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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다시 만만한 추억으로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28. 00:37
경미야, 아직도 생생한 "너와 관련된 기억"이 있어. 잘 정리된 앨범과 같은 가지런한 추억이 있어. 그 속에서 하늘거리는, 잊을 수 없는 네가 있어.. 사실, 난 너와 얼마든 가깝게 지낼 수 있었어.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공통분모 하나로도 굉장한 인연인 셈이니 그만큼 여건은 충분하였지. 먼발치에서 혹은 가까운 곳에서 널 바라볼 수 있었으니까. 또 어떤 때는 정면으로 마주쳐 시선을 부딪치기도 하였으니까.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만한 첫인상이었어. 발랄한 귀여움이 묻어나는 제법 예쁘장한 외모가 다는 아니었어. 십 대의 평범한 여고생임에도 난 네게 상큼한 여인을 느꼈어. 착각이었을까.. 청초한 우아함이 문득 비추일 때엔 그 아리따운 의외성에 눈을 비벼야만 했어. 그리고 너와 얘기 나눌 기회만 엿보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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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소녀 3이상한 병사 (상준 외전) 2022. 11. 27. 15:56
이제 보니 너 상당히 맹랑하구나. 글구 너 갑자기 말이 짧아졌다? 아저씬 네 과외 선생이라고!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자아, 시시껄렁한 얘긴 그만하고 책이나 펴자. 에잉 알았다고요. 근데 첫날부터 바로 들어가요? 좋아. 진도는 낼부터 빼기로 하고 오늘은 첫날이니 학습 계획을 짜 보기로 하자. 네 실력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간단히 테스트도 해보고 말야. 근데 아찌는 내가 울 아빠 딸인 거 언제 안 거야? 오늘 첨 안 거야... 요? 그래 인마. 그게 뭐 그리 궁금해? 쓰레기장에서 나 봤을 때는 어땠어요? 이쁜 애라고 생각했어요? 너, 공부는 진짜 잘하겠다 사소한 것까지 다 기억하고. 그거 작년 일인데.. 그래서 나 이뻤냐고요. 응? 아찌? 소린이 너! 자꾸 아찌 아찌 그럴래? 앞으로 선생님이라고 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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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탈출의 서곡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26. 20:55
사전 정보 교환이 있었음에도 오폭까지 제어할 순 없었네. 두 개가 그리로 떨어졌어... 흥! 오폭인지 아닌지 알게 뭐람.. 그래서 다 죽었답니까? 송하사, 박병장 포함해서 다섯 명만 겨우... 이 중 송하사는 아무래도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저기.. 나지수는요! 송하사 곁에 붙어 있었을 텐데.. 나일병, 전일병하고 동기지? 걱정하지 말게. 상체에 골절 징후가 있고 이곳저곳 가벼운 파편상을 입긴 했으나, 치명적인 중상은 아니야. 나지수 그 고문관도 억세게 운 좋은 놈이여. 그나저나 애인이 그 지경이 되어 어쩐다..? 김하사! 이 판국에 그런 농담이 나오나?! 동료 분대장의 불행에 슬퍼하진 못할망정... 으깨진 어둠을 헤치고 무전병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소대장님, 십여 분쯤 뒤면 UH-1 두 기씩 20분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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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다 안다고 외치는 무지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1. 26. 03:22
경미, 그간 잘 지냈어? 만개한 벚꽃이 천지에 흩어져 있는, 4월의 오후가 따스하구나. 우리 학교는 이제 중간고사 기간으로 접어들었어. 그쪽도 그래? 다름이 아니고, 또 한 번 염치없는 실례를 무릅쓰고자 이렇게 펜을 들었다. 5월 6일 오후 7시 전후로 우리 학교 정문에서 봤으면 좋겠어. 별 다른 뜻은 없고 그저 얘기나 좀 나누고 싶어서.. 갑작스러운 편지 공세에 그동안 많이 당황스러웠지? 이제 와 곰곰 생각해 보니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하는 자책감이 들더라. 이 점 사과도 할 겸 얼굴 한 번 보고 싶구나. 첨이자 마지막으로 여길 테니 내 소원 들어주겠니? 그렇다고 절대 부담은 갖지 마. 바빠 시간이 없어서 혹은 다른 약속이 있어 못 나오거나, 그냥 나오기 싫어서 안 나와도 난 괜찮아. 괜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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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녀 2이상한 병사 (상준 외전) 2022. 11. 25. 15:13
