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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 에프 엠 마스터
    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0. 25. 12:36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1. Superman (원본) (23)

     
     
     
     
     
     
     
     
     
     
     
     
     
     
     
     
     
     
     
     

    고맙네. 미스 B의 충정을 잊지 않겠네.

    마스터님의 은총이 망극하옵니다. 오늘 이렇게 누추한 자리를 영광스럽게도 빛내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수고하시게.

    내 그대에게 작별 선물 삼아 키스를 하려 하는데 받아 주겠나?

    네에?

    아아 너무 뜻밖이라.. 어찌 저 같이 미천한 것에게..

    겸손하기는..

    계속 빼는 것도 미덕은 아니야. 자아 내 품으로 들어오라. 그리고 그 탐스러운 입술과 촉촉한 혀를 아낌없이 내게 달라!

    기꺼이 그럴게요. 아름답고 멋지신 크리스 리브님..

     

     

     

     

    아니 이게 무슨 방송이야 대체!?

    공중파 같은데 이래도 되는 거야? 사전 녹음이었으면 충분히 편집할 수도 있었을 텐데..

    십여 초를 넘기는 깊은 입맞춤의 효과음이 그대로 전파를 타다니!

    피디도 디제이도 전부 저 검은 마스터에 홀린 게 분명해.

     

    ** BYJ 누님, 이런 가망 없는 암흑천지에서도 꿋꿋이 방송을 진행하시는 모습 존경스럽긴 합니다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앗! 오해 없으시기를..

    지금 제 사연을 읽으시는 누님이 아니라 또 다른 세상인 이곳의 누님에게 하소연하는 것이오니.

     

    저 음흉한 흑마법사가 대놓고 으스대는데 누님은 그저 바짝 쫄아서 저놈 똥구멍이나 핥고 앉았으니 원..

     

    저놈의 역겨운 경거망동만 보더라도 제국주의 독재의 서슬 퍼런 분위기가 절로 느껴지는군.

    저놈 면전에서 까딱 잘못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모가지가 날아갈 판이니 에프엠과 악성 외계인들의 나팔수 노릇을 해야 하는 누님의 처지가 이해 안 되는 바도 아니야. 어쩔 도리가 없으니 저러는 척하는 거겠지.

    저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도 잊을만하면 날카롭고 시니컬하게 비꼬거나 돌려까는 듯한 멘트 혹은 질문을 투척하는 것으로 보아 누님이 사이비 종교 신자처럼 자발적으로 추종하는 것 같진 않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만 믿고 안심하기엔 누님의 저놈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아요.

    나 역시도 존경해 마지않는 선하신 크리스토퍼 리브님이 왜 하필 여기선 사악한 마스터란 말인가.

     

    입에 발린 친절함도 (자가 통역 장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기계적인 말투로 인해 가식으로만 느껴지고, 시종일관 제국주의적 발상으로 가득 찬 고압적인 자세와 멘트를 견지함에서 청취자 더 나아가 한국인을 얼마나 무시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데도, 평소 입바른 소리 잘 하시는 지성인 누님이 도무지 기를 펴지 못하니, 얼마나 무서운 존재면 저렇게 오금이 저려 찬양하기에 급급한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편으론 상대의 이성적 매력에 흠뻑 반한 여인처럼 구니 참 한심해 보이네. 사이비 종교의 여신도가 교주를 대하는 딱 그 짝이야.

    인간 여성을 한참 아래로 보는 저 녀석이 누님의 면전에서 노골적으로 최면을 걸고 있는 건 아닐는지. 그까짓 건 녀석한테 껌일 테니까.

    하기야 저리 잘생기고 훤칠한 미남이 천국에서 강림한 신 행세를 하며 작정하고 꼬시는데 안 넘어갈 여자가 어디 있을까마는.

     

    어쨌든 이 자의 얘기를 들으니 삼류 극장 스크린에서 흘러나온 충격과 혼돈이 조금은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대단한 놈들임에는 틀림이 없네요.

    지난번 시공에서 어린 지수가 겪은 무시무시한 사건이 이곳 외국인 각본가의 상념과 매칭되는 것도 파격적이지만 마스터 주제에 감히 그리스돕 하립님을 무단으로 베껴서 본인의 행동으로 치환해버리다니 소름이 끼칩니다.

    검은 섭리에 오염되어 욕계 시공들이 카오스적으로 증식하는 소위 시공 거품 현상을 마치 천국화 섭리 작용인 양 호도하면서 정의의 사도로 신분 세탁하는 저 뻔뻔한 작태를 어쩐단 말입니까. 하립님이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인데 어이없어하실 걸 생각하니 원..

