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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 크리스토퍼 리브
    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0. 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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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크리스 리브님이 스튜디오로 입장하고 계십니다. 실물로 뵙게 될 줄이야..

    안녕하십니까 BYJ 디제이님 그리고 친애하는 청취자 여러분.

    실제 뵈니 정말 조각 미남이시네요.

    진행자에 앞서 님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데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 마련해 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내가 오히려 고맙지요 불러줘서.

    에프 엠 문명의 동시통역 기술은 언제 봐도 놀랍네요. 두피 삽입 만으로 이렇듯 마스터님이 우리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시다니.

    물론 저 역시도 삽입하였지만 저희 애청자 분들이 케랄터 연방 시민들이라 제 기기는 잠시 꺼두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마스터님.

    여기 왔으니 내가 한국말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소? 신경 쓸 것 없어요.

    설령 우리말 사용하도록 배려해 준다 해도, 이처럼 아름다운 숙녀분의 뇌신경을 혹사하게 놔두는 건 내가 반대하리다.

    역시 마스터로 승급하신 분답게 무척 젠틀하시군요. 감동이에요.

    어려운 자리 내주셔서 거듭 감사드리고요. 우선 방한 동기와 일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으음, 그건 뭐 이미 다 아는 사실일 텐데 새삼스럽게..

    아 네에.. 그래도 모르시는 애청자 분들을 위해서..

    이곳 메트로폴리탄 내에 거주하는 메가 시티 시민들은 다 알고 있는 부분이니까 그냥 넘어갑시다.

    여기 방송국 프로그램들도 어차피 성벽 안까지만 송출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니오?

    아 그게 그러니까.. 한 달 전부터 전국 방송으로 확대 개편한지라..

    왜 그런 쓸 데 없는 전파 낭비를..?

    라디오 살 여력도 없는 빈민층들이 잘 들을 리도 없고 말이지.

    극빈층에서의 청취율도 만만치가 않아서요. 텔레비전은 꿈도 못 꾸는 데다 마땅히 오락거리가 없는 그분들로선 라디오만 한 친구가 없는 셈이죠. 이들을 위한 라디오 대여소들이 전국에 많이 생겨난 것도 청취율 증가에 한몫을 했고요.

    삶에 찌든 이들의 유일한 안식처라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과감히 정책 변경을 해본 것인데, 어떻게 마스터님 마음에는 썩 들지 않는 상황인가 보죠?

    그자들에게 굳이 고급 정보를 흘릴 필요 있나? 언제든 저항 세력으로 돌변할 수 있는 잠재적 불순분자들인데 말이야.

    이전처럼 유지할 것이지 괜한 시도를 왜..

    물론 방송국 경영에야 이득이 있겠지만 앞으로 분란의 소지가 끊이지 않겠어. 엘리트 지도부의 묵인 없인 이런 식으로 일이 처리될 리 없는데..

    그쪽은 뭐라 하고 승인해 주던가?

    아 네, 그러니까..

    케랄터 지도층의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결국은 허가해 주셨습니다. 크게 위험한 것으로는 판단하지 않았기에 내려진 결정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가?

    복속시킨지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으면 슬슬 유화책을 펼 때도 되긴 했지. 케랄터인들의 자신감 표출로 봐야겠군.

    하여간 방송국들의 책무가 훨씬 무거워진 셈이야. 지도부에서 자네들에게 권한을 더 부여한 만큼 지도부의 정책과 지시에 이전보다 더 적극 협조하고 복종해야 할 걸세.

    이왕 이리 된 이상, 잠재적 불순 세력이 스스로 깨닫는 것을 차단하고 나아가 케랄터 정신에 동화될 수 있도록, 방송을 통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단 얘기지.

    자네들이 케랄터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해서 청령이 저들 속으로 스며들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그럼요 좋은 지적이십니다. 저희가 앞으로 노력하고 잘 해야 할 부분이지요..

    이야기가 조금 옆으로 샌 것 같네요 호호.

    한정된 시간 안에 만족스러운 사전 녹음이 되기 위하여 약간은 스피디하게 인터뷰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에프엠 마스터로서 영화에 직접 출연하게 되신 계기를 여쭤봐도 될까요?

    에프엠 문명의 여러 권역 중 문화 예술적 성취를 최고의 가치로 지향하는 아틀란 권역이 나의 고향이며 그러한 아틀란의 시스템 하에서 마스터로 육성됐으니 내가 예술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건 당연한 이치.

    저희 입장에선 신께서 직접 강림하사 타이틀롤을 맡으신 어마어마한 사건이기에 우선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신비주의를 탈피한 이상 적극 나서서 마스터와 에프엠 시스템에 관하여 은하 인류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라는, 그랜드 마스터님의 지시도 계셨고, 또 내가 원래부터 영화 예술을 좋아하기도 해서, 이참에 아예 발 벗고 나서보기로 한 거지.

