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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궁극의 당신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0. 29. 11:11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1. Superman (원본) (25)
이런 영화관을 운영하려면 대체 어떤 정교한 장치가 필요한 것일까. 가만있자..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모호한 이 극장의 방대함을 보라!
창공을 입체 스크린인 양 품고 있는 이 거대함이 현실에 존재하다니.
시공 파편과 객석과의 거리도 수 킬로는 족히 돼 보이나, 객석의 규모만 놓고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입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 콜로세움의 백 배도 넘는 것 같아요.
상준 일행이 위치한 자리는 중간쯤이었는데 아래 위로 까마득하여 어질어질합니다.
층이 따로 구분되어 있진 않지만 경사가 상당하고 맨 아래에서 꼭대기 자리까지 수직으로 재면 높이가 얼추 수 백 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맹세코 과장법이 아닙니다! 제 눈짐작의 오류는 실재의 광경에 비하면 무시해도 좋을 만큼 미미하리라 확신합니다.)
아까 지수가 타고 내려간 것과 같은 에스컬레이터들이 계단을 대신하여 촘촘하게 놓여 있습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한 쌍의 자동 계단 사이와 가장자리에 - 관객이 손수 개폐할 수 있는 -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급경사에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것이라 관객이 임의로 조작할 순 없고,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자동 운행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러한 초메가 극장 안에서 도보로 이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빠른 출입을 위한 당연한 설비임은 이해가 되는데, 과연 이것만이 필수적 옵션이어야 했는지 의문은 남습니다. 우주를 조각내어 끌어당기는 상상초월의 극장인 걸 감안하면 좀 밋밋한 발상인 듯도 해서요.
좌석 밑으로 푹 꺼지거나 순간이동하는 시스템이 있다 해도, 저 어마무시한 시공 영상에 비하면 감히 비빌 수 없는 수준이거늘, 기껏 고안해 낸 게 에스컬레이터라니..
뭔가 언밸런스합니다. 복고와 첨단이 버무려진 묘한 느낌이랄까.
우리 세상의 것과 비교하면 나름 진일보한 형태의 에스컬레이터임이 틀림없는데도 이것을 통해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의 퓨전 세계관을 엿보았다면 비약일까요.
저 위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아비규환의 우주 전쟁으로 인해 수 킬로 아래의 객석이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실시간 시공 영상과 수많은 관객들 사이에 어떤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설치되어 있는 걸까요?
(정밀한 클로킹 기술이 많은 것들을 가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클로킹을 해제하면 굉장히 복잡하고 거창한 구조물들이 극장 안에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겠죠.)
어마어마한 폭발과 화염의 열기가 많이 약화되기는 하였지만 관객들은 뜨거움을 실감 나게 전달받는 모양입니다.
이런 걸 4D 영화라고 한정한다면 이 극장에 대한 모욕일 테지요.
그런 허접하고 인위적인 장치를 시공의 자연적인 현상과 견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아까 저와 함께 떨어져 내리던 물방울들의 기원이 이제야 확실해지는군요.
저를 실은 미세 방울은 방어막을 뚫을 만큼 작았나 봅니다.
만약 그것에 막혔다면 물론 다른 방법이 또 있었겠지요. (운송자가 애초에 막히지 않도록 조종하였겠지만.)
상준의 안구로 떨어져 백회 차크라와 일차 도킹한 걸 보면 우연이라기보단 타깃으로의 궤적을 그들이 계산해 놓았다는 게 아마 맞을 겁니다.
미주알고주알 묻기도 지겨워요. 이렇게 절로 깨달아진다면 굳이 캐물을 필요 없겠죠.
영적 성장이 적당히 이뤄지고 있는 증거가 이런 거라면 부담 없겠어요.
이것이 혼자만의 망상이 아니라 소소한 깨침이기를 기도하며..
클로킹으로 감췄던, 보이는 게 전부던, 이 광대한 극장을 운용하는 컨트롤타워가 분명 어딘가에 있을 텐데..
