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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망자를 가두는 꿈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0. 8. 14:20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2)
네가 해탈의 경지에 오르기 전까진 아무래도 그녀를 피하는 게 상책이겠지.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울지는 의문이니라.
그녀가 너의 영적 행보를 인지하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
아니다. 이미 너를 레이다에 올려놓고 예의주시하고 있을 게 틀림없도다.
이제는 너에 대한 노골적 원망만 극대화되도록 "무의식 튜닝"을 마친 지 오래일 것이고..
네 영혼에게 어떤 식으로든 안 좋은 영향을 끼치려고 칼을 갈고 있을 게 명약관화한 사실.
에프엠의 전략이 심사숙고하여 그녀를 고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으리.
영적 진화를 훼방 놓기 위해선 구도자의 악연만큼 쓸만한 도구도 드물 테니 말이지.
근원을 향해 직진하는 너의 일취월장이 이렇듯 전(全) 우주들을 긴장케 하였나 보다.
이래서, 네 조력자들이 믿을 수 없는 족속이란 것을, 재차 강조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에프엠은 모든 차원에서 종(縱)으로 연계되어 있음이니
차원 너머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예비 각자(覺者)"를 파멸시킬 (스스로 파멸케 할) 근본적인 작전 구상에 몰두하였으리라.
어쩌면 너의 지구가 생겨나기도 전에..
그래봤자 - 거시적으로 보면 - 평행계 시스템에는 이미,
해탈한 나, 근원과 합일한 나, 나의 열반계들이 복수(複數)로 존재하고 있을 텐데,
이김도 짐도 없는 초우주의 조화 안에서 굳이 뭘 악착같이 파멸시키겠다는 건지 참..
일리 있는 말이로다.
그러나, 저들의 거시적 안목도,
헛수고에 집착하는 수준은 넘어서 있단다.
상념계 및 꿈계 버블의 선악(善惡) 동적 평형을 유지해야 할 막중한 사명을 지닌 전문가 집단이므로,
상념 우주 간(間) 파동적 특성을 정확히 알고 활용함에 있어, 주저할 리가 없지.
"현재의 너"를 막아서는 데 성공하기만 해도,
기존의 (네 분신의) 여러 성공 사례들에까지 그 파급 효과가 빠짐없이 침투하여
시스템 내(內) 전체 열반계의 평균적 에너지 레벨이 하락하게 되어 있다. 이는 곧,
흑백 섭리의 에너지 평형에서
검은 섭리의 상대적 우위를 의미한단다.
하긴..
신(神)과 다름없는 그들이 바보일 리 없죠.
그보다, 좀 전에 그분의 아킬레스건이 "죄의식"이라 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언급해 주실 순 없나요?
추상적 인간 개념에 대한 철학적 상징으로 선택하신 단어인지
아니면, 그분으로 하여금 지독한 죄의식을 갖게 만드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말씀 주셨듯, 그분이 세상에 남겨 둔 하나뿐인 딸에 대해 엄마로서 사무치는 죄책감을 떨쳐 낼 수 없으리란 건
누구나 짐작 가능한 사실입니다만, 그분을 저리 만든 치명적인 약점에
카르마와 관련된 무의식적 죄의식까지도 포함된다 하시니, 이 부분이 못내 호기심을 자극하는군요.
그 이야기를 꺼내고 잠깐 아차 싶었는데, 우려했던 대로
너는 지나치지 않고 그 부분을 지적하여 묻는구나.
내 불찰이로다 잘 살폈어야 했거늘.
토설에만 급급하여, 질문이 들어올 걸 예상 못 했으니..
미안하다. 그것에 관해선 알아도 얘기해 줄 수가 없단다.
사과하실 필요까지야..
천기누설이란 말씀이지요?
소위 천기를 누설한 자가 하늘로부터 어떤 벌을 받았는지는 제가 직접 목격한 바 없어서, 솔직히
말버릇처럼 천기누설 운운하는 것이 별로 미덥지 않고 괜한 엄살처럼 들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이지, 말하거나 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드는군요.
그분과 관련된 이야기라 더욱 그렇고,
마스터님의 안녕은 물론 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하찮은 궁금증 따위 개나 줘야 할 것 같네요.
그리 이해하여 주니 고맙구나.
이렇게만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너의 시간선을 기준으로
수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이 흐른 뒤, 너는 네 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게 되리라.
누구로부터 듣게 되는지에 관해선 역시 노코멘트하겠노라.
