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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불장난지수 이야기/이상한 사춘기 2023. 5. 5. 11:29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내가 이런 지옥에 떨어진 걸까. 차라리 옥상에서 뛰어내려 버릴까..' 지수 하는 짓이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연거푸 두 잔을 들이켜는 민호. 인마! 나 술 취하면 무섭다!? 여기서 확 던져 버리는 수가 있어! 최소한 맥주 한 병 다 까기 전엔 여기서 걸어 내려갈 꿈도 꾸지 마! 알았어? 담배연기만 푸우푸우 공중으로 뿜어대고 있던 철용이 한 마디 거든다. 쟤, 술 먹고 꼬장부리기 시작하면 나도 감당 못 한다. 미스 나, 담배는 피울 줄 알아? 한 번도 안 펴 봤어. 그럼, 술은 놔두고 이거나 한번 빨아 봐라.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지수의 코앞에 들이민다. 이거 피우면 술 안 마셔도 돼? 너 하는 거 봐서.. 어휴, 저 여우 같은 새끼.. 또 통빡 굴리네. 국민학교 때 호기심으로 제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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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끝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5. 3. 18:48
'이럴 수가.. 비명의 연속이군. 맘에 드는 꿈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엽기적인 것이 탈이란 말이야. 이것 좀 보라고, 글쎄.. 이건 정말이지 상상력 하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내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야. 저 해골이 내 얼굴?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주름진 두피 하며..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푸석푸석한 가죽만 남아 팔순 노인보다 더 늙어 보이는, 저 기분 나쁜 놈이 정녕 나란 말인가! 움푹 꺼진 눈과 핏발 선 눈알. 눈 밑의 시커먼 그늘.. 송장이 따로 없네. 상태가 이러한데도 이 살 떨리는 오르가슴은 끝이 보이질 않는군. 아으흐.. 으음..' 팔을 살펴보니 더욱 가관이다. 적당한 근육이 붙어 강건해 보이던 팔은 간 데 없고, "앙상한 뼈"만 남아 있다. 지금 이 말은 결코, 말랐음을 강조하는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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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대장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5. 1. 12:24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4) 막사 내부 사정은 더욱 말이 아니었습니다. 외부에서 본 비참한 광경이 막사 안의 벽과 천장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살아도 산 게 아닌 합체된 "이상 생명체"들이 미약하게나마 여전히 꿈틀대었고, 머리 부위가 내부로 향하고 있는 형체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본래의 육성을 상실한 채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높낮이가 없는 일정하고 메마른 톤들이 흡사 사물 간의 마찰에 의해 생성되는 무미건조한 소리 같았으나 변형 전의 성격들을 반영한 듯 크거나 작은 내지는 빠르거나 느린 다양한 패턴으로 끊김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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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초월(超越)을 거니는 고독 1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4. 30. 10:29
먼 옛날에는 사람에게도 꼬리가 있었다지요. 귀찮은 족속이 먹이를 가지고 장난치거나 앙탈 부리며 대열에서 이탈할 때, 족장은 달려들어 그들의 꼬리를 잡아당기면 되었어요. 덜 미운 놈의 꼬리는 지그시 잡아 꾹 눌러 겁만 주었고, 많이 미운 놈의 꼬리는 끊어질듯 당기는 것도 성에 안 차 이빨로 물고 잘근잘근 씹었대요. 너덜거리는 꼬리를 강물에 담그어 식히면서 그 어지간한 족속은 눈물 대신 돌을 갈았어요. 퉁퉁 불은 꼬리를 바위에 걸쳐놓고 정성껏 다듬은 돌칼을 들어 한 번, 두 번, 서너 번 내려찍었어요. 머언 훗날, 귀찮은 족속의 후손은 눈물 대신 언어를 달굽니다. 그들에겐 잡힐 꼬리가 없습니다. 없는 꼬리를 잡아당길 눈먼 족장도 없습니다. 그러나 꼬리의 흔적은 그들 몸 안 구석구석을 떠돌기 때문입니다. 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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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쾌락 주의보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4. 12. 18:24
