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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공간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 28. 21:36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6)
이때 좀비들의 느리고 낮은 그것과 대비되는 고음의 비명이 지수를 다시 한번 두려움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공포와 고통에 삼켜진 여자아이 특유의 찢어지는 소리였습니다.
"비명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소리만 듣고 알 수 없는 상황에 의존하여 무시할 수도 있었으나
불길한 예감에 꽂힌 그는 결코 내키지 않는 행동을 또 해야만 했습니다.
억지로 꾸역꾸역 올라와 산마루를 코앞에 두었을 무렵이었습니다.
뒤돌아 무의식적으로 "괴물 새마을"을 응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꿈에서도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 꿈속에서 -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안 좋은 예감 대로 단말마의 주인공은 영미였습니다.
거인 도깨비의 손아귀 안에 쏙 들어가 갇혀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킹콩과 미녀입니다.
그런데 수위가 센 19금 킹콩인가요.
그녀는 실오라기 한 가닥 없는 알몸이었고 도깨비 새마을 또한 북슬북슬한 털북숭이 몸뚱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더군요.
첨부터 저 모습이었는지 잠깐 사이에 저렇게 변한 건지는 경황이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복수라도 하겠단 것인지 시퍼렇게 독기가 뿜어져 나오는 눈알을 지수에게 고정한 채
거무튀튀하고 꺼실꺼실한 혀로 그녀의 전신을 핥아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고는
꿩 대신 닭에게 화풀이를 하겠단 심보가 절정으로 치달았는가
뾰죽한 송곳니를 드러내어 영미의 새하얀 복부를 물어뜯기 시작합니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괴물의 입은 순식간에 피로 물듭니다.
그다음 장면은 또 다른 의미로 19금이라 차마 묘사를 이어나가기가 힘드네요.
다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분노로 일그러지고 복수심에 불타오를수록 새마을의 양물도 커지고 빳빳해진다는 겁니다.
곧추선 그것을 움켜쥐고 흔들어대면서 여자의 나신을 뜯어먹는 광경이 공포를 넘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뿜어냅니다.
아마도 엽기적인 것을 탐닉하는 (평행 상념계) 분신의 꿈이 유입되어 접합 변형된듯 합니다.
학교 전체에 울려 퍼지는 영미의 처절한 비명이 더욱 증폭되어가고 있습니다.
소닉붐에 버금가는 굉음으로 변하여 운동장 건너에 있는 건물 유리창들을 박살 내고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귀를 막았지만 고막은 이미 터져버린 듯 고주파 이명이 지수의 주변을 장악해 버렸습니다.
숨이 벌써 끊어지고도 남을 처참한 지경인데도 이상하게 비명은 잦아들 생각을 않고 점점 거세질 뿐입니다.
그는 더 이상 저 참혹한 광경을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야. 꿈을 꾸고 있는 거야.'라고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믿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사람들이 흔히 중얼거리는 레퍼토리에 해당하며,
지수가 꿈을 자각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단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무조건 이 얕은 산을 넘어야만 살 길이 펼쳐진다 믿는 것인지
그는 기괴한 공포의 아가리에 통째 삼켜진 학교를 뒤에 두고 기어이 산을 오르고야 맙니다.
동네의 작은 산에 불과했고, 학교의 소소한 행사들과 관련, 지수도 전교생과 함께 두 번이나 오른 적이 있어서,
그에게는 꽤 친숙한 공간이었었죠.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꿈계 아니랄까 봐, 등성이에 겨우 올라서니 그의 시야에 드러난 것들은 가히 점입가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낯익던 공간은 간데없고 넓디넓은 구릉지대가 끝을 모르게 펼쳐져 있습니다.
탁 트인 벌판 같은 형태는 아니고 나무들이 제법 촘촘한 간격으로 들어차 있는 그러나 전체적 윤곽은 구릉지를 연상케하는 (서울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특이한 공간이었습니다.