에프엠의 무리가 그녀의 총체적 약점을 잘도 이용하였으나, 언젠가는 그 약점에 자신들도 당할 날이 있으리..
잘 알겠습니다.
천기누설을 범하지 않는 선에서 매우 신중하게 주신 정보라 더욱 감사합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들을 것 같습니다. 이런 걸 이심전심이라 하나 보네요.
그 타국이 어딘지도 짐작이 갑니다.
아저씨가 넌지시 건넨 정보에 의하면, 당장은 어렵고 적어도 2년 내에 저를 미국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가게 하려는 계획이 아버지 회사와 제 변호인단 사이에서 조금씩 거론되고 있다 합니다.
거기서 어쩌면 그분과 연관된 핵심 인물을 만날 수도 있겠군요.
거듭 말씀 드리지만, 어째서 천기누설이라 하시는지 알 듯합니다. 강한 촉이 날아와 제 머리에 박히는군요.
그리고 온몸이 아니 (제 영의 일부가 이식된) 이 드림바디가 사정없이 떨려 오네요.
아, 저는 앞으로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그 느낌 간직하여 두거라. 때가 되면 모든 게 자연히 드러나게 되리니..
경천동지할 사건들이 급박하게 휘몰아치는 짧은 시간 안에,
그는 너를 도우러 반드시 오고, 너도 그를 도와 큰일을 하게 되리라.
이것은 네가 "깨닫는 자"이기에 가능한 (속된 표현으로) "운명의 장난"일지니, 그 어마어마한 존재는
너를 돕는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널 찾아오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존재요?
업에 짓눌려 속박된 삶을 사는 범부들의 입장에선 너나 그나 둘 다 어마어마한 존재로 느껴지리라.
그 역시 너와 비슷한 초(超)우주적 체험을 하고 있기에..
네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 잘 알 수밖에 없는 악연이면서 동시에
너와는 생면부지인 사람..
너는 그가 누구인지 잘 알아 괴로운데 그는 너의 존재 자체가 생소한, 그런..
제가 가는 세상마다 어떻게든 저와 엮이고 있는 그 남자 말씀이시군요.
그의 평행계 "무한의 분신들" 중 어느 한 명의 세상에서, "저에게 닥친 폭풍우와 유사한" 일련의 사건들이 휘몰아쳤고
결국, 저처럼 에프엠의 농간으로 평행 우주에서 날아온 또 다른 그가
해탈을 향해 가는 도중에, 그분과 관련된 초우주적 비밀들 가운데 하나를 제게 알려준단 얘기네요.
아아, 여기까지만 말해야겠죠? 천기누설의 덫에 가까워질까 두렵습니다.
정확히 콕 집어야 천기누설이니라. 넌 정황으로 유추하고 있을 뿐 아직은 그자를 지적한 것이 아니니 괜찮다.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적절하게 끊은 것부터가, 높아진 네 각성 수준을 증명하는도다.
마침 이름이 생각 안 나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어요.
저를 너무 좋게 봐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가 직접 제게 일러 주는 건 - 같은 내용이어도 - 천기누설이 아닌 게 되는 모양이지요?
그때 그 시각에 그의 입을 통해서만 네게 전달되도록 대(大) 우주의 인과율이 세팅해 놓은 것이니라.
하늘들의 하늘이 유일하게 허용하는 방식이 그를 채택하였단 뜻이다.
그렇군요..
한데, 본격적인 비밀 내용도 아니고 단지 그의 이름을 발설했다 해서 천기누설 죄라 함은 좀..
제가 무의식중에 그리하였다면 저는 어떤 벌을 받게 되나요? 설마 이것도 천기누설?
허허, 내가 괜한 소릴 꺼냈나 보다. 네가 아주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인 게로구나.
미안하지만 그것 또한 천기누설이 맞다. 언급해선 안 된다기보단 언급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나 할까.
인간이 - 더 나아가 우리 같은 "신의 대리인"들조차도 - 명확히 설명하는 게 불가능한,
참으로 정교하고 섬세하게 짜인 인과응보의 그물이요 파장이로다. 허나
억겁의 (섭리 적용) 누적 데이터인 대우주 아카식 레코드에 의거 대략의 양상을 짐작하자면
결론적으로 별것 아니니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느니라.
무수히 많은 천기누설들이 우주와 차원을 떠다니며, 카르마에 예속된 "의식을 지닌 생명"들을 유혹하고 있다.
