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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몽마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8. 10. 11:52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0)
히틀러 같은 놈들 말입니까?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곳 사건을 통째로 들고 흔들어
악몽계로의 가속화에 충분히 힘을 보탤 놈이긴 하지.
꿈을 휘젓고 다니는 고전적인 악동이랄까.
흔히 몽마(夢魔)라 불리기도 하는 놈이야.
내가 포착한 바로는 다행히도 아직 한 놈밖에 들어와 있지 않다.
하지만 - 네가 들어옴으로 해서 - 이곳 꿈계는
흑 마스터가 노려야 할 최우선 요충지가 돼 버린 탓에,
이런 무지막지한 놈이 또 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가급적 초장에 우리는 승부를 볼 필요가 있겠지.
그놈한테는 "각성의 사자후"를 날려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얘기를 곧 하실 것 같네요. 불길하게도..
유감이지만 너의 추측을 부정하지 못하겠구나.
이런 유의 놈들은, 우리의 (꿈을 자각하는) 각성 파워만으로는
전혀 대미지를 가할 수 없는 존재란다.
여타 잔챙이 고스트들과는 다르게, 놈은 드림바디를 굳이 매개로 삼지 않아도 꿈속에서 마음껏 활개 칠 수 있기 때문이지.
이곳으로 숨어든 놈도 그 정도 능력은 충분하기에
꿈계의 4차원 속성을 십분 활용하여 변화무쌍한 둔갑술을 한껏 뽐낼 수 있었겠지만, 교활하고 약삭빠른 놈이라 그런지
여기에선 여기서만 가능한 다른 방식을 택한 것 같다.
운신의 폭이 넓은 꿈계임에도 불구하고 놈이 빙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아무래도 여기가
3차원 사건계와 퓨전 된 복합 꿈계이기 때문이리라.
아, 운송자가 해 준 설명이 기억납니다.
이 꿈엔 드림바디뿐만 아니라, "이 꿈속 사건이 실제 일어난" 상념계들로부터 직접 유입된
현실 인간들도 섞여 있다는 것을요.
가이드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해 주었구나.
깨어 있는 상태로 꿈계에 이식되는 인간의 경우, 겉은 멀쩡해 보여도 실은 그렇지가 않아.
3차원에서 4차원으로 넘어오는 족족 백일몽을 꾸는 단계로 강제 진입하여,
"꿈계를 관장하는 대(大) 무의식에 각개 무의식이 - 저당 잡히듯 - 접속되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눈을 뜬 채로 꿈속을 활보하는 것처럼 보여도
또렷한 현실 인식이나 감각 대신
꿈의 사고방식이랄 수 있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아, 일거수일투족을 행사하게 된단다.
꿈으로 정식 유입되기 전,
"인간의 뇌파가 4차원 시공에 맞게 튜닝되는" 절차를 먼저 밟는 셈이지.
의식 없이 깨어나 움직이는, 3차원적 드림바디라고나 할까.
수면 상태에서 꿈주의 드림바디가 자신이 꿈속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게 자각몽의 개념이라면,
꿈주가 직접 꿈으로 들어가 드림바디 역할을 자처하면서도
자신이 꿈속에 있다는 사실은 추호도 깨닫지 못하는 형국이
이곳에서 희소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진짜 인간들은 빠짐없이 몽유병 환자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네요. 자는 것도 깬 것도 아닌 상태로..
놈은 이 순간에도,
이렇듯 4차원의 기(氣)에 눌려 흐물흐물해진 인간의 육체를 손쉽게 점령할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면서 흑마스터의 계략을 적극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이곳 특별한 꿈계가
마치 자신을 위해 마련된 안성맞춤의 영역이라도 되는 듯이
희희낙락하고 있을 테지.
이쯤에서 네게 문제 하나를 내 보마.
너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한번 맞춰 보려무나.
이 골치 아픈 놈이 누구의 몸을 강탈한 것 같으냐?
여기 군인들 중에 있을 것 같네요.
하나같이 느물느물한 이중인격자처럼 행동하는 게 노골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그런 놈들이 삼청교육대에서 왕 노릇 하며 군림했을 걸 생각하니
저는 희생자가 아닌데도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 인간, 너무 이상했어, 성격 파탄자같이..
중대장!
맞죠? 현재 이곳의 대빵.
악마에 필적하는 놈이라 하니 체면상 부하나 졸병한테 기어들어갔을 것 같진 않고..
제법이구나.
그렇다. 그 또라이 중대장도
육(肉)을 업은 채 이리로 휘말려 온 상념계 인간들 중 하나이다.
원래 성격이 지랄 같은 놈이라, 그 녀석한테는 아주 적격인 몸이었을 테지.
