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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초월을 거니는 고독 2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5. 11. 14:28
돌이 부서져도 작품이 된다.
돌끼리 부딪쳐도 작품이 된다.
석공은 작품을 만들고 작품은 석공을 만든다.
석공이 버리는 작품은, 작품 이전의 무엇이고자
석공이 없는 곳을 향하여 돌아 눕는다.
작품이 버리는 돌은, 돌 이전의 무엇이고자
작품이 없는 곳을 향하여 돌아 눕는다.
돌이 아니어야,
흙도 아니고 먼지도 아니어야,
석공은 일손을 놓는다.
아줌마, 아기가 우네요.저 여물지 않은 손바닥을 기어 다니는 별들이 무거워서가 아니고요,
그냥 배가 고파 울어요.
낯선 태양들이 차곡차곡 열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그물처럼 그어진 손바닥인데도
손이 아파 우는 아기는 없고요,
단지 배고파 울 뿐이니까
젖이나 물려 재우세요, 손금 봐 주는 아줌마.
변덕이 그려 놓은 풍경이 나를 노려봅니다.미쳐도 되는 귀족의 기교가 인상 쓰며 번들거리는 화폭.
찬연한 기름을 사모하여 늘 얌전 빼는, 캔버스 천의 미덕.
"시선이 두려운데도 화랑에 전시된" 나를,
그림들이 열심히 감상합니다.
요즈음 다리들이 심상치 않아요.
바지를 잘라내고 치마를 끌어올리느라 야단들이에요.
거리는 이내 상고(上古)의 살내음이 빗살무늬로 굽이치고,
탁한 안구들은 한참을 빙그르르 고뇌하다가
상기된 다리에 오밀조밀 붙어 얼뜬 관능을 가려요.
경망한 모공을 날렵하게 점거하여 우아한 문신(文身)이 돼요.
충혈된 안구들은
능란한 보호를 빳빳이 세워 백치의 벌려지는 웃음 사이에 삽입해요.
그러나, 호화로운 파격을 약속하는 눈길이 줄어들면
번화가의 섹시한 다리들은 절망도 요염하게 한답니다.
돌출한 집착에 맛 들인 다리는 사이렌처럼
관능을 목청껏 다듬어, 얼뜬 안구를 적극 홀리기도 해요.
그리 주고 받으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게 되지요.
이글거리는 품격에 예속한 원색의 다리들은
실핏줄 하나 없는 말간 주시를 거북해해요.
그래서, 도발을 모르는 파리한 주목은 다리들의 희생양일 따름입니다
육감적인 히스테리로 과민하게 분노하고 산만하게 혐오할.
희생양들을 모질게 무시할수록 안구들과의 결탁은 위장되고 미화됩니다.
보기만 하는 해쓱한 용기에도 신명이 나서 씩씩하게 캉캉춤을 추는
희귀한 각선미가 어디 있을 법한데..
또 압니까
아름다운 도약을 위해 치마조차 벗어던진 실팍한 다리와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각성이 서로 부둥켜안고
요란한 진리의 호젓한 변두리에서 사랑의 새 기원을 열고 있을지..
(시간을 잊은 명상가여,
동트기 전까지 묵묵히 내리는 야설(夜雪)을
밤새워 바라본 적 있는가..)
말간 밤의 체액에 젖어 까맣게 순화된 정령들의 조잘거림이
귓전을 타고 흘러 시린 뺨을 녹일 즈음이면
깜깜한 산등성이는 희읍스름한 소란을 피워 올린다
시멘트 바닥에 엎어진 깡마른 소원들이 궁금해서 길게 목을 빼고 두리번대는가로등의 침침한 외눈 속으로
하얗게 달뜬 해탈(解脫)이 까르르까르르 날아든다
정정한 항성(恒星)들의 백발이 암흑의 훈기따라 나부끼며콘크리트의 서슬 퍼런 의욕을 무장해제하고 있다
내일을 부르는 수다가 잠시 멎고 부지런한 환상들이 편히 잠들 수 있게순백의 자장가는
결정(結晶)에 새겨진 태곳적 부호를 가볍게 읊조린다
무위(無爲)가 뭉쳐져 들끓는 심연에서,
도도한 일월(日月)마저 삼킨 여세를 몰아
증폭된 자유가 뿜어져 나온다
천지를 아우르는 검은 망토가 한바탕 뒤집어지는소동의 결 따라, 청정한 무질서가 낙하한다
어지러이 날리는 적막은 스스로 빛을 내어 시나브로 쌓이고,결박당한 산천이 절실히 원하는 눈부신 원시의 한낮이
고단한 뒤척임들 위를 차곡차곡 덮는다
렘(REM)수면을 평정한 알파파(波)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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