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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치정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0. 20. 11:59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1. Superman (원본) (18)
국장님, 강정연 요원 도착했습니다.
어 그래, 들어오라 하게.
에프! 엠!
중위 강. 정. 연. 임무 중 잠시 복귀하였습니다. 이에 신고 드립니다.
음, 에프엠!
강 중위 정말 수고 많았어.
손이 차군. 몸은 괜찮나?
국장님 덕분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허허 내가 뭘 했다고. 강중위가 유능한 때문이지.
김 비서, 여기 차 좀 부탁하네. 그리고 이만 퇴근해도 돼. 비상근무하느라 수고했어.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 들어요 강중위 아니 정연아.
말 조심하세요. 설마 비서 퇴근했다고 안심할 정도로 순진하신 건 아니죠?
하여튼 철두철미하다니까 후후.
너 오기 직전에 감시 카메라 꺼 놓고 도청 장치 설치 여부도 다시 확인했다고. 안심해도 돼 정연 양.
그걸 국장님 임의로 하신다고요? 그거 위험한 행동인데..
허허 짜식이 이제 날 무시하네? 난 그게 가능한 짬밥이야 인마.
국장급 이상에겐 하루 삼 십분 감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고.
하아, 이건 대외비 이상인데 얼떨결에 말해 버리네. 내가 너한테 그간 발설한 극비가 몇 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과 후에 이러시는 건 좀..
오늘은 비상근무도 아니시면서..
책잡힐 일은 미연에 방지하셔야 하는데..
특수 부서 국장이면 일 년이 거의 다 비상인데 너와 재회하는 오늘 정상 근무가 돌아오다니
이거 좋은 징조 아닌가.
그렇게 걱정되면 문이라도 잠그지 그래?
하하 앉아 앉아. 내 사무실 오토락인 거 그새 잊었나?
긴장 많이 했나 보군. 귀여워.
특수 임무 후유증인 모양이군. 무리도 아니지.
김비서는 믿을만한 분 맞죠? 바뀐지 얼마 안 된 분이라..
어이쿠 이제 내 비서까지 의심하나? 너 지금 선 넘는 거 알지?
자아, 삼 십분의 소중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리 와.
정연이 못 이기는 척 소파에서 일어나 저 인간의 무릎 위에 엉덩이를 붙입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문제의 "상만 씨"일 확률이 농후하군요.
어쭈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노골적인 키스 공세를 펼칩니다. 대단히 적극적이네요. 저것도 안티 인디고의 자신감 표출일까요.
말하자면 - 적어도 사 십 대 초반은 되어 보이는 - 직장 상사와의 뜨거운 불륜 현장을 저는 목격하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한 것 같습니다.
나이 차가 스무 살은 족히 되는 듯하고 (나름 관리받는 모습이긴 하나) 적당히 나온 배에 키도 작은 전형적 중년 남자를 그녀가 많이 좋아하는군요. 안티 인디고가 겨우 국장급의 권세에 혹하여 의도적으로 저럴 타입은 아니고 그를 남자로서 사랑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매서운 눈빛과 강단 있어 보이는 말투에서 비밀 부처 수장의 내공이 충분히 느껴지는 반면, 입가에 박혀 있는 상투적인 미소는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를 암시하고 있네요. 정연이 같은 부하 한 명쯤은 어떻게든 구워삶을 수 있다는 얘기지요.
그걸 감안하더라도 여인의 순정을 저리 농락할 수 있다는 건 그러한 능력 이상의 플러스알파가 저 남자에게 분명 존재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제 마음은 어찌 이리 씁쓸해지는 건지..
아 그렇다고 저 대단하신(?) 아저씨를 제가 질투한다는 건 아니고요.
물론 저 사람도 정연의 매력에 흠뻑 사로잡혀 있기는 마찬가지.
저 나이에 저 위치에 있으면서 - 단순한 욕구 충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 진지한 사랑의 대상으로 그녀를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므로 더 이상의 비난은 삼가겠으나, 그럼에도 한 번 생긴 서글픈 심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군요.
