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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서사 꿈 2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2. 10. 15:56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5) 사악한 본성 혹은 타락한 탓에 떳떳지 못하고 과오로 얼룩진 삶을 살게 된 인생,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응보로서 겪게 되는 소위 기구한 팔자와 트라우마가 점령한 인생 등이 보통 "악몽으로 변질되기 쉬운 부실한 서사꿈"을 축조하기 마련인데 이해를 돕고자, 좀 전에 잠깐 언급한 예를 다시 들어 설명을 이어갈까 한다. 그러한 운명으로 태어나 그러한 삶을 살게 되는 근본 원인, 즉 인과율과 카르마를 바탕으로 작용하는 아주 복잡한 우주적 섭리 및 그 메커니즘은 일단 생략하고, 결과로서 이루어진 "변태적 삶"이라는 형태 자체에 집중해 보자. 그런 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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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서사 꿈 1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2. 3. 11:31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4) 한편, 생(生)의 "어리거나 젊은" 부분이 주(主)가 되는, 서사 꿈계에 들어서면 그 주기(週期)의 당시 모습으로 즉시 회춘하여 왕년의 삶을 복기하듯 다시 살아보게 되는데, 처음에는 기적을 체험한 것처럼 감격하지만, 그 시절의 팍팍한 삶과 (보정을 요하는) 갑갑하고 절망적인 사건들에 끊임없이 치이면서 이내 모든 격동에 무덤덤해지는 무채색의 안드로이드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때, 회춘에 감격해 한다는 것이 곧, 꿈을 자각한다는 의미와 직결되는 건 아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깊은 사유(思惟)의 개입이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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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주은이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3. 11. 26. 12:30
지수야, 너 잠깐 나와 봐. 키가 170을 훌쩍 넘는 덕에 뒷자리에서 교사들의 레이더망을 재주껏 피해 가며 실낱 같은 자유(?)를 나름대로 만끽하던 영춘이었다. 그 녀석이 어느 날, 오후 수업이 끝나 가던 무렵 쉬는 시간에 지수가 앉은 앞자리 부근까지 몸소 와서는 그를 알은체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친하지 않아 말을 섞은 적도 거의 없는 애가 다가와 그리 얘길 하니 몹시 의아했지만 그 또한 반에서 힘깨나 쓰는 녀석이기에 지수는 일단 순순히 따르기로 하고 그와 함께 복도로 나왔다. 야 너, 주은이 알지? 같은 학습부장이라 자주 얼굴 볼 기회가 있었잖아? 응.. 그런데 주은이가 왜? 용건만 전달한다. 너 수업 마치면 곧장 학교 도서실 앞으로 가. 주은이가 너 좀 보재. 주은이가 나를? 왜?? 짜식, 좋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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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설익은 도취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11. 13. 18:43
벽에 걸린 시계에서 뻐꾸기가 나와 열 번을 울고 들어갔다. 두툼한 이불 속에서 한 번 더 몸을 섞고 나서야 녹초가 된 두 사람은 형광등 불빛이 다스리는 천장을 보고 나란히 누웠다. 민아야, 너 정말 나 사랑하니? 그럼요. 이런 말 하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아까 경찰서에서 아저씨들이 나 보고 오빠 부인이냐 물어봤을 때 속으로 싫지가 않았어요. 그 아저씨들 눈엔, 조금의 의심도 없이 내가 오빠의 아내처럼 보였다는 얘기잖아요? 내가 오빠하구 그만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남들도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기분이 좋던데요? 흐흐, 순진한 녀석.. 너도, 가만 보면 엉뚱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영양가 없는 유부남 좋아해서 얻다 쓰려고 그래? 그러면 오빠는 나 사랑하지 않아요? 글쎄다..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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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침략평행 지구 (판타지) 2023. 11. 10. 17:15
저기.. 아저씨, 올해가 몇 년도죠? 이 양반이..? 어디 가냐고 묻는데, 뭔 헛소리야?! '쳇, 불친절이 장난이 아니군. 미래가 왜 이 모양이지?' 혹시.. 서기 이천 년은 넘었나요? 당신 토벌대 맞아? 위험을 무릅쓰고 태워 줬더니 지금 나한테 장난치는 거요?? 죄.. 죄송합니다. 그런데 위험을 무릅쓰시다뇨? 그리고 토벌대는 또 뭡니까? 아니 이 작자가..? 당신 혹시 탈영병이야? 군복은 얻다 벗어 놓고 이 추위에 속옷 차림으로.. 신시아를 갖고 있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하긴, 어느 미친놈이 신성한 신시아를 들고 탈영하겠어? 그랬다간 신시아로 즉결처형인데. 요즘 같은 땐 탈영 자체도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 판에 하물며 그걸 지니고 탈영을..? 에잉, 그럴 리 없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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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파편 꿈 vs 서사 꿈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1. 5. 12:02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3) 서사가 길게 이어지지 않고 짤막짤막하게 쪼개지면서 디테일만 조금씩 변형하여 반복되곤 하는 파편 꿈들이 이 부류에 속하는데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학창 시절의 공부라던가 직장에서의 업무 목표량 등에 매진하려 하지만 이치에 안 맞는 여러 방해 요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어지간해서 진도를 뽑지 못하는 꿈들. 돈, 식료품, 생필품 같은 소유물을 간수하고 사수하기 위해 악착같이 고군분투하지만 애쓴 보람도 없이 자꾸 사라지거나 허무하게 도난당하는 꿈들. (본인의 과실이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재물을 잃은 경험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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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파마레올판타지 속의 판타지 1 : 카파마리올 (판타지) 2023. 11. 1. 13:47
카파 659438227001년. 슈룻소 성단의 다섯 번째 대(大) 항성 쿠메이린. '케로히얄님, 저 좀 살려 주세요.. 투누탄이 갑자기 날아들어 정신없이 도망치다 보니 안전 구역 밖으로 벗어난 줄도 모르고 예까지 와 버렸어요. 전능하신 케로히얄이여, 부디 저를 굽어살펴 주소서!' 키가 일 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열대성 수목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끝없이 펼쳐진 고원 지대를 수십 킬로 낭떠러지 협곡이 에워싸고 있다. 지상에서 오백여 미터 상공에 위치한 "자이언트 야자수 군락의 중간 높이 지점"이 점차 투명해진다. 본래는 나무들이 버티고 있어야 할 공간을 그 투명함이 차지한 셈이지만 그렇다 해서 나무들 뒤의 풍광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 너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기이한 투명함이었으며 그래서인지 거기서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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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지막이 기다리는 곳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3. 10. 27. 14:36
애기야, 나 왔다. 어머, 교수 오빠 왔네? 요즘 왜 이리 뜸했어? 그래도 명색이 이년 비공식 기둥서방인데 너무한 거 아니야 오빠? 그렇게 됐어 인마. 근데 너도 말 진짜 안 듣는다. 내가 오빠 앞에 교수는 빼라 했어 안 했어? 널 안 지 한 일 년 다 돼가는데 그 소린 씨부랄 아직까지 적응이 안 되네.. 너 자꾸 그딴 식으로 부르면 나 발 끊을 거야!?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면 그게 교수지 뭐야? 이 화숙이 아무리 무식한 년이지만 그 정도도 모를까 봐? 간판만 대학이라 걸어 놓은 다 쓰러져 가는 학교에서 시간 강사 짓 하며 겨우 입에 풀칠하는데 교수는 얼어 죽을.. 하여간 이 유식한 오빠는 너무 겸손해 탈이야. 것도 적당해야지 나 같은 무식쟁이 기죽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뭐야?! 허허, 이년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