친구여, 저것이 조금 전까지 고통을 호소하며 SOS를 요청하던 내 오오라 맞습니까?! 음탕귀의 영향권 내에 완전히 흡수된 상태라네. 당시 자네의 의식을 그것이 백 퍼센트 점령해 버린 꼴이지. 악귀가 퇴행된 오오라를 포섭하여 3차원 육신을 지배하게 되면, 숙주는 의식의 진동수가 현저하게 떨어져 사고가 거칠어지고 어린애처럼 단순해지기 마련이네. 약한 상대에겐 유치한 우월감을 폭력적으로 행사하고 싶어 하는.. 한마디로, 2차원적 상념 패턴에 얽혀 들어 야수가 되어간다고나 할까.. 짐승이 4차원 어쩌고 외계인 어쩌고 떠벌리는 게, 우습기만 하군요. 자신이 차지한 그릇"에 새겨진 상념 자료를 마귀가 무의식 중에 활용하고 있을 따름이야. 이 자료란 게, 감염된 오오라의 수준에서 웅성대는 "꿈속 환청"에 불과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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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합체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4. 10. 11:49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3) 자신보다 더 어려진 아저씨로부터 적응하라는 훈계를 듣는 자체가 이미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보다 한술 더 뜬 광경 앞에서 아저씨의 황급한 주의가 귀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교육(?)생들의 내무반이랄 수 있는 제3막사의 끔찍한 몰골에 비하면 1 막사는 그나마 평범한 수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거두절미하자면, 말 그대로 "거두절미"된 모습들이 널브러져 있다고나 할까요. 괴 넝쿨과 이끼류에 점령당한 지 오래인 외벽과 지붕의 모양새는 1 막사와 다를 바 없었으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그것들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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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한배를 타다지수 이야기/이상한 사춘기 2023. 4. 7. 13:31
미스 나, 괜찮냐? 신축 중인 연립주택 건물과 마주 보고 있는 그 문제의 상가 벽면에 등을 기대고 지수는, 여러 번 한숨을 쉬며 놀란 위장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사내 자슥이 그리 비위가 약해 빠져서 어따 쓰겠냐. `나보고 사내 자식이라고? 철용이 녀석, 약 먹었나..' 노랗던 낯빛이 창백함으로 바뀌었으나 혈색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너두 인제 알 거 다 아는 나이 아니냐. 널 진짜 남자로 만들어 주려고 우리가 여기 데려온 건데, 우리 성의도 모르고.. 너 참 너무한다 야. 미안해, 철용아.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니들 말대로 재밌는 것 같긴 한데 (지수의 거짓말임) 처음 보는 거라 그런지 좀 그렇더라.. 너무 충격적이고.. 솔직히, 더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철용이 그의 등을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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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골목을 거니는 고독 2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4. 5. 15:50
노를 저어 호수를 건너면, 고성(古城)의 지붕에 걸터앉아 나그네의 갈증을 잡아끄는 부푼 유방이 보입니다. 숨바꼭질하는 소녀들이 숨어든 첨탑에서 팽팽한 탄식(嘆息)이 내려옵니다. 불안한 사랑이 주름 펴는 넋두리에 잠시 눈멀어도, 나그네는 마냥 좋기만 합니다. 짝을 찾아 방황하는 어여쁜 이여. 눈을 감으면, 몰래 뒷맵시를 살피는 애절함이 보이지 않습니까. 수려한 "한 평"을 여행하는 미끈한 구두여. 상식을 돌아 명승지를 비켜 가는 나들이도 있답니다. 한 평을 수호하는 사랑이어야 포옹을 결심하는 이여. 한 평 너머 아득히, 남자도 여자도 아닌 뒷맵시를 살피려고 밀려 오는 잔잔함이 있습니다. 더없이 다정하게 그대를 밀어내는 잔잔함입니다. 도둑맞은 자전거를 찾아 아버지와 아들이 방황하는, 지독한 현실의 골목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