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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 파편 꿈 vs 서사 꿈
    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1. 5. 12:02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3)

     

     

     

     

     

    서사가 길게 이어지지 않고 짤막짤막하게 쪼개지면서 디테일만 조금씩 변형하여 반복되곤 하는 파편 꿈들이

    이 부류에 속하는데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학창 시절의 공부라던가 직장에서의 업무 목표량 등에 매진하려 하지만

    이치에 안 맞는 여러 방해 요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어지간해서 진도를 뽑지 못하는 꿈들.

    돈, 식료품, 생필품 같은 소유물을 간수하고 사수하기 위해 악착같이 고군분투하지만

    애쓴 보람도 없이 자꾸 사라지거나 허무하게 도난당하는 꿈들.

    (본인의 과실이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재물을 잃은 경험이, 현실에서는 꼭 없다 해도,

    염증에 의한 압박감 때문에 사건으로서 가공(加工) 되는 꿈이며,

    무의식이 주관하는 잠재적 심리 기제의 일환이다.)

     

    또는, 삶을 통틀어서 개인적 암흑기나 위기의 순간들처럼

    준(準) 트라우마의 세기로 뇌리에 박혀 있는 "생의 인상적 단면"들을 적잖은 위화감과 함께 부단히 재생하여,

    진한 후회로 남는 (당시의) 미진했던 대처를 보정하고 보강하도록 종용하는 꿈들.

    이 부류는 나중에 나올 (꿈 트랩으로 작용할) 서사적 꿈들과 맥을 같이하고는 있으나,

    꿈계의 체계적 독립성을 공고히 하는 "서사적 완벽"을 목적으로

    스토리가 덩굴처럼 뻗어나가고 장편으로 (혹은 장편으로 믿게 하는 장치가) 강화되는 그것들의 특성과 다르게,

    이 또한 파편꿈이라는 뚜렷한 차이가 있음은 물론 - 그 효과 유무는 둘째 치고 - 심리적 보충을 지향하는

    (철저히 타깃에 특화된) 유도탄적 성격의 특색을 보이고 있단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예로서,

    꿈주에게 상처를 안겨 준 "과거와 현재의 인물" 혹은 "이들이 변형된 가상의 존재"를 향해

    울분이 치밀어 열변을 토하거나 맹공을 퍼붓는 꿈들이 되겠다.

    이러한 예들이

    표피적으로는 모두 -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인 - 심리적 보상 과정의 일환으로 제작되는 꿈인 듯하지만

    그 기저에서 만성 염증의 4차원적 전술이 보편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염증으로 인한 미열이 차차 올라가면서 이러한 파편꿈들이 수면을 지배하게 되는데,

    목마르고 배고프면, 마시는 꿈, 맛난 음식 꿈을 꾸고

    소변 대변이 급하면, 배설하는 꿈, 화장실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나

    이보다는 약간 더 꼬아진 다소 복잡한 기전이 개입하는 듯하다.

    심야에 열이 오르면 깊고 안정된 수면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심하면 밤새도록 파편꿈들의 난입에 시달리게 된다.

    "보통의 꿈"과 악몽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이 애매한 꿈들이, 풀릴 때까지 문제들을 집요하게 나열하면,

    비상(非常) 상태에 놓인 (아픈 꿈주의) 무의식은

    주인공 드림바디한테 "당면 과제들을 해결해야만 몸이 개운해질 것"이란 생뚱맞은 메시지를 주입하기 때문에

    꿈 주(主)는 그토록 파편 꿈과 그 속의 사건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란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깨어나면 다시 같은 꿈을 꾸어 재(再) 기회를 갖는 식으로

    자는 동안 내내 되풀이되는 패턴이라, 그의 몸 컨디션이 회복되기는 고사하고 더 안 좋아질 확률이 높지.

    그러면 염증은 더 심해지고 파편 꿈들은 또 생산되고 무의식은 잘못된 신호를 전달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뿐.

