될 "차원의 문"을 무사히 통과할 뾰족한 수가 생긴 것이야.

    시공 입자들이 충분히 성소를 채우면 기쵸닐롄의 양자 격동 모드를 누르고도 남지.

     

     

     

     

    젠장! 계속 열받기도 힘드네. 네가 희망을 주니 다시 마음이 차분해지려 하잖아. 너, 나 돕고 있는 거 맞아?

    이러면 널 또 의심하게 돼!

     

     

     

     

    아주 잘하고 있어. 그렇게 계속 예민하게 굴라고.

     

    혹시 모르니 만전을 기하는 차원에서, 정면 돌파를 위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겠다. 이쯤에서 말이지.
    이렇게 하게끔 케로히얄이 가만히 놔둘 리 없고 너도 순순히 협조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시도는 꼭 해야만 하는 타이밍이 오고 있어.

     

    설사 이 조치가 성공한다 한들 2015년의 비밀 본부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길이 뚫린다는 보장은 없다.

    그만큼 위험하단 뜻이겠으나 너만 날 신뢰하고 따라 준다면 우리가 못 해낼 이유도 없지.

     

    (여섯 살 소영이란 존재가 없는) 아빠의 평행 우주에서 온 독신남 아빠,

    우린 지금껏 아슬아슬한 상념계 여행을 함께 잘 해왔잖아? 지치고 힘들다는 거 알아. 그래도 조금만 더 분발하자고요!

    언제까지 나약한 모습만 보일 거야? 다른 우주의 딸 앞이라서 창피고 뭐고 신경 안 쓰기로 한 건 아니지?

     

     

     

     

    네 정체가 빛의 존재 소영이든 에프엠 마스터든 하여간 참 고단수야, 둘 다..

     

    끝까지 유보하고 싶은 선택의 순간이 드디어 도래한 것인가..

     

    아 모르겠다, 네가 소영이면 날 좀 살려다오. 내 육신이 있는 그곳으로 나를 무사히 데려가다오.

    그리고 그대가 F.M. 마스터라면 간접적으로라도 나를 죽일 생각 말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그대들 목적 달성을 위한 다른 대안을 연구해 보시오.

    상념 우주 거품 어디든 편재하시는 근원과 "궁극의 나"를 두려워한다기에 드리는 충고라오.

     

    아무튼 소멸에 대한 공포로 인해 고뇌와 절망이 절정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만족해?

     

     

     

     

    좋았어! 한번 가 보자고요.

     

    넌 여전히 집착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간이니까

    당장 포기하고 가라앉거나 "초탈해져서 안정화될" 우려는 없겠어.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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