    초월적 모사꾼의 구린 마각이 어서 드러나 하립님의 극대노가 그에게 추상같은 심판을 내리길 그저 바랄 뿐입니다.

    이놈들이 고문실에 스피커를 왜 달았는지 알겠어. 틈만 나면 제국에 대한 홍보를 하겠단 수작이었군.

    그러던 차에 마스터 그룹의 일원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였으니 이 대단한 호재를 놓칠 리 없지. 모르긴 해도 당분간은 반복 재생하며 재탕 삼탕 수없이 우려먹을 것이고.

    여기 끌려오는 자들은 가뜩이나 만신창이가 될 텐데 거기에 더해 귀에서 피까지 나게 생겼으니..

    불쌍한 사람들..

     

     

     

     

    이거 생각보다 독종이네. 인상이 순둥순둥해 보여 쉽게 봤는데 보통내기가 아니야. 오늘 오전까지는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데 실토할 기미조차 안 보이고..

    어후 씨발 잠도 못 자고 이게 뭔 생고생이람.

    야 안 되겄다 이 새끼 누더기 싹 다 벗겨

    알겠습니다. 하아 씨발럼 기어이 조뺑이 치게 만드네.

     

     

    징글징글하네! 일제 강점기 악질 순사들이 보면 흐뭇해하겠어. 하는 짓이 똑같다 진짜.

    전기 고문으로도 모자라 물고문까지 하려 하네. 저러다 죽으면 개죽음인 건가.

    저 가공할 통증을 나 또한 동일한 강도로 느낄 뻔했는데 운송자 나리들이 잽싸게 코드 하나를 뽑아 줘서 간신히 살았네그려. 이럴 땐 또 눈치껏 도와준다니깐.

    이런 거 보면 마스터들이 챙겨 주는 거 하나는 확실해 나중에 토사구팽 할 땐 하더라도 말이지.

    그렇지만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지수의 고통이 생생히 전달되는 것 같아. 그의 찢어지는 비명을 더는 듣기가 힘들어. 내가 물리적 형상이었다면 벌써 귀를 틀어막았을 거야.

    그나마 데시벨은 점점 작아지고 있네. 참아낼 기력이 소진되어간다는 증거인가. 이러다 정말 죽음이라도 덜컥 찾아온다면 나는 또 어떻게 되는 걸까.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아바타 친구들이 심리적 고통은 제거해 주지 못하는 모양이군.

    그래, 지금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은 오롯이 내 상념의 파생물이니 이겨내는 것도 나만의 몫일 테지.

    아아, 발가벗겨서 욕조로 끌고 가네. 어이구야, 온몸의 상처 좀 봐! 설마 여기저기 부러진 건가.

    기절한 건 아닌데 몸을 못 가누고 축 늘어져 버렸어.

    배설물이 다리를 타고 흘러도 저놈들은 아무렇지도 않은가. 저런 것쯤 만성이 되었는지 아주 강철 비위들일세.

    끔찍하다 여긴 답이 없는 곳이야. 빨리 벗어나고 싶어. 어디든 여기보단 낫지 않을까.

     

    너희 같은 인간 조무래기들이 감히 마스터님을 노려? 야비한 놈들..

    크리스 리브님이 마스터 중에는 가장 인간에 가까우니까 아주 만만해 보이디?

    네놈이 무기 운반책의 끄나풀이자 혼선 유발 전문이란 걸 우리 스파이들이 적시에 알아냈으니 망정이지

    리브님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하셨어.

    너 움직인 동선 우리가 이미 다 파악해 놓았어. 점조직으로 움직여 봐야 요 손바닥 위란 걸 알았어야지.

    그따위 허술한 거짓부렁이 통할 거라 생각하나?

    은하 연합 개시끼들의 첨단 무기를 확보하려면 당연히 청령이나 백색 형제단 정도가 뒤를 봐 줘야 가능하겠지. 니들은 아니라고 잡아떼지만 말이야.

    자아 이대로 저승 문턱 밟기 싫으면 어서 바른대로 대! 이제 정말 기회는 마지막이다.

    이 사진들 중에 운반책이 있지? 누구야!?

    말하기 힘들면 안 부러진 손가락으로 짚어. 켄터키 통닭집 사장 맞잖아!

    흐음 계속 요따구로 나오시겠다?

    야아! 이놈은 숨 쉴 가치도 없어. 죽여버렷!

