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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텔레포트 2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1. 2. 12:40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1. Superman (원본) (27)
이렇게 워크인하여 차크라 결합을 하고 있는 난, 과연 제대로 텔레포팅을 해낼 수 있는 걸까.
마스터님, 굳이 저까지 공간이동을 할 필요 있겠습니까? 어차피 웜홀은 우주를 가로지를 텐데 분신과 지상까지 동행한다는 건 비효율 아닌가요?
극장 내 가게에서 객석으로 이동하는 간식들이 부러울 지경입니다. 천 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장거리인데요?
왜, 객석에서 극장 안의 정화조로 이동하는 똥은 부럽지 않고?
너의 특기인 찡찡댐이 왜 안 나오나 했다.
영육이 함께 재조합되므로 중간에 우주 미아가 될 걱정은 넣어두거라.
웜홀이 어느 지점에서 생성될지는 지상에 도착하면 알려 주겠다.
그게 더 무서워! 정녕 영혼까지 찢어발기는 장치인 겁니까?
와아,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아요! 이거 저만의 착각인 거 맞죠?
텔레포테이션 룸인듯한 건축 구조물의 큼직한 입구에 희뿌연 커튼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런 곳임을 알려주는 (입구에 걸맞은) 커다란 간판이 떡하니 달려 있을 만도 한데 근방 어디에도 친절한 표시는 보이지 않습니다.
십 미터, 오 미터..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멀리서는 커튼으로 보였던 것이 실은 특정 공간을 가득 메운 채 일렁이고 있는 짙은 연기 혹은 안개 같은 것이었습니다.
문도 없이 개방된 입구였으나, 그득히 차 있는 하얀색 연무 같은 걸로 정체를 꼭꼭 숨긴 내부가 빠르게 다가오자 -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목을 조르고 가슴을 짓누르는 - 답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막연했던 불안과 초조가 가파르게 고조되면서 평소 느껴 보지 못 한 폐소공포증마저 엄습한 모양입니다.
으악! 분위기가 너무 기괴해요.
왜 이렇게 앞이 안 보이는 거죠?
마스터님 듣고 계시면 대답 좀 해 주세요. 살려 주세요!
호들갑 떨지 마라. 무엇이 못 미더워 그리 안절부절못하는 거냐.
새파랗게 질려서 본인이 어떤 존재인지를 또 망각하고 말았구나. 너의 육신은 여기 없다. 상상 속의 증상에 얽매여 전전긍긍하지 말라.
상념이 또 요동치나 보죠. 웜홀 활성에 없어선 안 될 짓을 하고 있는데 웬 딴지셔?
제가 예전에 고전 SF 영화를 즐겨 봤었는데 거기 자주 등장하는 투박한 순간 이동 씬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걸랑요. 진정하라 해서 진정이 되겠냐고요. 그래서 그런 거니 제발 이해 좀 하시라고요 네에?
웜홀의 추진력은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 스테레오타입이 아니란 말이다.
이번 웜홀의 경우 상념 요동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분신과 조금 더 동행하거라.
당연히 동행해야죠. 아직 지상에 내려오지도 않았는데요.
당장 돌아버릴 것 같은 심정을 억누르고 이 미스터리한 텔레포터에 영혼을 맡기고 있잖습니까!
과연 저의 정신이 온전히 유지가 될지 그러하다면 온전한 정신으로 어떤 충격적인 것을 느끼게 될지, 참 조마조마하면서 기대가 되네요..
쯧쯧..
다 왔도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보거라.
장난하세요? 여전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구만..
오잉? 여긴 어디..? 아무리 봐도 극장 안은 아닌데..?
분신 녀석은 - 순간전송이 되든지 말든지 전혀 아무렇지 않게 - 애인과 나누는 키스에만 여전히 몰두하고 있고.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게 장식된 높고 넓은 천장 아래에서 상당한 경사의 에스컬레이터들이 나란히 동작하고 있습니다. 삼백여 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긴 것들 백여 쌍이 평행하게 놓여져 운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그것들을 이용하여 극장 관객으로 보이는 인간과 외계인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내려오거나 올라가고 있습니다.
공간을 점프해서 갈아탄 것이 아니고 - 극장의 에스컬레이터가 - 여기까지 이어진 거라 착각할 만한 광경입니다.
주의를 암만 기울여 살펴봐도 순간이동 괴담에 개연성을 부여할 (다리가 목에 붙었거나 얼굴이 팔에 붙는 등의) 심각한 프릭스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삼분지 일 정도 내려온 상태에서, 분신의 행위와는 별개로 저는 자동계단 위쪽을 봐야만 했습니다.
