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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 막장
    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8. 18. 13:51

     

     

     

     

     

     

     

     

     

     

     

     

     

     

    서른 넘어서 회사 그만두고 부모 집에 얹혀 지내자니 눈치가 보여도 이만저만 보이는 게 아니네.

     

    알량한 퇴직금으로는 몇 달 생활비도 안 되고, 다달이 나가는 소영이 양육비나

    노친네들 가끔씩 용돈이라도 쥐여 주려면 이 시점에서 뭐든 하긴 해야 될 텐데..

     

     

    치한 모드의 위험한 행동 패턴이 내 일상을 침범하고 지배하는 이 삶의 이상 기류를 저지하기 위해선

    그리고 동시에, 미친 듯이 아랫도리로 침투하여 화근의 불을 지피는 섹스 중독의 망동을 제지하기 위해선

    뭔가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긴 해. 내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줄..

     

    앞으로는, 설령 어디든 다시 들어갈 능력이 된다 한들 색정의 괴물이 돼버린 내가 버티기엔 너무도 따분한

    평범한 직장 생활로의 복귀는 사실상 힘들 것 같다. 이미 두 차례나 겪은 어리석음을 또 반복할 순 없지.

    음습한 영역으로 자꾸 숨어들려 하는 내 얄궂은 습성이 당당하게 안착하기엔, 무척이나 가식적인

    짜증스러운 환경이기도 하고..

     

     

    지킬 앤 하이드의 아슬아슬하고 지긋지긋한 외줄 타기를 마감하고 편안하게 현재의 나를 발산할 수 있는

    그런 최적의 생활 조건이 어디 없을까.

     

    망신살이 뻗쳐 세상으로부터 내쳐질 위험성 앞에서 전전긍긍하기보단 차라리

    "뻔뻔한 위험성이 활개치는" 금단의 공간으로 본격 뛰어들어 그 사악한 성실함의 보호 속에 안주하는 게

    낫지 않을까. 당연히 평생은 아니고, 결국은 세월과 함께 스치고 지나갈 내 왕성한 음탕함이 조금이나마

    고개를 숙이는 날까지만이라도 그러한 곳에 머물러 볼까.

    물론 그런 데가 있다 해도 나를 받아 줄지는 미지수지만..

     

    나와 같은 부류가 심심치 않게 기웃거릴 아니 내 상위 혹은 하위 버전들이 우글거릴

    그래서 안심할 만한 영역이라는 착시를 야무지게 유발할

    "유사(類似) 일상"의 부실한 울타리라도 찾아보자. 책임이 분산되는 "공동의 음흉함" 속에서

    개인의 노골적이다 못해 불법적인 욕정이 불안과 죄의식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태평하기 짝이 없는 "희석의 공터"가 이 빌어먹을 세상에는 널려 있겠지.

    내 저주받을 본능은 그 징글맞은 촉으로 이미 파악을 끝마쳤을 터.

     

     

    이 느물느물한 감(感)이 시키는 대로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이거다 할 건덕지가 짠 하고 나오지 않을까.

    무작정 뛰쳐나가 변태를 발사하는 위험천만한 자기 파괴적 충동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남는 게 시간이니 열심히 뒤적여 보자.

     

     

     

     

     

     

     

     

    이야, 이런 게 있었네? 돈도 벌고 욕망도 채우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궁하면 통한다 하였던가. 나 같은 놈도 죽으란 법은 없다? 하느님이든 악마든 나를 보우하사?? 흐흐..

    김칫국은 그만 마시고, 되거나 말거나 일단 시도는 해보자고.

     

    구린 데가 있으니 떳떳하진 못하고 이런 식으로 인터넷 구석 후미진 데다 스리슬쩍 채용 공고를 올렸겠지.

    이해해 이해해 크큭. 사라지기 전에 어서 확인하고 잽싸게 신청해야겠네.

    세상 살아 내기는 언제나 그렇듯 팍팍하기만 하고 나처럼 덜떨어진 놈들은 예나 지금이나 쌔고 쌨을 테니

    이 웃기지도 않는 거미줄에 순진하게 뛰어드는 카미카제들로 경쟁률이 제법 높을지 모르잖아?

    현실의 쓴맛이 도사리고 있음을 외면하고, 알면서 모르는 척 속아 주기로 작정한,

    갈 때까지 가 막장으로 몰린 나 같은 놈들 말이야.

     

     

    우선 자격 요건에 드는 지부터 보고, 웬만하면 밀어붙여 보자.

     

    이메일로 간단히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하니 당장 실력 발휘 좀 해야겠군. 낯간지러운 감언이설을 총동원하여

    펜으로 그럴듯하게 꾸미는 건 내 전문 분야 아니겠어? 껄떡대는 본능이 몰아가는 내 무모한 추진력이

    이럴 땐 또 빛을 발하는군. 후후..

     

    여색을 실컷 탐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호구 역할도 어느 정도는 감수할 테니까

    형님들인지 동생들인지, 부디 야비한 내가 수긍할 정도로만 사기쳐 드시길..

    치고 빠지는 떴다방 식 운영의 궁극적인 목표가 불특정 다수의 먹잇감들에 최대한 빨대를 꽂는 것이라면

    적어도 빨대가 되기를 자처하는 아군들 뒤통수는 적당히 치시고

    같이 좀 먹고살자는 정직한 동업자 마인드에서 가급적 벗어나지 마시길..

     

     

     

     

     

     

     

     

     

     

     

     

     

     

     

     


    안녕하세요. 저는 남성 부문 신청자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금번 공지를 읽고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있어 이렇게 서면으로 질문도 드릴 겸

    신청 및 이력서를 대신할까 합니다.

    관련 업무로 바쁘신 나날 보내고 계신 줄은 압니다만 시간 나실 때 틈틈이 간단한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경청해 주시리라 믿고 자기소개와 더불어 약간의 제안도 감히 함께 올리는 점 양해 바라겠습니다.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이라 여기신다면 굳이 답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읽는 자체를 불편하게 만드는

    (뭣도 모르는) 어쭙잖은 제안이라 생각하시면 그것 역시 그냥 무시하세요.

