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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야만적 이동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9. 8. 09:41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눈이 뜨였다. 뒤숭숭한 꿈자리로 머리가 욱신거린다. 쪽창을 흠뻑 적시고 흘러넘치는 햇빛의 터널 속에서 먼지 입자들이 경쟁하며 어지러운 춤사위를 뽐내고 있다. 지하실 내부는 후끈한 열기로 데워져 있고 어느새 맺힌 땀방울들이 상준의 등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벌써 한낮인가. 에휴, 한증막이 따로 없군. 너무 더워 못 견디겠어. 일단 나가고 보자.' 지하실 문을 소리가 안 나게 조심조심 아주 조금 열고 부엌 안의 인기척을 확인해 보았다. 텅 비어 있었다. 대담하게 마당으로 나온 후 마루의 열린 미닫이 문을 통해 집 안을 두루 살펴보았지만, 사람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어머니가 외출이 잦으신 편이네..' 이때,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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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그녀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9. 5. 11:21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1) 그 안에서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니고 나중에 풀려나기는 했지만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이 커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게 된, 참으로 안타까운 인생이란다. 그토록 한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하였다면 혼이 중음을 떠돌거나 꿈계에 갇히기가 십상인데, 물론 첨엔 그리 되었겠으나 혼의 의지로 귀신의 업보를 끊어내고 천상에 올라서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니 정말 대단한 고스트로군요. 지극히 희귀한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단다. 일개 고스트가 4차원 꿈계 안에서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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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 섬 안에서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3. 9. 2. 23:32
방범 아저씨의 세력권으로부터 일단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이 선 이상 그녀를 발견하였다고 해서 달리기를 멈출 순 없었다. 화숙이 누나를 반드시 만나야 한다는 집념과 보고픔의 갈망이 그녀와 눈을 마주친 시점에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고 지수의 행동을 한층 침착하고 주도면밀하게 바꾸어 놓았다. 다시 도로변까지 나온 그는, 아까 잠시 스치며 바라본 그녀의 자태를, 곧 있을 만남에의 기대로 기쁘게 펄럭이는 "희망의 보자기"에 꼭꼭 싸서 마음속 깊은 곳에 소중히 품었다. 그리고, 그것이 떨어져 깨질까 봐 내딛는 발걸음마저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사창가 둘레를 멀찌기 도는 원거리 코스를 선택하여 천천히 걸으면서도, 그녀의 품에 안기는 "즐거운 평화"를 상상하자니 상큼한 긴장감은 발바닥으로 몽실몽실 빠져나와 부력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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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구원의 손길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8. 25. 09:13
유흥주점 안은 이미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불 같은 성격의 업주는 애들 교육 똑바로 못 시켰다고 얼굴 마담에게 고함을 지르며 일차로 분풀이를 하였고 이내 대기실로 들어와, 돈을 세고 있는 이 양으로부터 우악스럽게 돈봉투를 가로챘다. 이런 뻔뻔한 년들을 봤나! 너희들 때문에 오늘 손해가 얼만 줄이나 알아?! 봉투를 머리 위로 흔들며 사장은 말을 잇는다. 이것까지 합쳐도 오늘 손해 본 술값엔 턱도 없어! 나머진 너네 둘 급여에서 깔 테니깐 그런 줄 알아! 에이, 치사해서 정말.. 그만 두던가 해야지. 지금 당장 경찰서 가서 그 새끼 폭행죄로 처넣을까 부다, 씨발.. 이년이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오 양 니가 우리한테 진 빚이 얼만데 누구 맘대로 그만둬?! 오늘 술값이 문젠 줄 알아? 좌우지간 오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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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막장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8. 18. 13:51
서른 넘어서 회사 그만두고 부모 집에 얹혀 지내자니 눈치가 보여도 이만저만 보이는 게 아니네. 알량한 퇴직금으로는 몇 달 생활비도 안 되고, 다달이 나가는 소영이 양육비나 노친네들 가끔씩 용돈이라도 쥐여 주려면 이 시점에서 뭐든 하긴 해야 될 텐데.. 치한 모드의 위험한 행동 패턴이 내 일상을 침범하고 지배하는 이 삶의 이상 기류를 저지하기 위해선 그리고 동시에, 미친 듯이 아랫도리로 침투하여 화근의 불을 지피는 섹스 중독의 망동을 제지하기 위해선 뭔가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긴 해. 내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줄.. 앞으로는, 설령 어디든 다시 들어갈 능력이 된다 한들 색정의 괴물이 돼버린 내가 버티기엔 너무도 따분한 평범한 직장 생활로의 복귀는 사실상 힘들 것 같다. 이미 두 차례나 겪은 어리석음을 또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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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몽마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8. 10. 11:52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0) 히틀러 같은 놈들 말입니까?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곳 사건을 통째로 들고 흔들어 악몽계로의 가속화에 충분히 힘을 보탤 놈이긴 하지. 꿈을 휘젓고 다니는 고전적인 악동이랄까. 흔히 몽마(夢魔)라 불리기도 하는 놈이야. 내가 포착한 바로는 다행히도 아직 한 놈밖에 들어와 있지 않다. 하지만 - 네가 들어옴으로 해서 - 이곳 꿈계는 흑 마스터가 노려야 할 최우선 요충지가 돼 버린 탓에, 이런 무지막지한 놈이 또 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가급적 초장에 우리는 승부를 볼 필요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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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험한 연모(戀慕)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3. 8. 5. 11:34
두 녀석의 집 앞까지 중간 기착지를 꼼꼼하게 경유한 택시가, 마지막으로 지수의 대문 앞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 5분. 돈 관리를 한 민호가 야무지게(?) 택시 요금을 삥땅한 관계로, 지수는 하는 수 없이 기사를 기다리게 해 놓고 초인종을 눌렀다. 지수니? 네에.. 잠시 후 육중한 성(城)문이 열리자, 일단의 무리들이 (그의 어머니, 아버지, 큰형, 유모, 그리고 그의 전용 운전기사인 김기사까지..) 우르르 몰려와 그를 에워싸며 법석을 떨었다. 너 인석! 지금껏 어디서 뭐 하다 온 거야? 더구나 오늘 같은 날은 집에 얌전히 있어야지. 어머니가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알아?! 바쁜 볼일 때문에, 친척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는 무렵이 되어서야 그들과 합류한 큰 형. 부모님 앞에서 오랜만에 맏이의 위엄을 과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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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신시아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8. 1. 10:06
그 무기 주위를 떠다니며 일렁이는 홀로그램 설명문들이 당연히 한국어는 아니었고 지구상에는 없는 이상한 문자 같았는데 상준은 그것들을 충분히 읽어 낼 수 있었다. 이것이 유체의 효과인 걸까. 소개된 무기에 덧붙여진 설명 사항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헬멧과 본체는 한 세트가 맞고 이 둘을 함께 통칭하여 "신시아"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총기의 개념을 반영하는 실용적 이름도 아니고 생뚱맞게 신시아라고 되어 있어 친구로 추정되는 그들과의 대화 도중에도 이 뜬금없는 제품명에 관해 질문을 던진 바 있었다. "이것은 공식 명칭인가 아니면 특별한 사연을 바탕으로 붙여진 비공식 애칭 같은 건가"라고.. 만일 후자라면 왜 비공식 이름을 공식 설명서에 박아 놓았는지도 궁금하였으나 그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대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