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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상열지사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10. 19. 10:10
어맛!! 화들짝 놀란 민아가 털썩 주저앉으며 그에게 체중을 실었다. 이렇게 놀래키는게 어딨어요? 간 떨어질 뻔했잖아요?! 상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팔로 그녀를 감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나 지금 씻을래. 네가 등 좀 밀어줄 수 있지? 민아의 귓불을 핥으며 그는 뜨거운 입김을 귓구멍에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내가 얼굴 씻겨 줄까? 그녀의 대답은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듯이 샤워기로 플라스틱 대야에 더운물을 담으면서 상준은 본인의 허벅지 위에 민아를 누였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연신 물을 찍어 그녀 얼굴을 닦아내느라 공연히 바쁜 척을 하는 그였다. 반쯤 포기 상태로 눈을 감고 입을 꽉 다문 민아는 마치 어린아이라도 된 양 상준의 억지스러운 손놀림에 얼굴을 맡겼다. 장난기가 발동한 그는 엄지와 검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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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면회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0. 11. 20:24
야, 지지난 주 휴가 나갔을 때 우리 실컷 봤잖아? 그러면 됐지 별안간 면회를 또 오면 어떡해!? 왜? 오면 안 돼? 우리 연인 사이 아니었어? 봐도 봐도 보고 싶은 걸 나더러 어쩌라고.. 그건 알겠는데, 요즘 훈련 기간이라 소대원들 눈치가 보여서 그렇지. 미리 연락이라도 좀 주던가.. 멀리 부대까지 와 준건 고맙지만 미안하게 됐다. 이번엔 외출 외박이 안 될 것 같아. 6시간 걸려서 온 사람한테 정말 이러기야? 그러게 누가 사서 고생하래? 안타깝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아쉬운 대로 여기 면회소에서 얘기나 나누자. 2시간 뒤면 들어가 봐야 돼. 훈련 때는 원래 이래. 전에 말해 줬잖아.. 그래, 잘 알아. 그것 때문이 아니라 나를 대하는 네 태도가 참 섭섭하구나. 하나뿐인 애인이라면서 어떻게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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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망자를 가두는 꿈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0. 8. 14:20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2) 네가 해탈의 경지에 오르기 전까진 아무래도 그녀를 피하는 게 상책이겠지.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울지는 의문이니라. 그녀가 너의 영적 행보를 인지하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 아니다. 이미 너를 레이다에 올려놓고 예의주시하고 있을 게 틀림없도다. 이제는 너에 대한 노골적 원망만 극대화되도록 "무의식 튜닝"을 마친 지 오래일 것이고.. 네 영혼에게 어떤 식으로든 안 좋은 영향을 끼치려고 칼을 갈고 있을 게 명약관화한 사실. 에프엠의 전략이 심사숙고하여 그녀를 고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으리. 영적 진화를 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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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계(界)평행 지구 (판타지) 2023. 10. 5. 15:01
블랙홀의 경계로 접어들자 그의 몸은 반(半)투명 유체로 화하여 초(超)공간 속에 급속도로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초공간 속의 초(超)입자들을 매질로 하여 퍼져 나가는 하나의 파장이 된 것 같다고나 할까. 블랙홀에 갇혀 인간으로서의 생사가 불투명하게 되었지만 신기하게도 의식은 또렷하였다. '아차,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네. 이대로 나의 현재에 복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이 그대로인 비참한 현실만이 기다리는 곳이지만, 우주의 미아처럼 떠도는 것보단 백 배 낫겠지.. 아니야! 조금의 변화도 가져다 주지 않는 "현실로의 복귀"가 무슨 의미 있단 말인가. 인생에서 미해결 상태로 덮인 지점들 중 한 군데를 나는 찾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삶의 궤적에 응어리진 상처들 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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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사랑과 우정 사이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9. 30. 15:10
네가 말한 대로 용기를 내 봤어. 그랬더니 뭐라던? 친구끼리 뭔 결혼이냐며 썩은 미소 날리더라. 친구는 너랑 나 사이에나 어울리는 단어고.. 그럴 줄 알았다. 개자식.. 할 짓 다 해 놓고 이제 와서 친구..? 비겁한 놈.. 남녀 간에 친구가 어딨냐더니.. 욕하지 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그러셔? 열녀 나셨네. 너희 둘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으나 누가 봐도 오래된 연인 같았어. 그리 알콩달콩하진 않았어도.. 너의 사랑이 일방적으로 그 녀석한테 미끄러져 들어가는, 애초에 기울어진 관계이긴 했지만 말이야. 그런데 결혼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는 너의 순수하고 진심 어린 사랑을 모독하고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뒤로 슬쩍 빠진다는 게 말이 돼? 이유가 뭘까.. 바람둥이가 아니란 건 내가 보증. 성격 지랄맞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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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엄마를 떠나 엄마 곁으로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3. 9. 23. 01:37
화숙이 누나를 만나러 선아리 베가스를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내 집 드나들 듯한지도 벌써 삼 주째. 자기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약골 아들이 웬일로 - 친구와 어울리겠다며 - 외출하는 빈도가 잦아지자, 처음에는 바깥바람을 자주 쐬고 몸을 많이 움직여 주는 것도 성장하는 아이에겐 바람직할 것 같아서, 또 너무 내성적이라 탈인 아이가 친구들과의 교류에 부쩍 신경을 쓰게 되니 이 역시 반가운 현상인 듯싶어서 아들의 잦은 나들이를 크게 개의치 않던 어머니였으나, 오후 여섯 시만 넘으면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괜한 조급증을 내고 차려 놓은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대문을 나서기 바쁜 지수의 행동이 평소의 자연스러움을 상당 부분 상실하였기에, 그리고 하루가 멀게 만나야 할 정도로 가까워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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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불안한 보금자리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9. 16. 17:14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하고 멀찌감치 앞서 터벅터벅 걷고 있는 상준에게 민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의 팔에 자신의 팔을 감았다. 그녀의 적극적인 제스처가 싫지 않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시선을 땅으로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민아를 보기가 너무 부끄럽군. 오늘, 회사 안 나갔어. 낮에 여관 나오니까 어디 특별히 갈 데가 있어야지. 영화 한 편 때리고, 카드도 찾을 겸 민아한테 가던 도중이었는데.. 왜 민아도 알잖아. 남자들 생리 구조가 여자랑은 천양지차라는 거.. 민아가 날 색안경 끼고 봐도 할 말은 없지만 말이야. 이번 일은 진짜 우발적이었다고.. 더 얘기 안 하셔도 돼요. 전, 오빠를 믿어요., 고.. 고맙군. 오늘 민아한테 신셀 너무 많이 진 것 같아. 민아가 보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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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야만적 이동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9. 8. 09:41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눈이 뜨였다. 뒤숭숭한 꿈자리로 머리가 욱신거린다. 쪽창을 흠뻑 적시고 흘러넘치는 햇빛의 터널 속에서 먼지 입자들이 경쟁하며 어지러운 춤사위를 뽐내고 있다. 지하실 내부는 후끈한 열기로 데워져 있고 어느새 맺힌 땀방울들이 상준의 등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벌써 한낮인가. 에휴, 한증막이 따로 없군. 너무 더워 못 견디겠어. 일단 나가고 보자.' 지하실 문을 소리가 안 나게 조심조심 아주 조금 열고 부엌 안의 인기척을 확인해 보았다. 텅 비어 있었다. 대담하게 마당으로 나온 후 마루의 열린 미닫이 문을 통해 집 안을 두루 살펴보았지만, 사람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어머니가 외출이 잦으신 편이네..' 이때,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