     

    다들 쉽게 쉽게 가는 곳이 멀게만 느껴지는 (후줄근한 삶에 지쳐 그로기 직전으로 몰린) 어느 처량맞은 젊은이가

    적당한 취기에 힘입어, 그닥 재밌지도 않고 딱딱한 (음울하여 읽기 곤혹스럽기만 한) 판타지를 휘갈기고 있답니다.

     

    훑어보시다 웬 개소린가 싶으면 읽는 것을 중단하고 바로 삭제해 버리세요.

    그럴 거면 왜 보냈냐고요? 글쎄요..

    귀하의 온라인 구인 광고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가느다란 절망을 보아서였을까요..

     

     

    멀쩡한 정신으로 간절히 호소하고 어필해야 할 구직 신청서가 처음의 순수한 취지와 다르게

    한 줄 한 줄 써 내려갈 때마다 자꾸만 오염되고 있음을, 스스로도 절감하는 순간입니다.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가지고, 철저한 을의 자세로 한없이 공손하고 절절하게

    본인의 진정성을 피력해도 부족한 판국인데, 음주를 핑계로

    고질병인 삐딱함과 배배 꼬인 성정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실용 문서에선 허락되지 않는 소아병적 감상(感傷)을 덤으로 장착하여

    되도 않는 곤조를 부리려 하네요.

    귀하의 입장에서 보면 가소롭기가 한량없게도 말입니다.

     

    "배가 산으로 가는" 자동기술적 타이핑을 이대로 방치하였다가는

    비꼬는 것을 넘어 어떤 끔찍한 무례를 저지르게 될까 적이 염려가 되는 지금이야말로

    서술을 멈추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술 깨고 맑은 정신으로 다시 정성껏 작성하여 올릴 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서 이걸 왜 기어이 보냈냐고요?

    귀하의 온라인 구인 광고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가느다란 절망을 보아서였을까요..

     

    시방 장난치냐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쓰레기 글은 지체 없이 휴지통에 투척해 주세요. 그리고 잊어 주세요.

    저와 달리, 바쁘신 귀하에겐 시간은 금이니까요. 거듭 사과드립니다..)

     

     

     

     

     

     

     

     

     

     

     

     

     

     

     


    1.


    한 달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직원 채용과 근무 인원 조달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충분히 짐작 가능합니다.

     

    엄격한 자격 요건 없이도 공지에 설명된 정도의 간단한 조건이면 그곳 근무 특성상 실제 애로는 없는 것인지..

     

    약간의 용기와 열정만으로 새로움에 도전하려는 초보들의 경우

    출발 전 별도의 면접을 통해 일 차로 걸러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닌지..

     

    (아무래도 동종 업종 유경험자들에 비해 불리한 바탕에서 시작해야 함은 사실이니까요.

    뽑아야 하는 입장에서도 그간의 여러 채용 과정과 직원들의 실무적 사례들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선호하는 스타일에 관한 대략적 윤곽은 진작에 잡고 있을 테지요.

    그리고 외양이나 성격은 물론 기타 미묘한 부분들에서의 적합성을 결코 무시할 순 없다고 판단할 때

    담당자로서 그것들을 면밀히 따져 보고 고려해야 함은 당연지사겠지요.)

     

     

     
    2.


    아무래도 남성보다야 여성 지원자들을 주로 더 많이 모집하시리라 여겨지는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남녀 통틀어서 전체 채용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다면 경쟁률도 만만치 않을 테니 그만큼 까다로운 지원 조건이 요구될 테고

    이는, 요즘 같은 불경기의 살기 힘든 세상에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해외 향응 업계를 노크하는

    저 같은 초보들이 꽤 많아졌다는 방증이겠지요.

     

    물론 그곳 현지 공급이 많이 딸려 웬만한 자격의 희망자들은 거의 백 프로 취업이 보장된다면야

    반가운 상황이긴 합니다만..

    클럽별로 그때그때 결원을 보충하는 차원이라면 굳이 공채가 아니더라도

    귀하의 폭넓은 인맥과 친분을 십분 활용하여 소수 정예의 실력 있는 경력자들을 애초에 선별 충원하였을 테니,

    금번 채용이 그러한 소규모 특채일 리는 없고..)

     

     

     


    3-1.


    남직원의 경우에도 "공지에 기재된 내용"과 동일한 수준의 업무를 하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서빙의 유형은 대동소이하나 여성 접대원과 달리 "공지에는 누락된 사항"들이 좀 더 부가될 여지는 있는 것인지..

     

    (이 계통은 초짜지만 저 나름 쓴맛 단맛 산전수전 남들 정도는 살아온 인생으로서

    소위 "남의 돈 먹기"가 결코 녹록지 않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그것도 바다 건너에서 도전하려 할 때의 두려움이 어찌 없겠습니까마는, 그보단

    현실적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곳을 거쳐간 선배님들의 고충과 애환에 대한 정보를 가감 없이 습득한 연후에,

    그럼에도 불구 배수진을 치는 결연함으로 당당하게 도전하는 자세이고 싶습니다.

     

    그저 막연히 들떠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단 부딪치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엔 저의 살아온 세월이 자꾸만 신중함을 강요하는군요..

    하지만, 결단력과 행동을 전제로 하는 지원자의 신중함은 중도 포기하지 않기 위함이며

    따라서 이러한 자세는 고용주에게도 누가 되지 않고 득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단단히 각오하고, 실전에서 접해야 할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극복하기 위한 면역력을 스스로 높여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 소견입니다.)

     

     

    3-2.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가 이역만리에서 당황하고 낙심한들 국내에서처럼 운신이 자유롭지도 않을 터..

