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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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사랑과 우정 사이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9. 30. 15:10
네가 말한 대로 용기를 내 봤어. 그랬더니 뭐라던? 친구끼리 뭔 결혼이냐며 썩은 미소 날리더라. 친구는 너랑 나 사이에나 어울리는 단어고.. 그럴 줄 알았다. 개자식.. 할 짓 다 해 놓고 이제 와서 친구..? 비겁한 놈.. 남녀 간에 친구가 어딨냐더니.. 욕하지 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그러셔? 열녀 나셨네. 너희 둘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으나 누가 봐도 오래된 연인 같았어. 그리 알콩달콩하진 않았어도.. 너의 사랑이 일방적으로 그 녀석한테 미끄러져 들어가는, 애초에 기울어진 관계이긴 했지만 말이야. 그런데 결혼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는 너의 순수하고 진심 어린 사랑을 모독하고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뒤로 슬쩍 빠진다는 게 말이 돼? 이유가 뭘까.. 바람둥이가 아니란 건 내가 보증. 성격 지랄맞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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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막장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8. 18. 13:51
서른 넘어서 회사 그만두고 부모 집에 얹혀 지내자니 눈치가 보여도 이만저만 보이는 게 아니네. 알량한 퇴직금으로는 몇 달 생활비도 안 되고, 다달이 나가는 소영이 양육비나 노친네들 가끔씩 용돈이라도 쥐여 주려면 이 시점에서 뭐든 하긴 해야 될 텐데.. 치한 모드의 위험한 행동 패턴이 내 일상을 침범하고 지배하는 이 삶의 이상 기류를 저지하기 위해선 그리고 동시에, 미친 듯이 아랫도리로 침투하여 화근의 불을 지피는 섹스 중독의 망동을 제지하기 위해선 뭔가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긴 해. 내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줄.. 앞으로는, 설령 어디든 다시 들어갈 능력이 된다 한들 색정의 괴물이 돼버린 내가 버티기엔 너무도 따분한 평범한 직장 생활로의 복귀는 사실상 힘들 것 같다. 이미 두 차례나 겪은 어리석음을 또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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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문학을 아는 척 2 : 적(赤)과 흑(黑)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7. 15. 22:52
"욕망 (적)은 의지 (흑)으로 다스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중력의 영향을 받는 지구상 인류 중 어느 누구도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성인( 동서고금을 통하여도 그러한데, 하물며 고대 성인(聖人)들조차도 육신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난 이상 이 욕망의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과 자비 지복의 유토피아와 조화로운 평화 순간의 영원성과 신성한 창조를 끌어오고 동시에 확산시킨 "절대 실존"들에게 득도의 과정으로서 인간적 열정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으며, 여기서의 "열정"은 욕망 또는 의지와 다름 아닙니다. 다만 구도자들은 열정적 의지를 활용하여 역설적으로 그것을 버린 셈인데, 욕망으로부터 비롯되는 의지, 의지가 추구하는 욕망, 이러한 순환 고리를 끊고 의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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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문학을 아는 척 1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7. 2. 19:14
엄석대. 너는 "영웅"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한 반의 질서를 나름대로 일사불란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과장하여 전성기의 나폴레옹 같은 영웅에 비유될 수도 있겠으나, 기실 네가 생산하는 권력은 더욱 크고 절대적인 권력을 상징하는 담임의 묵인과 비호하에 혹은 그것에 편승하여 휘두르는 것이기에 전혀 창조적이지 못하며, 약자의 희생이나 구조적 부조리에 대하여도 관용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너는 주류 지향의 "맹목적이고 살벌한 긍정"과 체질상 궁합이 맞는 권력형 인간이다. 그런 네가 학교의 타성을 유지하는 제도적 큰 틀을 인정하고 그것에 자연스럽게 영합함으로써 약자인 또래 급우들 위에 군림하는 절대 권위를 일종의 혜택처럼 부여받은 셈인데, 이렇듯 큰 권력에 기생하여 유기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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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초월을 거니는 고독 3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5. 31. 13:20
