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0. 꿈 파편
    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3. 4. 15:16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0)

     

     

     

     

    마스터여

    오랜만에 당신의 설명을 들으니 반갑네요.

     

    아저씨가 씩씩거리며 학교로 걸어가는군요. 걱정이 좀 됩니다.

    거긴 지금 거대한 괴수로 변한 교사와 좀비가 된 학생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어있을 텐데..

     

    과연 그럴까.

    꿈의 공간은, 무수한 군상의 무의식 세계들이 겹쳐져 있고

    꿈 파편들이 수시로 기습하여 불공처럼 쏟아져 박히는 복합 시공이다.

    네 생각처럼 그리 단순한 곳이 아니란 얘기다.

     

    활성화하는 의식이

    무의식의 난삽한 농간을 서둘러 봉합하고 스토리를 마무리하여 꿈주가 깨어나기 위한 준비를 하더라도

    그것이 꿈을 흩뜨려 사라지게 함을 의미하진 않는다.

    꿈에서 깨어남과는 별개로 꿈계는 독립적으로 영존하는 초우주이기 때문이다.

    한번 꾼 꿈은 창조된 꿈계이며, 영원히 증식하는 꿈계 버블에 영원히 귀속된다.

     

    꿈계는 집단 무의식의 상념계이고 기본적으로 평행우주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유사하다. 그러나

    상념 평행계가 거시 4차원 영역의 3차원적 섭리 조화라면,

    꿈계는 그야말로 진성 4차원계이며 영계의 성질에 가까워 영계와는 일종의 형제 시스템이다.

    (이는, 영계의 혼령이 꿈계로 침투하여

    복합 꿈분신 안에 숨어들거나 지인의 드림바디로 둔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혼령의 다수는, 악령의 타이틀을 단 소위 힘센 고스트 계열이다.)

     

    창조주인 상념 주체의 직접 관여가 없어도 상념계에서는,

    무수히 중첩하는 (타 상념주체들의) 상념계들이 끊임없이 상대성을 강화하여

    "운명들이 작용하는 역사"를 전개하는 반면,

    꿈계는,

    대 우주적 섭리에 비견되는 "집단 무의식"이 시스템에 두루두루 스며

    꿈주의 생로병사와 무관하게

    시간을 초월한 "변화무쌍의 폭풍"이 격렬히 난무하는 세상이다.

    꿈주가 잠에서 깨어 현실의 지배를 받는 순간에도

    그가 일단 꿔 버린 꿈은 무궁무진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꿈주의 인생과는 별개로,

    (집단 무의식에 의해 탈취되고 수집되는) 그의 다양한 꿈들은 각기 4차원 별천지로 화하여

    영구히 살아 움직이는 세상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다.

     

     

     

     

     

     

     

     

     

     

     

    수고 많으십니다. 2학년 나지수 학생 보러 왔는데요..

    아직 교내에 있는지 확인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어이쿠, 나지수 학생 가족분이신가요?

    어서 오십시오.

     

    교문 경비실에서 신문을 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던 (오십은 훨 넘어 보이는) 경비원 아저씨가

    나지수란 이름 석 자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조카뻘 되는 젊은 사내에게 꾸벅 허리를 굽힙니다.

     

    아, 예..

    어? 저기 지수 친구가 있네요. 잠깐 얘기 좀 나누고 올게요.

     

    교문에서 바로 보이는 가까운 화단에 여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고

    그중 얼굴이 뽀얗고 깜찍한 영미가 아저씨 눈에 금방 띈 모양입니다.

     

    영미 양 나 알지?

    너, 우리 도련님하고 오늘 영화 보기로 한 약속 잊은 거니? 세시가 다 됐는데 여기서 뭐 해?

     

    그리고 혹시 지수 못 봤어? 하교하고도 남을 시각인데 아직 안 나왔어.

    학교 안에서 사라질 리는 없고..

    왜 저한테 이러세요?! 약속을 깬 건 지수라고요.

    한 시까지 교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걔가 바람 맞혔단 말예요.

    삼 십분 이상 교문에서 서성거린 덕분에 결국 이렇게 잡혀서 사역하는 신세가 되었고요.

     

    지수 보면 전해 주세요. 나 실망 많이 했고 사귀는 거 없던 걸로 하잔다고..

     

    어이, 당신 뭐야!? 누군데 학교로 들어와?

    선생님, 이분 나지수 학생 가족분이라 하셔서..

     

    지수 학생 찾으러 오셨답니다.

    아저씨 근무 똑바로 안 서요?

    이 작자가 지수 가족이란 증거 있어? 신성한 배움의 전당에 외부인이 함부로 들오면 되겠어요?

