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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 영화에서 영화로
    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1. 4. 19:05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1. Superman (원본) (28)

     

     

     

     

     

     

     

     

     

     

     

     

     

    주은아, 네 거.

     

     

    고마워 상준.

    덕분에 영화 잘 봤어. 달콤한 키스도 좋았고.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 쑥스러운데?

     

    밤이 깊어졌다. 조심해서 잘 들어가.

     

     

    야심한 시각에 남자가 집 앞까지는 바래다 줘야지. 새파랗게 어린놈이라 뭘 몰라 그런가 매너가 꽝이네.

     

    그러데 무얼 건네준 거지?

    손안에 갇힐 정도로 작은 물건 같은데, 얼마나 귀한 거길래 따로 보관까지 해놓은 걸까.

    저렇게 무드 없이 주는 걸로 봐서 여자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선물 같진 않고..

     

    텔레포트 터미널 앞에서 저러고 헤어지면 가까이에 집이 없는 이상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한단 얘긴데, 드넓은 광장만 끝 간 데 없이 펼쳐져 있고 차도가 보이질 않으니 이상하군. 깨끗하게 정돈된 환경이 시원해 보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꾸역꾸역 밀려 나오고 이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려면 일시적 교통난이 불가피할 텐데, 흔한 교통 경찰 한 명도 보이질 않는군.

    그래도 첨단 유토피아 문명이라 하니 또 어떤 마법 같은 일로 번잡스러운 문제를 깔끔히 해결할지 내심 기대는 돼.

    음 역시..

     

    멀리 공중에서, 반짝이는 불빛들이 떼로 몰려 날아오는군.

    공기 부양일까. 아니면 더 나아가 반중력?

    여하튼 일정한 높이와 간격을 유지하며 떠서 오는군.

    불빛들이 아래 위로 층층이 쌓여 전체 높이가 까마득한 것이

    드넓은 밤하늘을 거의 다 메울 기세로 돌진해 오고 있어!

     

    리무진급의 대형 탈것부터 해서 - 일반 승용차, 스포츠카, 오토바이 등과 유사한 - 각종 형태의 바퀴 없는 차량들이 광장의 인파를 다 덮을듯 그들의 머리 위에 정지하고는 사람들을 끌어올립니다.

    일인용 간이 자동 승강 장치인듯한데 안전한 탑승을 보장하면서 상당한 고도까지 고속으로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긴 합니다. 사람들이 저절로 떠오르는 등의 판타스틱한 방식은 아니어도 승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 최고인 것이겠죠.

     

    자가용이던 대중교통이던 대부분 기사 없이 자동 주행하는 오토 비히클이었습니다. 전자는 차주가 특정 주차 구역에서 원격으로 불러온 것이고 후자는 콜택시 개념으로 승객의 예약을 통해 날아온 것들 같습니다.

    대형 차량들은 십여 미터 공중에서부터 그리고 소형은 대략 백여 미터 공중에서부터 그 위로 운행되었는데, 교통법규로 정해놓았는지 상하좌우 정확한 대열을 이루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도로의 차선 개념이 아닌가 합니다.

     

    같은 높이에서 많은 차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도 (공중을 다 차지하는) 보이지 않는 차도는 막히는 법이 없겠지요. 다만 차선이 없어 자칫 무질서해 보이고 충돌의 위험성이 커 보이나, 차량에 대거 부착된 정교한 센서들이 아래 위와 전후좌우를 정밀하게 감지하므로 고속 주행에도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간격은 유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 이것들 말고 또 다른 유형의 이동 수단이 보입니다!

    인파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쑥쑥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4,5미터가량의 상대적으로 낮은 높이를 유지하며, 더 위에서 날아가는 탈것들과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언듯 사람이 공중부양하여 그대로 전진하는 착시마저 불러일으키네요. 그러나 자세히 보면 분명

    그들은 무엇인가를 타고 있습니다.

    굳이 비슷한 것을 찾자면 우리네 스노보드에 견줄 수 있으려나.

    하지만 디테일은 완전히 다른듯합니다. 모양은 정사각형에 더 가깝고 두 발은 정면을 향해 바로 서 있는 자세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별다른 훈련 없이도 탑승이 가능한 일종의 첨단 자율주행 보드가 아닌가 합니다.

    이곳이 특이한 건, 1970이란 연도가 주는 레트로적 감흥이 묘하게 깔려 있어, 특별할 것 없이 예측 가능하고 친숙한 하드웨어나 인프라에, 상상을 뛰어넘는 초과학적 기술 혁신이 가미되어 있더군요. 