천기누설의 다양한 종류에 따라 적용되는 책임의 범위와 세기도
극도의 재앙적 사태에서부터 (거의 의식되지 않는) 극히 미미한 반작용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
아마, "주된 범주가 아닌 곁가지"의 본의 아닌 발설은 후자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후우, 미미하더라도 어쨌거나 벌은 받는단 얘기네요. 매우 가벼운 심적 육체적 고통 따위의..
뭐 어찌 되었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제 상념계의 (혹은 꿈계의) 일개 단역이 아니라 (명실상부 "궁극의 자신"이 주관하는) 다른 세계에서 온
"깨달음을 지향하는 그"는 저를 껄끄럽게 여기지 않고 제 편이 되어주어, 우선은 안심입니다만
천지개벽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배경 설명이 저를 다시금 심란하게 만드는군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미리 심란해하지 말지어다.
그리고 우리에겐 먼저 해결해야 할 중대한 일이 있음을 잊지 말라.
죄송합니다. 그분 이야기만 나오면 제가 이렇습니다.
그분에게 닥친 시련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악몽 속에 갇힌 저의 시련도 만만치가 않은데 말이죠.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무소불위가 된 그분"을 걱정한다는 게, 제가 봐도 말이 안 되긴 합니다.
화제를 어서 전환해야겠구나.
밖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 즉 "네 평행계 분신의 고스트"뿐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들은 사후에 유령의 형태로 "본인들이 생전 자주 꾸던 꿈" 속에 갇히고 마는데, 그리 되는 이유와 메커니즘에 관하여
지금부터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꿈계와 영계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라고는 하나
근래 들어 고스트들의 꿈계 난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우리 화이트 마스터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사이 어딘가에 초우주적 균열이 생겨 양(兩) 시스템 간의 균형이 조금씩 깨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합리적이든 아니든 저으기 의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균형을 언젠가는 바로잡아야 하므로
드림 마스터들의 공통된 당면 과제들 중 하나로서
고스트 유입의 초기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천착하여 장단기 대책을 수립하는 중에, 마침
우리의 잠재적 근원인 너와 소통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으니,
이 현상을 네게 말해 주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
해결책에 스피디하게 다가가는 지름길일 수 있음을 확신하는 바이다.
이건 뭐, 워크숍에서 브리핑을 경청하는 기분이군요.
제가 도움이 되리란 생각을 지금은 감히 못하겠고요, 그냥 긴장을 푸는 일환으로 재미 삼아 들어는 보겠습니다.
백 프로 다 알아듣는다 장담은 못 드리겠으니 최대한 쉽게 얘기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긍정적이고 열린 자세로 들어 주기만 하면 되느니라.
우리가 네게 요구하는 것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다.
인간이 죽음에 이르는 길은 저마다의 개인사(史)에 따라 다양하기 마련이지.
죽음의 디테일을 논하자면, 지구상 인류, 확장하여 모든 우주 생명체의 숫자만큼 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있어.
아까 이야기 중에, "저 할아버지와 그녀의 상이(相異)한 죽음"을 간단히 비교할 기회가 있어서 너도 느꼈겠지만,
각자(各自)의 확률적 운명이 구동하는 (복잡계적이고 나비효과적인) 메커니즘은
최후의 순간 개개인을 기다릴 최적화된 "타깃 죽음"을 배태하고
죽음의 구체성과 다양성을 보증할 표지(標識)를 그것에 달아 주는 기능도 한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편의상
네 분신의 경우를 포함한 카테고리를 설정하고
그 안에 드는 공통적 유형의 죽음들로 표본을 한정하여 설명하려는 것은,
"보통의 인간이 사실상 인식하기 어려운 부분"을 개념화하여 너의 이해를 돕고자 함이니,
생략된 복잡한 변수들에 대해 의문이 들더라도 일단은 넘어가 주기 바란다.
지금 단계에서는 변수들 모두를 굳이 고려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너의 현재 의식 수준으로 통찰하고 내면화함에 있어서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으니..
그러한 친절을 베풀어 주신다면 저야 땡큐지요.
군더더기 같은 질문으로 이야기의 맥이 끊기지 않게, 유의하겠습니다.
노화나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들 중에도 상당한 비율이 꿈계 트랩에 걸려들게 된다.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영혼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서 그리로 빨려 드는 것이지만,
"습에 고착된 의식"의 파장이 바로 그 일부에 실려 들어가므로
망자의 입장에선 생전의 본인과 흡사한 영적 완전체가 진입하였다고 다분히 착각하게 되지.