너와 나 사이에 알록달록한 호흡이 있다. 영악한 자비가 있다. 너와 나 사이에는 잔인함이 있다. 잔인하여 강이 흐르고 나무가 자란다. 잔인하여 구름이 생기고 바람이 분다. 너와 나 사이에 부지런한 사랑이 있다. 고함질러도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 가는귀먹은 사랑이 있다. 이 사랑은 부지런하여 해가 뜨고 계절이 바뀐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나린다. 너와 나 사이에 게으른 죽음이 있다. 죽음이 게을러 우리는 모여서 떠나보낸다. 슬퍼하고 잊어버린다. 그렇게 즐기고 만다. 너와 나 사이에는, 없어도 될 투정이 있다. 철든 자도 침을 삼키는, 시침 떼는 기대가 있다. 별한테 떼를 쓰고 바다에게 졸라 댈 투정이, 너와 나 사이에서 만삭의 포만감으로 발아한다. 물살을 잡아당기면 거슬러 오를 수 있지. 흐르는 방향의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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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 전 상서(前 上書)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5. 17. 16:12
각하, 앨빈 토플러의 진단을 새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저흰 이미 정보화 사회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죠. 헤헤.. 그러므로 "정보화 세상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어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등의 문제 제기는 시대에 한참 뒤진 진부한 위기의식이며 유효 기한 지난 숙고일 따름입죠. 따라서 "SF 판타지에나 등장하는 정보화의 극단 발현은 가까운 미래에 가능성으로 다가올 수는 있을지언정 현재 당면하여 체감하는 정도의 수준과는 아직 거리가 있기에, (부정적 사고방식이 유추하여 제시하는) 첨단 정보화 인프라 및 소프트웨어 제반 시스템의 치명적인 부작용들과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형성하는 절망적 미래상에 대하여는 차근차근 학술적으로 접근하여 꼼꼼히 진단해 볼 시간이 충분할 것으로 사료되며, 사회 유지/번영을 위한 상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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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초월을 거니는 고독 2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5. 11. 14:28
돌이 부서져도 작품이 된다. 돌끼리 부딪쳐도 작품이 된다. 석공은 작품을 만들고 작품은 석공을 만든다. 석공이 버리는 작품은, 작품 이전의 무엇이고자 석공이 없는 곳을 향하여 돌아 눕는다. 작품이 버리는 돌은, 돌 이전의 무엇이고자 작품이 없는 곳을 향하여 돌아 눕는다. 돌이 아니어야, 흙도 아니고 먼지도 아니어야, 석공은 일손을 놓는다. 아줌마, 아기가 우네요. 저 여물지 않은 손바닥을 기어 다니는 별들이 무거워서가 아니고요, 그냥 배가 고파 울어요. 낯선 태양들이 차곡차곡 열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그물처럼 그어진 손바닥인데도 손이 아파 우는 아기는 없고요, 단지 배고파 울 뿐이니까 젖이나 물려 재우세요, 손금 봐 주는 아줌마. 아저씨, 나무가 시드네요. 파릇한 잎새로 올라와 하늘을 만지려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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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초월(超越)을 거니는 고독 1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4. 30. 10:29
먼 옛날에는 사람에게도 꼬리가 있었다지요. 귀찮은 족속이 먹이를 가지고 장난치거나 앙탈 부리며 대열에서 이탈할 때, 족장은 달려들어 그들의 꼬리를 잡아당기면 되었어요. 덜 미운 놈의 꼬리는 지그시 잡아 꾹 눌러 겁만 주었고, 많이 미운 놈의 꼬리는 끊어질듯 당기는 것도 성에 안 차 이빨로 물고 잘근잘근 씹었대요. 너덜거리는 꼬리를 강물에 담그어 식히면서 그 어지간한 족속은 눈물 대신 돌을 갈았어요. 퉁퉁 불은 꼬리를 바위에 걸쳐놓고 정성껏 다듬은 돌칼을 들어 한 번, 두 번, 서너 번 내려찍었어요. 머언 훗날, 귀찮은 족속의 후손은 눈물 대신 언어를 달굽니다. 그들에겐 잡힐 꼬리가 없습니다. 없는 꼬리를 잡아당길 눈먼 족장도 없습니다. 그러나 꼬리의 흔적은 그들 몸 안 구석구석을 떠돌기 때문입니다. 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