진정 착각이 맞는 건지 혹은 접힌 공간을 뚫고 실제로 이어진 건지 확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도열한 에스컬레이터들은 모두, 방대한 구름 같은 흰 연무 속에서 나옴과 동시에, 그리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니, 자욱한 안개 같은 것을 뚫고 인간과 외계인들이 속속 내려오고 있습니다.
여기의 에스컬레이터는 외관이 분명 달랐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자동계단이 시작되는 부분은 구름 속에 가려져 안 보일 따름이지 워프를 통해 극장의 것이 이어진 건 아니란 얘깁니다.
어쨌든 영화 속 거친 기기와는 차원이 다른 매끄러운 텔레포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영육 재조합의 고통(?)을 고스란히 체험할지 모른다는 공포스러운 상념은 그야말로 저 혼자의 망상에 불과하였나 봅니다.
그냥 타고 내려온 거라 착각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괜히 쫄았네요.
장치의 쩍 벌어진 아가리 속으로 진입하면서 계단이 평면으로 바뀌었지만 텔레포트를 위한 사전 작업은 계속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평면 에스컬레이터 구간이 끝나는 지점이자 장치를 빠져나오는 경계면에서 텔레포트 세팅의 임계점에 도달하여 순간이동이 본격화된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멘탈이 약해지는 바람에 미처 거기까지 시야를 넓힐 수 없었으나, 돌이켜보건대, 웅대한 깔때기형 객석 맨 아래 중심부 자체가 공간이동을 위한 폐쇄형 그랜드 플랫폼이지 않았을까 사료됩니다.
관람석의 에스컬레이터 수효만큼 입구들이 원을 그리며 뚫려 있고 각개의 자동계단이 그것에 방사형으로 연결되는 시스템 말입니다.
그 대형 플랫폼도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이렇게 많은 자동계단들을 담아낼 용적은 절대 아닙니다. 그럼에도 무난하게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은 하얀 구름으로 대변되는 시공 왜곡 현상 때문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구름화 현상은 왜곡을 만드는 원인이 아니고 시간이 비틀어질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리라.)
차원을 조작하여 이계의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고요.
중심에 수렴하는 방사상 형태로 - 일 초가량의 극히 짧은 시간 - 천 킬로미터를 건너뛴 관객들이 부딪치거나 뒤엉키지 않고 평행한 형태로 지상의 에스컬레이터에 안착하는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대로, 톨게이트 형태의 평행한 지상 텔레포터에서 천 킬로 상공으로 도약하여 방사형의 에스컬레이터에 옮겨지는 모습 또한 환상적인 풍경이긴 마찬가지일 테고요.)
아마 양쪽 자동계단에 타깃 정위치를 위한 강력한 유도 인자가 장착되어 있는지도..
웜홀을 이용하여 쌍방향 워프를 시도하기에는 천 킬로가 애매한 거리인가 봅니다.
비용 문제를 떠나 요 정도 짧은(?) 거리는 순간 이동 방식이 오히려 안전하고 안정적인 모양입니다.
웜홀을 여러 번 경험한 저로선 이토록 부담 없는 텔레포트라면 백 번이라도 이것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원자 이하의 수준에서 분해 및 재조합된다고는 하나, 분해되는 나와 재조합되는 내가 정신적 와해를 느껴 볼 틈도 없이 이처럼 스무스하게 링크된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양방향 웜홀 시스템을 갖추려면 이보다 훨씬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고, 설사 실현된다 해도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굳이 고려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지.
그걸 아는 분들이 주야장천 저를 워프시키셨습니까?
우주간 이동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나마 무한대에 가까운 거리여서 짧은 거리 웜홀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음을 위안으로 삼으라고.
농담인 거 아시면서 또 진지한 척 하신다.
알겠으니까 제가 제대로 추론한 건지나 얘기해 주세요.
응, 잘 하고 있어.
자아, 곧 활성화할 예정이니 마음의 준비나 해 둬. 방만한 상념 활동은 되도록 자제하고.
글쎄요. 주변의 기운이 평화롭고 상황도 무탈하게 흐르는 것 같은데, 어떠한 동기가 과연 웜홀을 촉발할까요. 자못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상준이와 여자친구 주은이는 물품보관소 같은 곳에서 맡겨 둔 뭔가를 다시 찾는 눈치입니다.
그래, 걔네들이 찾아가는 그게 키포인트다.
긴장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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