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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접근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4. 12. 13. 11:56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34)
어익후, 여기들 나와 계셨네요!?
볼일 보고 싶어질 시각이기는 하죠, 지금이?
구덩이에 가장 근접해 있는 거목 뒤에서 검은 형체가 불쑥 튀어나오며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나도 마침 용변을 보려고 자다 깼는데, 여기서 이렇게 여러분들을 또 마주칠 줄은 몰랐네요 헤헤..
아까 막사 안에서 영미를 넘보다 대장한테 죽을 뻔한 (중간 보스 격의) 중늙은이 목소리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많은 인원 가운데 유일하게 대장과 몇 마디 섞은 그 간신배 같은 음성을 어찌 잊겠습니까.
과연 저 인간(?) 말대로 이것은 우연이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당시에도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자에 환장한 저것의 정체가 마스터님이 언급하셨듯이 흉악한 괴물이라면
그리고 보통의 인간을 뛰어넘는 감각과 괴력을 소유하였다면
아주 멀리서도 영미의 일거수일투족에 반응하여 그녀를 몰래 미행해 왔는지도 모를 일.
호시탐탐 그녀를 범할 기회만 노리다가, 암컷의 오줌 소리와 그것이 발산하는 일종의 페로몬 같은 것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우연을 가장하여 너스레를 떨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화장실 환경이 참 열악하지요? 귀한 손님분들께 불편함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헤헤..
특히 우리 어린 숙녀분 사용하시기엔 꽤 민망할 듯한데 다행히 크게 불편해하지는 않는 것 같군요.
그건 그렇고 정말 많이 참았나 보네요. 오줌 뻗어 나오는 소리가 우렁찹니다, 헤헤.. 농담이고요..
맞닥뜨리게 되어 무안하다는 양 짐짓 그런 시늉을 하며 객쩍은 소리를 실없이 뱉어내면서도, 본심은 숨기기가 어려운지
색정이 잔뜩 묻은 그의 느끼한 눈빛이 쉴 새 없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영미의 허연 속살,
야광처럼 유난히 빛을 발하는 둔부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여느 때 같으면 치를 떨며 벌레 보듯 하고도 남았을 그녀의 미지근한 반응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선 화들짝 놀라 황급히 몸을 가려야 하는 게 저 나이 사춘기 소녀의 당연한 리액션일 텐데
소변보는 자세 그대로 멍하니 그를 바라볼 따름이네요.
아까 원체 충격적인 못 볼 꼴을 목격하고 혼절까지 하는 바람에 그 후유증이 이런 양상으로 표출된 것일까요?
이와 더불어 한 가지 더, 특이하고 위화감을 강화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어어.. 이상하다. 소변이 왜 계속 마렵지?
지수야, 나 오줌이 계속 나오네??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거센 오줌 줄기는 거침없이 이어져, 좀처럼 가늘어질 낌새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마스터님의 텔레파시가, 혼란스러운 제 마음을 노크하였습니다.
이자가 원인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능력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이자가 얘의 소변을 계속 뽑아내고 있음이 틀림없다.
예에?? 어째서 그런..?
자신의 색정적 흥분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아마 여자의 소변에 저런 존재들을 흥분케 하는 결정적인 성분이 들어 있는 모양이지.
공기 중으로 확산하는 극소량의 초미세 성분에 저들은 지독히도 정밀하게 반응하는 듯 보인다.
마치 마약에 반응하는 중독자처럼, 거대 광산에서 한 줌의 금가루를 캐내듯이,
사력을 다하여 그 성분의 탈취에 집착하는 모습이구나!
저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임"을 인증할 수 있겠군요.
이크! 이거 너무 급해서 참을 수가 없겠습니다.
그럼 저도, 숙녀분 앞에 실례를 무릅쓰고 볼일 좀 볼게요. 헤헤..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그자는 성큼성큼 구덩이로 다가와 기어이 영미가 보는 앞에서 허름한 군복 바지를 내렸습니다.
그녀 옆에 바짝 붙어서 말입니다.
영미는 물론이거니와, 속이 뻔히 보이는 뻔뻔한 행동에 어린 지수와 마스터조차 말문이 막혔는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잠시 굳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 정도의 후안무치면 제가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 애를 겁탈할 수도 있겠다 싶어, 덜컥 겁이 나더군요.