처음 만난 날부터 정연인 제게 호감을 보였었지요. 빼어난 미인은 아니었어도 수수한 여성미를 지닌 괜찮은 아이였는데.. 뭔가에 홀린 듯 어떤 여성에 빠지지만 않았어도 걔를 홀대하지 않고 어린 청춘답게 이쁘게 사귀었겠지.
그래서 말이지만 얘가 이곳에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은 제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만의 착각이면 차라리 다행이고요.
제 분신이 끌어당겼음에도 불구하고 정연이부터 다시 관찰하게 된 게 우연은 아닌 것 같아요.
그녀에 대한 짙어진 상념이 저를 이리로 돌려놓은 것이겠죠.
그들에게 허용된 짧은 시간 안에 누구의 사랑이 더 뜨거운지 서로 과시하려는 듯 그들의 행위는 더욱 과감해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한껏 달아오른 두 남녀의 상열지사라, 자세한 설명은 건너뛰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그녀의 색정적 동작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걸 그녀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알아선 안 되겠지요. 안다면 너무 낯 뜨거워 쥐구멍에라도 숨고픈 심경일 테니까요.
저 또한, 아무런 구애됨 없이 남녀의 흐드러진 교합 장면을 구경한다는 게 어색하고 당혹스럽습니다.
이성 간의 사랑 행위를 폄하할 의도는 없으나, 박수치기 위해 그것을 일부러 들여다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간 살아오면서 행하였던 수많은 부끄러운 짓을 묵묵히 지켜보던 영적 존재들이 제게도 있었으리란 걸 생각하면, 더구나 그들이 생전에 저와 가까웠던 친지나 지인일 수 있음을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식은땀이 줄줄 흐릅니다. (4차원에 묶여 있는 영혼은 육체적 감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요. 무의식이 작용하여 반사적으로 땀을 상념하면, 땀이라는 대사 활동은 기로써 재현됩니다.)
정연이 같은 애인을 가진 나는 정말 행운아야.
저도 행복해요. 상만 씨가 저를 사랑해 줘서..
위험한 임무에 투입해서 미안해.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할 내 입장 넌 충분히 이해하지?
우리 국에 배정된 안티 인디고들 중에 네가 여러모로 제일 뛰어나잖아. 그래서 그런 거니까 프라이드를 가지라고.
널 보내 놓고 매일 가슴 졸였어 혹시나 사고라도 생길까 해서.
내 앞에선 천하의 국장님도 센치해지신다니까 호호.
으이그! 울 자기 그렇게 걱정 됐쩌여?
이놈 자식 또 까분다.
1차 임무가 차질 없이 완수된 것일 뿐 너의 임무는 현재 진행형이란 것 잊진 않았지?
괜히 쑥스러우니까 또 정색하신다. 울 국장님 특기라니깐.
저들이 나지수와 날 구출하러 오면 자연스럽게 그쪽과 합류해야 함. 그리고 구출하러 안 올 시 나지수와 행동을 같이 하며 후일을 도모할 것 이상!
그렇지. 그래서 더 미안하구나.
공식적으로 치하하고 휴가를 줘도 모자란데 그런 건 고사하고 오자마자 감옥에 가둬야 하니..
어쩌겠어요. 정체를 철저히 숨기려면 당연히 감수해야 할 제 몫인걸요.
그래서 말인데 좀 놀랐어요 국장님처럼 철두철미한 분이 이렇듯 위험을 무릅쓰고 저를 호출하다니.
그만큼 제가 보고 싶었단 뜻이니까 기분은 너무 좋지만요.
맞아. 여기에도 청령의 스파이가 잠입해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널 부른 거야. 그러니 마음껏 기뻐하라고.
어때 내 개인 휴게실이 달라진 것 같지 않아?
네 복귀를 기다리며 좀 꾸며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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