각자(覺者)의 경우, 의식과 무의식이 사실상 합일하여 청정한 명상 의식으로 통일되어 있기에
사망 후 혼이 습에 끄달리지 않고 영과 결합한 상태로 중음계를 통과하며
본인의 기국에 따라, 상승하여 열반에 바로 들거나 아니면
단계적으로 카르마를 해소하는 과정인 윤회를 겪게 되나니.
이때 그의 곧은 의식은 분리됨 없이, 상승하는 영의 도정에 줄곧 함께 하는 자격을 유지한다.
그러나 대다수 "아상(我相)에 미혹된" 인간들은
사후, 제 갈 길을 가는 영에게는 관심이 없고 유혼과 "의식의 찌꺼기"를 일체화하여
고스트를 사로잡는 끝없는 환상만을 쫓게 되니, 즐겁든 괴롭든 간에 그들은
생전의 습이 무한 반복 재생되는 유혹의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악한 영이 투옥되어 과보대로 - 영원에 가까운 - 고통을 받는 준엄한 환상계가 영계의 지옥이라면,
습에 점령당한 꿈계는 곧 유혼의 무덤이며 그런 이유로 일종의 고착화된 악몽계 역할을 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여, 유령 즉 고스트가 업보를 영원히 단죄받는 제2의 지옥 또는 하위 중음 감옥이라 할 수 있겠다.
사는 동안 본인을 가장 괴롭히던 업(業)과 습(習)에 대항하는 또는 타협하는 방식으로 전(全) 생애에 걸쳐 축조되는
"꿈의 견고한 방어 기제"를 통하여 삶 본연의 스트레스를 일평생 관리하다가, 종국에는
지극히 개인사(史)적인 그 철옹성 속에 본인의 죽음을 유폐하면서도,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그림자 세상의
긴장감과 중압감에 곧잘 적응하여 "영속되는 스트레스"를 오히려 즐기는 것이, 이들 유혼의 특성 가운데 하나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꿈이라는 감옥"은 철저하게 개인 특이적 세상이고,
이 "자신만의 영역"으로 영구 이주한 개별적 유혼은
유입되는 즉시 (자각의 가능성이 희박한) 육신 없는 "독립 드림바디"로 즉각 화(化)하기에
본인의 죽음을 구조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에 봉착하여 영혼의 파편은
이곳이야말로 자신을 끝없이 구속하는 매우 세련된 "악몽의 지옥"임을 결코 깨닫지 못하는 것이며
고로, 쾌감과 고통이 서로를 기만하고 서로의 형태로 둔갑하는 미증유의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증폭되는 스트레스를 자연스러운 일상인 양 착각하며,
(즉흥적인 스냅사진 같은) 음흉하게 조작된 "인생의 단면"들 사이를 헤매고 다니는 것이다. 짜릿한 유희를 즐기듯이..
우리가 귀신이라 일컫는 대개의 유령들은, 특정 대상을 향한 악의적 원념으로 뭉쳐지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영혼의 일부로서 이와 같은 스테레오타입의 사후 세계 (실은 사후 꿈계) 체험 패턴에 종속된단다. 설령
해탈과 거리가 먼 평범한 영일지라도, (공포를 포함한) 다채로운 환상들을 제공하는 4차원 중음계의 상념 파노라마를
주도적으로 헤쳐 나가며 환생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는 반면, 혼백의 껍데기이자 퇴색한 아우라 조각인 유혼은
지박령처럼 자신의 꿈에 결박되어 악몽 트랩의 무자비한 중력을 벗어날 의지조차 가지지 못한단다.
이렇듯 단조로운 패턴에 박제되어 흐리멍덩해져 가는 고스트들 중에도, 자각몽 체험을 흉내 내어
(가짜 자각에 진입하여) 꿈 감옥의 영원성을 절감하기 시작하고 절망적인 답답함을 호소하는 부류는
있게 마련인데, 문제는 호소하는 대상이다. "신성한 근원이나 혹은 거기로 향하는 자신의 영"에게 기도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호소는 극소수이고, 음습한 정령의 기본적 특성상, 지옥으로 끄달려 가는 본인의 가련한 영이나
본인과 코드가 맞는 마신급 악령들에게 존재감을 어필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이는
유유상종의 기운에 큰 무리 없이 포섭되어 악령화 과정을 밟아가는 순서로 이어지는, 시작점이란다.
