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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공상만
    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0. 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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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며 조명이며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워진 것 같아요. 상만 씨가 유부남이라는 게 이럴 땐 유리하군요 흥!

    이거 왜 이러나. 내 안목 무시해?

    와이프는 몰라. 내가 다 직접 초이스 한 거라구 정연이가 좋아할만 한 걸로.

    하하 알았다고요. 그냥 튕겨 봤어요.

    날 위해 진지하게 변명하는 모습 귀여워요.

    허어 감히 상관의 볼을 꼬집어?

    사랑스런 아가씨 한 번 더 혼나야겠어.

    또 하시려고요? 십분 밖에 안 남았는데..

    그래? 정연이랑 같이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군. 아쉬운 대로 대화나 더 나누지 뭐.

    저도 아쉽네요 상만 씨 거기가 다시 단단해졌는데..

    어떻게 입으로라도..?

    아니야. 부족한 듯한 게 딱 좋아. 어서 옷 입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임무 매듭지으면 근사한 옷 한 벌 사주지. 그런 싸구려 캐주얼은 자기의 미모와 어울리지 않아.

    내가 사준 옷 입고 같이 양부모님 뵈러 가자고.

    후훗 누가 들으면 결혼 허락받으러 가자는 줄 알겠어요.

    휴학생 콘셉트 유지하려고 대충 골라 입은 옷인데 이젠 이게 편하네요. 그렇지만 상만 씨가 사준 예쁜 옷은 꼭 입고 싶어요.

    그 약속 잊지 말고 꼭 지키기나 하세요.

    두말하면 잔소리.

    그리고 정연이 너 가끔가다 내 호의를 곡해하는 경향이 있더라. 설마 나를 출세에 눈먼 속물로 보는 건 아니겠지?

    내 비록 야심만만한 국장이지만 널 이용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어.

    너의 양아버지가 엘리트 지도부 임원이 아니라 메트로폴리탄 장벽 밖의 빈민일지라도

    난 네 상관으로서 당연히 그리해야 한다 생각해.

    조만간 잠재력이 만개할 예비 안티 인디고 강정연 중위.

    넌 자랑스러운 내 부하이면서 동시에 내가 보호해야 할 연약한 연인이다.

    널 사랑하는 남자가 널 위해 이처럼 굳건히 버티고 있으니 넌 결코 두려워 말고 그저 무사히 관문을 돌파하는 데만 온 힘을 집중하면 돼.

    이번 테스트를 통과하고 명실상부한 안티 인디고가 된다면 케랄터 엘리트인 네 아버지가 가장 먼저 기뻐하실 테고,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그분이 먼저 초청하시겠지.

    네에, 저도 양부모님의 뿌듯해하실 모습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완전한 안티 인디고로 거듭나겠어요.

    이런 중요한 시기에 상만 씨가 옆에 있어줘서 든든하고 고마워요.

    넌 누가 뭐라 해도, 검은 마스터의 은총이 충만한 엘리트의 정통 후예다. 자부심과 용기를 가져라. 사랑한다.

    저도 사랑해요 상만 씨..

    그런데 한 가지 께름칙한 부분이 있어요.

    한반도 청령 지부의 작전 참모가 말하길 지부 총괄 빛 존재가 제 꿈계 속 인공 영혼의 집으로 진입해서 안티 인디고의 중요 표식들 중 하나를 제거했다고 해요.

    케랄터 외계인들의 타깃이 되는 걸 방지하고자 그랬다는데 이게 혹시 안티 인디고 완성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돼요.

    뭐야? 그런 중요한 얘기를 왜 이제야 하는 거야!?

    임무 수행 중에는 꼭 필수적인 것 외에 함부로 접선하지 말라 하셨잖아요. 특히 유선을 주의하라 하셨으면서..

    음.. 속속들이 저쪽 편이 돼서 빈틈을 안 보이려면 그래야지. 잘 했어 다만..

    이건 간과하고 넘어갈 사안은 아닌 것 같아.

    지금은 작전 진행 중이니 섣불리 건드릴 필요는 없고 나중에 목표 달성 후 곧바로 엘리트 지도부에 보고하자. 인공 영혼은 그들의 작품이니 별 무리 없이 조처해 줄 거야.

    이왕 이리 된 거 지나치게 맘에 두진 말고 임무에나 충실하도록.

    저도 그러려고요.

    것보단 우리가 아무리 조심해서 움직여도 네가 여길 다시 나가는 순간부터 저 지수란 놈은 물론 민병대 전체가 널 백 프로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야.

    변절하고 투항한 안티 인디고가 아직은 극소수라 아무래도 요주의 대상일 테고 한동안 예의주시하겠지.

    친부모 관련 시나리오가 투항 이유로 신빙성을 인정받은 건 다행이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야. 저들의 의심을 피할 강력한 한 방을 강구해야겠어.

    나지수를 사랑할 수 있겠어? 강 중위.

    명령만 내리세요. 국장님이 시키시면 무조건 합니다.

