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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 호수화(湖水化)
    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2. 23. 22:37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9)

     

     

     

     

    그런데 박 중사,

    저 흉악무도한 죄수들에게 너무 점수를 주지는 말게.

    우리 부대가 이 지경에 빠진 뒤부터 언제든 틈만 나면 기회를 노리고 우리의 뒤통수를 칠 족속이니까.

    짐짓 잘 따르고 협조하는 척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들이 생존하기 위한 자구책일 뿐이지

    나와 부대를 전적으로 신뢰해서가 아니야.

     

    우리가 여기로 떨어진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가고 그간 두 차례의 사변을 포함하여

    놈들이 도주를 시도한 게 벌써 몇 번인가.

     

    그런 놈들이야.

    그래봤자,

    얼마 못 가 이곳은 천지가 감옥이란 것만 깨닫고 그 괴물에게 혹은 굶어서 죽어 갔거나,

    죽기 직전까지 고생한 다음 복귀하는 수밖에 없었겠지만..

    우린 그저 암묵적인 공생관계일 뿐이라네.

    서로에게 윈윈이 되니 당분간은 살얼음판을 걷듯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며,

    언제 깨져도 이상할 것 없는 (배반을 전제로 한) 관계란 얘기지.

    도주하는 그들을 사살하지 않고 복귀한 그들을 즉결 처형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해.

    그들은 우리 군이 부려야 할 노예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은 보급품들 가운데 하나란 말이지. 특히 지금 같은 특별한 시기에는 더욱 긴요한..

    없으면 무척 아쉬운 동시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소모품 같은 종자들.

     

    알겠나?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십니다.

    다만,

    어쨌든 힘을 합쳐야 하는 비상 시기에 너무 강성으로만 일관한다면 그들과 척을 지게 되는 것은 자명하기에,

    돌이키기 힘든 우를 범하여 자칫 반란의 씨앗을 키우지나 않을까,

    저는 이것이 조금 염려되긴 합니다.

    어이, 나의 심복 박 중사.

    많이 컸구나, 하늘 같은 중대장 이야기에 토를 다 달고.

    죄.. 죄송합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우리 박교관과 유익한 대화를 더 나누고 싶은데 어쩌나. 밖의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니..

    아쉽지만 이쯤에서 중단하고, 우리 둘 다 무사하게 되면 그때 다시 이어가도록 하지.

    박교관답지 않은 순진한 생각으로 또 얼마나 토를 달지 아주 기대가 되는구만.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이것 하나만 묻겠네.

    총과 수류탄을 비롯한 각종 무기들이 현재 누구의 수중에 있지? 우리 군인가, 저 죄인들인가.

    당연히 우리 군입니다.

    그렇지.

    그럼 이 대목에서 자네가 해준 조언을 그대로 돌려주겠네.

     

    우리가 절대 유리한 입장에서,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도록!

    그리고

    이처럼 극히 희박한 반란 성공 확률이 만의 하나라도 현실화한다면, 그건

    쥐새끼 같은 기회주의자 놈들이 직무유기를 했기 때문이란 걸 잊지 말도록!

     

    그런 놈들은, 내가 괴물한테 잡혀 죽기 전에,

    반드시 내 손으로 먼저 처단하리라.

    알아들었나 이 새꺄!!?

    중대장이 허리께에서 재바르게 권총을 뽑아 박중사의 이마에 거의 닿을 정도로 그것을 겨누었습니다.

    아.. 알아들었습니다.

    고.. 고정하십시오.

    알아들었으면, 이 어리바리한 이병 놈의 새끼랑 같이

    저 넋 나간 "우리의 희망" 고이 옮겨 내무반에 짱박아 두고, 빨랑 상황실 복귀해서

    오중위 양소위 이상사 등 각 소대장들과 분담된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란 말이다!

     

    지난번처럼 또 패닉에 사로잡혀 똥 오줌 못 가리는 놈들 속출하면

    너희들이 죽을 줄 알아?!

    예에 알겠숨다!!

     

    잠깐!

    죄수 놈들한테도 무기 지급했나?

    예, 그들이 만들어 놓은 창, 방패 포함 각종 호신 무기들하고

    기존의 칼, 낫, 곡괭이, 삽, 쇠스랑, 각목, 방망이 등을 소대장들이 모두 지급 완료하였습니다.

    놈의 예상 동선에 배치해 둔 부비트랩, 크레모아, 지뢰들도 한 번 더 확인했고?

    지금 담당 병사가 확인 중에 있습니다.

    경, 중기관총 및 화염방사기 사수들도 정위치해 놓았숨다!

    서둘러라! 그놈이 곧 나타난다!

     

    웬만한 화기로는 꿈쩍도 않는 불사신이지만 그나마 우리가 화력을 집중하였기에

    전멸로 이어질 난동과 학살을 무력화하고 그를 지옥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었다.