    죄송합니다. 얼마 전까지 지수 등하교 때 자주 뵌 분이라 낯설지 않아서요..

    그래? 그럼 그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겠구만. 가족은 무슨..

    이봐, 나지수 이름만 대면 끝이야?

    그리고 낫살깨나 먹은 사람이 어린 여학생한테 붙어서 뭐 하는 거야 지금?

    설마 추근대는 건 아니겠지?

    아니 듣자 듣자 하니까 정말..?

     

    이보쇼 당신이야말로 선생 맞아? 무슨 근거로 날 치한 취급하는 거요?

    남의 집 귀한 자식이 없어져서 찾으러 왔으면 오히려 책임감을 느끼고 도와줄 생각부터 해야지!

     

     

    아저씨가 제법 세게 나가자 그제서야 그의 떡대가 주는 위압감을 실감한 새마을 부장 교사는

    한풀 꺾인 태도를 취하며 목소리를 낮추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첨부터 저 양반 입회하에 교실이나 교무실로 조용히 가면 될 일이지

    어째서 쟤한테 다짜고짜 말을 거는 거요?

    저 아이가 지수 친구고 더구나 오늘 방과 후 둘이 만나기로 했으니

    내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물어보는 건 당연한 일 아니오?

     

    영미야 이분 말 맞아?

    네에, 맞긴 한데..

    저도 오늘 지수를 본 적 없어요.

     

    여기 어디,

    교문 말고 나갈 수 있는 후문 같은 거 있어요?

    후문은 없지. 산으로 둘러싸여서 교문이 유일한 통로라고.. 요..

     

    하아, 이게 뭔 일이래..

     

    저기 경비원 아저씨, 그럼 저랑 같이 좀 찾아봅시다.

    토요일은 저 혼자 근무라 경비실을 비우기가..

     

    아저씨, 그냥 다녀오세요.

    어차피 근처 작업을 왔다 갔다 하며 감독해야 하니까

    잠깐 동안은 내가 교문 봐 드릴게.

    그리고 젊은 양반,

    걔가 교실에 없으면 교무실 가서 먼저 집에 전화해 봐요.

    걔처럼 조용조용한 아이는 간혹, 존재감 없이 모두의 눈을 따돌리고 사라지기도 하니깐.

    또 압니까 벌써 집에 와 있을지..

    답답하네..

    도련님은 자가용 놔두고 걸어 다닐 아이가 아니라니까!

    나 같으면 그래도 연락은 해 보겠네. 집에도 없으면 아마 근처 친구 집에라도 놀러 갔겠지만

    당신은 안심을 못할 테니 그때 가서 경찰에 신고를 해 두던가..

    지수 도련님이 날 따돌리고 친구 집을?

    말을 말아야지 원..

    하긴, 담임도 아닌데 아이에 대해 알 턱이 있나.

    그런 세세한 특징은 담임도 몰라.

    칠십 명이 넘는 아이들의 양태를 어찌 일일이 꿰뚫고 있겠나.

    한집에서 하루 종일 밀착 마크하며 케어하고 있을 테니 당신이야 빠삭하겠지만서도..

     

    왜, 집에 연락하기가 겁나슈?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아이가 증발한 거라면 당신 책임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뭐가 어째!? 그게 교사가 할 소리야?

     

    날 뭘로 보고 그딴 재수 없는 소릴 지껄여..!?

    허어.. 젊은 양반 성깔이 보통 아니네 관상을 보고 예상은 하였지만.

     

    이거 못 놔?! 어디 감히 선생님의 몸에 손을 대?

    나회장 종이면 다야?

     

    내가 정곡을 찌르니 할 말은 없고 힘으로 반격하시겠다?

    뭐 종?? 당신 진짜로 선생 맞아?

    나야 원래 이런 놈이라 치고 당신은 교양을 물 말아 자셨나?

    이거 완전 싸우자는 거네?

     

    아이고, 애들 다 보는 앞에서 이게 무슨 난리입니까. 우선 이 멱살부터 놓으시고..

    제발 그만들 하세요 그만들!

    그래요 아저씨가 목격자 시네. 지금 당장 경찰 부르세요!

     

    이자가 직무 태만으로 아이를 잃어버려 놓고서 엉뚱한 데다 화풀이하는 거 지금 똑똑히 보셨죠?

    질책과 책임 추궁이 두려워 신고도 안 할 양반 같으니까 나라도 겸사겸사 신고를 해야겠네.

     

    뭐? 직무 태만?? 이 사람이 정말..!?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서 참는 거야!