친근한 마을을 깡그리 밀어 버리고 갑자기 들어찬 이계적 풍경에
지수는 벌려진 입을 다물 줄 모르고 멍한 표정으로 한참을 서 있을 따름입니다.
이곳과 포개어진 다른 차원의 공간이 그를 필요로 하여 끌어당긴 것일까요.
아까와는 아주 딴판인 국면에 처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우선 나무들부터가 그를 압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미국 영화에나 등장하는 거대한 침엽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키가 삼십 미터에서 크게는 오십 미터도 족히 될 자이언트 수목들의 바다 앞에서 지수는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니 너무도 미지의 세상이라 어떠한 위험과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지 불안하고,
뒤를 돌아 익숙한 학교가 있는 곳으로 다시 가자니 피바람이 몰아치는 참극의 현장인 데다가
(학살의 주범인) 괴물로 변한 새마을 부장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죽이려들 것이기에,
어느 방향으로든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한자리에 계속 머물렀다간 더 큰 탈이 날 것 같아서 그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명확한 위험보다는 차라리 불확실한 불안을 택하기로.
새롭게 뻗어올 마수는 잘하면 피해 갈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믿음에 기대어 한 발씩 옮기기 시작합니다.
나 홀로 사주 경계를 해가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미스터리한 공간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습니다.
하늘을 찌르는 나무들이 별안간 괴수로 변하여 달려들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렸지만
초조함에 지배 당한 발걸음은 더는 멈출 기미 없이 자동적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덮치지 않기만을 기도하며..
거대한 나무들이 무성한 가지와 잎으로 하늘을 다 가리는 바람에, 아래는 해 질 녘의 어두컴컴함 그 자체였습니다.
우거진 틈을 뚫고 간간이 내려오는 빛줄기들이 - 아직 밝은 낮임을 입증하며 - 지수가 급히 걷거나 뛸 수 있도록
유일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수목이 들어찬 것을 빼면 광활한 평지와 다르지 않은 일종의 고원 지대 같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힘들고 지루한 보행이 이어졌으나
바짝 긴장한 지수는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최대한 학교로부터 멀어져야겠다는 마음뿐입니다.
(시공이 통째로 교체된 거라면 할 필요 없는, 쓸 데 없는 걱정이긴 합니다만..)
아까 운동장을 달릴 때나 산을 오를 때의 비현실적 위화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지구의 중력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가운데, 낙엽과 잔가지들로 덮여 있는 바닥의 감촉은 또 너무나 사실적입니다.
체감상 수 킬로는 지나온듯합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느낌 또한 생생합니다.
좌우로 방향 전환을 하지 않고 계속 직진한 탓도 있겠지만
전방의 배경은 원근이 무시된 스틸 사진인 양 고정되어 그를 점차 절망으로 몰아갔습니다.
걸어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방대한 미로에 갇혔을 수도 있단 생각에 낙담하며 풀썩 주저앉아 버립니다.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쉴 새 없이 장면이 바뀌는 일반 꿈의 속성과 달리
시간의 연속성을 절감해야 하는 정체된 꿈이라서일까요.
지수를 낙오된 패잔병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꿈이란 걸 자각하지 못하게 하려는 꿈계 흑마스터들의 농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숨을 고르면서 그는 더 전진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머물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선택지에 멈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드림바디의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
결국 조금만 더 나아가기로 결심을 굳히고 탈진 직전의 몸을 힘겹게 일으켜 봅니다.
걷다가 쓰러질 작정으로 행한 이삼백여 미터의 추가 이동이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끝없는 평평함은 수목이 시야를 방해하여 유발한 착시였음을.
아주 완만한 경사로 내려갔다가 다시 완만하게 오르막을 형성하며 현재의 높이까지 회복한 지점이
수 킬로 이상의 까마득한 거리 너머에서 아득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드넓은 분지가 시야의 사각지대에 숨어 있었던 겁니다. 물론 유사한 종의 나무들을 가득 담은 채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조밀도는, 지수가 서 있는 구릉지보다 현저하게 낮아 보였습니다.