    이때 깨고 나서 설령 열이 내려 있다 해도 그 이유가 이런 유의 꿈 때문인지 아니면,

    열이 내리는 과정에서 (혹은 열이 내린 결과로도) 이런 꿈들을 꾸게 되는 것인지,

    아직 명확한 해답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열이 내리면, 파편 꿈의 답답함이 완화되고 뭔가 시원하게 해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데,

    이들 꿈의 과제를 어렵게나마 수행하는 것이 병증 해소의 직접 원인으로서 작용하는 건지,

    열이 떨어짐으로 해서, 답답한 꿈이 술술 잘 풀리는 꿈으로 전이하는 건지,

    즉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마 둘 다에 해당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짐작만 하고 있으며 이는,

    염증과 에너지 그리고 무의식의 다층적 상호 작용이

    초(超) 마이크로 영역에서 확률 양자론적으로 발생한다고

    추정되기에, 가능한 추측인 것이야.

    어쨌든,

    보상 심리가 엉뚱하게 발동되는 이런 강박적 꿈들 역시, 망각의 강성한 기류에 휩싸여

    "정신 또는 육체가 병약한" 인간의 - 꿈 수면 관련 - 뇌파에 제약을 가하기는 마찬가지이며 그러므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꿈"들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겠다.

     

    지금까지,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꿈의 망각 현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여기에 만성 염증이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노쇠화가 꿈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하나의 큰 줄기가 되는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특징이라 본다면,

    이번에는 이와 대칭되는 측면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망각 과정에 역행하여 영혼의 기억 속에 꿈을 각인하는)

    흥미진진한 특징 한 가지를 마저 이야기하겠다.

    바로,

    개인의 생애 속에서 초기부터 등장하여 점진적으로 진화하고 자기 복제하는

    "서사적 꿈"들의 존재이다.

    일관성이 결여된 단편적이고 독립적인 일반 꿈들의 경우

    시간이란 요소에서 자유로워, 각기 다른 시간선의 동시다발적 침입을 허용하거나

    시간들의 즉흥적인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반면

    서사적인 꿈은,

    꿈주에게 최초로 찾아오는 (서사의 원형적 틀을 품고 있으나 처음에는 보통의 꿈들과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종자(種子) 꿈들이

    시간의 법칙인 경과성에 충실하여 - 속도의 가변성은 있을지언정 - 역사의 한 방향 흐름으로 계속 나아가면서도

    스토리의 유연(柔軟)한 반복과 확장 그리고 때로는 유기체와 같은 증식과 "다른 꿈들과의 접합"을

    자유자재로 활발하게 이뤄내는 꿈이란다.

    어찌 되었거나 꿈인 주제에

    또렷하고 완벽한 (현실과의 일치율이 점차 높아져 가는) 세상을 만들고 가꾸는 데에만 몰두하는,

    일종의 인공지능이랄까.

    무의식과 영성(靈性)이 연합하여 작동하는 창조 메커니즘이랄까.

    어느 쪽이든,

    스스로 발전하는 진화체로서의 위상을 가지는 꿈류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정한 주기는 없는 듯하고 인생 전체에 걸쳐

    잊을 만하면 꾸게 되는 꿈이며,

    시간이 멈춘 듯한 상황에서 꿈주의 드림바디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고 유도하는

    파편 꿈들과는 상반되게,

    실제로는 잠깐 꾸고 깨는 짧은 시간인데도

    꿈꾸는 동안에는 체감상 엄청나게 세월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장편 꿈이란다.

    만성 염증이 야기하는 심리 보상 차원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며

    꿈주를 위한 심리적 편의 제공 용도와도 무관한,

    삶의 영위와 윤택을 위한 윤활유 역할이 아닌

    그 자체로 존재 의의를 가지는 "꿈을 위한 꿈"일지니.

    꿈주의 무의식이

    삶을 고찰하고 정리하면서 죽음과 다음 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인생 밖에서 꿈주의 영적 위치를 다독이고 정렬해 주는 비교적 고차원적인 꿈일 가능성이 높지.