     

    일단 계약 관계가 성립한 다음에는, 임의로 보따리 싸들고 무작정 귀국하기도 쉽진 않을 테고..

    설령 그게 가능하다 한들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을 듯합니다.

     

    귀국 경비에다 만약 위약금 형식의 페널티라도 부가된다면 더더욱 설상가상이겠지요.

    그리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아주 값비싼 해외여행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하게 되는 셈인가요..?

     

    이런 부분에 대한 (관리자 혹은 인력 수급 담당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솔한 정보 역시

    혹시나 있다면 공유하였음 합니다.

     

     

    3-3


    왠지 귀하의 하시는 업무에 당찬 자부심이 서리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장밋빛 전망과 함께 상기(3-1, 3-2)의 현실적 정보들도 아울러 제공해 주신다면

    이는 귀하의 매너 있는 자존심을 훨 돋보이게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바입니다.

     

    또 한편으론, 이러한 정보 제공이

    갖가지 현실적 역경을 무릅쓰고라도 귀하의 안내에 기꺼이 따르고자 하는 알짜배기 지원자들을 추려낼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거두게 할 터이니, 이는 진지한 구인자와 진정성 있는 구직자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일석이조라 하겠지요.

     

    (제 질문들이 노파심 어린 기우에 불과하였음이 판명될 때, 즉

    귀하의 공지에는 배후의 함정 따위가 없고 공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그만큼의 사실만 적시되어 있음이

    판명될 때, 저는 본의 아니게 귀하를 모독하는 결례를 범하고 만 셈이 되겠네요.

    정녕 그러하였다면

    하도 각박하고 험한 세상이 되어 나서 저와 같은 노이로제도 있으려니 하시고

    아무쪼록 넓으신 아량으로 너그러이 용서하시길..

     

    그러나 저 하나 무례한 사람이 되고 쭉정이로 낙인찍힘으로써

    제 섣부른 억측이 말 그대로 억측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밝혀낼 수만 있다면, 제가 붙고 떨어지고를 떠나

    참으로 다행스러울 것 같기는 합니다.

    다른 지원자들은 "저처럼 의심과 불안의 지옥에 갇히는 일" 없이

    마음 푹 놓고, 예상 가능한 정당한 고생을 감수할 각오만 하면 될 테니까요.)

     

     


     

    4.


    이 글을 쓰면서도 귀하가 업데이트하시는 채용 공지는 수시로 읽어봅니다만,

    어차피 날짜가 지나서 (25일 공지하고 다음 달 1일 출발이면 합격자에게 좀 빠듯한 일정이긴 하네요..)

    제 경우는 추후 공지를 손꼽아 기다려야 할 처지라, 이참에 차근차근 준비도 할 겸

    이렇게 많은 질문 한꺼번에 드리는 것이니 거듭 이해 바랍니다.

     


    일단 저에 대해 잠시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주민등록상의 나이를 엄격히 적용한다고 할 때 저는 일단 여기서부터 불합격이지요.

    혹여 보통의 유흥업계처럼 20대 초중반으로 자격을 제한하신다면 저는 서른을 훌쩍 넘긴 삼십 대 초반이니까요..

    귀하의 모집 공고에는 호스트의 연령 조건이 별도로 기재되지 않아

    유연하게 적용하시리라 믿고 성급한 희망을 가져보긴 합니다만..

     

    다만 얼굴이 꽤 동안이란 점은 다소 위안이 되네요.

    술 담배 멀리 하고 아직 철이 없어 그런지 노화가 더디게 오나 봅니다.

    사회적 책임감에서 자유로운, 나잇값 못 하는 철부지라서 세월도 아직은 비껴가나 봅니다.

     

    이 나이에 기반은 못 잡았지만 크게 아쉽거나 후회되진 않아요.

    비록 백수가 되었어도 그냥 홀가분하고 편하기만 하네요.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부작용일지도..

     

     

    성격은 기본이 내성적이며 뭐랄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순진한 편입니다. (이게 자랑이 될 순 없겠지만요..)

     

    어느 정도는 활달해 줘야 이 계통에 적응하기도 수월하리라 충분히 예상은 합니다만

    태생적 성격의 핸디캡은, 나름의 연륜과 어쨌든 여태껏 만만치 않은 삶을 이겨 온 인내의 경험치 그리고

    현실의 묵직한 절박감 등으로 커버할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채용자 입장에서 긴요하게 참고가 될 만한 사항일 수 있는, 제 여성 편력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해 보겠습니다.

    상당히 사적인 내용이라 부끄럽긴 하나 호스트로서의 자격 유무를 판단하실 분들께

    약간의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도이니 아무쪼록 별다른 오해 없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사춘기땐 거의 퇴행 수준으로 순진해서, 청년기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여자에 관한 한

    숙맥으로 살았지요.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한 땐, 좀 생긴 외모 덕인지

    여자 다루는 서툰 솜씨와 상관없이 외모적으로 보통의 (혹은 박색의) 여성들은 알아서들 다가와 주더군요.

     

    이쁘고 늘씬한 매력녀를 꼬시려고 부지런을 떠는 다수의 능력파 남자들과는 달리,

    또는 미모와 재력을 겸비한 능력녀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소수의 프로들과도 다르게

    저는 그저 오는 여자 마다치 않고 제게 다가오는 그저 그런 여성들만 신나게 경험할 따름이었죠.

    일종의 귀차니즘 때문이었을 거예요.

     

    당시에 지금만큼의 속물근성만 좀 더 있었더라도

    나 아님 죽고 못 산다던 여자들 중 재력 빵빵한 박색녀 몇몇쯤은 완전히 구워삶을 수 있었을 텐데..

     

    그나마 평범한 (적당히 착한) 여자들도 제게서 돈과 능력, 비전 등이 별 볼 일 없음을 잽싸게 간파하고는

    종국에는 자동으로 멀어져 가더군요. 서글픈 인생인가요..?