     

     

     

    허윽 차가워! 뭐야 돌발 상황인가. 물의 촉감이 생생하게 전달되잖아! 운송자 이것들, 코드를 다시 끼운 건가..

    역시 태생은 못 속여. 열이면 한두 번은 골탕을 먹여야 직성이 풀리시나.

    어푸푸 숨을 못 쉬겠다. 이놈들 정말로 죽이겠단 마인드 같은데? 머리를 짓누르는 손에서 살의가 느껴져!

    아악 살려줘요 마스터!

    두려워 말라. 너는 죽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걸 잘 알지 않느냐. 떠나야 할 시각이 다가왔도다.

    네가 이동할 웜홀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이런 과정이 필요한 것뿐이니 자연스럽게 수용하거라.

    4차원 평행 우주를 넘나들기 위해서는 상념 요동이 근본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매번 이동할 때마다 징징대는 건 이제 졸업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지금의 너는, 공포에 질려 우릴 처음 맞이하던 당시의 네가 아니다. 인정하기 싫어도 너의 영적 진화는 상당히 진행되고 있음을 받아들이거라.

    그러나 이리 징징거리는 건 진화의 속도를 더디게 할 뿐 지금의 너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저도 적응하고는 싶은데 이건 뭐 갈수록 설상가상을 체험해야 하니 미칠 지경입니다. 안락한 고속 열차는 첨부터 바라지도 않았습니다만 부실한 롤러코스터의 연속이라니요!

    영적 진화라.. 예, 이 멋들어진 말 저도 참 좋아라 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제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될 불로초 같은 것이겠지요. 아무튼 이런 귀한 게 제 속에서 싹트고 있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긴 하나 그 반대 급부로 이처럼 끔찍하고 황당한 체험들을 자꾸 강요받는다면 저로서도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네요.

    약한 소리 말고 자신감을 가져!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되돌아갈 길은 없어.

    집으로 복귀하는 유일한 방법은 네 앞에 만들어져 놓이는 길로 전진 또 전진하는 것뿐.

    자아, "워터 홀(HOLE)"의 활성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아윽, 더는 숨을 못 참겠어요! 결국 얘는 이렇게 가는 건가요?

    이 처절한 비극의 발버둥을 이용하여야 내가 빠져나갈 수 있다구요?

    가엾긴 하지만 지금은 내 코가 석자라 한가하게 위선 떨 시간도 없어요. 워터홀이던 파이어홀이던 저를 좀 여기서 내보내 달라고요!

    그래 좋은 자세다. 절체절명의 순간 나오는 극도의 이기심을 혐오하거나 그것에 대해 죄의식을 가질 필요 없다.

    그것만큼 순수한 에너지는 없느니라. 이러한 에너지를 평시에도 냉철하게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 연민에 얽매이지 마라.

    어리석은 인간이여 그 작은 시야로 어찌 비극을 논하려 하느냐.

    세상에 비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시에 세상의 전부가 비극이다.

    이곳의 지수가 죽느냐 사느냐에 끄달리지 말라. 설사 죽더라도 그것은 네 상념의 무수한 스위치 중 하나가 꺼진 것에 불과하다. 역으로, 네가 죽더라도 그것은 이 청년의 무수한 상념 스위치들 중 하나가 내려간 것에 불과할 것이다.

    같은 의미로, 귀신과 영혼, 영계와 윤회 시스템 같은 사후 복잡계에도 끄달릴 필요 없을지니. 그 영역에도 동일한 이치가 적용되기 때문이라.

    어차피 4차원의 만화경이 조화를 부리어 나온 현현들이니, 있으라 하면 있고 없으라 하면 없는 것이다.

    네가 스스로를 부정하면 너는 없어진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너를 상념 하면 너는 다시 있게 된다.

    초우주로 시야를 확대하라. 그러면 영원한 소멸도 영원한 불멸도 없음을, 아니 다 있음을 알게 되리라.

    초우주를 빈틈 없이 꽉 채우는 네가 있음을 깨닫게 되리라.

     

     

     

    내 이것들을 보자 보자 하니까!

    나는 생사의 기로에서 곧 꼴까닥 하게 생겼는데 한가롭게 선문답이나 지껄이고들 앉았네.

    나야말로 지금 스스로를 부정해서 없어지고 싶다고! 그런데 그게 지금 되겠냐고!

    잡소리 치우고 빨리 날 여기서 구출하기나 하라고!

    지옥만 빼고 어디든 가자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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