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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합체
    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4. 10. 11:49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3)

     

     

     

     

    자신보다 더 어려진 아저씨로부터 적응하라는 훈계를 듣는 자체가 이미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보다 한술 더 뜬 광경 앞에서 아저씨의 황급한 주의가 귀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교육(?)생들의 내무반이랄 수 있는 제3막사의 끔찍한 몰골에 비하면

    1 막사는 그나마 평범한 수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거두절미하자면,

    말 그대로 "거두절미"된 모습들이 널브러져 있다고나 할까요.

     

     

    괴 넝쿨과 이끼류에 점령당한 지 오래인 외벽과 지붕의 모양새는 1 막사와 다를 바 없었으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그것들과 더불어 인간들의 것으로 보이는 신체 일부들이

    여기저기 부착된 채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흘긋 보면, 마치 잔인무도한 사이코 살인마가

    희생자들의 팔과 다리, 상반신과 하반신, 머리와 몸통 등을

    가로 세로 또는 사선으로 (다양한 비율에 따라) 매끈하게 잘라낸 다음

    잘린 면에 강력 접착제를 칠갑하여 벽에 다닥다닥 붙여 놓은 듯하였으나,

    그것은 착시에 불과하였음이 다가갈수록 명확해지고 있었습니다.

     

    믿기지 않아 눈을 여러 번 비비며 살펴보아도

    사지를 비롯한 신체의 부분들이 확연하게 혹은 가느다랗게 꿈틀거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 지경임에도 생명이 붙어 있다는 것인지..

    보이는 면만 줄잡아도 이삼십여 명은 족히 될 듯한 사람들이

    목재와 시멘트, 벽돌 등 재질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지붕에 이르기까지 온갖 방향으로 박혀 있는 모양새였습니다.

     

     

    살아서는 처음 보는 이 기괴한 광경에 지수는 어안이 벙벙하여 말문이 막힌 지 오래였습니다.

    실로 기막힌 장면들을 목도해가며 예까지 왔음조차 잠시 잊을 만큼

    지금 맞이한 상황이 훨씬 강력하게 그를 압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단순히 틈에 박혀 옴짝달싹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무기물인 건물 재료들과 접합하여 일체화가 되어 있단 표현이 더 옳을 것 같습니다.

    전자라면 건물을 부수어서라도 저들을 구해내었겠지 저리 방치하지는 않았을 터.

     

    뭐랄까

    분자나 원자의 차원에서 유기체와 무기물이 융합하여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로 치환된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생존자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저렇게 놔둔 것은 아닐까요.

     

     

     

     

     

     

     

     

    차원 간 시공 이동의 거친 과정을 통과하면 종종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다.

     

    3차원 생명체의 영과 육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스타게이트를 통한 텔레포트가 이뤄지면

    이때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양자 수준의 영육 재조합 시 저러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심리적 육체적으로 특정 범위를 넘는 쇠약함이나 질환을 보유한 생명체의 경우

    이렇듯 낮은 수준의 "스타게이트 텔레포트" 방식이 적용될 때

    순간이동의 성공 확률은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꿈 속인 것을..

     

    자세히도 설명해 주시는군요. 뭔들 못 일어나겠냐고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라는 게 꿈에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곳에 고립된 인원들이 전부 드림바디일 거란 고정관념은 버려라.

     

    물론 꿈이나 "꿈속 꿈", 불완전한 자각몽 등에서 창조된 드림바디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몇몇은, 이 역사가 기획되고 있는 상념계로부터 실제 사건을 겪으며 유입된 케이스들이다.

    이들의 숫자도 결코 무시할 수 없기에 이들의 현실을 근거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3차원 지구로부터 4차원 영역인 꿈계로 생생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옮겨져 버린 체험자들이다.

    잠을 통해 무의식의 바다를 항해하는 (꿈계로의 일반적인) 여정과는 아주 딴판인 희소한 케이스이지.

     

    뭐 그렇다 치고요,

    말씀대로라면 저 처참한 형상들은

    부대로 끌려와 고생만 하다 지치고 병들거나 병이 깊어진 것도 서러운데

    종말과 같은 날벼락에 휘말려 끔찍한 고통까지 당하게 된 셈이로군요.

     

    무기물의 특성과 결합한 신체적 변이로 인해 신경 기능이 퇴화하여

    고통은 느끼지 않고 있다네.

     

    불행 중 다행이라 하기엔 저들의 신세가 말이 아니로군요.

    저 상태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절망적 나날들이겠네요.

     

    저들의 뇌기능도 점차 퇴화돼 가고 있다.

