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 청령
    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0. 22. 16:15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1. Superman (원본) (20)

     

     

     

     

     

     

     

     

     

     

     

     

     

     

     

    과장님, 이 새끼 또 뻗었는데요?

    저 새낀 졸도가 특긴가. 저리 허약한 놈이 뭔 민병대원을 한다고.. 쯔쯧.

    그래 뭐 좀 불긴 했나 이 대리?

    대충 자잘한 거 몇 가지는..

    것도 아무렇게나 둘러대는 느낌이에요. 왕건이는 여전히 모르쇠고요.

    어쭈, 약골 주제에 겁쟁이는 아니라 이건가.

    여기가 얼마나 무서운 덴지 모르고 즈그들끼리 충성 경쟁이라도 하는 모양이지?

    그 가시나도 입에 자물쇠를 단단히 채우고 있단 얘깁니까?

    그쪽은 여자라 잘만 하면 건질 것도 같은데 말이지. 그년도 만만치가 않아서 원..

    그러면 거기다 올인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암컷한텐 우리의 필살기가 또 있잖습니까.

    그년 얼굴도 반반한 게 제법 맛있어 보이던데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웬일로 국장님이 태클을 거시네?

    국장님이 왜요?

    불미스러운 일이 밖으로 퍼지면 대외 신인도가 떨어진다 등의 매번 하는 잔소리면, 지금껏 그래왔듯 융통성 발휘하는 수준에서 적당히 무시하고 해치우는 건데 말야..

    오늘따라 유독 과민하게 구시네. 더 이상 빛 존재를 자극하지 말라나. 그들이 항상 신사적일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래.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무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 적 있었나? 대 케랄터 제국의 행동대가 언제부터 그놈들 눈치를 봤다고.

    막말로 청령이 있으면 우리에겐 갓 마스터가 있지 않은가!

    하여간 그년 맛보긴 글렀으니까 괜히 김칫국 마시지 말고 이놈이나 확실히 조질 궁리하라고.

    아쉽지만 할 수 없죠 뭐 대빵이 그리 나오면.

    아무튼 겁나게 운 좋은 년이네 고거..

    꼭 그렇지만도 않아. 따먹지 말라는 지시에 열받았는지 더 야무지게 패더라구.

    이 년이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성 고문 빼곤 몽땅 시도할 기세야.

    철용이 새끼 심사가 단단히 뒤틀렸겠어요 주특기가 성 고문인데 그걸 막아 놓았으니.

    고년 운 좋을 거란 말, 취소해야 하나..

    객쩍은 소리 그만하고 너도 가서 빨리 식사나 하고 와.

    넷. 근데 오늘 야식 메뉴는 뭡니까? 맛있는 반찬 한 가지는 있겠죠?

    짜샤 직접 가서 확인해. 그걸 네가 감히 나한테 물어볼 짬밥이야?

    에헤이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너무 하시네.

    저기..

    저 녀석 저 올 때까지 푹 재우실 거면 밥 먹고 와서 전기 세팅이나 해놓을깝쇼?

    음, 내가 마지막으로 회유해 보고 안 되면 옮겨야지.

    세팅은 물방에다 해 놔.

    예썰! 그럼 수고요 과장님.

     

     

    군부 독재나 에일리언 독재나 고문의 왕국인 건 도긴개긴이네. 더구나 마의 80년 대 아닌가.

    사이코패스 고문 기술자 놈들이 저렇게 활개치고 다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던 시대.

    왕년의 안기부가 저러했겠지.

    그냥 적당히 굽히고 살면 안 되는 건가.

    같은 젊음이지만 이곳의 지수는 저보다 훨씬 순수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청년인가 봅니다. 목숨까지 바쳐가며 인류의 각성을 위해 행동하고 있군요.

    빛의 존재라면 우주의 근원과 이미 합일한 초월자일 테고 그렇다면 거의 그리스도 급인데 이처럼 직접 나서서 지도하고 있으니, 지수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큰 갈등이나 망설임 없이 그들을 따를 수도 있겠네요. 아마도 검은 마스터와 안티 인디고의 대척점에 이들이 있어야 할 운명인 듯합니다.

    설마 이곳의 지수가 말로만 듣던 인디고 혹은 크리스탈 아이인 건가.

    빛 존재들이 외계 카르텔 뒤에 도사린 검은 섭리를 본격 견제하기 위해 극소수의 이들을 규합한 것인지도.

    마계와 열반계의 대립이 표면으로 드러나 활성화하고 있는 역동적 임계 시공이 과연 이곳인가.

    만일 그러하다면 이 덜떨어진 놈들이 지수를 이렇듯 함부로 다뤄서 될 일인가 심히 걱정됩니다.

    그 후환을 어찌 감당하려고..

     

     

    야 나지수! 자는 척하냐 지금?

    좋게 말로 할 때 일어나지?

    과장이란 놈, 깎아 놓은 밤톨 같은 외모와는 판이하게 말도 거칠고 아주 독종입니다. 그러니 저 짓거릴 하며 저 자리까지 올랐겠죠.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지수를 발로 세차게 몇 번 까다가 그래도 미동이 없자

    책상에 놓인 주전자를 들어 일 미터도 넘는 높이에서 그의 얼굴로 물을 쏟아붓습니다.

    그제서야 발작하듯 지수의 몸이 꿈틀거립니다.

