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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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꿈 곁을 거니는 고독 2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2. 12. 16. 20:44
(1) 처음으로부터 어딘가에서, "처음의 나로부터 몇 번째"의 나를 걸고, 댄스파티를 뒤엎기 위한 주사위 놀이가 벌여졌다면, "지금의 나"를 깨우는 천둥 번개는, 북극성 너머 널브러진, 주사위 구르는 소리들인가. 핵폭발을 기다리는 증발이 후끈하게 애무를 하여, 당황한 눈은 떠지지 않는다. 베갯속에 기생하는 근질거림이, 지옥에까지 고인 오르가슴을 참지 못하고 걷잡을 수 없이 쏟아 내는 천국들. 공룡처럼 사라질 그것들이 눅눅한 침대 위에서 끈적여도 당황한 눈은 떠지지 않는다. 처음으로부터 어딘가에서, "처음의 나로부터 몇 번째"의 내가 주사위를 흔들어, "숨 쉬며 기다리는 가위"를 떨쳐 버리고, 천둥이 귀띔해 준 확률은 침대를 빠져나와 욕실로 들어간다. 샤워기에서 솟아나는 시원한 내가 잠이 덜 깬 확률을 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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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꿈 곁을 거니는 고독 1 : 그리움이 꾸는 꿈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2. 12. 12. 14:54
(1) 미래도, 미래 비슷한 것도 없어 답답하지만, 과거로, 다채로운 "과거 비슷한 것"으로 찬란한, 무한한 건망증들이 정겹게 펼쳐놓은 "한정된 시간과 공간"들이 난교하듯 부둥켜안고 삐걱삐걱 울부짖는, 억지로 맞춰 놓아 어색한 하늘과 땅들이 붕괴 직전의 퍼즐 조각처럼 흐릿한 구획 안에 울퉁불퉁 갇힌, 아슬한 무한 차원. 아기자기한 사건들 속에 숨어 있다가 슬플 틈도 주지 않고 투욱 툭 나오는, 나의 생기발랄한 어머니. 투명한 눈물 방울 속 어려진 세상이 방울방울 증식하여 여기저기 뱉어놓는, 맑고 화사한 형제 자매 그리고 희소한 친구들. 나오면 언제나 뒹굴며 노는 내 어린 애증들. 추억을 희롱하는 발가벗은 꾸러기들. 다시 못 올 곳에 가버린 사무치는 정한(情恨)들이 물어물어 어렵게 찾아오는, 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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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정(校庭)을 거니는 고독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2. 12. 10. 18:44
무엇이길 바라던 맹랑한 시절이 있었지. 현실도피가 추하지 않은 애교이던 파릇한 때가 있었지. 속속들이 아는 운명이 야무진 착각을 귀엽다 방관하던 실(實)한 허송(虛送)이 있었지. 무능한 아이가 영민한 척을 하여도 다들 속아 주던 시절, 어떻게 살까 무엇을 할까 안락하게 고민하던 곱살한 때가 있었지. 속됨과 고상함 둘 다 싫어 고립을 자초하던 미련함이 청춘에 겨워 쏟아내던 어설픈 그리움이 있었지. 곧 발현될 사랑지체(遲滯) 디엔에이 탓에 사랑을 꿈꾸면 슬퍼지던 시절, 생활하는 여인의 어여쁨을 경직된 관념으로 치장하여 혼자서 끙끙 앓던 어색함이 있었지. 애처로우나 감미로운.. 반듯한 액자 속 소박한 추상화를 비웃으며 현실과 충돌하던 용기(勇氣)들은, 비겁에 치를 떨며 정의를 과시하던 풋내기 열정들은, 순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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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간을 거니는 고독 2 : 시간의 단면들이 펼치는 공시(共時)적 인생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2. 12. 8. 23:09
오후 2시 47분 텅 빈 놀이터. 바퀴 빠진 장난감 트럭 위에 뜨거운 모래를 싣다가 맨발로 서서, 작열하는 태양을 바라보던 네 살배기. 오전 10시 47분 한적한 골목. 감기로 조퇴하고, 다스한 4월의 온기가 밴 시멘트 담장 밑을 걸으며 혼자된 자유의 찡함에 들떠 박인희의 봄노래를 가느다랗게 흥얼거리던, 열한 살짜리의 으슬으슬한 희열. 오후 6시 47분 설익은 청춘의 까불거리는 발랄함이 싫어, 가식적인 의협심의 대로변 활보가 싫어, 안일한 외로움에 너무 일찍 안겨 버린 무지(無知). 조로(早老)한 젊음의 천형(天刑) 같은 소심함이 구슬프게 울먹이며 찾아다니던, 서슬 퍼런 학교 뒤편 납작 엎드린 소로(小路)들. 얽히고설킨 궁상들의 밥 짓는 안온함이 낮은 데로 임하여 피멍처럼 물들었지. 가녀린 거미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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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간을 거니는 고독 1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2. 12. 7. 16:51
평일 한낮의 지하철을 타고 있네. 덧없는 무위(無爲)를 치열하게 살려고, 다 놓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나의 공간을 향해 가네. 아니 억누를 필요도 없지. 다 놓을 수 있는 소수의 광기는 내게 두려움일 뿐이니까. 애달픈 양심과 비루먹은 죄의식은 광기를 용납하지 않으니까 타성과 무표정은 허용할지라도. 너무도 인간적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그렇게 삶의 의미를 획득하고 이기심을 용인받은 단출한 박색의 아름다움들이 지하철 속으로 꾸역꾸역 들어오네. 평일 한낮의 치열함들은 연식이 오래된 지하철과 닮아 있네. 팔팔한 아침들의 사늘한 부지런함이 끈적하게 흔적을 남겨놓은 의자마다 죽음과 가까워진 여유로운 한낮들은 빽빽이 들어차 있네. 본인들이 키워낸 효성스러운 욕망들, 매정한 연민들, 단정한 우격다짐들을 다투어 자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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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를 거니는 고독 (꿈속에서..)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2. 12. 4. 21:35
왠지 그녀의 안부가 궁금하여졌다. 아니 그녀가 나의 안부를 궁금해할 것 같다는 느낌이 퍼뜩 들었다. 휴대폰을 열어 번호를 찍으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버튼들이 가물가물. 폰은 작아지고 눌러도 자꾸만 엉뚱한 번호가 뜨고 화면엔 이상한 그림들이.. 그녀와의 통화를 갈망할수록 답답증은 더해가고.. 이십 년은 젊어지신 아버지가 어디선가 나를 부른다. 있지도 않은 다락을 같이 정리하자고. 아, 다락 딸린 집에서 산 적 있던가. 갑자기 멀쩡한 집기며 가구들을 저 다락 위로 옮겨 차곡차곡 쌓고 싶었다. 어린 시절의 이층 침대 옆에 다락으로 오르는 입구가 보인다. 가파른 나무 계단. 정정하신 아버지를 도와 열심히 짐을 나르다 보니 나 혼자였다. 아버진 어디 가셨을까. 한숨 돌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애초에 혼자였던 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