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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불길한 예감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6. 23. 13:56
보아하니 집 안은 비어 있는 것 같다. 오늘이 평일의 오후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재래식 마루의 미닫이 유리문은 활짝 열린 채였고, 상준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마루 위에 걸터앉았다. 순간, 맞은편 작은 방의 닫힌 문 틈으로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여자가 내는 소리임엔 분명한데, 어머니나 누이동생의 소리는 아닌 듯했다. 문득 짐작 가는 데가 있어서, 그는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방으로 다가갔다. 방문은 완전히 닫혀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소음이 나지 않게 조심조심 틈새를 벌릴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은 상준의 몸을 떨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흰 담요 위에 반듯이 누워서 치마를 발목까지 걷어 내린 다음, 역시 반바지가 홀랑 벗겨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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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꿈계 시스템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6. 19. 14:23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7) 말씀만으로도 든든합니다. 부디 끝까지 저를 보호해 주소서. 그러마. 좀 전의 얘기를 더 하자면, 꿈속 드림바디들의 자각을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자각몽으로 옮겨오는 것이 실패로 돌아가게 될 시, 최악의 경우 그들을 미련 없이 희생시킬 각오도 되어 있다. 여러 단계의 악몽계에 거주하는 드림 바디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악몽계를 터뜨려 사라지게 하는 최후의 방법만이 남게 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얘기지. 그만큼 우리는 단호하지만 지수 너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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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탈의 시작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6. 15. 16:02
깜빡 잠이 또 든 것 같다. 누군가 상체를 세게 흔드는 통에 상준이 눈을 떴다. 오빤.. 사람 불러놓고 이렇게 쿨쿨 잠만 자기예요? 이 양의 벌거벗은 몸이 한눈에 들어온다. 으음.. 민아는? 하이고, 눈꼴 시어라. 오빠 애인, 도망 안 갔으니 걱정 마세요. 지금 열심히 샤워하고 있답니다. 이 양 말대로, 목욕탕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안심한 그가 이 양을 안아 올려 침대에 던진다. 그녀의 - 나이에 비해 - 풍만한 가슴이 출렁이며 상준을 자극한다. 저기 말이야. 아까 나랑 같이 온 일행들은 언제쯤 나갔니? 그 아저씨들요? 오빠 나가고서, 한 삼십 분 정도? 오빠 때문에 술맛 떨어졌다고 투덜대면서들 일어나더라고요. 오빠가 우리 집 매상 떨어뜨린 거 알기나 해요? 야, 그 인간들 원래 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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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숙이지수 이야기/이상한 누나 2023. 6. 12. 20:57
벌렁 나자빠지면서 뒤통수를 벽에 찧었는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 오만상을 찌푸리는 도깨비의 입에서 성질 더러운 계집애의 앙칼진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졸지에 컬트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지수의 경련하던 위장은 그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을 멋지게 재현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악마의 진액인 푸른색 토사물을 뿜어 올릴 절묘한 타이밍에 도달하였다. (이것은 비몽사몽의 환상 속에서 우쭐대는 위장의 소망일 뿐 실제로는 단순히 위액과 음식물 찌꺼기의 지저분한 콜라보가 현실을 망쳐 놓을 태세를 취하는 것에 불과했다.) 야! 너 왜 그래?! 어맛!? 얘 눈알 뒤집어지는 것 좀 봐. 야, 아직 안 돼! 여긴 내 방이란 말야. 조금만 참아! 알았지?! 여자가 미닫이문을 열고 후닥닥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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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위기 속으로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6. 7. 20:16
레이저 빔을 연상케 하는 정체불명의 광선이, 해골 인간의 뒤통수를 때림과 동시에 그대로 관통하여 미영의 양미간을 적중시켰다. 십 분의 일 초간 시간은 정지하였고, 괴물 남근의 요도 입구에선 검은 기운이 오징어가 내뿜는 먹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미영의 이마 위 50센티 공중에 뜬 채 그녀의 정수리를 빠져나오는 (상대적으로 작은) 검은 연기 뭉치 같은 것과 합쳐졌다. 그렇게 형성된 거무스름한 미니 먹장구름은 새까만 공처럼 축소 응집되면서, 고압력의 고통에 시달리는 듯 이그러졌다 펴졌다 몸살을 앓는 것 같았다. 그것은 고무공의 질긴 거죽과 유사하게 피막화 하였고, 그 속에 갇혀 버린 무언가가 이리저리 날뛰며 발악하는 양상이었다. 이때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실치 않은 (사람인지 짐승인지도 분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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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드림 마스터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6. 5. 17:04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6) 3차원 시간 개념을 적용하자면 나 또한 지구에서 태어난 "미래의 지구인"이며, 나의 지구에서 나는 히말라야 도인 학교 소속 화이트 드림 마스터 양성소의 정예 학생 그룹 일원으로 재학 중에 있단다. 참고로 그곳에서 내 나이는 너와 비슷해. 네 또래의 젊은 청년이지. 그렇다고 편하게 친구 하자는 얘긴 아니고.. 더욱이 네가 내 먼 조상뻘이 되는 격이라 너로선 나를 깍듯이 대하는 게 조금 억울한 측면도 있겠으나, 적잖은 나이에 이 지경이 된 내 드림바디를 봐서라도 기본적인 예의는 계속 지켜주기 바라네. 지금도 자넨 충분히 예의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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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민아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6. 1. 11:12
무식하게 밀어붙이면 불가능이 없다는 진리(?) 위에 외부 과시용 과학적 합리주의를 양념으로 가미하고, 다채로운 기법과 이데올로기로 적당히 얼이 빠진 무식한 일꾼들에겐 결실의 설탕가루가 겉에만 감질나게 뿌려져 있는 (거창한 생색으로만 가득 채워진) 공갈빵을 하나씩 입에 물려 지혜(?)로운 착취에 대한 불평과 잡음을 적절하게 입막음하며, 진정한 분배 및 복지 대신 인간의 생명을 갉아먹는 환경오염과 - 실현을 배제한 - 장밋빛 설계들만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는 기적. 공생을 무시한 노골적 이윤 추구가 자멸을 초래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기본 상식이자 민중의 서슬 퍼런 경고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경영의 교리 삼을 땐 언제고, 이젠 스스로 터득한 참신하고 세련된 모토인 양 은근슬쩍 잘 난 척까지 하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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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초월을 거니는 고독 3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5. 31. 13:20
너와 나 사이에 알록달록한 호흡이 있다. 영악한 자비가 있다. 너와 나 사이에는 잔인함이 있다. 잔인하여 강이 흐르고 나무가 자란다. 잔인하여 구름이 생기고 바람이 분다. 너와 나 사이에 부지런한 사랑이 있다. 고함질러도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 가는귀먹은 사랑이 있다. 이 사랑은 부지런하여 해가 뜨고 계절이 바뀐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나린다. 너와 나 사이에 게으른 죽음이 있다. 죽음이 게을러 우리는 모여서 떠나보낸다. 슬퍼하고 잊어버린다. 그렇게 즐기고 만다. 너와 나 사이에는, 없어도 될 투정이 있다. 철든 자도 침을 삼키는, 시침 떼는 기대가 있다. 별한테 떼를 쓰고 바다에게 졸라 댈 투정이, 너와 나 사이에서 만삭의 포만감으로 발아한다. 물살을 잡아당기면 거슬러 오를 수 있지. 흐르는 방향의 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