     

    사건 초기에는 공포와 절망에 휩싸여 발버둥치거나, 자포자기하여 동료들에게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절박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하기도 하였지. 그러나 현재는

    보다시피 대부분 기계적이고 본능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도저히 알 길 없는 기묘한 섭리가 작용하여 희생자들의 물화를 천천히 진행시키는 양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물화가 완성되어 거뭇하게 혹은 회칠한 듯 굳어 있는 일부 육신들도 보였는데

    이들은 차원 이동 당시 가공할 충격을 못 이기고 즉사하였거나

    노쇠화 정도에 따른 물화 속도의 상대적 차이 때문에 먼저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융합된 재료의 성질을 닮아가며 특이적으로 물화가 진행된 듯한데

    이 안타까운 괴현상의 두드러지고 신기한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목재와 결합된 생체는 죽은 나무의 성질과 비슷한 목화의 과정을 겪으며 사망하였고,

    벽돌이나 시멘트와 결합한 경우에는

    그것들의 분자가 세포를 잠식하며 석회화하듯 스멀스멀 올라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편, 아직 살아 있다 여겨지는 육체들의 완만한 물화 역시 이와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돌처럼 굳어 버린다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돌이 되어가는

    죽음의 과정인데

    설마 이들의 영혼까지 물화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모든 사물에도 영은 깃들이게 마련이지.

     

    개중에는 유구한 세월을 버텨 낸 바위 등과 같이 신령한 아우라를 뿜는 존재들도 있다.

     

    바위를 예로 들자면,

    다른 신령한 기운들이 바위의 아우라에 업혀 바위의 신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무생물의 미미한 아우라가 지난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 바위 자체로 신령해지기도 한다네.

     

    이는, 바위 또는 그것과 결합한 영들이 인과율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영적 진화의 체험이야.

     

    에둘러 얘기하시지만 무시무시한 요점이 숨어 있네요.

     

    결국

    물화의 진행에 맞춰 영혼마저 퇴행하면서, 보잘것없어진 영체가 꼼짝없이 돌덩이에 갇혀 버린단 말이잖아요.

    비록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더라도 영혼은 구원을 받아 인간의 존엄을 향유하길 바랐건만..

     

    솔직히 저들이 그 정도 저주를 받을 만치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찌 보면 시대에 희생 당한 불쌍한 영혼들일 뿐인데요.

    윤회니 카르마니 운운하실 거면 침묵해 주시고요.

     

     

     

     

     

     

     

     

    죽음의 형태가 저런 식이면 멀쩡한 생존자들에게는 어쨌든 다행이겠습니다.

    훼손될 사체가 아니라서

    양분을 찾아 촉수를 꽂을 괴식물들의 범람은 걱정 안 해도 될 테고,

    부패하지 않아 - 참지 못할 - 악취로부터도 자유로울 테니 말입니다.

     

    먼저 떠나는 이들의 작은 배려인 듯하여 서글퍼지기까지 하네요.

    실제로 막사와 지근거리에 위치하였는데도 시취는 풍겨오지 않고 있어

    제 추론이 공고해져 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꿈계의 어린 지수에게는 이런 사실이 그다지 위안거리가 되진 않는 모양입니다.

     

    우선 극도로 혐오스러운 비주얼만으로도 위장의 평안은 끝을 고하려는지,

    쓰러지듯 철퍼덕 엎어져 변변히 먹은 것도 없는 (위액이 대부분인) 내용물을 게워내기 시작합니다.

     

     

     

    ※ 이 아이한테 입식 후 나는 얘가 뭘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저건 아마 나와 도킹하기 전에 아이가 먹은 것들이겠네.

     

        아니 그런 게 아니지.

        꿈주는 무의식의 바다에서 꿈의 주요 내용들만을 건져 인지하기 때문에

        의식의 스위치를 자유자재로 온오프 하며 꿈을 꿈답게 압축하여 체험하지만,

        꿈이 그의 세상이자 인생인 드림바디는

        자신을 창조한 꿈주의 있고 없고 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삶을 살아간다 했어

        시간에 철저히 종속되어 사는 이 세상 인간들처럼.

        

        맞아. 스토리 전개상, 내가 꿈계로 들어오고 최소 일주일 이상은 지난 시점이야.

        주요 사건이 아닌 일상의 흐름은

        꿈주 - 혹은 나 - 에게 무의미하여 기억의 영역에서 제외되지만,

        드림바디는 착실하게 그 미싱 링크 안의 흐르는 시간을 밟아 생활이란 걸 영위하여 왔다.

        그러므로 이 아이는

        적어도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을 챙겨 먹었을 테고

        소화가 덜 된 소량이 위액에 섞여 올라온 것이겠지.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이 엄청난 충격과 만나 구토를 낳은 것.)

     

     

    열두 살의 아저씨가 얼른 다가와 그의 가녀린 등을 작은 손으로 제법 맵게 두드려 주었습니다.

