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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꿈계의 월남전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23. 23:34
음.. 망각이 삼켜버릴지라도, 하여간 여긴 네 아버지가 어떤 형태로든 등장하고 있으니까, 네 아버지의 꿈속이기도 하다? 고로, 상대성 논리에 입각하여, 네 아버지 꿈 속 인물들 중 하나인 이 녀석도 네 아버지의 상념 투영물이 되는 것이니, 내가 이놈한테로 스며들었다 한들 하등 이상할 건덕지는 없다?? 너.. 알고는 있냐? 이런 걸 두고 궤변이라 하는 거다! 으휴! 기껏 설명하면 딴지나 거는 네놈을, 뭐가 이쁘다고 근원우주께선 이토록 챙기시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 나지수란 맹랑한 녀석 말이야.. 발현 여부를 떠나, 동성애 기질이 의식 저변에 잠재되어 있는 것만은 확실하지 않겠어? 그러니 요렇듯 야리꾸리함이 철철 넘쳐나는 꿈을 즐기는 걸 테지. 황당하긴 해도 그 정돈 이해가 간다 이거야. 그러나 월남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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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지이상한 병사 (상준 외전) 2022. 11. 13. 21:05
중대 꼴통 정하사가 나를 불렀다. 전일병 이누무시키 후후, 이병 딱지 떼니까 정신없던 아랫도리가 슬슬 기지개를 켜지? 엉덩이를 워커 발로 툭 치며, 이제는 익숙해진 능글맞은 농지거리를 어김없이 던진다. 널 이뻐라 하는 이 정하사가 오늘 인심 한 번 썼다. 오늘 나하고 외출이다. 지금부터 5분 준다. 후딱 준비하고 행정반으로 칼같이 튀어왓! 싫다. 귀찮고 피곤하다. 그에게 구속 되어 하릴없이 다리품을 판 경험이 저번에도 있던 터라 그렇고 당시 눈치없이 그를 따라나섰다 복귀 후 소대 내에서 호되게 당한 후환 때문에라도 그렇고 무엇보다, 주인 잃은 초췌한 그리움이 산발하고 돌아다닐 읍내에 난 더 이상 나가기가 두렵다. 토요일이지만 오늘은 우리 소대에 특별 사역이 할당돼서 말입니다.. 어쭈구리, 그래서 특급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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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현실 부정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12. 00:40
To SJ 딱딱한 사랑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사랑을 해보고픈 계절. 한 없이 계속될 것만 같던 추운 겨울도 서서히 물러나고 한낮엔 제법 봄내음이 피어올라요. 세상 모든 것을 까맣게 물들인 이 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옛 친구를 그리며 조심스러운 얘기를 꺼내는 자그마한 계집아이의 기분으로 펜을 들어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안녕? 정성껏 쓴 편지들은 잘 받아 보았어요. 항상 그쪽에게 받기만 하다 막상 보내는 입장이 되니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에 대해 무척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서 우선 간단히 제 얘기를 해볼게요. 저는 현재 XX전문대 JJ과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원래는 올 2월 졸업인데 학점 미달로 1년 과정 더 듣고 내년에 졸업하게 됐어요. JJ과. 과 이름답게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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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퇴행이상한 병사 (상준 외전) 2022. 11. 10. 14:07
야, 전이병, 어머니 면회 오셨다. 이 씹탱가리, 이등병 갓 단 노무시키가 빠져갔구.. 2주 전에 외박한 놈이 또 면회야?! 구획되고 정돈된 우울은 사람을 참 구질구질하게 만든다. 몰염치하고 한없이 졸렬한 정신박약으로 만든다. 일반화의 오류는 범하지 말자. 내가 그렇다고 내가. 너희는 아니고 내가. 산속으로 도피한 내가.. 휴전선 아래 살벌한 긴장이 늘어지게 하품하며 고도 비만으로 뒤뚱거린다. 기름진 기만의 각 잡은 의기충천은 이를 악물고 버티는 자기 최면들의 핏발 선 목청에서 아름다운 군가들을 무한 반복으로 뽑아낸다. 별들이 우수수 하강하여 늠름한 필요악을 호령하는 판에 줄줄이 엮이는 잡풀들은 그저 꾹 참고 버텨야지, 견뎌내지 않으면 무슨 수가 있으랴. 그런데 견디는 수도 가지가지. 정석을 비껴가는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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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투 개시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10. 02:25