자연스레 그리되었다기보단 인공적인 개간의 결과임이 - 유추할 필요도 없이 - 한눈에 오롯이 들어옵니다.
멀리 분지의 중앙에는, 대부분 숲에 가려져 있었지만, 목재로 지어진 막사 같은 것들이 여러 채 눈에 띄었습니다.
꽤 원거리에 위치하여 당장 인기척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가까이 가지 않는 이상
혹시 모를 위협으로부터 안전은 보장 가능한 거리인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오백여 미터 전방 경사면에 막사와 떨어져 덩그러니 놓인 허름한 오두막이었는데
통나무를 잘라 대충 엉성하게 지어놓은 창고 같은 곳에서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이로써 경계의 대상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는듯합니다.
지수는 거의 직감적으로 위기감에 휩싸여, 허리를 굽힌 다음 땅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발각되면 결코 무사하지 못 하리란 직감이었습니다.
막사로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첫 번째 관문 혹은 초소일까요.
아니면 척후병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직전 잠시 머무는 장소일까요.
저 안에 사람이 있던 귀신이 들어있던 자칫 대면했다간 그대로 골로 갈 것 같아서
그는 직진 대신 분지 둘레를 빙 도는 우회를 선택하게 됩니다.
살고자 하는 본능에 충실한 자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결정하였을 겁니다.
엎드린 상태로 포복하듯 후진하였고 오두막이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천천히 일어나 우측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잔가지 밟는 소리가 오두막까지 퍼져 나갈 것 같아 감히 뛸 엄두도 못 내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동합니다.
저의 어린 드림바디 참 침착도 하네요.
그러나 폭풍 전 고요는 언제나 짧은 법.
특히 꿈속에서는 더더욱.
고작 십여 미터 나아갔을 뿐인데 직경 2미터는 훨씬 넘어 보이는 나무가 동선을 가로막습니다.
저지된 김에, 그것 뒤에 몸을 숨기고 오두막이 있던 쪽을 다시 살펴봅니다.
바로 그때, 철컥하는 둔탁한 소리가 머리 위에서 자그맣게 들려왔습니다.
예민해 있던 감각이 무심결에 위를 올려다 보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수는 이내 식겁하여 나자빠집니다.
이십 미터도 더 되는 높이의 아름드리 가지 위에 몸을 은폐한 걸로도 모자라 전신을 녹색으로 위장한 존재가
총구를 아래로 겨누고 있었던 것입니다.
노리쇠로 장전하는 소리를 생전 처음 들어 보긴 하였지만
길게 돌출된 저것이 살상 무기라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그였습니다.
저 정도 높이면 웬만한 크기의 사물도 가물거리는 수준이겠으나, 생명이 위태로운 비상 상황이란 판단이 서자
아주 또렷하게 확대되어 보이는 모양입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전쟁영화에서 봤을지도..) 감히 일어설 생각은 못 하고
바닥에 드러누운 채 팔을 머리 위로 한껏 들어 올립니다.
나름 항복의 의사를 표시한다고는 했어도 이것만으로 삶이 보장되기엔 역부족이라 느꼈는지
절반은 체념한 듯 눈을 질끈 감아 버렸습니다.
총알이 몸을 뚫으면 얼마나 아플지 감이 안 오는 지수가, 곧 겪게 될지 모를 그 체험에 몸서리치며
부디 최소한의 고통으로 빨리 끝나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던(?) 총알은 날아오지 않고, 누군가 그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리듯 발로 차고 있어
화들짝 놀라 눈을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M16 소총을 면전에 들이밀며 그를 노려보고 있는 존재는 7,80년대의 전형적인 군인이었습니다.
철모에서부터 군화에 이르기까지 이파리 무성한 잔가지들로 꼼꼼히 위장돼 있었고
얼굴에도 검푸른 색이 칠해져 있었습니다.
탄띠와 수류탄까지 철저히 무장한 그의 모습은 마치
전장에 곧장 투입되어 잔뜩 긴장하였으나 한편으론 군기가 바짝 들어 살기등등한 전투병과 같았습니다.
