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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욕망을 거니는 고독 : 사랑 앞에서
    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24. 21:27

     

     

     

     

     

     

     

     

     

     

     

     

     

     

     

    무더운 여름밤 11시경.

    지방 대도시의 어느 잘 나가던 나이트 클럽.

     

     

     

     

    미스터 전, 자네 능력 보겠어.

    지금부터 10분 줄 테니 인원수대로 쌈박한 가시나 조달하도록!

     

     

    에이 한부장님도.

    귀찮게 여자들은 무슨..

    정 당기시면 단란주점으로 자릴 옮기죠 뭐.

     

     

    허어, 짜식 보게요. 짬밥 좀 먹었다고 개기는 것 보소요.

    길 대리! 룸살롱 여우 같은 것들 뭔 재미야. 이제 반찬 바꿀 때도 됐잖아.

     

    잔말 말고, 미스터 전은 어여 가서 물 좋은 애들로 골라와 봐.

    여기 웨이터 놈들은 영 성의가 없어서 말이지.

     

     

    부장님, 싱싱한 신입사원들 다 놔두고 왜 제가..?

     

     

    우리 팀 얼굴마담인 자네가 나서야지 그럼 부장인 내가 하리?

    그리고 아직 똥오줌 못 가리는 애들한테 시키긴 뭘 시키노.

    자네가 이참에 솔선수범해서 본을 좀 보이란 말여.

     

     

     

     

     

     

     

     

     

     

     

    새벽 1시 반 경

    심야 칵테일 바.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희 부장님이 오늘따라 술이 과하셔서..

    지난달 실적이 급상승한 탓에 기분이 과하게 좋으셨나 봅니다.

     

     

    호홋 아니에요 그다지 실수는..

    그 정도 매너면 수준급이죠. 언니도 재밌어하는 것 같았고요.

    아무튼 그쪽 덕분에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어 좋았어요.

     

     

    다행이네요.

    저희가 오히려 영광이었습니다. 지금에서 말이지만 오늘 성아 씨 일행이 제일 괜찮으셨습니다.

    저희로선 운이 좋았던 거죠.

     

     

    호호 그래 봤자 어차피 유부녀들인데요 뭐.

    따져 보면 그쪽 분들도 그다지 빠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파릇한 영계 분도 둘씩이나 계셨고..

    신입이랬던가요? 어색해하는 모습들이 제법 귀엽던데요? 후훗..

     

     

    하하, 하긴 녀석들 적응하느라 진땀 꽤나 흘렸을 겁니다.

    총각들이 회식자리라고 처음 따라나선 자리가 그러했으니.

     

     

    연정이하고 미란인 지금쯤 깨가 쏟아지겠네. 건장한 총각들 팔짱 꽉 끼고 나오면서 둘 다 입이 귀에까지 걸렸던데.

     

     

     

    저기 화연 씨라고 하셨죠?

    화연 씨야말로 20대 처녀라 해도 믿어질 만큼 아직 젊고 어여쁘신데

    어째서 녀석들 놔두고 하필 저를..?

     

     

    어린년들한테 양보하다 보니 그리 됐네요. 호호 농담이고요.

    전 풋내기보다 상준 씨 같이 노련하신 분이 좋아요.

     

     

    노련이라..

    감사합니다 칭찬으로 들을게요.

     

     

     

     

     

     

     

     

     

     

     

    새벽 4시경

    근처 고급 모텔.

     

    엷은 커튼이 드리워진 라운드형 침대 위에 알몸의 남녀가 나란히 누워 있다.

     

     

     

     

     

    이크! 마나님 비상 호출 떴네요. 잠깐 전화만 하고 들어올게요.

     

     

     

    내 폰으로 해요. 귀찮잖아요.

     

     

     

    고맙습니다만 화연 씨한테 실례가 아닐는지..

     

     

     

     

     

     

    응 여보, 자다 깼구나. 아까 통화했음 됐지 이 새벽에 왜 또 삐삐야 ......... 어제 출근 때부터 얘기했잖아 전체 회식 있다고................ 부장님 모시고 3차까지 가다 보니 이렇게 됐어 ............. 나도 죽겠어 이 사람아 ............

    어디긴 어디야 신입들 델구 사우나 왔지 ....... 아침 일찍 이사님 주재 긴급회의라...............

    어허 이거 왜 이래, 회식 날 외박 하루 이틀이야? 자기도 일해 봐서 알잖아. 좀 봐줘,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이 짓거리하는 거 잘 알면서 .............. 사우나 어디냐고? 이 근방에 사우나가 한두 군데라야 말이지.. 지금 막 끝내고 나왔다고. 공중전화야 이거 ............. 조용하긴 뭐가. 그놈의 의심병 진짜.. 새벽 거리니까 당연히 한산하지.............. 공장 가까운 데 신입 자취방 있어. 거기서 잠깐 눈만 붙이고 출근해야지 ................. 그래 신경 끄고 푹 자 자기야 ............... 참내 바람은 무슨.. 피곤해 뒈지겠구먼.. 하루가 30시간이어도 모자라는 사람한테 그게 할 소리냐?

    너나 소영이 잘 보고 있어. 심심하다면서 괜히 딴 궁리하지 말구 ............. 그래 끊어!

     

     

     

     

     

    전화 잘 썼습니다.

     

     

     

    거짓말하려니 힘드시죠?