     

    걔 여자 보는 눈이 보통이 아니라서 제 미모로 만족할런지 모르겠지만, "안 되면 되게 하라" 각오로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미인계가 구태의연하긴 해도 이것만큼 직방인 게 없지.

     

    정연이 넌 내 마음을 빼앗은 여자야. 이것이 네 치명적 매력의 증거다.

    저 따위 애송이는 너 마음먹은 대로 가지고 놀 수 있어. 약해지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란 말이다!

     

    우린 완벽을 기해야 해!

    ​ 

    그래서 저도 고문할 예정이시잖아요.

    아무려면 널 그놈이랑 똑같이 대하겠나. 더구나 넌 여자니까 적당히 융통성을 발휘해서 다뤄도 놈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진 않을 거다. 내가 잘 지시해 놨으니 염려 말고 조금만 참아.

    네, 이를 악물고 참아 볼게요 국장님.

    어쨌든 미안해. 네가 고통받는 동안 난 미치도록 괴로울 것 같다. 흐흑,

    에이 왜 이러세요. 상만 씨 약해지는 모습 보기 싫다고요. 뚜욱!

    이럴 땐 진짜 어린애 같다니까..

    안아줄게요. 자아 내 품에 안기세요.

    으응 엄마.

    푸웃, 뭐라는 거야 징그럽게..

    엄마는 좀 아니지 않나?

    어떤 면에선 저들이 우리보다 허술한 것 같기도 해요.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결코 막연한 심증만으로 다그치진 않을 거라 했거든요.

    본인들이 위험에 처해지는 최악의 경우라도 확실한 물증이 나오기 전에 아우라 탐지는 없다, 아예 못을 박더라고요.

    무른 건지 순진한 건지 그래 갖고 우리 대 케랄터 제국을 어떻게 상대하려는 것인지.

    널 안심시키기 위한 연막일 수 있으니 고도의 심리전에 넘어가지 말라!

    상대를 얕보는 것은 필패의 원인 중 한 가지야. 너야말로 순진하구나.

    역시 국장님이셔. 지당하신 지적 감사해요.

    이 기회에 뭐 다른 애로 사항 같은 거 있으면 털어놔.

    그런 거 없어요.

    아 참, 추적기 누르면 십 분 내에 온다면서요. 대체, 요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예요? 이십분이 다 돼서 도착하면 어떡하냐고요. 큰일 날 뻔했잖아요!

    무슨 큰일? 웬만한 일엔 일 당 십인 네가 큰일이라 하면 보통 큰일이 아닐 텐데 뭐지? 슬럼 구역인 영등포의 삼류 극장 안에서 발생한 큰일이라면 뻔한 건데..?

    양아치나 치한이라도 만난 거야? 그런 거라면 정연이 혼자서도 너끈히 처리할 수 있잖나?

    흥, 예리하시네요.

    어떤 멍청이가 사람이 바글대는 곳에서 강간을 시도하더라고요. 혹시 혼종 부적격자가 아닐까 해서 떠봤는데 역시나 실토하더군요.

    그거 알아내는 대가로 제 중요 부위까지 뚫렸다구욧!

    뭐야!? 기어이 당했단 말이야?

    너답지 않게 이 무슨..

    눈이 뒤집어지고 피가 거꾸로 솟으시죠? 당신의 애인한테 이게 큰일이 아니면 뭐겠어요?

     

    워워, 진정하시고 끝까지 들어보세요. 놈의 육봉이 아니라 손가락에 당한 거예요.

    이런 변태 같은 새끼가..

    에잇 퉤 그게 더 기분 더러워.

    분명 근처 대기 타던 놈들에게 즉시 무전을 쳤는데..

    이놈들 조만간 호출해서 빠따 좀 먹여야겠군.

    아서라 상만아. 그놈들 네 심복이라곤 하나 혹 개중에 스파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놈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내가 자초한 일인데요 뭐.

    그거 다 추적기 누르고 십분 안에 벌어진 해프닝이라 엄밀히 따지면 요원들 잘못은 아니죠.

    하지만 시간 엄수 부분은 수시로 강조해 주세요.

    네에 마님, 명심하겠사옵니다.

     

    설마 상만 씨.. 딴짓하다가 신호 늦게 받으신 건 아니죠?

     

    에잉?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말아. 난 너의 손발이라고! 그냥 손발도 아니고 널 사랑하는 손발!

    너 나가 있는 동안 여기 사무실에서 24시간 대기한 나한테 너무 하는 것 아냐?

    잘 알죠. 어쩐지 많이 핼쑥해지셨다 했어요.

    내 사랑 난 자기밖에 없어. 우움 쪼옥!

    누가 혀 안 넣으래! 다시 한다 실시!

    시간 다 지나가도 괜찮겠어요? 그럼 딥 키스 들어갑니다?

    어이쿠 알겠어요. 이럴 땐 정연이가 더 국장 같군.

    그나저나 추적기는 바로 잘 처리한 거지?

    이러니 국장님 따라가려면 저는 아직 멀었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극장 나올 때 화장실 들러서 소변과 함께 잘 떠나보냈습죠.

    자기 많이 찝찝하겠네 그런 짓을 당하고 샤워도 못하고 있으니.