원형의 객석 (절벽 같은) 뒤편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오벨리스크와 흡사한 뾰족한 기둥들이 으리으리한 자태를 뽐내며 우뚝 서있습니다. 하늘을 찌를듯한 높이가 역시 수 킬로에 이르며 이는 위용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모습입니다.
추정컨대 이 육중한 거구들은 시공파편을 특수한 공간에 잡아두고 그것을 영상으로 보정해 내는 일종의 차원 변환 기계 장치가 아닐까 합니다.
날것인 시공이 제공하는 (사운드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을 이것들은 실시간으로 다듬고 있는지도 모르죠.
이 현대판 오벨리스크들이 사방에서 상보적으로 작동하는 덕분에, (깔때기 모양에 가까운) 원형 관람석의 어느 방향 어느 위치에서도 관객은 동일한 장면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최일선의 수족 같은 자동 제어 장치가 이 네 개의 첨탑이라면 이것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두뇌 개념의 컨트롤타워도 극장 내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관람석 아래에 드넓은 지하 밀실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안에서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슈퍼 양자 컴퓨터가 가동되고 있지나 않을지..
극장 내 첨단 자동화 시스템은 이렇게 저의 상상과 유추를 기반으로 전모가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는 반면, 바로 목격이 되는 즉시성이 추측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져 있는 객석의 바다가 그러하였습니다.
원근을 가리지 않고 너무나 충격적으로 들어오는 여러 장면들이, 중첩되거나 서로를 밀어내면서 빠르게 돌진하는 밀물처럼 다가와, 저의 어찔한 정신을 거칠게 쓰러뜨리려 합니다.
한마디로 영화 스타워즈 혹은 맨 인 블랙에나 등장할 법한 다채로운 외계인들의 향연이었습니다.
이루 다 언급이 불가능하리만치 다양한 종족들입니다. 인간들 사이에 어우러져 함께 슈퍼맨을 감상하고 있네요.
우선 눈에 띄는 존재들만 나열하자면, 거인형, 로봇형, 포유류형, 곤충형, 물고기형, 괴물형, 영체형, 파충류형, 양서류형, 문어형, 점액질형, 히드라형, 연기형, 전기형 등등..
적응이 안 되어 있는 저로선 무섭고 혐오스러운 이런 존재들이 먼저 시야에 들어오더군요.
천사형이나 빛존재형 내지는 노르딕형 오리엔탈형 그리고 안드로이드형 같은 형상들도 물론 보였으나 이들은 인간과 비슷한 관계로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게 심각한 위화감을 안겨 준 상기 괴이한 존재들에게도 이 극장은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들을 위한 전용 좌석이 사이즈별로 따로 마련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별도의 공간으로 격리된 것이 아니라 관람석 전체에 걸쳐 랜덤하게 놓여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의 민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는 사례 중 하나겠죠. 외계인들을 향해 편견이나 거부감 없이 열린 자세를 견지하는 은하 시민의 의연한 면모가 엿보이네요. (제대로 범우주적인) 이 웅장한 극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관대한 시민 의식을 발휘하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인듯합니다.
하면 이쯤에서 다시 처음의 의문이 떠오르는군요. 여긴 대관절 어디인지. 이 극장의 주인은 누구인지.
나의 분신과 일행은 어째서 한국 이름을 지녔고 한국말을 한국 사람처럼 유창하게 하는 것인지..
그러고 보니 객석 곳곳에 검은 머리의 물결이 일렁이네요. 어림잡아, 수백만 석에 버금가는 총관객 수의 절반 가까이는 되어 보입니다.
여기가 한국이라면 이 또한 쇼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4차원 하위 마스터시여, 호기심을 충족하도록 부디 도와주소서.
이럴 때만 극존칭이냐.
너의 뛰어난 연상 작용을 계속 발휘하면 될 것을, 우리가 굳이 소환될 필요 있겠느냐.
이 세계를 접하는 순간 넌 한차례 더 도약하였다. 여기는 그런 곳이다.
자신을 믿으라. 너의 백일몽은 더 이상 백일몽이 아니다.
궁극에는 상념을 거두어야 하나 깨닫는 도중의 상념은 세상을 밝히리니 지금처럼 과감히 상념하고 앎 속에 머물라.