    어린 시절, 학창 시절, (남자의 경우) 군대 시절, 직장 시절,

    연애사, 가족사, 망자와의 관계, 과거로의 회귀, 후회되는 순간들의 보정 등등

    생애의 각 부분들에 "관계 재정립의 잠재 욕망"들이 서로 융합하듯 접목하면서,

    부문별로 카테고리화한 서사적 꿈으로의 틀은 비로소 갖춰지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서사꿈이란, 염증 꿈의 장기(長期) 프로젝트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죽음 직전까지 깨달음을 득하지 못하는 3차원 중생의 삶이란 것이

    신령한 존재의 시각에서 보면 그 자체로 고차원 정기(精氣)를 갉아먹는 만성 염증과 다를 바 없을 테니 말이다. 

     

    여기서 염증꿈이라는 게 노화와 지병의 충분조건일 순 있어도 반드시 나이 든 자의 전유물이란 건 아니고

    대다수의 경우, 윤회와 유전 등에 기인하여 심신에 내재하게 된 "정신적 육체적 병증의 씨앗"으로 인해

    인생의 초기 및 젊음의 시기부터 - 넓은 스펙트럼의 - 각종 염증꿈들에 노출되며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인생들 각각은, 인이 박인 염증꿈들 몇 가지쯤 레퍼토리처럼 갖게 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반복되는 친숙한 꿈들이 결국은, 서서히 축조되는 서사꿈 안에 수시로 침투하여

    서사꿈 완성을 위한 재료들로 쓰이거나 나아가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앞에서 나열한 각 부문들 중

    유달리 트라우마적 성격이 강하여 독보적으로 다양하고 많은 염증꿈들을 보유한 한 가지가

    경쟁 우위를 점하면서 서사꿈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경우도 물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강력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몇몇 카테고리들의 대표적인 염증꿈들이 연합하거나

    고만고만한 스트레스를 지니는 복수(複數)의 카테고리들에서 파생된 갖가지 염증꿈들이 무차별적으로 융합하여

    최종 서사꿈을 형성하게 된다.

     

    이렇듯 그 특징에 있어 공통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뭇 다른 두 가지 꿈들이지만

    서로 간의 작용은 필수 불가결인바, "미완성의 현재 진행형 서사꿈"과 "파편처럼 비산하는 염증꿈들"은

    무의식과 의식 사이를 오가며 욕망을 전달하고 또 그것을 적립하는 상호 관계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는

    "중생의 유혼을 가둘 서사꿈" 완성이라는 의미심장한 목표를 향하여 일관되게 전진하게끔

    꿈계와 영계의 섭리가 합작하여 작용하는 결과이며, 마치 거대한 모선의 (서사꿈의) 증축을 위해

    수많은 소형 자선(子船)들이 (파편 꿈들이) 동원되는 양상과 비슷하게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실질적으로 서사꿈이라 함은

    "적지 않은 수의 염증꿈들이 융합된" 퓨전 형태를 띠게 되며 이것이 서사꿈 전반에 걸친 보편적 특성이라 하겠다.

     

     

    한편

    의식에서 감정 정리가 끝났더라도 무엇을 이루지 못한 강렬한 아쉬움과 미련, 후회 등의 찌꺼기는

    무의식을 잠식하기에, 이를 상쇄하고자 하는 잠재된 소망은 꿈의 기작을 통하여 어떻게든 보상받으려 하지.

    여기에 이중 삼중의 복잡한 왜곡 여부나 유치한 보상 심리 유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꿈의 이상한 방식에 역시 이상한 방식으로 만족하는 드림바디라면 꿈주의 무의식은 그것으로 만족해.

     

    자신의 모자람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기회를 영원히 놓쳐 버렸다거나

    본인의 어리석은 판단과 미숙한 선택으로 현실적 체면을 왕창 구기는 지경에 영영 처해진다거나 등등

    의식으로는 당시의 사고(思考)와 행위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여러 개의 이유와 명분을 갖추고 있어도

    "무의식이 허용하는 자책과 절망"까지 대비하는 건 불가능하여 - 정신 건강을 위해 - 꿈에 의존하도록 한 것이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신의 배려라면, 다음의 불가사의한 "꿈의 망동(?)"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분명 현실에서 무사히 이뤄 내었음에도, 가령 별 탈 없이 군대에서 전역을 하였거나