     

     

    걱정 없습니다. 알리바이 확실히 짜 놓는 건 기본이지요. 남자 동료들은 모두 한통속 아니겠습니까? 헤헤..

    그런데 화연 씨가 그리 말씀하시니 기분이 묘하군요. 제 모습이 한심해 보였나요?

     

     

    오, 아니에요. 비꼬는 듯 들렸다면 죄송해요.

    이를테면 저도 공범인데 아내 입장에 설 자격이나 되나요.

    그냥 뭐랄까 상준 씨가 안쓰럽게 느껴져서요..

     

     

    안쓰럽긴요..

    그나저나 화연 씨 남편분한테서도 연락이 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제 남편은 그저께 일본 출장 갔어요.

     

     

    오호 어쩐지..

    결혼한 분답지 않게 여유가 보통이 아니시다 속으로 감탄했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상준 씬 남자다우면서 한편으론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 같아요.

    절 안아 주실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고요.

     

     

    이거 쑥스러운데요? 저 그렇게 완벽한 사람 아니거든요.

    아마 제 진심이 화연 씨께 전달되어서겠지요.

     

     

    진심이요?

     

     

    창피한 얘깁니다만 화연 씰 처음 뵌 순간 가슴 한편이 찌르르해짐을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짝사랑하던 여인과 많이 닮으셔서 그랬기도 했지만요..

    솔직히 나이트클럽에서 화연 씨 같은 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이건 거의 불가능한 확률인데..

     

     

    에이, 너무 오버하신다.

    아무리 미화해봤자 나이트에서 만난 하룻밤 인연이란 사실 어디 가겠어요?

    뭐 하기야 남자분들, 자기가 좋아하던 사람을 닮은 여자한테는 많이 약하다고들 하더라고요.

     

     

    화연 씬 남자의 순정을 믿으세요?

     

     

    남자의 순정요? 푸훗, 옛날 유행가 제목 같다. 아.. 죄송.

    갑자기 그건 왜..?

     

    글쎄요. 남편을 봐서는 그다지..

    호호 그러는 상준 씬 순정파신가 봐요? 자신 있게 물으시는 걸 보니.

     

     

    결혼 생활과 사랑이 딱 일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에휴 넘 감상적이시다. 남자분이 지나치게 센치하시면 매력 반감인데..

     

    상준 씨 중매 결혼..?

     

     

    아니요.

    연애 결혼을 하기는 했는데 아내 쪽에서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매달렸었죠.

     

     

    어머 낯 뜨거워라. 이젠 자기 자랑을 대놓고 하시나요?

    "마나님"이 아주 잘해주시겠군요.

    홋, 복에 겨운 사람 여기 또 한 분 계셨네.

     

     

    부부지간 사정, 당사자 말고 누가 제대로 알겠소.

     

     

    그건 그래요.

     

    아함 졸리다. 상준 씨 우리 잠깐 눈 좀 붙이죠.

     

     

    이런! 피곤하신데 제가 너무 말이 많았나 보네요.

    전 또, 화연 씨가 술도 별로 안 취하신 것 같아서..

     

     

    네에, 다른 땐 여기까지 오려면 술의 힘이 절대적이었어요.

    만땅 취하지 않음 외간 남자랑 이러기가 쉽지 않걸랑요.

     

    아마 저 역시 상준 씨가 싫진 않았나 보죠.

     

     

    말씀 들어보니 이런 경험 처음은 아니신가 보군요.

     

     

    호호, 실망하셨어요?

    남자들이란 귀여운 데가 있어. 몸소 겪는 현실까지 외면한다니까.

     

    물론 처음 아니죠. 첫경험인 여자가 나처럼 행동하겠어요? 상준 씨 꿈 속에서라면 모를까..

    상준 씨도 처음 아니잖아요?

    상준 씨와 비슷한 이유로 저 또한 일탈하는 거랍니다. 유유상종이니 우리가 이렇듯 한 이불속에서 뒹굴 수 있는 거겠죠?

    안 그래요 상준 씨?

     

     

    실망이라니요. 제가 어찌 감히..

    화연 씨가 저를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 오히려 고맙지요.

    당신에게도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으시다면 위로해 드리고 싶어요. 동병상련이랄까요.

    허락해주신다면 가끔이나마 화연 씨를 위로하는 자리 마련하고 싶습니다.

     

     

    원나잇 스텐드로 끝내기엔 제가 워낙 매력적이란 말이죠? 후훗.

     

     

    좋으실 대로 해석하십시오.

     

     

     

    전, 팔베개를 해야 잘 자는 습관이 있어요..

     

     

     

     

     

    상준은 더 말하지 않고 가만히 팔을 내밀었다.

    화연이 그의 듬직한 이두박근에 뺨을 대자 또 한 차례 찌르르 팔을 타고 전달되는 것이 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혼돈이었다.

     

    상준은 사랑의 감정을 당돌하게 느끼며 자연스럽게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의 진심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버겁고 두려운

    "촌스런 우수"를 들키기 싫어,

    화연은 적극적으로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냉정한 현실과 다툴 수밖에 없는 사랑이 새삼스럽게 싹트려는 순간,

    금기에 길들여진 그녀는 사랑의 기미를 황망히 외면하고 쾌락의 방패 뒤에 얼른 숨어 버렸다.

    솜털처럼 가벼워 아파할 걱정 없는

    감정의 유희만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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