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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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욕망을 거니는 고독 : 사랑 앞에서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24. 21:27
무더운 여름밤 11시경. 지방 대도시의 어느 잘 나가던 나이트 클럽. 미스터 전, 자네 능력 보겠어. 지금부터 10분 줄 테니 인원수대로 쌈박한 가시나 조달하도록! 에이 한부장님도. 귀찮게 여자들은 무슨.. 정 당기시면 단란주점으로 자릴 옮기죠 뭐. 허어, 짜식 보게요. 짬밥 좀 먹었다고 개기는 것 보소요. 길 대리! 룸살롱 여우 같은 것들 뭔 재미야. 이제 반찬 바꿀 때도 됐잖아. 잔말 말고, 미스터 전은 어여 가서 물 좋은 애들로 골라와 봐. 여기 웨이터 놈들은 영 성의가 없어서 말이지. 부장님, 싱싱한 신입사원들 다 놔두고 왜 제가..? 우리 팀 얼굴마담인 자네가 나서야지 그럼 부장인 내가 하리? 그리고 아직 똥오줌 못 가리는 애들한테 시키긴 뭘 시키노. 자네가 이참에 솔선수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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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이를 거니는 고독 : 동물원에서 2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20. 23:58
오싹한 반가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일까. 매번 누군가와 함께였는데 이번만은 혼자 오고 싶었습니다. 잔인한 기억들로 조잡하게 기워진 추억은 처절한 환상입니다. 어수룩하여 현실을 짚어도 절뚝거리는 추억은, 둔갑하여 홀리는 환상들이 너저분하게 널린 그곳에서 차라리, 요망한 그것들에게 잡아먹히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봄을 점령한 게이샤들은 방정맞은 거짓 눈물을 하얗게 쏟았고, 그 팍팍함에 나도 여전히 목이 말랐습니다. 어린애처럼 아이스콘을 핥으며 독수리 우리를 기웃거립니다. 근처 벤치에 홀로 앉아 싸구려 하드를 핥는 아이가 눈에 뜨입니다. 데자뷰! 보이지 않는 요정의 인도(引導)였을까요. 나는 다가가 어리디어린 외로움 옆에 앉았습니다. 귀여운 아이야 엄마는 어디 가고 네 혼자 이러고 있니? 아저씨 또 왔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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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욕망을 거니는 고독 : 사랑 옆에서 2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20. 00:01
새벽 1시경 부근 모텔. 오빠, 보기완 딴판인데? 괜찮았어? 응, 아주 좋았어. 너도 내가 기대했던 대로야. 그럼 우린, 겉과 속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커플인 셈인가? 커플? 커플은 지금 있는 하나면 족하지 않아? 이 단어 왠지 진부하게 들린다. 현실을 직시하자는 거냐? 둘 다 싱글이 아니라 해서 커플 되지 말란 법 있어? 현실을 바로 볼 줄 알았다면 오빠를 만나지도 않았겠지..? 현실을 바르게 보는 것과 우리가 만나는 것은 별개 아니었나? 어떻게 살아야 정답인지를 내가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 심심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넌 심심해서 나온 거구나. 난 사람들이 들이대는 정답들이 숨막혀서 나왔어. 웬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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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이를 거니는 고독 : 동물원에서 1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18. 20:52
엄마, 더워. 아이스케키 사 줘요. 창경원을 점령한 벚꽃의 느끼한 입김에, 아이는 목이 말랐나 봅니다. 하늘하늘한 짧은 원피스의 맨다리에 매달려 칭얼대는군요. 얘가 왜 이래? 얌전히 못 있어?!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낸 젊은 엄마는, 투정 부리는 네 살배기에게 오 원짜리 하드 하나 물려 벤치에 눌러앉힙니다. 같이 온 임과 함께 꽃무늬 양산 쓰고 어디론가 가 버려도, 서늘한 달콤함을 핥는 동안 아이에게 절망은 없어 보입니다. 귀여운 아이야, 엄마는 어디 가고 네 혼자 이러고 있니? 허름한 행색의 아저씨가 다가와 어리디어린 외로움 옆에 앉습니다. 통통하고 뽀얀 (갓 입학한) 여대생과 동물원에서 첫 데이트를 하였습니다. 흑표범의 따분한 포효에도 화들짝 놀라던 작달막한 그녀였습니다. 내게 보이던 감지덕지한 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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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욕망을 거니는 고독 : 사랑 옆에서 1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15. 14:47
