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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ner Space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2. 12. 18. 18:36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1)
누님 그간 잘 지내셨죠?
누님께 보낼 제 첫 번째 영화 사연을 마무리하고 일주일 남짓 지난 것 같습니다.
글 쓰는 작업이 녹록지 않음은 전부터 익히 느껴온 바라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일반 사람들과 달리 여러 제약과 악조건의 환경 속에 아늑히(?) 결박되어 있는지라, 이것이 오히려 - 쓰고자 하는 열망에 잠식당한 - 제게 글쓰기의 강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그 알량한 유리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처럼 빡세게 에너지를 갉아먹을 줄이야..
(체험한 바를 가감 없이 옮기는 것도 이럴진대 온전히 창작의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면..
생각도 하기 싫네요. 이러니 세상의 직업 작가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를 사주하는 외계 세력이 유도한 게 분명하다면 그들의 거의 전능한 실력으로 내게 속도감 있고 막힘없이 써 내려가는 재주를 부여하던가 아니면 나를 도구로 사용하여 직접 기술하던가 할 것이지.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가 고생스럽지 않는 건 덤이고, 아마추어의 한정된 두뇌로 뽑아내는 (매끄럽지 않은) 서툰 습작보다야 훨씬 세련되고 숙련된 작법으로 그들이 노리는 소기의 성과를 효과 있게 거둘 수 있을 텐데.
이것이 가능한지 물어보면 매번 하는 지겨운 멘트로 이러겠죠.
"우리가 못하는 것은 없다. 다만 이 또한 해탈을 위한 과정이니 넌 고통을 달게 받으라. 우린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물론 누님이 읽어주실 그날을 고대하며 누님을 향한 연서라 생각하고 쓰는 것이기에 아프고 힘든 만큼 보람도 있긴 합니다만, 에너지 소모가 만만치 않아 결국은 며칠간을 뻗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사연을 작성하는 동안은 간접적으로나마 누님과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기에, 좀 더 휴식을 취하라는 보호자분의 만류도 뿌리치고 이렇듯 다시 펜을 잡게 되었습니다.
컴퓨터가 있으면 많이 편할 것 같은데 여기서는 허용하지 않더군요.
다만 제가 열심히 적은 것들을 보호자분이 들고 나가 컴퓨터에 입력하도록 알바에게 시키고 있습니다.
누님에게는 아마 파일 형태로 전달이 되겠네요.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내용에 손 대지 않았기를 바란다면 과대망상, 피해망상이겠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나부랭이를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
아, 오해는 마세요. 누님께 전달하는 과정에서 초자연적인 무엇인가가 요사를 떨까 봐 하는 소리입니다.
원본이 무사히 도착한 후 방송국에서 제 사연을 소개하기로 결정하고 방대한 분량을 방송용으로 압축 편집하는 수고까지 감수하신다면 저야 감지덕지죠.
누님이 꼼꼼히 읽어주시고 그것을 방송에 내보내는 우주도, 저 위 어딘가에는 분명 있을 것이니,
사실 괜히 맘 졸일 필요도 없는데, 그건 신의 반열에 올랐을 때 얘기고 지금의 저로선 거기는 거기 여기는 여기.
최종적으로 채택은 되지 않더라도 누님이 읽어보게는 하겠다고 보호자 아저씨가 호언장담하셨지만 저는 단칼에 거부하였습니다. 그 말은 결국 돈으로 매수하겠단 뜻인데 그런 게 무슨 의미 있겠습니까. 금품에 혹하여 마지못해 받는다 한들 제대로 읽기나 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러한 시도는 누님에 대한 지독한 모독이지요. 누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란 걸 저는 잘 알거든요.
누님도 사람이라고요? 사람도 사람 나름이죠.
누님의 공인된 지성은 차치하고 누님의 자존감 넘치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어요
누님한텐 그런 저열한 시도가 통하지 않으리란 걸.
따라서 많이 어렵겠지만 오로지 제 힘으로 누님의 시선을 끌고 누님의 마음을 움직여야겠지요.
그러기 위해 저는 오늘도 열심히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다하여 진실 되게 말입니다.
제가 두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13일의 금요일입니다.
1980년작 미국산 호러 무비 13일의 금요일 일명 "블랙 프라이데이"이고, 1978년작 핼러윈과 더불어 슬래셔 장르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전설적인 영화입니다.
1편 이후 여러 편의 시리즈로 확대 재생산된 것 또한 이 둘의 공통점이지요. 그런데..
첫 번째 사연을 읽으셨다면 이번에도 스토리가 산으로 올라가겠구나 대략 짐작이 되시죠? 네 맞습니다.
그러나 넓게 보면 누님이 원하시는 "나만의 추억 영화" 콘셉트와 크게 동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누님은 역시나 고개를 갸우뚱하실 테지만요.
다만, 고상하거나 지적인 클래식 명작 또는 예술영화가 아니라 이같이 통속적인 장르 영화를 선정한 것이 혹시라도 누님 프로그램의 애당초 취지에서 많이 벗어난 건 아닐까 하여 살짝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의 의지와는 별개로 이리되어 버린 것을요.
제가 거역할 수 없는 상위 차원이 조화를 부려, 이미 지정해 버린 것을요.
이 영화를 재밌게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해서 추억이 될 정도로 감명 깊은 것은 아니었는데, (잠재의식 속의 우주) 꿈계에서는 이 잔인한 괴물이 버젓이 활보하며 우리의 가공된 현실을 무섭게 위협하고 있으니 저들은 언제든,
"저들이 선택한 공포"를 추억인 양 제 기억 속에 각인시켜 놓을 수 있답니다.
그래서, 싫지만 제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 공포영화를 아니 공포스러운 이계의 현실을 소개할 차례가 된 것입니다.
