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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도플갱어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5. 24. 14:48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5) 그것은 텔레파시가 아니었습니다. 성대가 온전할 리 없을 텐데, 다른 희생자들의 웅얼거림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소리였습니다. 모든 방향으로 당겨져 찢어질듯 확장된 그래서 닫히지도 않는 입술과 구강 안에서, 옆으로 퍼져 가로로 길어진 혀가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말을 해도 폭포수처럼 침 같은 게 흘러내리는 바람에 그의 밑에는 고무대야가 놓여 있을 정도였습니다. 가래 끓는 밭은기침과 고르지 않은 호흡에 시달리면서도 어린 지수가 (그리고 저도) 불편함 없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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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상한 누나지수 이야기/이상한 사춘기 2023. 5. 19. 18:57
'얘가 어찌 된 일이야. 9시가 다 되었는데 들어올 생각을 않네?'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유모는 걱정이 되어 밀린 설거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평소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어른과의 약속은 결코 어긴 적 없는 아이라 일찍 들어오겠단 얘기만 철석같이 믿고 -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만치 몹시 분주하단 핑계로 -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이제 와서 뼈저리게 후회되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2차로 마련된 응접실 술자리에서 저마다 취기가 돌아 흥겹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양주잔을 돌리고 있는, 지수의 아버지와 그 형제들. 안방에서는, 그들의 부인들이 따로이 모여 맥주 파티를 위한 한상을 거하게 차려놓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태롭게 유지하는 가운데 자질구레한 잡담들이 활발히 뛰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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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 전 상서(前 上書)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5. 17. 16:12
각하, 앨빈 토플러의 진단을 새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저흰 이미 정보화 사회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죠. 헤헤.. 그러므로 "정보화 세상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어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등의 문제 제기는 시대에 한참 뒤진 진부한 위기의식이며 유효 기한 지난 숙고일 따름입죠. 따라서 "SF 판타지에나 등장하는 정보화의 극단 발현은 가까운 미래에 가능성으로 다가올 수는 있을지언정 현재 당면하여 체감하는 정도의 수준과는 아직 거리가 있기에, (부정적 사고방식이 유추하여 제시하는) 첨단 정보화 인프라 및 소프트웨어 제반 시스템의 치명적인 부작용들과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형성하는 절망적 미래상에 대하여는 차근차근 학술적으로 접근하여 꼼꼼히 진단해 볼 시간이 충분할 것으로 사료되며, 사회 유지/번영을 위한 상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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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멀티시공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5. 15. 16:35
친구여, 이것이 당신이 설명한 최소한의 개입입니까? 음탕귀의 세부 활동 양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시간여행의 목적이라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음탕귀 박멸까지는 얘기가 없었던 걸로 아는데... 그렇다네. 좀 전에 언급한 돌발 상황이 (엄밀히 따지면 초과학적 측정을 통해 예견한 "돌발"이지만) 막 발생하여 한 치 오차 없는 계산으로 정밀 대응을 하였으니, 안심하게나.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당신들의 호전적인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괜스레 신경 쓰이고 불안했더랬습니다. 아무튼 감사드리고요.. 방금 궁금한 게 한 가지 뇌리를 스치네요. 지금껏 저와 동행한 당신이 직접 조치를 취한 듯 말씀하시는데요.. 저 위의 검은 구름은 미래에서 날아온 당신이라고 설명해 주지 않으셨나요?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저 밤하늘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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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초월을 거니는 고독 2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5. 11. 14:28
돌이 부서져도 작품이 된다. 돌끼리 부딪쳐도 작품이 된다. 석공은 작품을 만들고 작품은 석공을 만든다. 석공이 버리는 작품은, 작품 이전의 무엇이고자 석공이 없는 곳을 향하여 돌아 눕는다. 작품이 버리는 돌은, 돌 이전의 무엇이고자 작품이 없는 곳을 향하여 돌아 눕는다. 돌이 아니어야, 흙도 아니고 먼지도 아니어야, 석공은 일손을 놓는다. 아줌마, 아기가 우네요. 저 여물지 않은 손바닥을 기어 다니는 별들이 무거워서가 아니고요, 그냥 배가 고파 울어요. 낯선 태양들이 차곡차곡 열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그물처럼 그어진 손바닥인데도 손이 아파 우는 아기는 없고요, 단지 배고파 울 뿐이니까 젖이나 물려 재우세요, 손금 봐 주는 아줌마. 아저씨, 나무가 시드네요. 파릇한 잎새로 올라와 하늘을 만지려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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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객기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5. 8. 17:47
다음날 조회 시간. 본사 차원의 "매출 목표 수정안"에 부화뇌동하여, 고객이 (사장이?) 요구하는 과제의 빠짐없는 완수를 위해 목표치 초과 달성에 자만하지 않는 활기찬 도전 정신의 재무장과 분발을 팀장이 새삼 촉구한 가운데, 그의 고압적 격려를 수용한 사원들은 그간 왠지 비능률적인 업무 태도를 고수하기라도 한 것 같은 자발적 집단 최면에 종속되어 자신들의 노고를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당치 않은 겸손에 도취한 채 실속 없는 긴장을 움켜 쥐고 아침부터 이리저리 바쁘게들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날따라 치하를 명분으로 고위급 경영진들은 줄줄이 시찰을 나왔고, 중간 관리자급 나리들은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적어도 그날 하루 만은) 여기저기 애면글면 작업 현장을 기웃거리거나 직속 사원들을 달달 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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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불장난지수 이야기/이상한 사춘기 2023. 5. 5. 11:29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내가 이런 지옥에 떨어진 걸까. 차라리 옥상에서 뛰어내려 버릴까..' 지수 하는 짓이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연거푸 두 잔을 들이켜는 민호. 인마! 나 술 취하면 무섭다!? 여기서 확 던져 버리는 수가 있어! 최소한 맥주 한 병 다 까기 전엔 여기서 걸어 내려갈 꿈도 꾸지 마! 알았어? 담배연기만 푸우푸우 공중으로 뿜어대고 있던 철용이 한 마디 거든다. 쟤, 술 먹고 꼬장부리기 시작하면 나도 감당 못 한다. 미스 나, 담배는 피울 줄 알아? 한 번도 안 펴 봤어. 그럼, 술은 놔두고 이거나 한번 빨아 봐라.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지수의 코앞에 들이민다. 이거 피우면 술 안 마셔도 돼? 너 하는 거 봐서.. 어휴, 저 여우 같은 새끼.. 또 통빡 굴리네. 국민학교 때 호기심으로 제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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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끝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5. 3. 18:48
'이럴 수가.. 비명의 연속이군. 맘에 드는 꿈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엽기적인 것이 탈이란 말이야. 이것 좀 보라고, 글쎄.. 이건 정말이지 상상력 하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내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야. 저 해골이 내 얼굴?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주름진 두피 하며..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푸석푸석한 가죽만 남아 팔순 노인보다 더 늙어 보이는, 저 기분 나쁜 놈이 정녕 나란 말인가! 움푹 꺼진 눈과 핏발 선 눈알. 눈 밑의 시커먼 그늘.. 송장이 따로 없네. 상태가 이러한데도 이 살 떨리는 오르가슴은 끝이 보이질 않는군. 아으흐.. 으음..' 팔을 살펴보니 더욱 가관이다. 적당한 근육이 붙어 강건해 보이던 팔은 간 데 없고, "앙상한 뼈"만 남아 있다. 지금 이 말은 결코, 말랐음을 강조하는 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