    시들기 전에 저의 내재된 끼를 발산하고는 싶은데.. 어떨 땐 저도 제 자신을 잘 모르겠어요.

     

    자폐적 이리만치 소심하고 대인 관계 젬병인 (융통성 없는) 제가 욕심을 버리고 자포자기 모드로 돌입하면

    퇴폐적이고 마조히즘적이고 관능적이고 섹스 중독에

    예술(?)적이고 감성적이고 보헤미안 기질의 역마살까지..

    (그렇다고 성격파탄이란 건 아니니 고개는 젓지 마시고요, 약간의 과장은 애교로 봐주시길..)

     

    어려서부터 나르시시즘도 조금 있었어요.

    뭐 다들 자기 잘난 맛에 산다지만, 사실 저는 이른바 "자뻑" 증세가 남들보다 약간은 더 심한 편이었죠.

    그도 그럴 것이, 초등 중학교 시절엔 예쁘단 소릴 고등학교 시절엔 잘생겼다는 소릴 제법 들으며 자랐으니까요.

    따라서 미소년이면 그저 뻑이 가는 단순한 사춘기 여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재수 없고 밥맛인 부류였던 것도 사실이고, 그 시절 어설프지만 달콤했던 킹카 코스프레의 추억을 잊지 못 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퇴행적 자아도취에서 현재까지 헤어 나오지 못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제 입으로 - 결점이 될 수도 있는 - 이런 얘기들을 쭉 나열하자니 얼굴이 화끈거리긴 하네요. 허나 어쩌겠어요?

    이렇게라도 자신감(?)을 피력해야, 혹시나 이 근거 없는 당당함에 플러스 점수를 주시고

    긍정적으로 검토하시어, 제게도 실낱 같은 기회가 오지 않겠어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호보단 불호가 더 많을 "제 인생의 찌질한 여성 편력 여정"을 통해 어찌 되었건

    여성에 대한 환상 없이 박색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여성 군상에게 비위를 맞출 수 있도록

    저의 낮아진 자존감이 본의 아니게 이쪽 분야로 튜닝되어 있다는 것이고, 고로

    최근 들어 한창 신장하고 있는 여성 접대업에 특화된 호스트 캐릭터로서의 가능성을

    귀하께 감히 어필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이름은 전 상 준.

    키는 183에 몸무게 71.

     

    요청하신 대로 사진은 여권 사진으로 뽑아 이메일에 파일 형식으로 첨부할 예정입니다.

    과정이 상당히 복잡해 보이던데 제가 컴에 능숙하지 못하여 걱정입니다.

    사진이 가장 중요하다 하시니 어떻게든 열심히 숙지해서 차질 없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귀하가 이 글을 읽게 되는 시점이면 틀림없이 제 사진도 같이 확인하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대충 이렇습니다.  쓰다 보니 이건 뭐 딱히 자기소개랄 것도 없군요.

    이런 몹쓸 소개, 참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5-1.


    정말 여권만 준비하면 일단 만사 오케이인가요?

    그래도 만일을 대비한 비상금 차원으로 수중에 얼마간의 현금은 있어야 되지 않나요?

     

    3개월만 체류코자 할 시에는 출국 귀국 티켓팅 비용 모두 개인 부담이라는 말씀이지요?

     

    현지 업소들마다 각기 사정이 다를 수 있으니 갑작스러운 청구에 대비는 해야 할 것 같고

    아무래도 개인 체류 경비나 제반 비용 지불용으로 상당량의 초기 비상금은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개인의 능력치가 다르므로 가자마자 돈을 잘 벌 거라는 보장은 없다고 봅니다.

    장밋빛 낙관은 홍보용일 뿐이고, 숨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을 현실은 결코 장담할 수 없는 것이기에

    형식적이고 부실한 보험과는 별개로 목돈 형태의 "달라"는 지니고 있어야겠습니다.

    (이조차 누군가 노릴 수 있으니, 눈 뜨고 코 베이는 "바다 건너 세상"에서는

    이 비상금을 며느리도 모르게 깊숙이 꿍쳐 놓아야 함은 기본일 테고요..)

     

     

    5-2.


    속옷이나 세면도구 등 기타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들도 기본으로 챙겨 가야겠지요?

    의복은 여분이 필요한가요? (정장 구두 등의 업무용 복장 말입니다.)

    출발 시에는 운동화 + 간편복으로..?

     

     

    5-3.


    환전, 여행자 카드, 여행자 보험, 국내와 현지 연계를 위한 은행 업무 등등

    출국 관련 제반 절차들 가운데 꼭 필요한 것들에 관한 사전 안내가 가능한지요..

     


    5-4.


    여객선과 항공기 두 가지 경로로 출국 절차가 진행된다 하셨는데

    패키지 개념의 단체 이동으로 출국이 이뤄지는 것이겠지요?

     

    그러하다면 통솔하는 가이드가 있어 출국 관련 수속을 도와주게 되나요?

    (이는 입국 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인가요?)

     

     

    5-5.


    임시 숙소(콘도) 제공은 완전한 무상 개념인지..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식비 등을 비롯한 부대 비용들 중 개인 부담으로 처리되는 항목들은 없는지..

     

     

    5-6.


    급여는 업주로부터 직접 지급되는지..

    또한, 당일 벌이가 그날그날 고용주와의 사이에서 분배되는 것인지..

    아니면 월별로 지정된 급여일에 일괄 지급되는지도 궁금하고요.

     

     

    5-7.


    급여 지급 체계에 있어, 국내에서와 같이 중간 대행 개념의 아웃소싱 형태를 띠고 있지는 않은지..

     

    그럴 경우, 해외 알바 관련 간접 고용 계약에서 파생되는 각종 수수료 명목들이 존재하는지..

    (예로써 "체류기간 중 일정액 한도의 의무적 쇼핑이나 관광" 등과 같은 약정들의 포함 여부.)