    정신이 좀 드나? 그러게 왜 까불어. 이 안에서 영웅 놀이 해봤자 너만 골로 간다는 것쯤은 알고 들왔어야지.

    이곳의 악명은 이미 그쪽에도 다 퍼졌을 건데 여길 거쳐간 동료가 말 안 해주디? 아 맞다 멀쩡하게 살아나간 동료가 없겠구나.

    엄살 그만 부리고 올라와 앉아!

    자아 우선 물이나 한 잔 하라구.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지금부터라도 협조적으로 나오는 게 어때? 그렇게만 해주면 죽이지는 않을께.

    너 정식 민병대원도 아직 아니란 거 다 알아. 말만 잘 들으면 초짜라는 것 감안해서 사형은 면하게 해줄 수도 있어. 하지만 더러운 감옥에서 최소 몇 십 년은 썩겠지 매일 구타를 당하면서.

    그게 싫으면 우리가 묻는 것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탈탈 털어놓을 준비나 해.

    그쪽은 워낙 민주적인 동네라 너 같은 초짜도 소외시키지 않고 존중해 준다지?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함께 하면서 젠틀하게 세뇌하는 게 그쪽 우두머리들의 특기라며?

    이러니 너 같은 샌님들이 뻑이 가는 거겠지.

    내가 왜 이런 얘길 하느냐. 너같이 하찮은 놈들까지도 공평하게 따끈따끈한 천상의 정보들을 깊이 되새기고 있다 이 말씀이거든.

    딱 걸렸어!

    잠깐 시간을 줄 테니까 잘 생각해 보라고.

    네가 짧은 시간 어떻게 판단하냐에 따라 삶과 죽음이 뒤바뀐다는 거 명심하고.

    하긴 독종 골수분자들은 충성심이 강해서 목숨도 아까워 않더만. 하지만 그건 개죽음일 뿐이야. 그런다고 너희 하느님들이 눈 하나 껌뻑할 것 같나? 그래봤자 우린 또 얼마든지 너 같은 놈들 잡아들이면 돼.

    넌 그런 선택할 그릇도 못 되지만 혹시나 해서 널 위해 하는 소리니까, 뭣도 모르면서 공명심에 사로잡혀 허튼수작 시도할 생각 꿈도 꾸지 마.

     

     

    저걸 회유라고 하는 꼬라지 하고는..

    악역답게 밧줄로 사람 묶는 솜씨는 예사롭지 않군.

    의자에 꽁꽁 묶어 놓고 수건으로 재갈까지 물릴 거면서 무슨 사족이 저리 길어.

    그건 그렇고, 지수가 제대로 정신은 차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얼굴이 온통 붓고 피멍으로 얼룩져 알아보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그가 갇힌 곳은 대 여섯 평 남짓의, 벽지도 없는 삭막한 시멘트 공간입니다. 작정하고 고문실로 만들어 놓은 곳이겠지요.

    협소한 면적과는 언밸런스한 느낌이 들 만큼 천장은 또 비상식적으로 높아 보입니다. 그 높은 천장 바로 아래에 작지도 크지도 않은 스피커가 초라한 모습으로 달려 있네요.

    고문 담당 과장이 방을 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스피커에서 정수라의 슈퍼맨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저 노래면 설마 튠홀이 다시..?

    아저씨들, 얘기해 주세요! 나를 운송할 시간이 된 겁니까? 이 지긋지긋한 아수라장에서 드디어 탈출할 수 있는 겁니까?

    흐음 이번엔 아닌 것 같네. 나의 아우라가 저번처럼 반응하지를 않아!

    게다가 노래는 벌써 끝났고 케케묵은 광고가 나와 제기랄..

     

    저 놈들이 라디오를 튼 것 같은데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군.

     

     

    청취자 여러분 가슴 떨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달 전부터 예고해 드렸듯이 그저께 내한 한 우리의 스타 크리스토퍼 리브께서 지금 막 스튜디오 밖에 도착하셨습니다.

    아, 대표님과 환담을 나누기 위한 자리가 대표님 실에 급히 마련되어 그리로 잠시 자리를 옮기셨다고 피디님이 전달하시는군요.

    그러면 그분을 기다리는 동안 슈퍼맨 OST 중에서 한 곡 더 들려 드리도록 할게요.

    휴우 개인적으로 저도 그분의 열렬한 팬이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어요..

     

     

    아아 이럴 수가.. 이 친숙한 목소리는..?

    누님 놀라시면 안 돼요?

    네에, 이 대목 읽으시면서 상상하시는 그거 맞습니다!

    존경하는 디제이 BYJ 님의 방송이 지금 실시간으로 흘러나오고 있어요!

    영화 음악 프로를 여기서도 진행하고 계시군요.

    70년대 후반 80년대 초인데 누님은 현재의 나이와 모습으로 라디오에 나오고 계시다니요!

    아니 그 딴 게 뭔 상관이람.

    외롭게 떨어져 있는 다른 우주에서 누님의 고혹적인 음성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은 행복일 뿐

    무엇이 더 중요하겠습니까.

    어차피 여긴 상념계, 환상계이고, 여기선 불합리가 합리인 것을.

     

     

     

     

     

     

     

    'Letters to D.J. (지수 외전) > SUPERM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 시공 파편  (0) 2022.10.24
    21. 크리스토퍼 리브  (1) 2022.10.22
    19. 공상만  (0) 2022.10.20
    18. 치정  (0) 2022.10.20
    17. 맨 인 블랙  (0) 2022.10.1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