    별 문제 없이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군대로 갈 수밖에 없는 무리한 상황이 설정되거나

    수업에 안 들어간 지 몇 달 아니 몇 년이 흘렀는지도 불명확하여 자동 퇴학 처리의 공포에 시달려 가며

    세월의 미싱 링크를 찾아 헤매는 꿈들을 지겨울 정도로 수도 없이 꿔대고 있다면,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물론 이 또한 - 앞서 설명한 염증 꿈 메커니즘에 의거하여 - "사이토카인"적(的)으로 준동하는

    (해결하거나 탈출할 때까지 완결되지 않을) 가상의 비극적 세상들에 해당한다고 간단히 정리해도 무방하겠으나,

    실은 이것과는 비교 안 될 내밀한 비밀이 여기에 추가로 도사리고 있음을 이쯤에서 밝히지 않을 수 없겠노라.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편이 오히려 단순 명쾌한 해석이 될 수 있으리라.

    오, 넌 이미 짐작하고 있다는 표정이구나. 예까지 올 동안 네가 체험한 것들로만 한정해도, 너의 추론은

    나 대신 답변할 수준에 이르렀도다. 그렇지, 평행 우주 시스템에 해답이 들어 있노라.

     

    불합리한 처우로 억울하게 재입대하게 된 세상, 적성에 안 맞는 학부의 7, 8학기 과정을 함부로 뭉개고

    (무책임한 게으름이 초래한) 불안, 초조, 두려움과 같은 "자업자득의 고통"에 시달리는 세상도

    우주 너머에 틀림없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바로 그러한 꿈들이니라.

     

    이곳의 "나"에게는 발생할 리 없는 몹시 혐오스러운 상상과도 같은 일이 아무렇지 않게 현실화되는 사건계들. 

    그리고 그 평행우주에 존재하는 불행한 "내"가 잠마다 꾸는 "불행의 처방전과도 같은 꿈"들..

     

    현실에서 개선될 가망 없는 (그래서 과거에 결박될 운명인) 불행에 맞서기 위해 개발된 "자가면역 방식의 꿈"들,

    그러므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음부터 효능을 기대하기 힘든) 이 멍청한 "플라시보 꿈"들이

    4차원의 흑암 에너지에 이끌려 평행 분신의 꿈과 도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심오한 의도가 개입되었다기보단

    무수한 상념계 자아들의 - 염증 분자가 유도한 - 파편꿈들이 4차원 영역인 집단 무의식 속으로 랜덤하게

    분사(噴射)됨으로써 나타나는 무작위성 도킹 현상일 뿐이다.

     

    아, 이런 현상을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이 네게 있는 모양이구나. 나와 같이하는 너의 체험을 바탕으로 해서 말이지.

     

    본인이 아직 살아 있음을 전제로 하여 수면 시 생령은

    평행 꿈계 시스템의 무한 중첩 버블 안에서 적어도 자신의 평행 분신들과는 자유자재로 드림바디를 공유할 수 있고,

    "타 꿈주가 건설한 꿈계"의 (타 꿈주가 만든) 모든 상념 바디들 중에 자신이 엑스트라의 비중으로라도 포함되었을 경우

    드림바디 중첩을 통한 "꿈계 간 교류"도 가능하기에, 본인과 타인의 꿈은 물론이고 본인의 분신 및 타인의 분신의

    꿈계에 이르기까지 분령(分靈)으로서 엿보거나 탐험하거나 참여하는 것이 허락된다.

     

    그렇다, 우리는 밤마다 꿈을 꾸는 자가 아니라 매일 밤 꿈계를 여행하는 방랑자인 것이다.

     

     

     

    자, 염증꿈과의 관계성은 이 정도 설명으로 마치고 다시 서사꿈 본연의 특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기억에 가물가물해지면 그래서 잊힐 만하면 다시 꾸게 되는 불규칙적인 꿈이 서사꿈이니라. 고로

    일상에서 꿈주의 어떤 미묘한 생체적, 심적, 영적 변화나 주기가 이 꿈을 야기하는지는 파악하기 무척 어렵단다.