     

     

     

    속사포 같이 질문들을 쏴대서 죄송합니다.

     

     

     


    6.


    3,000 ~ 5,000 $의 월평균 수입 변동 폭으로 보아, 선수 개개의 능력에 따른 차이가 엄청난 듯하네요.

     

    초보의 경우 최소한의 최저 급여액은 보장이 되는 것인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검증 안 된 초보의 고용을 꺼리는 것이

    업주 측의 인지상정이니 만큼, 귀하로서도 초보 채용은 가급적 차단하고 있으리라 저부터 충분히 짐작은 됩니다만,

    혹여 경험 없는 초짜가 어찌어찌하여 고용되었을 시 극단적인 경우 체류 기간 동안 수입이 전혀 생기지 않아

    만리타국에서 알거지가 되는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그의 입장에선 참으로 난감하다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귀하의 공지 내용만 철석같이 믿고 비상금도 준비 안 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빚만 불어나 있을 수도 있고,

    (그렇게까지 방치하시진 않겠으나) 최악의 경우 불법 체류자로 전전하다 발각되어 추방당할 게 뻔할 테니 말이죠.

     

    아, 이러한 비극적 사태를 대비하여 보증금 제도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귀하는 아직 그것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여타 보험처럼 복잡한 절차상의 문제로 귀국 후에나 후불 형식의 지급이 이뤄질지도 모르고

    아예 첨부터 흑막이 개입되어 보증금을 돌려받는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으니, 빛만 좋은 그럴싸한 제도로는

    당장 도움이 안 될 확률이 높겠네요. 대부분은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하여 쉬쉬하고 취업하였을 게 뻔한

    무경력자들에게 이러한 날벼락은, 개망신을 필수 전제로 한 "일가친척 내지는 지인들의 도움" 외에

    선택의 여지를 불허할 것이므로, 가뜩이나 위축되고 자존감이 결여되어 이곳까지 떠밀려 온 그들로선

    삶이 감당할 수 없는 절망 앞에서 자칫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나 않을까, 어지간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7.


    관광지로 유명한 섬나라에서 일을 하게 될 것으로 아는데

    접대하게 될 손님들은 주로 내국인인지 아님 외국인인지 또는 둘 다인지..

    그리고 그분들의 연령대는 대략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군요.

     

    게이 성향의 남성 고객들을 서빙하는 것까지로 그곳 호스트의 주 업무 영역이 확장되는지도 또한 궁금합니다.

     

     


    8.

     

    저의 출발 가능 날짜는, 귀하의 추후 전체 공지 및 합격 여부 개별 통지에 즈음하여

    영문 이름 및 기타 연락처 등과 함께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생각보다 많이 늦어지는군요..

     

    현지에 많은 수의 "선수"들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파견하는 시스템이 과연 가능할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현지 호빠로부터 더 이상의 추가적인 호스트 모집이 있을지부터가 우선 불확실하고, 있더라도 가뭄에 콩 나듯 할 텐데

    경험 전무한 저한테까지 돌아올 자리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새삼스레 붐이 일어 우후죽순처럼 클럽들이 생기고 수요가 늘어난다면야 또 모를까..

     

    만에 하나 5년 이내에 그런 반가운(?) 현상이 발생한다면, 그래서 국산 선수들의 대거 원정이 불가피해지고

    적절한 안전망 하에 경험 일천한 지원자들의 시행착오 가능성까지 흔쾌히 떠안을 여력이 확보되시면,

    그땐 잊지 않고 꼭 다시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그때까지 귀하의 사업이 유지되고 나아가 번창하시길 기원하오며

    저 역시도 "인생의 마지막 반전"이 찾아오기를 꾸준히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내가 또 넘친 건가.

    남들만큼만 하자고 초장에 아무리 다짐을 해도 끝판에 가서는 꼭 이런다니까!

    붙여달라고 애걸복걸해도 모자랄 판에, 짧고 임팩트 있어야 할 이력서가 자꾸 길어지다 보니

    지루한 건 둘째 치고 내용이 점점 초심을 잃으면서 꼴리는 대로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잖은가.

     

    스펙을 중요시하는 서류 전형도 아니고 어찌 보면 이것은 형식적 절차일 뿐, 되도록이면

    전향적으로 많이 뽑을 계획인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 여부 통보는커녕 연락 자체가 없다는 건

    애초에 들어갈 생각 없이 심심풀이 장난질로 진지만 빨거나

    워낙에 신세계(?)라 뛰어들 용기는 없고 이리저리 찔러대며 간만 존나게 보는

    (꼴에 자존심은 있어 인텔리인 척하지만 사실은) 덜떨어진 백수 나부랭이임을

    단번에 간파했기 때문이겠지. 그들이 아마추어도 아니고 척 보면 착이지.

    필시 다 읽지도 않고 걸러냈으리라.

     

     

    하지만 나로선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아. 나 충분히 진지했거든.

    물론 "이제는 습벽이 되어버린 비사회성 언어"를 깔끔하게 제거하지 못 한 건 전적으로 내 불찰이긴 하지만..

     

    그리고 막말로, 일반 회사원 채용 공고도 아니고 소위 몸 파는 남창을 대놓고 구하겠다는 대담한 수작인데

    무슨 야로가 있을 법도 하지 않겠는가. 내가 아무리 순진하다(?) 해도 그렇지, 어린애도 아닌데

    요 정도 최소한의 깐깐함조차 부리지 못하고 순순히 저들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그건 아니지!

     

     

    어둠의 손아귀에 갇혀 악마에게 영혼을 저당 잡혔다 해도 할 말이 없을 요즘의 내 작태로 미루어 볼 때

    까딱하다간 빤쓰까지 탈탈 털릴 위험을 무릅쓰고 저열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이런 곳을 기웃거리는 것마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는 지경이 되었음을, 씁쓸하지만 나는 인정한다. 한편

    자신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 강변하겠으나 이들도 그럴듯한 비즈니스의 탈을 썼을 뿐

    결국은 - 음란함에 있어 - 도긴개긴 나하고 같은 부류에 지나지 않을 터인데

    이를 부인한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

     

    끼리끼리 한 배를 탄다 치고 각자의 이해타산에 얼추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서로 윈윈 하면 되는 것을..