"지름길 웜홀"을 통한 초시공 도약이 저를 이끈 곳은,
평행우주로 나아가는 4차원 관문 영역.
즉, 꿈계 버블 권역으로 다시 돌아와, 타깃 꿈계의 지면에 위치한 타깃 포털을 저는 통과하였습니다.
도련님 일어나세요. 도련님!
으.. 음.. 왜 이래. 오늘 일요일이잖아.
엄마가 늦잠 자도 된다 했는데 왜 깨우냐고!
월 초입니다. 새마을 청소 나가셔야죠.
그건 김기사가 하는 일이잖아 아저씨도 알면서..
아이 졸려. 이따 교회 가려면 더 자야 한다고!
이 달부터 도련님이 직접 나가셔야 한다는 사모님의 분부가 계셨습니다.
공부 외에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학교생활에 적극 참여하라는 회장님 지시 벌써 잊으셨습니까?
이전처럼 하고 싶은 것만 하시면 큰일 납니다. 도련님을 안 좋게 보는 눈들이 주변 곳곳에 있음을 아셔야죠.
아저씨, 알았으니까 잔소리는 일 절만 해.
근데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니까 좀 섭섭하다. 엄마 아빠한테 못 하는 얘기도 아저씨한텐 다 털어놓았는데..
알잖아 아저씨도.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생활하면, 나 굉장히 피곤해진다는 거.
살벌한 선생님들이야 그나마 돈이나 선물로 어떻게든 해결이 되는 부분이었고, 날 지독히 갈구던 애들은 가뜩이나 그런 걸로도 통할까 말까였는데..
예, 잘 알지요.
하지만 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크게는 회장님의 명예가 달린 일이기도 하니.
학교 행사나 교사, 급우들을 위한 주기적인 금품 살포가 중단되어 두려움이 더욱 많아지신 거 이해합니다만
이런 때일수록 약해지지 마시고 마음 굳게 먹으셔야 합니다.
제가 항상 도련님 곁에서 지켜드리지 않습니까. 저를 믿고 앞으로도 맘을 편히 가지세요.
그런 다음 수양한다 생각하시고 웬만한 일쯤은 참고 견뎌 보십시오.
그래도 도저히 못 참겠으면 그때 제게 말해 주시고요.
됐어. 그런 말 하나도 위로가 안 돼.
결국 나만 힘들어지겠군.
겉으론 그리 말하지만 아저씨도 내가 문제아라고 생각하잖아, 안 그래?
하이고, 어찌 그런 말씀을..
이렇게 공부 잘하는 모범생 도련님을 누가 문제아래요!?
누군지 말만 하세요. 제가 혼꾸멍 내 드리겠습니다.
공부가 다가 아니라고 한 사람 어디 가셨나..?
난 내 성격이 싫어. 이기적이고 음습한 데다 소심하고 위선적이고..
왕따를 부르는 얄미움이 온몸에 덕지덕지 낀 것 같아 역겨워!
집 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 그런 안 좋은 잡념이 생기는 겁니다.
제가 지금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돼 드릴게요.
마다하지 마시고 방과 후나 주말에 저랑 같이 운동도 하고 밖에서 재밌게 지내요.
도련님 학교가 그 드물다는 남녀공학인 만큼 건전한 이성 교제도 좀 하시고요.
그게 처음이라 잘 모르겠으면 저나 김기사한테 언제든 물어봐 주세요. 저희가 아는 선에서 잘 코치해 드리겠습니다.
말을 말아야지..
아저씨 너무 나갔어.
에잇 잠이 확 깨 버렸다. 이걸 노렸다면 성공했네 아저씨.
6시까지 맞지? 어디로 나가면 돼?
헤헤, 큰길까지 나가서 오른쪽 주유소 앞 삼거리로 가시면 거기가 집결지입니다.
먼저 나온 아이들도 꽤 있을 테니 금방 찾으실 거예요.
응, 차도 안 태워 주고 혼자 걸어가라 이거지? 알았어..
십 분만 걸으시면 되는데요 뭐..
5월 초라 쌀쌀하지도 않고 이른 새벽 걷기엔 딱 좋은 날씨잖습니까.
이것도 아버지 명령인 거야?
큰 형님분 지시 사항입니다.
도보로 20분 거리는 무조건 걷게 하라 하셨습니다.
등하교 시에도, 앞으로는 학교 정문으로부터 도보 십 분 거리 지점에서 승하차하셔야 합니다.
골 때리게 생겼군.
나 그럼, 대문 나서는 순간부터 아저씨랑도 빠이빠이네?
지금 나가면 나만의 자유인 건가?
그럴 리가요 명색이 보디가드인데.
제가 멀찍이 뒤따라 가면서 잘 보좌해 드리겠습니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후후.
흥!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나네요, 예?
머릿속이 갑자기 혼란스러워. 기절하고 싶을 만큼..
참 생생합니다.
제 육신은 현재, 거의 코마와도 같은 상태로 독방 침실 위에서 이런 꿈을 꾸고 있나 봐요.
아니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아마도, 꿈의 잔재들이 부유하며 영속적으로 재생산되는 "무의식의 4차원 영역" 중,
과거의 시간과 연결된 이런 류의 "꿈들 클러스터" 속으로 (꿈들의 평행계 속으로) 제가 들어온 것 같습니다.
과거의 어느 때 꾸었거나 혹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꿀 "프로토타입 꿈의 수많은 변형들" 가운데, 하나가
여기인 것 같아요.
"새마을 청소"라는 게 무슨 청소 이벤트 같은 건진 모르겠으나 그것을 제외하고,
제게는 제법 익숙한 과거가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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