어깨 길이에서 끝이 살짝 말려 귀엽게 단정하던 퍼머넌트 머리가 지금은 되는 대로 헝클어져 봉두난발과 다름없게 되었으나, 그것이 한결의 청아한 미모를 (털끝이라도) 건드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여러분, 많이 아프시겠지만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머잖아 무사히 안전하게 후송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이곳은 적과의 대치가 첨예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이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일이 왕왕 발생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 용맹한 해병대원들이 확실하게 격퇴한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불상사로 인해 끝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중도에서 끊어져 유감입니다만, 오늘 공연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고 우리로선 영원히 잊지 못할 밤이었습니다. 이런 말씀드릴 자격은 안 되지만, 참전 용사들을 대표하여 여러분의 용감한 방문과 (기쁨을 주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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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징집이상한 병사 (상준 외전) 2022. 11. 8. 00:14
사는 게 왜 이리 서글프지? 공부도 이제 지겹고. 적성에도 안 맞는 학과를 왜 선택했을까. 스무 살이 넘어도 난 어린아이. 집에서 등록금 내줘, 책 사 줘, 밥 먹여 줘, 하지만 용돈은 NO. 그런데도 알바 한 군데 뛸 주변이 없으니. 풍족하지 않지만 굶진 않으니 동기 부여 NO. 취미가 은둔. 몸만 어른, 정신은 중학생. 대학과 고교를 구별 못해 학교는 따분할 뿐. 몸은 자꾸 동하여 춘정을 주체 못 해도 여자 사귈 생각은 없고 제 손만 성가시게 해. 여자를 뭣하러 사귀어라기 보단 사귀는 법을 몰랐지. 여자한테라도 일찍 눈 떴으면 인간이 좀 되었을까. 사회적 활동에 적극 나서는 생산적 인간 말이야. 과연 그럴까. 달랑 여자 때문에? 맘에 드는 한 여자만 찍어 주야장천 지극정성을 쏟았다면 이토록 외롭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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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만남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6. 21:29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상준 형은 무사할까.. 형이 보고 싶다. 형, 그간 고마웠어. 나 먼저 갈게.. 먼저 죽었으면 부디 날 찾아줘. 형이 마중 나와준다면 안심하고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상준 형! 너무 무서워...' 아빠, 일이 틀어져 죄송해요. 월맹군의 기습으로 소닉 홀이 와해되었어요. 하지만 염려는 마세요. 드림홀 태동의 기미가 하나 더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소영아, 빨리 무슨 수를 써야겠다. 이 자도 곧 총에 맞아 죽는 운명인가 봐! 무엇에 홀린 듯, 모든 것을 체념하고 질끈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을 때, 나는 내 머리맡을 점거하고 내려다보는 베트콩 소녀의 무표정한 시선과 뜨겁게 충돌하여야 했다. 순간 그녀의 무표정은 급속하게 독기로 일그러졌고, 거웃이 드문드문 돋아나 있는 음부에서 뜨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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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바보..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6. 20:00
난 그간 과거의 기억 속에 깊이 침잠해 있었던 것 같다. 추억의 향기가 전신에 흠뻑 배도록 말이야. 그 기억들은 지금 돌이켜봐도 아름다운 건 분명해. 고통들이 드문드문 양념처럼 묻어 있는 일상사도, 세월이 지나면 애타게 아름다운 그리움일 뿐. 그러니 당시의 한 부분을 장식한 너 또한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 될 수 없는 법. 그러나 이것은 너에 대한 모독. 실체가 아닌, 추억 속에 아른거리는 허상을 맹목적으로 그리워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래 난, 네가 아닌 "널 향한 그리움"을 쫓았는지 몰라. 따져보면, 기억 속의 그때에도 내가 널 직접 대면한 적은 없었고 오가며 어쩌다 스쳐 마주친 것이 전부였는데.. 수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작위적으로 널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공허한 일인 것도 같다. 연서라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