    개인 대 개인이면 빈정상하고 꽁할 수 있다지만, 어차피 한 놈의 호구가 아쉬운 상황이라면

    이런 놈 저런 놈 가릴 필요가 무에 있담. 이런 거 보면 또 프로답지가 않아..

    아니면, 이번이 처음은 아닐 테고 그간 또라이 같은 놈들한테 크게 덴 적이 있었던지..

    아무래도 그러고 나면 많이 조심스러워지긴 할 테니까.

     

    이도 아니면, 진짜로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서

    나 정도 골치 아픈 놈들 솎아내 봤자 표도 안 나고 아쉬울 것도 없다 이건가.

    이게 현실이라면 이 또한 IMF 사태가 남긴 "이 나라의 서글픈 민낯"들 중 하나임이 분명하겠지.

     

    이 나이 먹도록 나만 철이 안 들어, 일개 서민인 주제에 뭐 그리 잘났다고

    저 절실한 신청자 무리와는 사뭇 다른 초현실적 스탠스를 여유작작 취하면서 스스로를 희롱하는 것인지..

     

    외압에 의한 자존감 상실이 아니라 스스로 자존감을 갉아먹는, 특이한 "정서적 병균" 보유자란 게 자랑인가.

     

     

     

     

     

     

     

     

    오, 연락이 오긴 왔네!

    마지막 이메일 보낸 지 근 보름이나 지나서 답장이 왔으니 나같이 성미 급한 놈은 그사이 충분히 오해하고

    욕을 바가지로 퍼부을 수도 있지 않겠나.

     

    아마 정신없이 바빴던 게지. 워낙 구린 구석이 있는 일이다 보니 어쩌면 점조직의 하수인 혼자서

    피시방에 숨어 좆뺑이치고 있는지도..

    그렇다 쳐도 이건 너무 늦었는 걸..? 요런 짤막한 답변이면.. 아니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적 답변이야 미리 작성해 놓고 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을, 내용의 길고 짧음은 상관이 없지.

    중간에 뭔가 일정상의 차질이라도 생긴 것인가.

     

     

    어쨌든 늦게라도 왔으면 된 것이고..

    이로써 2차 순번도 물 건너갔고, 내가 간다면 3차 순번에 해당되겠군.

     

    어디 보자.. 흠 역시..

    이런 거래에는 보증금 문제가 빠질 수 없지. 내가 그쪽 입장이라도 이해는 돼. 나를 뭘 보고 믿겠어?

    그런데 말이지.. 내게는 액수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닌 걸! 대충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그 이상이야.

    공고에다 보증금 건을 첨부터 내걸지 않은 것은, 돈 문제에 민감한 구직자들의 반감을 고려하여

    경쟁률이 저조해지지 않도록 하려는 얍삽한 편법이었어. 정원을 표시하지 않은 것과 함께..

     

    결국 별도의 보증금 통보가, 너무 간절해 간 쓸개 다 빼 주고라도 한 자리 얻으려는 불쌍한 인간들과

    나 같은 인간들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셈인가. 나 역시 불쌍한 놈이긴 마찬가지인데..

     

    사이즈 딱 보니 (저들이 제시한) 이 거금의 보증금만 건네주면

    와꾸만 멀쩡한 어중이떠중이들 다 델꼬 갈 모양 같은데, 웬만하면 적당히 속아 주고 그들과 짝짜꿍이 돼서

    강단 있게 욕망과 실속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지만

    무모한 추진력을 함부로 발휘하기엔 껄쩍지근한 게 하나 두 개라야지 원..

     

    비록 나중에 돌려받는 돈이라 할지라도 내게 당장 부담이 되는 금액인 건 사실이야.

    내 수중에 없는 건 아니지만, 여기다가 개인 경비까지 합하면 현재 남아 있는 게 거의 다 빠져나간다는 얘긴데

    그렇다고 이 일로 대출을 받기도 애매해. 지금 내가 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조건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말이지.

    그리고 제일 우려되는 건, 이 보증금을 과연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아직 미지수라는 점.

    물론 의심 안 받으려고 공증이야 기본으로 해 주겠으나, 견실한 기업도 아닌 것이

    저들의 정체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고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으므로,

    나로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저들이 나를 못 믿듯 나도 저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즉 신뢰의 문제가

    저들과 나 사이에 놓인 가장 큰 장벽이리라.

     

     

    아쉽지만 얘네들은 안 되겠다.

    이런 방면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나마 상대적으로

    좀 덜 음침하고 좀 더 양지에 위치한 동종 업계를 찾아보자. 시간은 많으니 조급하지 말고 찬찬히 세밀하게..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액수 말고 비교적 합리적으로 책정된 보증금을 제시하는 곳이 어딘가에 분명 있을 거야.

     

    인터넷 참 대단해. 순기능 역기능 어떤 쪽으로든, 불완전한 인간의 모호한 의지를 적극 구현해 준다니까! 흐흐..

     

    유흥 카테고리가 이렇듯 많은 (야리꾸리한) 정보들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네.

    정식 리크루트 사이트에선 다루지 않는 치명적인 설렘들이 한가득이야!

     

     

     

     

     

     

     

     

     

     

     

     

     

     

     

     

     

    ※※※

     

     

    옜다! 네가 사 오라고 한 치즈버거랑 핫도그..

    먹고 해. 이 짓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 아니겠어?

     

     

     

    고마워 형.

    어후, 요즘은 갈수록 물고기가 넘치는 것 같아. 이래 봤자 윗대가리만 살판나는 거지

    우린 뭐 떨어지는 것도 없고 뺑이만 치게 생겼으니..