     

    이해해요.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저들도 우리의 동료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답니다. 유감스럽게도 모습은 많이 망가졌지만

    저들의 삶에 대한 희망과 애착은 우리와 다를 바 없어요. 아니 우리 이상입니다.

     

    군인들이 심하게 반대하고 가만두지 않겠다 매일 협박하지만

    우리에게 배급된 식량을 줄여가며 이분들을 끝까지 거두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와 동고동락한 이분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요.

    머잖아 감정이 사라질 테고 그러면 배고픔과 음식을 삼키는 즐거움도 함께 사라지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돌로 변하는 최후의 시간까지 그들과 함께 하며 그들을 먹이고 돌볼 거예요.

     

    그 옆에서 둘을 물끄러미 내려보던 상준이

    왜 아니겠냔 식으로 한마디 거들고 나옵니다.

     

    우리 기를 꺾으려 무진 애쓰는 군바리들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에 생트집을 잡으며 발악을 하는 거지.

     

    놈들의 총이면 눈엣가시 같은 저들을 당장 요절내고도 남을 텐데 왜 건드리지 않고 놔두는 줄 아는가?

     

    가장 큰 이유는 저렇게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주는 불치병 환자들에게 공연히 총알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속 때문이지. 전혀 위협 요소가 되지 않는 것에 신경 쓸 까닭이 없단 얘기야.

    가뜩이나 바닥나게 생긴 식량이라도 축내면 모를까 우리가 우리 먹을 분량 아껴 저들에게 주겠다는데

    놈들로선 당장 이 일로 핍박할 명분은 없다고 봐야지.

     

    언제든 꼬투릴 잡으려 우릴 예의주시하지만 놈들로서도 일종의 궁지에 빠진 느낌일 것이야.

    힘을 보탤 한 명이 아쉬운 비상사태에서, 공동의 적에 대항해 줄 우리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겠지.

     

    우릴 잠재적인 적으로 계속 간주할지 말지는 놈들의 자유지만

    그래봤자, 코앞에 다가온 악의 실체가 실질적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히는 지금 상황에서

    그게 과연 득이 될 건가는 놈들이 더 잘 알 테니까.

     

    사실 이곳에 고립되기 전에

    놈들은 우리와 같은 교육생들을 오백 명이나 관리하고 있었다.

    말만 번지르르 교육생이지 죄수만도 못한 (짐승은커녕 통나무) 취급을 당하는 오백 명이었어.

     

    그런데 천재지변이 발생하면서 막사 세 개만 덜컥 여기로 동댕이쳐진 거지.

    중대 병력과 오백 교육생 중에서, 군바리 팔십여 명과 교육생 백 명만 여기에 낙오한 셈이야.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내부 분란을 일으킨다는 건 자살행위라 판단한 온건 실속파가

    우릴 개돼지 취급하는 살기등등한 강경 막무가내파를 간신히 설득하여

    지금 같은 살얼음판 평화나마 유지되고 있던 건데,

    그것도 오늘로써 마지막일지 모르겠네.

     

    전멸하면 평화가 무슨 소용이겠나.

     

     

    두 번에 걸친 생지옥이 펼쳐지면서 이미 많은 목숨이 우리 곁을 떠나갔지.

    군바리들을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지만 이젠, 우릴 합친 총인원이 백 명이나 되려나..

     

    놈이 워낙 막강하여 두 차례 결전을 거쳐 오는 동안 우리 쪽은 너무 지쳤고 사기도 많이 떨어졌어.

    솔직히 전의를 상실한 지 오래라 어쩌면 놈의 이번 습격이 우리의 마지막일지 몰라.

    배고픔에 꾸준히 시달려 기운이 다 빠진 우리가 그 무지막지한 놈을 어찌 이기겠어?

     

    두 번에 거의 절반이 죽어나갔지만 그건 그나마 죽기 살기로 잘 싸워 준 결과야.

    나머지 절반은 이번 한 번의 공격에 다 사라지고 말겠지.. 

     

     

    형,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진 마.

    우리에겐 정신적 지주가 계시잖아.

    놈의 거듭되는 공격 때문에 우리 모두 공포로 피폐해졌고,

    식량 부족으로 인한 인내의 한계를 체험하면서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져

    우리끼리 헐뜯고 "저 불쌍한 분들을 위하는" 초심이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을 때에도,

    그분이 우릴 바로잡아 주셨잖아.

    급박하게 몰아치는 이런 재앙 속에서 우리 모두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도

    다 그분 덕택이잖아.

     

    그러니 우린 오늘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도련님을 데리고 일단 그분께 가보자.

    지혜로운 그분은 우리 도련님에게도 분명 버팀목이 되어 주실 거야. 형.

     

     

    아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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