     

     

    박중사가 강이병으로 하여금 물에 젖은(?) 새앙쥐 꼴이 된 지수를 신속히 들쳐 업게 하고

    중대장실을 나간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그는

    가슴팍까지 물(?)이 올라와 잔잔하게 물결치는 사무실 복판에 홀로 남아

    실성한 사람처럼 고함을 질러댔습니다.

    아니 실성한 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환경이라면..

    아니,

    그의 본디 타고난 괴팍한 성정이 보통 때엔 빙산의 일각처럼 약간의 낌새만 보이다가

    이런 극단적 환경에서 폭주하여 극단으로 치닫게 된 것인지도.

     

    목 놓아 부르짖다가 서서히 볼륨이 낮아지면서

    급기야 혼잣말로 웅얼거리고 있네요.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언제 사라졌냐는 듯

    이렇게 학살을 하려는 일념의 화신이 되어 또 우리 앞에 기어이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도대체 이 지긋지긋한 저주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어쩌다 여기 고립되어 이 반복되는 공포의 희생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만약 우리가 다 죽을 때까지 이 저주가 반복되는 것이라면

    우린 결국 다 죽게 될 것이다!

     

    우리의 탄약과 무기가, 우리의 식량이 바닥나고 있어!

    이곳은 저주받은 땅이라 괴물 같은 식물들 외엔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

    농작물 재배 등의 자급자족도 아예 불가능한 땅이라고..

     

    모든 걸 포기하고 그놈한테 그냥 죽임을 당하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저주면 어떡하지?

    우리가 전멸하고 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있는 거 아닐까.

    그놈이 지옥에서 돌아오듯이 우리도 다시 생겨나

    똑같은 짓을, 똑같은 죽음을 한없이 되풀이하는 건 아닐까..

    수면이 천장에 닿아 누더기 같은 사무실이 진즉에 잠겨 버렸는데

    중대장의 독백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입에서 기포도 나오지 않는군요.

     

    부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듯

    사무실 내 모든 잡동사니들이 미동도 않고 처음 있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기간병 내무반에 있는 비좁은 물품 창고 안에 지수는 갇혔습니다.

     

    물건 던지듯 동댕이쳐질 때 정신이 번쩍 든 그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뛰쳐나오려 하였으나

    군인들의 신속한 동작을 이겨 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문이 잠긴 것을 금세 확인하였어도 즉시 세게 두들기거나 소리를 지를 수는 없었습니다.

    수틀린 놈들이 돌아와 그에게 또 무슨 폭력을 가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건 전개에 얼얼한 지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좁은 공간에 서서 발만 동동 구릅니다.

     

    한참을 안절부절못하고 훌쩍거리다가 격앙된 가슴을 간신히 진정한 후에야,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시야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로 가득 찬 공간에 가라앉아 사방을 둘러볼 때의 뿌우연 일렁임이었으나, 그 탁함의 정도는 무시해도 될 만큼 약하여

    맑은 물을 받아놓은 수영장 안에서 잠수했을 때 풍경과 흡사하였습니다.

    비스듬한 평행육면체의 창고는 온갖 지저분한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고

    대충 쌓아서 곧 무너질 듯 불안정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포착되었지만, 놀랍게도

    어느 것 하나 침수의 흔적을 보이고 있지 않았습니다.

    물품들 하나하나가 마치 완벽한 방수 처리라도 되어있는 양 그것들은

    공기 중에 놓여 있을 때와 거의 백 프로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물에 불어 뭉개지기 일쑤인 종이류 휴지류 등이 원래의 모양과 보송한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던 건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물을 탁하게 만들기 안성맞춤인 (바닥에 굴러다니는) 흙이나 잿빛 먼지들마저도

    부유하지 않고, 있던 자리에 얌전히 보송보송한 채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한편,

    수중에 서 있음에도, 몸을 살짝 흔들거나 뜨게 하는 부력은 미세하게라도 작용하지 않았으며,

    물속에서의 흔한 이물감조차 눈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수는 이런 광경이 안 믿어져

    휘둥그레 뜬 눈을 - 물기가 역시 안 느껴지는 - 손등으로 연신 비비며 아연실색할 따름입니다.

     

    물(?)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가장 놀라운 사실을 잊을 만큼

    그는 자신을 둘러싼 신비한 광경에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오두막에서 번져 나온 (먹구름을 흉내 낸) 그것이,

    빗물을 흉내 내고 있는 이것을 순식간에 들이부어 분지를 통째로 호수화하는 중인 것 같은데

    그러므로,

    이렇게 형성되고 있는 호수 또한 진짜일 리가 없겠지요.

     

    군인들의 대화에 따르면 이는,

    "이곳의 인간들에게 지극히 적대적이고 이들을 멸하려 하는"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등장하려 할 때

    동시에 나타나는 불가해한 현상인 듯합니다.