     

     

     

    이번엔 보너스 두둑이 챙겨 준다 했으니 속는 셈 치고 한 번 더 믿어 보자구.

    이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매년 조금씩 시장이 커지는가 싶더니

    네 말대로 지금에 이르러 대박을 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주기는 심상치가 않아.

    우리가 언제까지 이 짓을 할진 모르지만 어쩌면 당분간은 갱신하기 힘들

    고점으로 치닫는 기분이야. 쳐 놓은 그물이 팽팽하다 못해 곧 찢어질 정도로구나!

    입질하는 물고기들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날 줄은 위에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대.

     

     

     

    나라가 절단 났다고 다 죽으란 법은 없네. 우리같이 약삭빠른 인간들은 덕분에 꽤나 쏠쏠하게 벌잖아?

     

     

     

    내가 그랬잖냐. 이런 시국에는 무조건 인력 장사가 남는 거라고.

    우리도 가능한 한 빨리 시다바리 노릇 쫑내고 한몫 단단히 챙겨 독립해야지 않겠어?

    시장은 널렸고 파이도 커졌으니 늦기 전에 얼른 전문 분야에 뛰어들어

    적어도 사장 소리는 들어가며 살자꾸나. 힘들어도 그때를 생각해서 조금만 참고 분발해.

     

     

     

    나야 형만 믿고 가는 거잖아. 그렇게만 되면 이 지겨운 햄버거는 쳐다보지도 않겠어..

     

     

     

    자식..

    그나저나 어때? 이상한 미친놈들도 여전히 나오고 있지?

     

     

     

    말해 뭐 해. 이미 예상하던 바인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물고기가 떼로 몰려들면 섞여 있는 하자들도 당연히 많아지지 않겠어?

     

     

     

    다시 말하지만,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또라이들만 아니면 이상한 헛소리 좀 씨불여도 신경 쓸 것 없다.

    우린 그저 사진하고 체형만 보고, 아주 추물만 아니면 어차피 다 쓸어 담아야 하니까.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쓸 만하겠다 싶으면 일단 다 담고 그중에 보증금 갖다 바치는 호구들

    살살 몰아서 운반책한테 넘기기만 하면 임무는 끝이니까 우리가 괜히 열받을 필요는 없다 이거야.

     

     

     

    한 번만 더 들으면 귀에 딱지 앉겠네.

    사진 보고 고르는 것도 피곤해 죽겠고만.. 긴 내용은 대충 훑는 것도 생략한다고..

    자기소개서는 이제 들여다보라 해도 보기 싫을 지경이니 잔소리는 그쯤 하셔.

     

     

     

    그리 이골이 난 녀석이 신고 운운에 쫄아서, 잠깐 눈 붙이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우고 난리를 피운 거냐?

     

     

     

    그건 여성 단체에서 보내는 경고라 해서 사태가 심각한 줄 알고 그랬던 거죠.

     

     

     

    딱 봐도 공식 단체를 빙자한 개인의 도발이더만.. 너도 이만큼 해봤으면 그 정도는 구별해 내야지!

    참고하라고 보여 줬던 공문 양식은 기억도 안 나냐? 설사 진짜 그 단체가

    이리로밖에 보낼 루트가 없어서 이메일로 공문을 보냈다 치자. 그래서 걔네들이 어쩔 건데!?

    아이피 추적을 피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으니 쓸데없는 걱정 말라던, 내 말은 개나 줬냐?

    여긴 태평양 한복판이야. 쫄지 마 이 자식아! 으이그 쫄보 같은 새끼..

     

     

     

    항상 조심해서 나쁠 건 또 뭔데? 그리고 우리만 조심한다고 백 프로 커버되는 것도 아니잖아?

    훨씬 위험한 환경인 국내의 오프라인 모집책들이 살짝만 경계를 늦추고 작은 실수를 범해도

    우리까지 좆되는 건 시간문제 아니야?

     

     

     

    걔네들은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라고.

    우리 쪽뿐 아니라 다른 거래처들하고도 동시에 계약하고 문어발 식으로 일 처리하는 고수들을

    무시하는 거냐 지금? 아 물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그들도 자신만만하다가

    간혹 꼬리를 밟히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

     

     

     

    그럴 때를 대비해서 파트별로 철저히 점조직화하여 움직인다는 것도 잘 알지만, 그것만 믿고 무한정

    긴장을 풀 상황은 아니 것 같아. 우릴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켠 놈들 또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니까.

    또 베테랑이면 이 업계에 대해선 빠삭할 테니, 눈 막고 귀 막고 활동한다 친들

    수틀려서 배신 때리거나 잡혀서 회유에 넘어가면 토해 낼 알짜 정보들 한두 개쯤은 지니고 있을 거라고.

     

     

     

    넌 아냐? 너의 그 어설프게 아는 척하는 게 병이라는 걸..

    세상에 완벽한 건 없어. 어차피 다 확률 싸움이라고. 그럴 거면 하늘이 무너질까 두려워 숨은 어떻게 쉬고 있냐?

    이럴 때 보면 너 같은 녀석이 나랑 손잡은 거 자체가 신기하다니까.

    너 같은 애들 단점이 뭔 줄 알아? 바로 추진력이 꽝이라는 거야. 그렇게 매사에 부정적이고

    일어나지 않을 위험을 과도하게 의식하다간 평생 대가리 노릇은 고사하고 남한테 질질 끌려다니며 이용만 당하기

    십상이라 이거지. 형이니까 널 위해서 이런 얘기도 해 주는 거다. 고깝게 생각하진 마라.

     

     

     

    알지.. 먼 친척을 윗대가리로 둔 형 아니었음 난 아직도 방구석 폐인 신세 못 면하고 있었겠지.

     

     

     

    이쯤에서 이 형이 또 너 힘내라고 고급 정보 하나 흘려야겠구만.