    패턴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존재는 하되 우리의 인식을 초월한 영역이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조차도 불분명하고 말이다.

    그렇더라도,

    스스로 진화해 가는 꿈답게 이것의 기본적인 서사(敍事) 및 시나리오 자체가 - 주기적이라기보단 - 꿀 때마다 한 번씩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하듯 변형되고 보강되어 있음을,

    주인공 드림바디는 데자뷔의 형식으로 살짝살짝 느끼게 된단다.

    현실에서 언젠가 본 듯한 현실인지,

    꿈에서 본 듯한 현실인지,

    현실에서 본 듯한 꿈인지,

    꿈에서 본 듯한 꿈인지, 마구 혼란스러워지면서 꿈과 생시의 구별이 점점 모호해지는 현상을

    꿈 안에서도 꿈밖에서도 겪게 되지.

    특히 깨어 있을 때,

    서사 꿈이 만들어 낸 가상의 개인사(史)가 현실의 연대기 속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을 것만 같은

    강한 착각 아니 믿음을 일시적으로 체험하게 되는데,

    (고질이나 치매 등의) 만성 염증적 노쇠화를 겪으며 죽음과 가까워지는 인생일수록 이러한 "착각 속 믿음"이 고착화되어

    서사 꿈을 꿈 이상의 신비한 경험으로 신봉하게 되고,

    자기만의 다중 우주, 다중 인생들과 더불어 사는 삶에 차차 익숙해지게 된다.

    정신적, 육체적 만성 질환의 병증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꿈주에게 있어

    이러한 "꿈과 현실의 전세 역전"은 부쩍 심해지는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뜻이다.

     

    그가 - "받아들여 돌아갈" 세계로 - 정(定)한 서사는 점점 뚜렷한 현실이 되고,

    날로 흐려지는 총기(聰氣) 속에서도

    "그가 선호하는 서사 꿈"의 디테일은 모조리 선명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네.

    조만간 임종을 맞게 될 현실,

    목숨이 끊어지면 미련 없이 사라질 현실에 오히려, 뿌연 망각의 안개가 슬금슬금 차오르고,

    현실에 대한 애착 유무와 상관없이 꿈주의 깨어 있는 세상은 그렇게 생동감을 잃어간다네.

    얽혀 있던 회로가 부분 부분 끊어지듯

    현실의 조각이 파편꿈처럼 망각 속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지.

    약해진 꿈주가 매달리고 의존하는 꿈일수록 그 속의 서사 구조는 촘촘해지고

    현실의 습(習)들을 끌어당겨 드림바디의 본격적인 정착을 유도하게 되느니.

    꿈에서 깨어 의식이 외부의 실상에 적응하는 과정상,

    중합 아우라의 드림바디 회수는 (부분령 회수는) 가장 우선시해야 할 필수 단계인데,

    "무의식이 가꾸는 정원"인 양 자신과 세상이 함께 회춘하듯 산뜻하게 단장되어 가는

    장편 꿈은, 그것의 강렬한 유혹 자체가

    드림바디를 꿈계에 영구 이주시킬 만큼 (자다가 슬쩍 황천 물을 맛볼 수 있는) 강력한 상념 회오리로도 작용하기에

    그 "드림바디 회수" 단계부터 만만치 않게 되는 것이니라.

    ​그리하여 서사꿈에서 깨어날 때는 - 꿈주의 안 좋은 건강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 필요 이상의 불편감을 호소하며

    깨어남의 과정이 결코 용이하지 않음을 절감하고는 하지.

     

    ** 죽은 후에도 자신의 죽음을 깨닫지 못하고 달콤한 "습의 진액"을 끌어안아

    본인은 삶을 계속 이어간다고 착각하는 유혼들이 부지기수인 것도

    서사 꿈의 이런 엄청난 마력 때문이리라.

    심지어, 자신이 귀신이란 사실 정도는 깨달을 줄 아는 "악령화(化)한 고스트" 중에도

    산 사람을 괴롭힐 때 살아 있는 악당인 듯 행세하는 놈들이 일부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습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서사꿈의 가상현실적 덫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능히 가늠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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