무더운 여름 휴일 오후 4시경 지방 대도시 모 커피숍. 지현 씬 거짓말장이시군요. 네에?? 폭탄이라고 하셔서 마음을 비우고 나왔는데 이렇게 화사한 모습으로 앉아계시면 어쩝니까. 제 가슴이 아까부터 계속 설레여서 차 한 모금 제대로 마실 수 없잖습니까. 흘릴까봐서요. 상준 씨 재밌으신 분이네요. 초면에 절 너무 띄우시는 것 아닌지.. 하하, 제가 넉살 좋단 소린 좀 듣는 편입니다만, 저.. 여자분 모셔 놓고 괜한 너스레나 떠는 실없는 놈 아닙니다. 호호, 듣기 싫은 말은 아니지만 그쪽 눈이 상당히 낮으신가봐요. 지현 씨야말로 겸손이 과하시군요. 누구라도 지현 씰 보면 한미모 한다 할 텐데요. 저는 어때요? 지현 씨 마음에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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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녀를 거니는 고독 (지은이) 3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2. 12. 26. 22:41
여자와의 사랑 말이니?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지는 못하였다. 상대 탓만 하는 내게 사랑을 알 기회가 오지 않는 건 당연하지. 남녀 간의 상식적인 사랑에도 난 무지하였다. 그것은 저주와 다를 바 없었지. 응보로서 따르는 고독 때문에 저주라 여긴 것은 아니다. 원인을 모르는 답답함이 실존을 갉아먹는 것 같아서였어. 누가 봐도 게으름과 이기심 그리고 성격적 결함 때문인 게 명확한데, 무엇이 답답하다는 건지.. 뚜렷한 이유를 인정하기 싫어 괜히 숨 막혀 하며 사회 탓, 카르마 탓을 하였다. 고치려 노력 않는 느긋한 도태가 철부지처럼 생떼를 부릴 수 있었던 것도, 명백한 이유는 이유가 아니라는 현학적 모호함 때문이었지. 젠체하는 모호함이 명료하게 펼치는, 복잡한 인생들. 푸근한 모호함이 명료하게 만개하는, 화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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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녀를 거니는 고독 (지은이) 2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2. 12. 25. 01:48
무슨 그런 야무진 착각을..? 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두려운 사람이야. 아저씬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는 분 아닌가요? 그렇게 보여요. 사는 것을 포기한.. 그런 분이 내가 걱정돼서 걸음을 멈추었죠. 강도나 불량배를 만나 곤욕을 치르는 중이었어도 아저씬 그랬을 거예요. 용기가 아닌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날 지켜줬을 거예요.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마찬가지라는 심경으로.. 타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무모한 희생에 다가서는 것이지요. 망설임 없이. 어린 게 제법이네. 세상을 일찍 알면 다 너 같을까? 추워요. 따뜻한 곳에 들어가서 한 잔씩만 해요. 우리.. 나의 시선은 정면 차도 쪽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녀가 예의 당돌한 표정으로 또 빤히 주시하고 있음을, 또렷이 느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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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녀를 거니는 고독 (지은이) 1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2. 12. 23. 17:28
대교 아래에는 노숙자의 꼬질꼬질한 외투가 흘렀고 그 위로 초췌한 여인의 들뜬 화장이 야경을 이루었다. 여기가 좋을까 아니면 지방의 한적한 구석이 더 나을까 사라짐이 시작되는 곳으로. 상대성에 의존하여 생존 자체를 위안하는 것도 이제 지쳤어. 살고자 발버둥 치는 가련한 아니 씩씩한 인생들 앞에 죄스러운들 막연한 가책은 더 나아갈 동력과 무관해 보였다. 의미와 희망이 빠져나가 이대로 놔두어도 사라지고 말 삶이, 부풀려진 치욕의 농간에 쫓겨 도망치듯 종말을 고하려 하였다. 어둠으로 뛰어들 모진 의지는 채 숙성되지도 아니한 주제에. 다시는 건널 수 없는 다리가 되지 못하고 다시는 볼 수 없는 서울이 되지 못하고 다시는 살 수 없는 삶이 되지 못하여 지겨울 뿐이었다. 도심에 짙게 깔린 봄이 아스라한 향불 냄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