     

    그리 적대적이라면 "진짜 물"로 홍수를 만들어 간단히 수장하고 말 일이지

    이건 또 무슨 조화 속일까요.

     

    어쩌면,

    생명에 전혀 위해를 가하지 않는 (물이지만 물이 아닌) 이것이 분지 전체를 투명한 막처럼 포위하여야만

    극악한 주인공의 잔인무도한 행위가 비로소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인지도..

     

    즉,

    인간을 멸하러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가 자신의 세상처럼 활개를 치려면

    이 특별한 사이비 물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트리거 혹은 촉매 역할을 하는 양자 특이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간의 경험을 미뤄 볼 때, 저의 상념이 이렇듯 연쇄적으로 자동 전개된다는 것은

    망상이 아니라 운송자의 (진실에 입각한) 의식 개입이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시적 의식 확장은 영의 확장을 동반하면서

    "저의 영적 체험이 동시다발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그 효과가 슬슬 시작되고 있군요.

     

    대우주를 아우르는 무한한 근원령이

    억조창생의 영들로 나뉘지만 동시에 그것들과 하나로 이어지면서,

    "개별적 영은 모두의 영이라는" 명제가 성립하게 됩니다.

     

    중첩과 스며듦의 원리에 따라, 저의 영은 한없이 늘어나는 풍선처럼 부풀며,

    타깃으로 하는 다른 개별 영과의 접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록 스스로의 각성이 아닌 운송자가 유도한 대로 움직이고는 있으나,

    4차원 꿈계 시스템에 통달하여 해탈을 도모하는 방향성(方向性)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얘가 왜 이리 안 나오지? 세 시가 다 돼가는데..

     

    토요일이니까

    늦어도 두 시 전에는 하교들을 하는데..

     

    뭔 일이라도 시키려고 선생이 아직까지 잡아두고 있는 건가.

     

    깜찍이의 언니가 아니래두 극장 들어가는 건 내가 어떻게든 하면 되니까 문제가 없는데,

    이렇게 늦어지면 귀가 시각도 그만큼 늦어진단 말이지.

    사모님 허락은 받아 놓았지만 그래도 9시를 넘기면 내가 한 소리 들을 게 뻔해.

    안 되겠다 들어가 봐야지.

    선생한테 잡혀 있는 거면 대충 둘러대고 빼와야겠어.

     

     

    이런,

    아저씨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단 걸 저도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제 드림바디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차대한 순간에,

    저 또는 제 상념 분신의 꿈속에 등장한 아저씨의 시점으로 옮겨와 버렸네요.

     

    꿈에선 흔히들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의 전환을 경험하곤 하지만

    이처럼 아예 주인공을 방치하고 조연급의 제3자에게 집중하는 (그래서 그가 되어 버리는) 경우는 거의 드물지 않나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흔치 않은 체험인 것 같습니다.

     

     

     

    꿈에 등장하는 주조연, 단역들은

    예외 없이 모두 실존 인물들의 드림바디들이다.

     

    꿈주가 가공해낸 케이스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또한

    "무의식의 가공(加工)" 메커니즘이 불러 들인,

    (4차원 평행우주나 영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의 드림바디이다.

    이 세상의 "현실 지인"들이 나오는 꿈도 물론 여기에 해당한다.

     

     

    꿈주의 무의식이 표출되었다는 설명도 틀린 것은 아니나 그것이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고인을 포함한 지인들 각각의 꿈계 클러스터를 떠도는

    수많은 "꿈분신 조각"들 중 하나가, 꿈주의 주파수에 동조하여 그의 꿈에 개입해야만

    무의식의 표출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즉, 꿈속의 인물들은

    꿈주의 무의식이 창조하고 그의 영혼 일부가 깃든 드림바디들에

    인물들 각자의 드림바디가 중첩된 형상들이며,

    이들 복합 꿈분신 안에는

    둘 이상의 파편령이 융합하여 깃들 수 있다.

     

    네가 간파한 대로,

    개별령들은 전체 영에서 파생하였기에

    전체 영 및 다른 파생령들과 언제든 합일이 가능한 동질성을 득하고 있다.

    고로

    드림바디를 형성하는 "네 영의 일부"는,

    "너와 모두"의 꿈계 시스템들이 중첩하는 영역에서

    상존하는 무수한 드림바디들을 한 번에 아우르며 그것들 속으로 동시에 깃들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네 상념분신의 꿈이 곧 너의 꿈"인 시스템 하에서

    너로 하여금 동시다발적 사건들을 옮겨 다니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리하여 너는 지금

    드림바디를 매개로 그의 무의식에 접속한 셈이며,

    이 또한

    "그와 영적으로 하나 됨"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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