어찌해야 얘를 지킬 수 있을까, 짧은 순간 벌어질 난감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머릿속은 혼란하기만 한데, 정작 가장 많이 긴장하고 미친 듯이 경계해도 모자랄 당사자는
멈추지 않는 소변의 충격으로 본인의 생각이 멈춰 버렸는지 계속해서 자신의 벗은 아랫도리와
좌우의 남자들을 번갈아 바라볼 뿐입니다.
그 모습이 흡사, 기계적인 반복을 계속하는 영혼 없는 로봇처럼 보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남녀 셋이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 광경은 우스꽝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부자연스러운 실루엣이 일렁거리는 기괴함이기도 하였습니다.
엉큼한 중늙은이는 한입에 삼킬 먹잇감을 손아귀에 쥐고 침을 질질 흘리는 맹수처럼
번득이는 안광으로 영미의 곳곳을 핥고 있네요.
당장 덮쳐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잘 차려진 밥상이 변태 괴한 앞에 놓여 있지만
그는 굳이 서두르지 않는 기색이었습니다.
일단은, 하염없이 방뇨하는 어린 소녀가 몹시 귀여워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만면에 미소를 띤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인 척 굴며 거의 다 잡은 고기 앞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인면수심이라도 그녀의 일행이 보는 데서는 만행을 자제해야겠다는 일말의 양심이 작동한 것인지
아니면, 괴물 대장의 살벌한 엄포에 여전히 벌벌 떨어 감히 시도는 못하고
시선으로 겁탈하는 이 상황만을 즐기며 더는 진전하지 않을 만큼의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인두겁을 쓴 이 괴물은 - 마스터님이 설명했듯 - 여자의 소변에만 집착하여
화학적 쾌감을 얻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인지, 당시로선 오리무중일 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자의 급하단 너스레가, 영미를 노리기 위한 책략적 허튼소리만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진짜로 급하기도 했던지 그 역시 끙하고 배에 힘을 주어 용변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 특이하고 괴상한 일이 발생하였는데, 사람의 똥이라고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엄청 커다란 무언가가
그의 항문을 빠져나와 풍덩 하고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코끼리 변만한 배설물이라면 좁은 판자 틈으로 쏙 빠질 리 없고 그리하여
그와 바싹 붙어 있던 두 사람도 푸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날벼락 같은 똥 테러의 봉변을 피해 갈 수 없었을 텐데,
마치 뼈 없는 생명체가 뱃속에서 탈출하여 스스로 조준하고 들어가기라도 한 듯 그들 주변은
엉망진창이 될 거라는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습니다.
다만 (묵직한 그것이 낙하할 때) 구덩이 아래로부터 비산하는 똥물(?)의 충격파까지는 막을 수 없어서
지수와 영미의 아담한 엉덩이들은, 묵은 배설물(?) 찌꺼기의 갑작스러운 습격을 고스란히 허용해야 했습니다.
이크! 귀여운 손님들한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었구먼 헤헤..
아이, 난 몰라. 엉덩이에 뭐가 많이 달라붙었어! 찝찝해 죽겠어!
아가씨 미안.
내가 닦아 줄게. 이럴 줄 알고 주머니에 낙엽 많이 넣어 왔어.
정말요? 잘 됐다.
지수야, 너도 이 아저씨한테 나뭇잎 달라고 해서 어서 해결해. 다리에 쥐 나겠다 얘.
아저씨,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많이 창피하지만 찝찝한 건 더 못 참아!
그래 아가씨, 엉덩이를 내 쪽으로 돌리렴. 어두워서 잘 안 보이니 너무 부끄러워하진 말고..
네에.
아잉 그런데 소변이 아직도 나오네? 줄기는 아까보다 약해졌지만 멈출 생각을 안 해요!
도중에 끊고 싶어도 다른 때와 달리 힘이 들어가질 않아, 어쩌지?
응 괜찮아.
쉬야는 계속하고 엉덩이만 이 아저씨한테 들이대.
얘야, 안 된다. 그러면 안 돼!
지수야, 저 아저씨 뭐라는 거니?
영미야, 마스터님 말 들어! 이건 내가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넌 또 왜, 갑자기 어른처럼 얘기하는 거야? 목소리도 굵어졌네..?
장난치지 마, 나 진지하다고!
장난 아니야! 저 사람, 사람 아니라고! 널 잡아먹을지도 몰라!!
정신 차려! 너야말로 아까부터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잖아, 겁도 없이..
괴물 보고 조금 전까지 졸도해 있었던 거 기억 안 나니?!
왜 겁주고 그래? 그러지 마.