    스태프 제작진이 내 말을 잘 따라 준 덕에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 다행이야. 이 자리를 빌려 리처드 도너 감독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는 바일세.

    아 그렇군요. 감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근 할리우드발 통신에 의하면 영화 슈퍼맨은 초은하 문명의 하이테크가 선사한 눈부신 산물이라고 감독이 직접 언급하였다 합니다. 알고 계시지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극비라면서 더 이상의 언급은 회피하였다는데, 이와 관련하여 마스터님께서 추가하실 부분은 혹시 없으신지요?

    아니 난 금시초문이오. 리차드가 그런 말을 했다고? 이 친구 생각보다 입이 가볍구만.

    극비이기도 하지만 그의 지적 수준으로는 상세한 설명이 불가하기에 언급을 회피했겠지.

    그러게 마무리도 못 지을 얘기를 왜 꺼내, 사람 참..

    오오, 드디어 슈퍼맨의 탄생 비화가 밝혀지는 순간인가요?

    염치없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마스터님께 직접 들을 수 있는 영광을 주시옵소서.

    내가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면 미스 B가 세계에서 제일 처음 듣는 사람이 되는 셈이군, 허허.

    사전녹음인 걸 감안하면 이 작은 스튜디오 안에 있는 저 포함 몇 명만이 그 영광의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지요.

    부디 허락해 주소서.

    좋아, 친애하는 미스 B가 이토록 간곡히 청하니 외면하지 못하겠어.

    마스터인 내가 손수 밝히는 건 가능한 사안이니, 간단히 얘기함세.

    감사합니다.

    일반적인 영화 제작 과정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이 개입되었다 하는데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것이긴 하지. 구체적으로 말해 봤자 자네들이 온전히 이해하기는 아마 힘들 거야. 하물며 라디오를 들을 청취자들은 더욱 그러하겠지. 청취율이 상당히 하락할 것을 감수하겠다면 이야기를 시작하겠네.

    자넨 영화를 주제로 한 이 프로그램을 꽤 오랫동안 진행해오고 있다 들었어. 그래서 일반인들보단 상대적으로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이 깊고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높으리라 믿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자네가 의존하는 그 상식들을 모조리 벗어던져도 좋아.

    철저한 보안과 비공개를 원칙으로 제작을 하였다 까지는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게 가능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결과적으로 영화 사상 가장 철두철미하게 비밀리에 만들어진 영화로 남게 되었네요. 물론 마스터님이 총괄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자네들 인간들이 이런 대작을 만들어 내려면 지금껏 그래왔듯 꽤나 번잡하게 일을 벌여놓고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입하여야 할 테지. 그러나 우린 그럴 필요가 없어. 나를 도와줄 최소한의 스태프만 데리고 우리의 권역으로 이동하였다네.

    그곳이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네. 인간은 상상할 수 없는 데라고만 해두지. 비밀이 왜 지켜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는 이해가 되나?

    우리의 영화 제작 기술은 애석하게도 지구에 안착될 수가 없는 시스템으로 개발돼 있어 적어도 현재까지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이곳으로의 도입도 고려될 수 있겠으나 그게 언제일지는 나로서도 장담 못 하겠네.

    스무 고개처럼 점점 흥미로워지는군요.

    그 최소한의 인원이란 게 어느 정도인지 조금은 혼란스럽네요. 스태프 말고 영화에 출연한 수많은 인원들은 그렇다면 그곳 현지에서 조달하신 건가요? 다들 겉으로 봐선 아메리카 연합인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는데..

    하긴 뭐, 수려하신 용모의 크리스 리브님도 이름이 그러하듯 지구의 서양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기는 합니다만..

    지구 차원의 상식은 벗어던지라 했거늘 그새 잊어버린 모양이군 미스 B?

    결론부터 말하자면 슈퍼맨은 나 혼자 출연한 영화라오. 당신들의 수준에 맞춰 대답하자면 그렇다는 거요.

    네에? 그게 무슨..

    그 많은 주 조연급 배우들은 사람이 아니란 말씀인가요? 특히나 아역 배우들 중에는 우리 케랄터 연방 반도국 출신들도 있어서 수퍼맨에 대한 이곳의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거든요. 아메리카 연합의 이민 3세란 얘기도 있었고 사실 이번 방문 시 리브님과 함께 올 거란 루머도 여러 차례 들려오고 해서 내심 기대들을 많이 했었는데..

    그렇다면 다른 사정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들은 배우가 아니야.

    영화 속에서 그 애들이 등장하는 씬은 다른 우주 어딘가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의 장면들이 복사된 것일세.

    에프엠의 4차원 시공 프린팅 테크닉에 의해서만 구현될 수 있는 경이로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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