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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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막사에서 막사로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3. 25. 20:48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2) 도련님! 안에 계세요? 기울어진 평행육면체가, 기정사실화된 몽환성에 불안을 덧입히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속인 듯 물속 아닌 공간을 두려움에 떨며 서성인 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코앞까지 다가선 공포와 혼란스러운 상념에 휘둘리느라, 한참을 흘러 버린 시간도 체감할 새가 없었습니다. 그런 그를 한순간 얼어붙게 만드는 일이 위태로운 정적을 헤치고 급습하였습니다. 최대한 소음을 줄이려는 의도가 다분한 소심한 두드림이었지만, 비좁은 창고 내부에 울려 지수의 극도로 예민해진 신경을 자극하기엔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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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꿈속 꿈으로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3. 15. 16:35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1) 영화 속 슬로 모션인 양 느릿느릿 드러나고 있는 것은 자체발광하듯 번득이는 예리한 칼날이었습니다.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부엌칼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크기나 길이가 보통의 그것에 비해 두세 배는 되어 보였습니다. 잔뜩 머금은 선혈을 바닥에 뚝뚝 떨어뜨리며 등장한 그것은 거대한 야수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연상케 하였습니다. 저렇게 큰 식칼을 쥐고 있는 주체는 보나 마나 한 덩치 하리라 예상 안 한 건 아니나 그래도 반전이 있기를 아주 작게나마 기대했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비현실적 체구가 불쑥 튀어나와 아저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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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꿈 파편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3. 4. 15:16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0) 마스터여 오랜만에 당신의 설명을 들으니 반갑네요. 아저씨가 씩씩거리며 학교로 걸어가는군요. 걱정이 좀 됩니다. 거긴 지금 거대한 괴수로 변한 교사와 좀비가 된 학생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어있을 텐데.. 과연 그럴까. 꿈의 공간은, 무수한 군상의 무의식 세계들이 겹쳐져 있고 꿈 파편들이 수시로 기습하여 불공처럼 쏟아져 박히는 복합 시공이다. 네 생각처럼 그리 단순한 곳이 아니란 얘기다. 활성화하는 의식이 무의식의 난삽한 농간을 서둘러 봉합하고 스토리를 마무리하여 꿈주가 깨어나기 위한 준비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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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호수화(湖水化)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2. 23. 22:37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9) 그런데 박 중사, 저 흉악무도한 죄수들에게 너무 점수를 주지는 말게. 우리 부대가 이 지경에 빠진 뒤부터 언제든 틈만 나면 기회를 노리고 우리의 뒤통수를 칠 족속이니까. 짐짓 잘 따르고 협조하는 척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들이 생존하기 위한 자구책일 뿐이지 나와 부대를 전적으로 신뢰해서가 아니야. 우리가 여기로 떨어진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가고 그간 두 차례의 사변을 포함하여 놈들이 도주를 시도한 게 벌써 몇 번인가. 그런 놈들이야. 그래봤자, 얼마 못 가 이곳은 천지가 감옥이란 것만 깨닫고 그 괴물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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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군인들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2. 14. 15:53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8) 명색이 중대장실인데 전기도 안 들어오는지 (당연히 안 들어올 것 같긴 합니다) 몹시 어두컴컴하였습니다. 먹구름 같은 것의 기습 때문이기도 했지만 창문이 있던 자리를 여러 개의 판자들이 막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창문뿐 아니라 사방 이곳저곳이 부서져 급하게 수리한 흔적들이 너저분한 상태로 눈에 띄었습니다. 언뜻 거지나 양아치 소굴과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잊을만하면 여기가 꿈계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으스스한 위화감들이 꼬리를 물고 튀어나옵니다. 뒤로 곧 넘어갈 것처럼 위태롭게 기울어진 겉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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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삼청 교육대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2. 7. 16:06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7) 먹구름이라기엔 너무도 생경한 저것이 먹구름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공중의 나뭇잎들이 무엇인가에 부딪혀 후드득후드득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립니다. 저것이 뱉어내는 액체가, 과연 보통의 빗물일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일단 시커먼 소나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해야 할지.. 교복이 금방 축축하게 젖어 드는 걸로 봐서 그리고 머리와 피부에 닿는 익숙한 느낌으로 봐서 비라는 걸 의심할 근거가 당장은 희박하지만, 언제 치명적 무기로 돌변할지 몰라 꺼림칙하기 그지없습니다. 다만 쫓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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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공간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 28. 21:36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6) 이때 좀비들의 느리고 낮은 그것과 대비되는 고음의 비명이 지수를 다시 한번 두려움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공포와 고통에 삼켜진 여자아이 특유의 찢어지는 소리였습니다. "비명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소리만 듣고 알 수 없는 상황에 의존하여 무시할 수도 있었으나 불길한 예감에 꽂힌 그는 결코 내키지 않는 행동을 또 해야만 했습니다. 억지로 꾸역꾸역 올라와 산마루를 코앞에 두었을 무렵이었습니다. 뒤돌아 무의식적으로 "괴물 새마을"을 응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꿈에서도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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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정상(非正常) 너머의 비정상(非正常)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 15. 17:11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5) 백번 양보하여 저의 분신을 변호하자면, 이것은 고의적 패륜이라기보다는 ("죽고 싶어지는 공포"를 포함하여) 죽음의 공포를 벗어나려 최후의 발악을 하는 한 마리 짐승의 본능적이고도 처절한 절규가 아닐는지요. 무언가에 홀렸다가 깨어나는 사람처럼 새마을 부장도 주춤하면서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고 그를 잠시 멍하니 쳐다봅니다. 지수 또한 본인의 "비명 같은 고함"에 깜짝 놀라 아차 싶은 생각이 퍼뜩 뇌리에 스쳤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을 새마을의 변화하는 낯빛에서 재빨리 알아차리게 됩니다. 여기서 더 인정사정 안 봐주고 폭주하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