    신고든 뭐든 당신이 직접 해! 난 아저씨랑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아저씨가 새마을 부장의 멱살을 밀치듯 놓고 분을 삭이지 못해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그를 잠시 쏘아봅니다. 그리고

    그와의 언쟁에 더는 미련을 두지 않고 학교 건물 쪽으로 성큼성큼 나아갔습니다.

     

    작달막한 경비원이 새마을 부장의 눈치를 살피다가 잰걸음으로 부랴부랴 아저씨의 뒤를 쫓습니다.

     

     

    아저씨와의 거리가 꽤 벌려진 후에야 부장은 휴우 하며 안도하는 심호흡을 해 봅니다.

    그의 표정을 보니

    환하게 미소 짓지 않으면 누가 봐도 조폭 그대로인 아저씨 앞에서 겁먹지 않고 할 말 다 했다는 (근거 없는) 만족감에

    스스로 위안하는 수준을 넘어 뿌듯해하고 있음이 역력히 드러나 보입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두 어른의 어른답지 않은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이 뒤늦게 느껴졌는지

    그는 공연히 고함을 지르며 작업을 재촉하기 시작합니다.

     

    황당함과 불안함이 잔뜩 묻은 중학생들의 얼굴에 자신에 대한 경멸도 소심하게 숨어 있음을 모를 리 없는 부장은

    화끈거리는 민망함을 상쇄하기 위해 더욱 언성을 높여가며 희생양을 고르고 있습니다.

     

    집에도 못 가고 끌려와 주말의 화창한 오후에 사역이나 하는 것도 입이 댓 발은 나올 일인데

    심사가 뒤틀릴 대로 뒤틀린 중년 교사의 화풀이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해야 하다니,

    아이들의 신세가 처량하기 그지없네요.

     

     

     

     

     

     

     

     

     

     

    6반이면.. 음,

    저쪽이었지.

    부모님도 아닌데 잘 아시네요.

    부모님이 아니니까 더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 접니다.

     

    운전기사보단 아니지만 저도 두어 번 이상은 와 봐서 기억하지요.

    그리고 이 정도 기본이 안 되어 있으면 잘려도 할 말 없는 게 제 직업이랍니다.

    저희는 보통 집들하고 다르다는 거 아저씨도 잘 아시면서..

     

    이런 건 회장님이나 사모님 대신으로 제가 알아 둬야 하는 겁니다.

    그러라고 저를 고용하신 거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헤헤.

     

     

     

    이때였습니다.

    일층 교무실에서 여교사인듯한 젊은 여성들의 찢어지는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이고 이게 뭔 난리랴?

    교무실 쪽에 일이 터진 거 같습니다.

    그런 것 같네요. 어서 가 봅시다.

     

     

    기사도 정신 빼면 시체인 아저씨가 이러한 사태를 그냥 넘길 리 없지요.

     

    지수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여자가 위기에 처한 정황을 직감한 이상

    그의 본능은 6반을 그대로 지나쳐 당연하다는 듯 아래층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뛰어 내려가는 도중에도 남녀를 불문한 단말마의 비명들은 계속해서 처절하게 울려 퍼지고 있네요.

     

    몇 발짝 앞서 아저씨보다 먼저 모퉁이를 돈 수위가

    억!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놀라 자빠집니다.

     

    뭔가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났음을 인지하자

    아무리 패기 있고 옹골찬 아저씨였어도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봤는지 수위는 자동반사적으로 뒷걸음쳤는데,

    일어나 도망칠 정신은 도저히 없는 듯 겁에 질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였습니다.

     

    이미 따로 노는 팔다리를 안간힘을 다해 허우적대며 극히 비효율적으로 이동하는 중이었으나,

    아저씨에게는 뻔한 결말을 재촉할 뿐인 무기력한 몸짓으로만 보였습니다.

    마치 사자가 희롱하는 토끼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곧 나타날 "사자"를 대적할 자는 결국 자기밖에 없음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그는 천천히 수위에게로 다가갔습니다.

     

    각종 호신술로 단련된 자신의 민첩함을 믿고,

    정체를 막 드러낼 공포스러운 불청객의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 미리 심호흡을 해둡니다.

     

    적의 위협에 대항하여 한껏 몸집을 부풀리는 한 마리 황소개구리처럼

    그는,

    건물 전체를 흔드는 살벌한 비명의 세기를 미뤄 짐작건대 교사들에게 위해를 가한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미지의 잔혹한 상대를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Letters to D.J. (지수 외전) > FRIDAY THE 13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막사에서 막사로  (1) 2023.03.25
    11. 꿈속 꿈으로  (1) 2023.03.15
    9. 호수화(湖水化)  (0) 2023.02.23
    8. 군인들  (0) 2023.02.14
    7. 삼청 교육대  (0) 2023.02.07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