나무 위의 군인처럼 지수 주위에 매복해 있었거나
나무 위 군인의 연락을 받고 오두막에서 그를 감시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나타났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허튼수작 말고, 손은 든 채로 천천히 일어나라 실시!
자기는 수상한 자가 아니라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강력히 항변하고 싶지만
총구 앞에서 입이 얼어붙어 말이 새어 나오지 않습니다.
군인은, 소지하고 있던 빨랫줄 같은 것을 풀어 그를 신속히 결박한 후
총구로 등을 쿡쿡 찔러가며 다그치듯 분지로 몰아갔습니다.
당장 죽일 의사는 없는 것 같아 살짝 안심이 되었지만, '이대로 오두막 소굴에 끌려가 고문이나 당하면 어쩌나'
새로운 불안은 걸을 때마다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그들의 아지트라면 그곳을 향해 직진해야 마땅한데, 아까 지수가 그랬던 것처럼 멀찍이 떨어져 지나가고 있습니다.
초소에 들르지 않고 막사로 이동할 요량이라 쳐도
동선에 포함된 아군 시설을 굳이 멀리 돌아간다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 같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적의 진지를 작전상 피해서 가듯 움직이고 있군요.
최소 백여 미터 이상 떨어져 그곳을 막 지날 때였을까요.
그가 얼떨결에 고개를 약간 꺾어, 주변시로 어른어른 인지되던 오두막을 응시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와 거의 동시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날갯죽지를 쑤시는 총구의 섬찟한 감촉이
그를 강타하는 것이었습니다.
고개 돌리지 마!
이제 뛰어! 빨리 뛰라고 새꺄!!
강하게 닦달하는 병사의 투박한 말투에 미세한 떨림이 섞여 나오고 있습니다.
본인은 감추려고 하나, 그의 거친 숨소리에도 이미 두려움이 묻어날 대로 묻어나 지수에게까지 옮겨지는 상황입니다.
정말 혼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 적의 요새라도 되는 걸까요. 저렇듯 볼품없는 창고 같은 게 말입니다.
잠깐 스치듯 흘낏 보았을 뿐인데 그 짧은 찰나에, 불길한 징조가 지수의 시선을 타고 뇌리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오두막 지붕에서 피어오르던 희미한 연기가
어느새 검게 짙어져 일직선으로 치솟고 있었습니다.
사실 경계근무나 임시 대기 등과 관련된 시설이라면, 사방에서 주시할 수 있는 연기를 피울 하등의 이유가 없겠지요.
보이지 않는 적들과 대치해야 하는 (긴장을 요하는) 순간에 한가하게 불을 피워 물을 끓이거나 조리를 하지는 않았을 터.
평범한 연기처럼 보일 때부터 그것을 의심했어야..
그럼, 그가 주목하지 않아 골이 잔뜩 난 듯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고 있던 그 연기는 무엇이란 말인가요.
듬성해진 나무들 덕에 그것은 방해받지 않고 하늘까지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아, 하늘을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름에선 어떠한 이상함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의 시간을 여기에 적용해도 아직은 파랄 시각이니까요.
그러나 거목의 지붕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운치를 감상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물론 뒤에서 총으로 위협하는 군인과 갑작스러운 구보를 하게 되어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 숨이 넘어갈 듯 뜀박질하는 - 두 명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그림자였습니다.
특정 고도에서 상승을 멈추고 상공을 점령하여 퍼져 나가는 그것은
단순한 먹구름이라 하기에 암흑의 우주처럼 까맣고 미지의 생물처럼 꿈틀거렸습니다.
하늘을 덮는 이 광대함의 근원이 저 작은 오두막이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아니 오두막은 그저 좌표를 표시하고 있을 뿐
그것이 차지하는 공간 또는 그 위치의 지하에서 조화가 부리어지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사악한 기운이 신묘한 변화를 일으키며 스스로를 현현하고 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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