알았어요, 죄송해요.
삐치지 마시고 여느 때처럼 질문에 답이나 해 주세요. 여기 한반도 맞지요?
그렇다. 지구 표면의 중심이랄 수 있는 이 반도에 - "궁극의 당신"이 거하시는 - 화이트 코어계로부터 날아온 우주 연합 함대가 임한지도 어언 이 천 년.
(함대 규모가 거의 행성 및 그 위성들 수준이라 물리적으로는 태양계 내 우주 공간에 위치하며 한반도와는 정확히 수직의 직선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의 달력은, 빛의 사령관이 백두산으로 내려와 천지에 사는 영물을 길들이기 시작한 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당시 사령관의 이름을 따서 "나흐 쟈이스"력이라 하며, 네가 도착한 현재의 연도는 나흐쟈이스 이 천 년이 되겠다.
너의 세상 태양력으로 환산하면 서기 1970년이지.
즉, 사령관은 너희 태양력으로 기원전 삼십 년에 반도의 땅을 처음 밟은 것이다. 물론 평행 지구의 반도를 말이다.
1970년이라고요? 우리나라로 치면 한참 낙후된 개발독재 초기인데 여기선 이렇군요.
엄청난 초문명이 이천 년 전부터 차곡차곡 한반도에 구축되었다면야, 수긍이 가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우리와는 달리 장구한 기간 동안 전혀 굴곡지지 않은 역사를 가졌나 보네요. 부럽습니다.
그런데 여긴 기원전 후 연도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니
예수님도 안 계셨단 얘깁니까?
안 계시긴. 사령관이 강림할 때 함께 내려온 보좌관들 중 한 분이 마스터 크라이스트셨느니라.
그분은 시공을 초월하여 초우주 어디에나 임하시는 존재이므로 그런 질문 또한 신성모독일 수 있다.
다만 각 시공에 깃들어 계신 그분의 분령마다 역사적 강림 스토리에 있어 약간씩 다른 차이를 보일 따름이지.
검은 마스터께서 어인 일로 예수님을 다 치켜세우시나요?
완전 반대편에 위치하니 한창 물고 뜯어야 정상 아닌가요?
어허! 상스럽기는..
몇 번을 설명해 줘야 알아먹겠느냐. 우릴 저열한 이분법의 범주에 묶지 말지어다.
빛과 어둠 이 둘이 공존하지 않으면 근원의 섭리는 작용하지 못한다.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는 가장 큰 이유이지.
근원과의 합일을 목표로 한다면 거시적 안목을 좀 키우거라.
말은 바로 하자고요, 그 거창한 목표 제가 세웠습니까?
본인들 이득과 직결된 마스터플랜에 따라 억지춘향 격으로 저를 이리 닦달하는 것, 모를 줄 알고?
쯔쯧.. 하나는 알아도 셋 넷은 모르는 게 인간이라 하였던가.
우리의 목표가 곧 너의 목표이고 이것을 이루면 모두의 이로움인 것을.
예, 안 믿어요.
아무려면 하립님이 거짓말하셨겠어요?
어흠.. 아직은 무지한 이여,
사령관 나흐 쟈이스의 이름에서 무엇인가 느껴지는 게 없는가.
후후, 당황하셨나 왜 말을 돌리시지?
글쎄요 나흐 쟈이스라..
오호 이름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했더니, 제 이름과 비스무리하네요.
여어, 그걸 연상해 내다니 제법이군.
왜 이러시나. 저 이래 봬도 아이큐가 백팔십 넘는다구요.
키가 그랬으면 더 좋았으련만..
됐고!
네가 근원과 합일하면 동시에 "궁극의 당신"과도 합일하는 셈이 된다. 근원 의식의 무수한 다른 얼굴이 궁극의 당신들이기 때문이다.
근원과의 합일 후 네가 화하는 궁극적인 초인이 바로 "궁극의 당신" 이른바 10차원의 허큘리스다. 가장 올바른 길로 네가 끝까지 걸어갔을 때 너를 반겨 주게 될, 빛으로 화하신 "네 궁극의 미래 자아"인 것이다.