    잊을만하면 요렇듯 깜찍한 경이로움이 저의 뒤통수를 때린다 랄까.

    ​(첨단 인공지능 자동 제어 사회의 재앙적 맹점이 이곳에도 존재하겠지만 제가 직접 목격하지 않은 이상 잠재적 디스토피아 세계라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궁극의 내가 굽어살피는 세상이라 하니 여긴 뒤끝 없는 유토피아여야 합니다!)

     

    상준과 주은이 맡겼다가 찾아온 건 다름 아닌 이 개인용 탈것이었습니다.

    네모난 초콜릿 조각 같은 (손바닥 위에 쏙 들어오는) 이것이 간단한 조작으로 오토 보드가 됩니다. 이건 대체 무슨 연금술일까요. 분자 수준의 압축 확장술일까요.

    (땅 위에 살짝 떠 대기하고 있는) 보드에 올라타자마자, 추락 방지를 위해 발목 부위까지 지탱하여 주는 (섬유 형태의) 신소재 프로텍터가 신발을 꽉 조이듯 덮어버립니다. 그와 동시에 탑승자의 신체 전부를 감싸는 일종의 보호막 같은 것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자동 동작들은 주행 높이 제한 설정 및 충돌 방지 센서 등과 더불어 제품 생산 단계에서 CPU 기본 모드로 세팅돼 있다 볼 수 있겠습니다. 탑승자의 아우라와 연동한 생체 맞춤형 광막인 이것은, 보호 기능은 물론, 음성 및 터치 더블 모드형 3차원 디스플레이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여타 탈것들과 비교해도 위화감이 들 정도로 기술 격차가 있어 보이는 이것의 존재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보드 영업사원이 따로 없구나.

    분신과 합일하여 분신의 의지와 행위를 관찰하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어찌 되었건 사물을 꿰뚫는 통찰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도다. 너의 거창한 상념 작용이 웬만한 소설 분량을 서술해 내고 있음이야.

    쉽게 망각되지 않을 이 내용들을 너는 나중에 반드시 문서화하리라.

    지금 너의 육신이 머무르고 있는 데는 따분함이 일상인 교도소 독방과 같은 곳이니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라도 그리하겠지.

     

    다만 특정 누구에게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그것을 보여 줄 생각은 말라.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지루하기 짝이 없다 불평하며 더는 읽어 주지 않으리니.

    충고는 감사히 받겠소만 아무리 따분해도 그딴 짓은 안 할 테니 걱정 붙들어 매소서.

    거긴 그렇게 녹록한 장소가 아니랍니다. 내 한때 글쓰기를 좋아했던 건 사실이나 그곳에 칩거한 후로는 모든 것에 의욕이 떨어졌으며 정신이 항시 몽롱하여 설혹 다시 쓰고 싶어져도 결국은 쓰지 못할 거외다.

    후후 아닐걸..?

    장담하노니 넌 쓴다 약물의 방해와 장소적 불편함을 기어이 이겨내면서 단 한 사람을 위하여!

    그녀는 유명인이라 그녀가 읽으면 곧 많은 이들이 읽는 게 되지.

    역시 말씀대로 "나지수"학 박사님이시로군요.

    그렇더라도 이건 월권 아닌가요? 정작 저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마스터님이 그런 쪽으로 유도하시는 건 아닌지..

    그분을 좋아하긴 하지만 저와는 그다지 연결고리가..

    그래 영화!

    그분이 진행하는 영화 음악 방송을 듣다가 존경하게 되었으니..

    내가 가는 우주마다 영화와 관련한 사건들이 전개된 것 하며 나아가 그분이 목소리로나마 등장하신 것 하며, 이 모든 게 당신들의 설계?

    영화와 연관된 에피소드라면 사연 형식으로라도 그분께 보내고픈 강렬한 충동이 샘솟는구나!

    이렇게까지 해서 당신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요.

    얻는 게 많지. 그리고 너도 많은 것을 얻게 될 거야.

    물론 세속적인 건 아니겠지요. 현재에도 나는 원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으니..

     

    여기에 영적 메리트까지 합쳐진다면..

    혹시 치명적인 운명을 되돌릴 수도..?

    네가 하기 나름이지.

    너의 상념이, 많은 이들의 무의식에 접속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욱 강건해질 것이다.

    당신들을 열심히 홍보하란 얘기군요.