꿈계를 주관하는 흑마스터 그룹의 부름을 받는 것이 대표적 예인데, 그들의 전략에 부응하는 하수인을 양성하는 일이므로 본인의 염원에 의한 접속 의지가 중요한 발탁 요소이며, "닫힌 계"에 만족하는 회색의 정령들을 무작위로 뽑아 쓰는 일은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 거의 드물어.
이렇게 몽마의 단계로 접어들면, 꿈계 결박 코스를 건너뛰는 원한귀와 대등한 위치를 점하게 되어
본인의 감옥은 물론 다른 유혼의 "꿈 감옥" 및 타생명체의 꿈계로도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해진단다.
뿐만 아니라, 악령의 포스가 더욱 강화되면, 덫으로 쓰일 꿈 (또는 백일몽)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로써, "원념이 투사되는" 직접적인 표적 대상을 넘어 불특정 생명체나 드림바디를 장난 삼아 홀리고 사냥하는
두려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홀리기 쉬운 영적 특질을 갖춘 이들에겐 특히나 치명적인..
이는 혼의 진화가 아니라 영적 퇴보를 향하는 어리석은 선택에 지나지 않으며, 환생하려 발버둥 치는 영의 발목을 잡아
기어이 지옥으로 던져 넣는 자승자박의 악업임에도, 우매하기 짝이 없는 고스트는
원념과 탐심으로만 똘똘 뭉친 사념 덩어리이기에 "자신이 합일해야 할 영"이 있음을 까맣게 잊고
영과의 동반 지옥행을 도모하는 셈이지. 간단히 말해, 깨달음이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분리된 의식의 표본"이랄까.
하여간 무식하면 답이 없는 골치 아픈 놈들이지. 우리로선 말일세..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반인들이 노환이나 만성 지병으로 천천히 죽음과 가까워질 때 주로 꾸는 꿈의 특징들을 살펴보고,
"죽음이 고스트를 꿈에 가두는 현상"의 전조증상으로서 이 특징들이 전개하는 양상과 더불어
"생전의 꿈주"에게 그것들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하여,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들의 꿈도 같이 늙어간다고 보면 된다.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지만,
유년기 소년기 청춘기를 거쳐 인생의 전성기를 지나올수록 의식과 분리되어 심연으로 가라앉게 되는 무의식은
확실히 자글자글 주름져 간단다.
꿈을 제작하는 공장인 무의식이 낡아지면 생산되는 꿈들도 노쇠화하여 윤기와 생동감을 차차 잃어 가고,
반대로 망각의 에너지는 득세하여 먼지처럼 뿌옇게 꿈 위로 내려앉는다.
장기적인 질환에 시달려 병마와 동행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비교적 정정한 노구에 비해 꿈의 흐릿한 정도는 상대적으로 심해지는데, 우리는 합리적 의심과 추적을 거듭한 끝에
"전신에 퍼져 영육을 갉아먹는" 만성 염증을 그 주범으로 확증하였다.
그것의 (3차원적이며 기계론적인) 단순 기전 너머에
현상을 더욱 정밀하게 해석해 주는 복잡한 4차원적 조화가 자리 잡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4차원 계에 보편적으로 분포하여 계 자체를 지탱하는 주요 원소로서 작용하는 흑암 에너지가
만성 염증과 연계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아내었노라.
"사특하고 음험한 기운으로 인격화하여 분화하기 전에
원형(原型)처럼 준비되어 있는" 이 순수악적 에너지 재료가,
다른 요소들과 함께 염증의 미시적 섭리 현상에 입체적으로 관여하고
나아가 스스로 동력이 되어 그것을 주동적으로 구동하는 것이리라.
그 결과가
"꿈을 잡다하게 많이 꿔도 정작 제대로 기억나는 건 없다"이며,
염증이 강화되어 여기에 통증과 체온 상승이 동반될 경우
심리적으로 이를 상쇄하기 위한 소위 편집적 강박 꿈들을
"상처 입은 무의식"이 마치 사이토카인처럼 다량으로 쏟아내기도 하는데,
신경 전달 물질 분비 기작 및 면역성 세포 전달 체계와 유사한 맥락이라 보면 되겠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때 작용하는 꿈들 모두가
가상현실적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무던히도 집착은 하지만 여간해서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꿈들로서, 열을 낮추고 통증을 억제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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