궁극의 당신께서 임재하시는 지고지순한 관념계가 화이트 코어이며 그분이 나투어 놓은 육화한 분신들 중 한 분이 우주연합 함대 사령관이다.
(대우주 근원이 만드신) 자아를 가진 피조물들 중 최상의 반열에 오른 상위자아가 궁극의 당신들이며, 고로 이분들은 필히 (그들로 진화 될 잠재력이 있는) 피조물들의 수만큼 존재하시는데, 피조물의 이름이 곧 그의 이름이니라.
따라서 그의 분신들도 당연히 같은 이름을 갖게 되나,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갈래로 분화한 (다양한 언어의) 후손들에 의해 이렇듯 (본래 이름의 명맥만 남은) 다소 변질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우주 연합 함대들의 임무는, 궁극의 당신이 관할하는 "다차원 중첩 평행우주 시스템의 차원별 코어"와 그 권역의 다수 열반계 및 열반 가능계들을 모니터 하는 것인데, 최중심 코어로부터 출항한 함대로서 추적 관찰의 수준을 넘어 영속적 상주를 고수한다는 것 자체가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 우주인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인 것이다.
아직은 아니나, 여기는 아마도 잠재적 해탈계로서 그에 부응하는 변화가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는 시공임에는 틀림없는듯하다. 이곳 지구의 가이아 에너지가 심상치 않은 것도 이러한 예측을 가능케 한다.
5차원으로 상승하기 위한 대 기운의 숙성이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음이리라.
이러한 대변화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여 퍼져 나가듯 발현되고 있으며, 이는 지구의 코어 에너지가 한반도를 통해 분출하는 양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까닭에 나흐쟈이스가 친히 왕림하여 새로운 국가 체제를 심어놓지 않았나 싶다.
너의 궁금증 해소에 쐐기를 박는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이 건물은 - 네 시간 개념인 서기 1970년을 기준으로 - 대한국 연방 소유의 극장이다.
이천 년에 걸쳐 평화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주변국을 복속시켜 현재 아메리카 연합국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를 자랑하는 대국이 되었다. 영토만이 아니라 과학, 기술, 산업, 군사,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그리되었다는 뜻이다.
미국을 여기선 아메리카 연합국이라 부르는군요. 주변국과 어떤 식으로든 연합한 형태인가 봅니다.
여러 주들로 나뉘는 기존 합중국 체제가 나라 단위의 더 큰 연방 형태로 확장된 건가요?
아니 이런 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 대한국 연방이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작은 반도조차 둘로 쪼개진 작금의 우리 현실과 비교하면 참으로 부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네요.
천하의 미국도 대한국 연방이 많이 의식되었나? 그래서 지지 않으려고 부랴부랴 연합국을 형성한 모양이지요?
여태껏 우리 얘기를 듣고도 이곳 시공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군.
그건 너희 지구에나 해당되는 말이고 여긴 정반대일세.
국가 간의 친밀함이 어느 때보다 강하고,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시혜 의식도 과하리만치 차고 넘쳐, 결과적으로 한 행성 한 국가 체제를 지향하는 기류마저 대기권 아래 팽배해 있다네. 나라끼리의 긴밀한 협조를 기반으로 말이지.
이렇게 두터운 평화의 기조하에 문화적으로도 우주적인 르네상스가 도래하여, 너도 목격했듯이, 시민들 간의 교류 및 왕래는 물론 나아가 은하 안팎의 다양한 외계 문명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적의를 품은 악성 세력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들은 우주연합 사령부의 상대가 되지 않기에, 감히 대적할 생각조차 할 틈 없이 함대 사령부에 의해 철저히 걸러져 차단되고 있다.
그런 하찮은 것들은 첨부터 해충 취급 당하며 쫓겨나거나 - 도를 넘어 설칠 경우 - 박멸될 운명을 맞이할 뿐이지. 그러나 예비 열반계의 가이아 에너지부터가 이들과는 상극이라, 애초에 그들의 레이다는 이곳 지구를 포착하지도 못하며, 위의 경우는 극히 드문 이례적 상황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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