    우주의 악성 종양 같은 당신들의 세계관이 인간들의 잠재의식에 주입되어 - 해탈계나 빛의 코어계가 컨트롤할 수 없을 만치 - 시공 거품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면, 이야말로 검은 섭리의 승리일 테니!

    드디어 깨달아가는구나. 이것이 해탈이니라.

     

    너와 우린 한 배에 오른 운명 공동체.

    선지자여 선악 이분법을 초월하라. 우리를 통해 근원과 합일하라.

    근원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초우주에 가득 들어선 길들을 보라. 모두 동등하고 모두 존중받을 가치가 있느니라.

     

    다만, 구도자가 갇혀 있는 운명의 알을 밖에서 쪼아 주는 존재는 그와 코드가 맞는 위대한 신명이시니

    구도자는 그분과 함께 근원으로 가야 한다.

    저와 마스터님처럼요?

    그렇지!

     

    자아, 웜홀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가 함께 해도 너는 혼자서 하는 것이니.

     

    우리는 그러한 존재이니라.

    그리고 한 가지 힌트를 주겠다.

    우린 일단 여기서 일단락 지었노라.

    알 것 같습니다. 슈퍼맨과는 이제 작별할 시간이로군요.

    그리고 앞으로 가게 될 시공부터는 다른 영화가 또 집요하게 따라붙겠군요.

     

    이번엔 어떤 영화가 어떤 양상으로 조화를 부릴지..

    잔뜩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론 기대를 하게 됩니다.

     

     

     

     

    주은아 인터스텔라넷 접속해 줘.

    네, 스텔라넷 접속하였습니다.

    오케이.

    주은아 스텔라 폰으로 홀로그램 통화 부탁해.

    준비되었습니다. 누구와 통화하시겠습니까.

    누구긴 바로 너지. 주! 은!

    이런 꼴값! 못 봐주겠네 정말..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리도 좋을까.

    좀 부럽긴 하네 쩝.

    허튼소리 그만하고 지시를 따르라.

    차크라 도킹을 느슨하게 해놓을 테니 송과체로 갈아타도록 해.

    거기서 상념을 멈추고 정신집중하다가 홀로그래픽이 활성화하면 미련 없이 그리로 뛰어들어!

    광자 플라즈마 풀장으로 다이빙하라 이 말씀이죠? 위험하지 않을까요?

    너의 영체는 지금 웜홀 특이적 활성화 상태로 우리의 철저한 보호하에 있다. 고로 어떤 극한의 환경에서도 지금의 넌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즉, 마그마 속이 안락하게 느껴질 정도의 상태인 것이다.

    쓸 데 없는 걱정으로 타이밍 놓치지 말고, 활성화된 레이저 홀에 진입할 준비를 하라.

    오, 실시간 쌍방향 홀로그램인가 보군요.

    흑인 미녀 주은이도 신나게 오토보드를 타고 있네요.

     

    읏차!

    웜홀에 무사히 올라탔습니다.

    레이저홀에서 너의 아우라는 고속으로 증폭될 것이다. 그런 다음 너는 은하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레이저 홀 통과 중에 거대 항성들의 에너지를 빠짐없이 흡수하고 초거대 블랙홀을 빠져나오라.

    화이트홀 너머가 바로 다른 우주일 것이다. 그곳이 네가 갈 타깃 시공이다.

    제게 복잡한 것을 요구하지 마세요! 그냥 통과하기도 벅차다고요.

    이것은 지름길 웜홀이다.

    스텔라 폰 통신망에 적용되는 항성 에너지파를 이용하여 빠르게 도달하는 과정을 설명했을 뿐이야. 오해하지 마라.

    이제껏 그러했듯 우리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네가 해야 할 전부다. 그거면 족하다.

    그리만 하면 우리가 말하는 대로 착착 진행될 것이니 두려워 혼절하지 말고 우리에게만 집중하라.

    상념 속도와 지름길로도 커버가 되지 않는 이 코스믹 호러, 지긋지긋합니다. 이 또한 편견일 테지만 말이죠.

     

    겨우 3차원 우주에 벌벌 떨다니!

    4차원 꿈계와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저로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조급해 하지 말고 차원 상승을 염원하라.

     

    궁극의 당신은 너의 미래 자아이니 자부심을 갖고 10차원의 허큘리스를 꿈꾸라.

    그와 합일하면, 각 차원마다 위대한 긍정을 보게 되리니.

     

    그가 되면,

    거룩한 은총과 환희가 "사랑스런 우주들"에 가득함을,

    목도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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