전상병을 선탑자로 태우고 쓰레기 하치장으로 출발한 육공트럭이 읍내를 통과하는 중이다. 내가 선탑을 다 해 보다니, 정말이지 거꾸로 달아도 잘만 가는 게 국방부 시계였군. 아쉬워.. 제대할 날을 손꼽는 나, 어쩔 수 없는 놈인가. 이곳이 좋아 말뚝 박을 이유가 내겐 무궁무진한데. 타락해도 "순진한 시공"이라서 숨 쉴 만은 한데. "치밀한 명분"도 태생이 어수룩하여 정감이 가니, 못난 나라고 해도 한껏 비웃으며 우쭐할 수 있어 좋은데. 공포와 고통을 앞세운 "설레발"들이 평화롭게 합심하여 자신들 놀고 쉴 곳 마련하는 전장이라 맘에 드는데. 단장을 거듭하는 "멀끔한 예정"만 따로이 불로장생하며 은밀하게 난공불락을 축조하여도 어차피 따로 노는 허술함이라, 새침한 우울조차 한 편의 희극 보듯 키득거리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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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녀 1이상한 병사 (상준 외전) 2022. 11. 25. 00:33
전상병! 너 오늘 오후 훈련 열외다. 점심 먹고 나서 애들 두 명 델꼬 쓰레기장 투입해! 내무반장 송병장이 뒤늦게 식사하러 내려오다, 짬 식히는 나를 불러 넌지시 건넨 전달 사항이다. 그래 내가 젤 만만하겠지. 물상병 둘씩이나 놔두고 나를 시켜? 하긴 뭐 이등병 때부터 찍힌 군번 상병 달았다고 달라질까. 난 저들에게 상병 3호봉이 아니야. 그저 애물단지 영원한 일병일 뿐.. 각종 폐기물과 고철 쓰레기 등이 한 데 뒤엉켜 커다란 둔덕을 형성한 쓰레기장. 그 언덕(?) 위로 세 명의 장병이 등정하듯 올라가 있다. 하나같이 디딤발이 불안정한 위태로운 자세다. 강원도의 매서운 추위가 겨울의 막바지를 쥐고 흔들며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 셋의 차림은 단출한 체육용 트레이닝복. 저녁식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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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꿈계의 월남전꿈계의 월남전 (판타지) 2022. 11. 23. 23:34
음.. 망각이 삼켜버릴지라도, 하여간 여긴 네 아버지가 어떤 형태로든 등장하고 있으니까, 네 아버지의 꿈속이기도 하다? 고로, 상대성 논리에 입각하여, 네 아버지 꿈 속 인물들 중 하나인 이 녀석도 네 아버지의 상념 투영물이 되는 것이니, 내가 이놈한테로 스며들었다 한들 하등 이상할 건덕지는 없다?? 너.. 알고는 있냐? 이런 걸 두고 궤변이라 하는 거다! 으휴! 기껏 설명하면 딴지나 거는 네놈을, 뭐가 이쁘다고 근원우주께선 이토록 챙기시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 나지수란 맹랑한 녀석 말이야.. 발현 여부를 떠나, 동성애 기질이 의식 저변에 잠재되어 있는 것만은 확실하지 않겠어? 그러니 요렇듯 야리꾸리함이 철철 넘쳐나는 꿈을 즐기는 걸 테지. 황당하긴 해도 그 정돈 이해가 간다 이거야. 그러나 월남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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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지이상한 병사 (상준 외전) 2022. 11. 13. 21:05
중대 꼴통 정하사가 나를 불렀다. 전일병 이누무시키 후후, 이병 딱지 떼니까 정신없던 아랫도리가 슬슬 기지개를 켜지? 엉덩이를 워커 발로 툭 치며, 이제는 익숙해진 능글맞은 농지거리를 어김없이 던진다. 널 이뻐라 하는 이 정하사가 오늘 인심 한 번 썼다. 오늘 나하고 외출이다. 지금부터 5분 준다. 후딱 준비하고 행정반으로 칼같이 튀어왓! 싫다. 귀찮고 피곤하다. 그에게 구속 되어 하릴없이 다리품을 판 경험이 저번에도 있던 터라 그렇고 당시 눈치없이 그를 따라나섰다 복귀 후 소대 내에서 호되게 당한 후환 때문에라도 그렇고 무엇보다, 주인 잃은 초췌한 그리움이 산발하고 돌아다닐 읍내에 난 더 이상 나가기가 두렵다. 토요일이지만 오늘은 우리 소대에 특별 사역이 할당돼서 말입니다.. 어쭈구리, 그래서 특급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