중대장의 몸을 차지하고 지금도 여봐란듯이 이곳을 멸망 지경으로 몰아가는 중이란다.
부정 사념체의 화신인 제이슨이
극악몽계 진입을 위한 외부적 프레임이라면,
빙의된 중대장은
내부적 분열과 해체를 주도하여 극악몽계 진입을 가속화하는
촉매라 할 수 있겠다.
위대한 드림마스터인 당신도 그놈을 어쩌지 못한단 말씀입니까?
아니.
놈은 결국 우리에게 제거될 것이다.
다만, 드림 마스터의 포스를 노골적으로 내세워 직접 제거할 수는 없다는 얘기지.
만일 이런 식의 빤히 드러나는 간섭이 횡행하게 된다면 이는
흑, 백 마스터 간의 암묵적 룰이 깨지는 것을 뜻하며,
꿈계 시스템 관할에 있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복잡해짐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 넌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마스터 간의 대립은 철저히 대리전 양상을 고수해야 한단다.
그런 차원에서,
하급 고스트들과 다르게 이놈급부터는
흑 마스터의 직접 세력권 안에 드는 위상이라 할 수 있으므로,
놈을 처리하는 데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니라.
그렇다면
이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한단 말입니까.
거친 사건 폭풍 속에서
가변적인 시나리오들에 의해 명멸하는 스토리들이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소프트한 세상.
꿈계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여기서의 대리전은
치열하게 맞붙는 싸움과 별반 다를 바 없단다.
어느 쪽이 더 "상대에게 치명적인" 스토리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되어 있지.
악몽화를 촉진하고 있는 사건들의 진행을 전방위적으로 늦추고,
자각몽으로의 방향 전환에 필요한 사건들을 투입하여 그것의 연착륙을 꾀함에 있어,
우리 화이트 드림마스터들은 전문가니라.
저들을 능가하는 시나리오로 저들에게 결정타를 날릴
반전(反轉)이 도입될 것이니, 너는
사건의 회오리 속에서 정신을 똑바로 가다듬고 지켜보기만 하면 되리라.
놈의 자연스러운 혹은 (예상을 뒤엎는) 극적인 제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마스터님의 말만 들으면 참 간단할 것 같습니다만
막상 실전에 돌입하게 되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세상 만만한 게 없음을 절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한다. 무조건 안심하라고만 하진 않겠다.
스스로 이겨낼 건 이겨내야겠지.
그러나 이 말만은 여러 번 강조하고 싶구나.
언제나 내가 너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약속하마.
그럴 일은 없겠으나 절체절명의 상황이 닥친다 해도
우리는 너를 최우선적으로 지킬 것이다.
너는 그저 마음을 굳게 먹고
영적 에너지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면 되느니라.
그리하겠습니다. 한데..
아무래도 제이슨은 제가 직접 대적할 수 없겠지요?
그놈은 마스터님이 좀 막아주십시오.
결국 이곳의 주인공은 네가 될진대 두려울 게 무엇 있겠느냐. 약해지지 말거라.
넌 대담하고 재바르게 사건에 대처하며 스스로를 지켜나갈 것이다. 숨을 땐 숨고 맞설 땐 맞서면서 말이지.
아무튼 알겠다.
그놈으로 인해 극도의 위험이 너를 찾아온다면 내 어찌 가만히 있으리.
그러나 장담하건대,
제이슨이 네가 겨루기엔 버거운 놈이긴 하나
놈은 이곳 전체를 깨부수기 위해 출현한 놈이지
너를 목표로 너 하나를 노리고 나타나는 놈이 아니니
크게 겁먹거나 긴장할 필요는 없단다.
그런가요..
드림바디에 숨거나 그것으로 위장한 고스트들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군인들 쪽이든 우리 쪽이든 불특정 다수의 형태로 존재하겠지요?
이들이 사사건건 제 발목을 잡는다면
제이슨보다 더 신경 쓰고 예의주시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이들이겠네요.
맞다.
좀 전에 얘기했듯이, 각성을 일갈함으로써 넌 그들을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
보충 설명하자면, 짧고 단호한 사자후를 일거에 날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의심을 살 만하거나 뭔가 행동에서 위화감을 풍기는 사람을 (또는 사람들을) 똑바로 노려보면서 일갈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면,
딴짓을 하거나 의뭉스럽게 능청을 부리다가도
일제히 너를 쳐다보며 얼음처럼 굳은 표정과 태도를 보일 것이다.
얼핏 공포스러운 장면처럼 보이나
이것이 놈들 무장해제의 신호탄인 셈이지.
말이 나온 김에, 고스트 관련해서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이겠노라.