    이거 나만 말고 있으라고 아저씨가 신신당부한 건데 말이지..

    세상이 이리 돌아가니 막다른 곳에 다다른 백성들 들고일어날까 무서워 나라가 한 발 물러난

    모양새 같더라.

     

     

     

    좀 느슨해진 건 나도 느끼겠구먼. 그러니 우리가 여기서 이러는 거 아니겠어? 설마 이게 정보라는 건 아니지?

     

     

     

    끝까지 들어 봐. 그런 식으로 판 자체가 우리에게 유리해진 데다가 더 확실한 방패막이로

    아저씨 인맥 중에 이 업종 전담 부서의 중간 보스 격 실세가 있다 이 말씀이야.

     

     

     

    말하자면 우리 뒤를 봐줄 고참 형사라도 심어 놓았다?

     

     

     

    어디다가 형사 나부랭이를 갖다 대? 그보다 한참 위지.

    그러니까 넌 나만 믿고 일이나 열심히 하란 말이야! 네 주특기인 망상하고 틈만 나면 놀지 말고, 짜샤!

     

     

     

    알겠어. 그만 뭐라 해.. 핫도그 먹다 체하겠네. 콜라도 안 사 오고 뭐야?!

     

     

     

    어제 피자 먹을 때 남은 콜라 냉장고에 없어? 있을 텐데..?

     

     

     

    참 나.. 그거 다 먹은 지가 언젠데.. 생각 좀 하고 삽시다 거..

     

     

     

    어쭈, 태평양 물 좀 먹더니 이제 형이고 나발이고 눈에 안 뵌다 이거냐? 많이 컸다 야, 허허..

     

     

     

    아 됐고! 이번 회차는 신청자가 어마어마하니까 지난번보다 몇 곱절 많이 뽑는 거 맞지?

    현지 브로커 김 사장님하고는 얘기 다 된 상황이라 했던가?

    오프라인으로도 많이 모집했을 텐데 우리 거까지 합치면 운반책 형님들 고생깨나 하겠네.

    감시망이 느슨해졌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서도..

     

     

     

    응,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린 우리 할 일이나 잘하자고요, 오지랖 넓은 "마음만은 사장님". 후후..

    우리가 실적을 꾸준히 내야 아저씨도 우릴 믿고 나중에 독립하도록 도와주든 말든 할 것 아니겠어?

    살벌한 적자생존의 현장에서 연줄이 다 뭔 소용이야. 우리가 우선 잘하고 나서

    그걸 바탕으로 친척입네 하고 비벼 보는 거지.

     

     

     

    구구절절 옳은 말이야. 너무 피곤해서 한숨 자고 하려 했는데 형 말 들으니 잠이 확 달아나네.

     

     

     

    오버한다 또.. 노동력 착취 어쩌고 나발을 불 녀석이..

    급하게 먹었으니 식곤증이 밀려들 거야. 이럴 때 한숨 붙여. 일이야 나도 같이 하는 거니까 내가 하고 있음 되지.

     

     

     

    이까짓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빨리 처리하고 수영이나 실컷 할래.

    가만있자.. 그러니까 할 짓거리 없어 장난치거나 소설 쓰는 놈들도 생긴 거랑 허우대만 멀쩡하면 통과라 이거지?

    계집들도 얼굴만 반반하면 오케인 거고?

    여자들은 그래도 대부분 이쪽 방면 종사자라 진정성이 조금은 보이는데, 좆 달린 놈들이 항상 문제란 말이야.

    하다못해 아빠방 경력이라도 있음 몰라, 이쪽 세계는 좆도 모르는 것들이 아는 척 거들먹거리고

    올 듯 말 듯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간 보는 꼬락서니 하고는..

    아직은 살 만한 이딴 겁쟁이들이야 보증금 단계에서 걸러지겠지만, 진정성이 너무 넘쳐서 탈인

    물불 안 가리는 호구들은 어쩐다지?

    가만 보면 무슨 회사 이력서 내는 줄 알아. 취직 안 돼서 초조하고 급한 건 알겠는데

    이런 데다 스펙 들이미는 순진한 애들 보면 참..

    그런 애들 중에 막상 -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실상은 중노동의 노예 생활인 - 이걸 겪으면

    끝까지 버텨 낼 애들이 몇이나 있을지..

    기둥뿌리 뽑아 뛰어들었다가 교묘하게 합법의 탈을 쓴 계약 사기까지 덤으로 당할 걸 생각하면

    한심하다 해야 할지 불쌍하다 해야 할지..

     

     

     

    그놈의 장광설 왜 안 나오나 했다. 지겨워 죽겠어 아주..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뭔데? 이 짓 하자니 양심에 찔린다 이거냐?

    양심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는 놈이었으면 넌 애초에 나 따라 여기 오지도 않았어. 위선 좀 그만 처떨어 역겨우니까..

    툭하면 감정이입하는 그 한심한 버릇도 좀 끊고 말이야. 네가 열거한 이런저런 놈들 딱 너잖아 그치?

    경험도 없는 주제에 소심해서 일 저지를 배포는 없고 꼴에 왕성한 호르몬이 이끄는 호기심은 많아서

    여기저기 쑤셔만 보는 새파란 백수. 딱 너네 큭큭..

     

     

     

    그러는 형은 뭐가 그리 잘나셨는데..? 나나 형이나 거기서 거기 아니야?

     

     

     

     

    알았다 알았어. 그렇다고 해 두자. 어서 일이나 하시죠 성실한 동생님?

     

    어, 아저씨한테 전화 왔었네? 제길 이 고물 쇳덩어리는 언제 또 지 맘대로 진동 모드가 된 거야?!

    이거 한소리 야무지게 듣겠는 걸? 여러 번 온 걸 보니 꽤 중요한 지시 사항이라도 생겼나 본데?

     

    야, 나 신나게 깨지고 올 테니까

    전화하고 올 동안 농땡이 부리지 말고 열심히 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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