나, 안 그래도 무섭단 말이야.
미안해서 친절을 베풀려 하는데 사람 성의는 몰라 주고 너무들 하시네.
아가씨, 일행들 말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엉덩이 줘. 깨끗이 닦아 줄게 흐흐..
이대로 방관하였다가는 꼼짝없이 처참한 장면을 목도할 것 같아 마스터는
최대한 미루고 싶었던 직접 개입을 - 하는 수 없이 - 결단하기에 이르렀고, 저 또한 그의 능력을 기대하며
이 난처한 상황이 어쨌든 종료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태는 우리에게 깔끔한 정리를 허락하지 않았고
한 바퀴를 더 꼬아 걷잡을 수 없는 복잡함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말았습니다. 야속하게도..
어둠 속에서 한 명 이상의 인기척이 갑자기 솟아나더니 이리로 후닥닥 뛰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달리기 시합을 하듯 소란스럽게 말입니다.
정확히는 세 명이었습니다.
형님! 세 놈이 포착되었습니다.
그중 맨 앞에서 질주하던 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중늙은이에게 보고하듯 소리칩니다.
그려? 얼른 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별것 아닌) 일인 양 시큰둥하게 받아치는 그의 대꾸에, "하필 이때냐"라는
못내 아쉬운 기색이 역력히 묻어났습니다. 영미를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가 슬슬 먹히고 있던 차에
방해꾼들이 나타났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요.
마스터님, 이건 또 무슨 일인가요?
육욕에 환장한 놈들이 이제는 떼로 몰려와 영미를 윤간이라도 할 작정일까요?
긴박한 순간에도 텔레파시가 꽤 자연스럽구나.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자각몽을 다스리는 너의 파워가 아직은 많이 미흡하도다.
이미 너도 알다시피 어느 정도 레벨에 도달한 고스트들은 인간의 꿈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다.
한데 딱 거기까지가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이고 그다음부턴
꿈주의 기의 상태에 따라 이들의 저열한 난동은 얼마든지 간섭받고 제약될 수 있는 것이다.
영육의 만성 염증에 의한 꿈이든, 꿈주의 영적 감옥으로 축조 중인 서사 꿈이든
고스트는 가리지 않고 침투하지만,
거의 빙의 수준으로 꿈주의 드림바디를 괴롭히거나 그의 꿈을 악몽화 오염으로 급속히 물들이는 경우는 대부분
꿈주의 기가 어떠한 연유로든 약해져 있을 때에 한정된다.
타고났거나 인생에서의 노력에 의해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는 대다수 꿈주의 꿈에서는,
아무리 남의 꿈을 교란하는 능력을 갖춘 고스트들일지라도 변방의 조역이나 단역으로 전락할 따름이지.
그래서 자신의 꿈에 매번 고스트가 침입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넘어가는 수가 허다하단다.
기감이 강하고 비교적 예민한 꿈주들만이 간혹, 위장한 고스트가 풍기는 위화감을 간파하곤 하지
그것을 고스트라 특정 짓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예를 들자면, 과거나 현실의 지인 또는 어디서 본 듯한 인물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혹은 뜬금없이 끼어들어 꿈에 개입할 때
자각의 잠재적 에너지를 보유한 드림바디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인물을 한 번 더 주시하려 애쓰게 되는데
그러면 십중팔구, 친숙하게 여긴 인물의 모습이나 태도가 이상하게 변형되어 있음을 알게 된단다.
그 변화가 아주 작더라도 말이지. 이를테면 꿈속 인물을 의식하는 순간 그가 취하는 동작이나 말투가
맥락에 닿지 않게 어색해지고 튀는 경우, 그리고 그 순간 외모도 갑자기 생소하게 느껴진다거나
얼굴만 시커멓게 일렁거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각몽이 뭔지 모르는 일반인들도 이렇듯 고스트의 발호를 꺾고 악몽화의 기운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를 줄 알거늘, 하물며 꿈의 완전한 자각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네가 지금처럼 이들을 조금이나마 제어하지 못한다는 건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구나.
물론 여긴 보통의 꿈이 아니고 흑마스터가 꾸며 놓은 덫이라는 것을 감안해야겠으나..
아무튼
한통속인 저자들의 등장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직접 개입을 늦추었도다.
이제부터 놀라지 말고 저자들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거라.
저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걸 - 우리를 무시하듯 -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려 하니까 말이다.
그만큼, 저들에겐 긴급한 사건이 당장 벌어지려고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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