아까 이 안으로 들어오기 직전에 만났던 (내무반에 있던) 사람들 기억하느냐?
그럼요,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요.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무척 긴장하면서 마루에 걸터앉아 안절부절못하던
그 두 사람 말이죠?
그래.
그중 나이 든 노인처럼 보이던 아저씨 말이다.
압니다.
근데 그분이 왜요? 설마 그 사람도 고스트인가요?
눈치가 빠르구나.
그는 여기서 네가 경계하지 않아도 될 유일한 고스트이므로
내가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멋모르고 그에게 일갈하였다간 제가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단 말씀인가요?
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인가 보네요.
꿈속 인물들은 모두
꿈주의 무의식에서 건져 올린 캐릭터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관련 있기 마련이지.
이제 너도 그 정도는 알잖나.
생판 처음 보는 것 같아도, 하다못해
버블 끄트머리 구석탱이 상념계에서 제 분신이 스쳐 간,
인연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드림바디의 이러한 일반적 속성(屬性) 그 이상을
내포하고 있을 듯하네요.
한 가지 더 부연하자면, 그는 비교적 포스가 있는 고스트라
드림바디를 스스로 제작하여 입고 있단다.
이 정도 급의 (악의가 가득 찬) 여타 고스트들은 대개
"꿈주의 무의식이 만들어낼 만한" 드림바디의
프로토타입을 미리 스캔하여 그것으로 둔갑함으로써
꿈주 - 의 드림바디 - 를 방심케 하고 혼란을 야기하지만,
그의 경우
네게 악감정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냥 본인의 "죽음 직전 모습"으로 - 혼령을 위장하는 수준에서 - 드림바디화(化)하였을 뿐이란다.
한편,
유혼이 포스를 지닌다는 건 악령화가 꽤 진행되었음을 의미하는데,
독특하게도 그에게는 악령 특유의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미로 같은 꿈계들을 헤매다 점점
심화하는 악몽계들 속으로 끄달려 가는, 일련의 과정이 악령화라면
보통 이런 경우는,
"그림자만 남은 선함"에 의존하여 꿈계를 헤매면서
실낱 같은 스스로의 의지로 - 밝고 아름다운 - 명상 꿈들을 찾아
점차 상승하여 가는 특이한 케이스인데,
다르게 표현하자면 셀프 천도라고나 할까.
그렇게 자각몽의 에센스로 꾸준히 파고들다가
결국 꿈계의 미망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영과 합일하는 코스에 도달하는 것이지.
말하자면,
상당히 진화한 고스트가
최종 목적지로의 진입을 잠시 유보하고
진화를 역행하여 굳이 이리로 들어온 거란다.
그의 정체는 대관절 무엇이길래,
공든 탑이 무너질지도 모를 고난의 길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걸까요.
그렇게 묻고 있지만
너의 직관은 벌써 파악을 완료하였을 터.
역시 그러하단 말이지요?
그도 또한 제 상념계 분신이었군요. 물론 이미 고인이 되었을 테고요.
삼청교육대의 비극이 셀 수 없을 만치 다양한 버전으로 구현되고 있는
무수한 평행우주들 가운데 하나의 시공에서 그가 태어났지.
나지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너의 모습으로 자라난,
그래 너의 상념 분신인 셈이지.
그러니 네게 악의가 없기도 하거니와, 애당초
다른 악령들처럼 네 무의식을 염탐하여 "둔갑할 드림바디"를 골라낼 필요가 없었던 게지.
그 자신의 꿈이나 다를 바 없었으니까.
육신으로서의 잠자는 꿈주는 이제 없지만
사후의 유혼이, 본인 생전 꿈의 드림바디로 정착하는 격이랄까.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양상은 "서사꿈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인데
이자가 여기 들어온 경우는 그것과도 성격이 다르단다.
여기로 들어온 처음에는,
"자신이 꾸던 꿈"에 갇힌 "죽음 직후의 상황"이 다시 재현되는 듯한
즉 서사꿈의 그물에 도로 묶여 버리는 퇴행의 느낌을 받았으리라.
순간적인 절망감이 그를 사로잡았어도 본인이 선택한 길이라 금세 극복하였을 테지만..
어쩐지 그 노인,
어디서 본듯한 낯설지 않은 생김새가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더라니..
그냥 별별 일이 다 일어나는 꿈속이라서 그런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게 나의 늙은 모습일 줄이야..
고생의 때가 덕지덕지 낀 추레하고 노쇠한 그 얼굴이
제 미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저는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평행 지구, 평행 한국이라면,
어렵게 유추할 것도 없이 바로 답이 나오는군요.
그는
삼청교육대의 끔찍한 횡포에 희생된 피해자였습니다.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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