    자기가 찝찝한 건 아니고?

    어흠 그럴 리가..

    후훗, 간단히 씻었으니 됐어요. 그 정돈 괜찮잖아요?

    그럼, 괜찮지.

    참 그 변태 괴물 자식 알아봐 줘? 데이터 열람하면 금방인데.

    그런 미친 짓을 거리낌 없이 하는 혼종 놈이면 보나 마나 부적격자야. 바로 잡아들여서 즉결 처형해버리지 뭐.

    지금 당장은 아니에요. 그건 이 중차대한 시점에 국장님 주의력을 흩뜨리는 꼴 밖에 안 돼요.

    나중에 천천히 수사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만일 녀석의 증세가 심해지면 결국 뉴스에 나올 것이고 그땐 우리가 착수하지 않아도 될 테고요.

    그렇긴 하지. 역시 정연인 현명한 여자야.

    안티 인디고이자 정예요원한테 그 당연한 걸 칭찬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아니 그 이전에, 여성으로서 타고난 현명함이 있는 것 같다고.

    너의 친어머님이 누군지 궁금해지는구나.

    그런 얘기 싫어요. 국장님이 할 소린 더더욱 아니고요.

    아 미안. 금기를 건드릴 뻔했네.

    한 번만 용서해 줄 거예요?

    하여간 필름 세뇌가 통하지 않는 혼종 돌연변이들이라 우리 사회에 암적 존재들인 것만은 분명해요. 그런 면에서, 우리 편이 되지 못하고 말썽만 부리는 혼종은 제거하는 게 마땅하지요.

    아버지가 속한 데라서 하는 얘긴 아니지만 이번 소탕령은 엘리트 지도부가 참 잘하는 정책이지 않나요?

    맞는 말이야.

     

    아아, 어느새 이 소중한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버렸군.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정말 좋겠는데 너무 아쉽고 슬프다 정연아.

    저두요. 하지만 씩씩하게 버텨낼 거예요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면서.

    그래. 이 망할 청령 민병대만 일망타진되면 너와 난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 거다. 그 시기가 언제 일진 모르나 그리 길진 않으리라 확신해. 그때 우리 공식적으로 하나가 되자꾸나.

    여편네 일가 중에 청령과 붙어 협조하는 불순분자가 있단 첩보를 접한지도 이미 오래되었으니 그쪽과 연을 끊는 건 시간문제야. 나만 믿으면 돼 정연아.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앞으로도 종종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제게 큰 힘이 될 수 있게.

    반드시 그리 하마. 사랑한다 강정연.

    목숨 바쳐 사랑해요 상만 씨..

    내가 직접 바래다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 이해할 거지?

    그럼요. 왔을 때처럼 돌아갈 때도 혼자인 게 맞죠. 동선대로만 가면 되죠?

    그래 아무도 마주치지 않게 잘 조치해 놓았으니까 걱정 말고 신속하게만 움직이면 돼.

    유치장 들어가면 문 잘 닫는 것 잊지 말고.

    네, 그래야 제대로 잠기니까요.

     

    이만 가볼게요 상만 씨. 건강 잘 챙기시고요.

    너야말로 항상 몸조심해. 밥 잘 챙겨 먹고. 화이팅!

    오빠도 홧팅!

     

     

    상투적 표현으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저렇게 애절한 사랑인 줄은 짐작도 못 하였는데..

    악마에게 영혼을 저당 잡힌 두 남녀의 애틋한 막장 로맨스라..

    제가 원래 신파를 혐오하기에 많이 오글거리긴 하네요.

    치정이 보여주는 흥건한 눈요깃거리는 차치하고라도 이들의 대화엔 흘려들어선 안 될 정보들이 꽤나 내포되어 있군요. 그런 것들이 제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마는.

    모르지요 훗날 돌이켜보면서 의식이 확장되는 데 필요했다고 수긍할지도.

    그러나 당장은 이 음험한 곳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이곳에 갇힌 분신의 상념이 아무래도 저를 가만 놔두지 않는가 봅니다. 처음 맛보는 초조함과 공포가 너무나 강렬하네요.

    근데 저 인간 책상 위의 큼직한 자개 명패가..

    공 상 만?

    상만이 성이 공가였어? 하필 중학교 때 친구 녀석이랑 같은 이름이군. 단순 동명이인이겠지.

    그 시절 왕따 당하던 내게 유일하게 다가와 주던 녀석이었는데 설마..

    이목구비가 비슷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 그 착한 녀석이 저런 속물이 되었단 말이야?

    아니야 그렇게 단정하지 말자. 그러면 서글퍼져.

    저건 내 상념의 산물일 뿐이야. 내 무의식의 짓궂은 장난일 뿐이라고.

    또는 그의 상념과 그와 관련 있는 모든 이들의 상념이 중첩되어 어우러진 상념 복합체이거나.

    따라서 그 무엇이던 저건 가상의 인물이다 여기선 비록 생생하게 살아 움직일지라도.

    나의 현실에서 상만이는 가장 상만이답게 살고 있으리라.

    아암 그래야 하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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